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영 안 나죠. 뭐 11월 말이니 당연히 크리스마스는 한참 멀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백화점들은 큰일 났습니다. 내수 경기가 10개 월 이상 하락하고 있고 이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던 한국은행도 기획재정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고환율, 높은 금리로 인해 가처분 소득이 확 줄었습니다. 이자 내는데 월급의 많은 부분이 나가니 쓸 돈이 없죠.
여기에 늦더위로 인한 겨울이 늦게 찾아오자 사람들이 패딩 같은 겨울 옷을 안 삽니다. 이에 명동 백화점들은 예년보다 1주일 앞서서 겨울 크리스마스 치장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들면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고 내수 경기 침체를 이기기 위해서 겨울 치장인 크리스마스 치장을 11월 초순부터 시작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11월 10일 촬영한 사진입니다.
크리스마스 명소인 명동 롯데백화점
백화점은 화려함의 대명사이고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서 살 수 있어서 한 때 동네에 백화점 1개 있으면 참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판매 루트가 다양해지고 가성비도 좋지 못해서 굳이 백화점에 가지 않습니다. 저 또한 백화점 안 간지 10년 이상 된 것 같네요. 물건 안 산지는 기억도 안 나네요. 그럼에도 명동에 있는 롯데백화점은 시내 면세점과 호텔 등과 연동되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참 많이 찾는 곳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화려한 크리스마스 치장을 하는 곳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그리고 롯데백화점 본점인 소공동점과 신세계 본점인 명동점이 가장 화려합니다. 본점이라서 가장 돈을 많이 투입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냅니다.
그래서 매년 이 근처를 지날 때면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아서 소개하곤 합니다. 제가 본 최고의 크리스마스 장식 시기는 2010년대 초입니다. 한국의 경제가 가장 불타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만 못합니다. 대표적으로 롯데호텔 앞 크리스마스 치장인데 예전만 못합니다. 수억 원이 들어갈 정도로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이제는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대신 롯데백화점 쪽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매년 올리는데 올해는 평범하네요. 2022년 2023년이 정말 화려했는데 올해는 그냥 밍밍하네요.
전체적으로 롯데 백화점 앞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년만 못합니다.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요즘 롯데 그룹 전체가 울상이죠. 모든 사업이 다 적자일 정도로 그룹 전체가 휘청일 정도입니다. 당연히 롯데백화점이 속한 롯데쇼핑도 마이너스입니다.
왕방울만 한 대형 LED 전구를 이용한 치장은 1930년대 미국 황금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절인 벨 에포크 또는 골든에이지에 대한 향수가 지금도 많은가 봅니다.
올해 롯데백화점 본점 크리스마스 장식 콘셉트는 이 골든에이지입니다.
그런데 좀 묘해요. 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영 안 나는데 이유는 저 조형물이 크리스마스와 무슨 상관이 있죠?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 싶네요. 이런 적이 없었는데요.
이런 네온 싸인 디스플레이는 그냥 화려하기만 할 뿐 이게 크리스마스와 상관이 없습니다.
누가 디스플레이 콘셉트를 잡았는지 영 아니네요.
멀리서 보니 보이네요. 원더풀 쇼타임이고 서커스단을 콘셉트로 했네요.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너무 활력만 넘치는 분위기네요.
수십 년 동안 지켜봤는데 올해가 가장 별로네요.
롯데 그룹 자체가 분위기가 안 좋은데 그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요즘 롯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능, 느림 이런 게 많아요.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미지가 일도 없고 남들 다 하니까 뒤늦게 했다가 망하잖아요. 롯데 ON 보세요. 누가 롯데 ON 사용합니까?
그나마 옆에 있는 롯데 영플라자의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장식은 그나마 볼만하네요. 저거 코엑스 앞에도 꽤 있어요. 작은 LED를 박아서 투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신세계 본점의 대형 디스플레이
많은 사람들이 한곳을 바라보고 사진으로 담습니다. 여기는 한국은행 앞입니다.
저 건너편 신세계 백화점 본점 건물의 크리스마스 영상을 보고 있네요.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와벽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가렸습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이런식으로 외벽에 조형물을 달고 수많은 LED로 빛을 냈습니다. 그리고 창문 같은 디스플레이를 박아서 운치가 있었고 분위기가 꽤 좋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전면을 다 디스플레이로 덮었네요.
옆에 이런 공간이 그나마 옛 정취를 담고 있네요.
이번엔 위치를 바꿔 봤습니다. 우체국 본사 건물 앞에 사람이 가득하네요.
여기서 보니 제대로 보이네요.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영상물이 무한 반복 재생이 됩니다. 중간에 명품 광고도 들어가고요.
이런 디스플레이는 코엑스 앞에 있고 이런 것을 하려면 여러 개를 동시에 해야 볼만하죠. 뉴욕 타임스퀘어처럼요. 명동도 몇몇 공간은 타임스퀘어 따라 하려고 하던데 문제는 하다 말다 하다 말다 언제 가면 또 디스플레이가 꺼져 있고 듬성듬성 있으니 뭔가 좀 아쉽더라고요. 물론 취향 차이가 있을 겁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건 자연스럽고 조형물이 주는 포근함이 없어서 아쉽네요. 영화로 치면 모든 것을 CG로 처리한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예년만 못해 보이네요. 그럼에도 서울에서 여기만큼 크리스마스 느끼기 좋은 곳도 없습니다. 근처에 명동 성당도 있으니까요.
지나가실 일 있으면 챙겨 보세요.
2025년은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있고 이제 대기업도 위태로운 시대가 되었네요. 오늘보다 밝은 미래가 있었기에 버티면서 살았는데 2025년은 그런 희망이 잘 보이지 않네요. 그럼에도 이런 크리스마스 빛을 보니 좀 위안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