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개봉한 영화 <탈주>는 중급 규모의 한국 영화로 다행스럽게도 손익분기점인 넘기고 255만 명이라는 꽤 준수한 흥행을 한 영화입니다. 요즘 1천만 영화가 줄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되는 영화는 관객이 많이 들고 중급과 소규모 영화는 거의 다 흥행에 실패해서 우울한 한국 영화 시장에 가뭄의 단비가 내렸습니다.
이 <탈주>와 <파일럿> 2개의 한국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좋은 소식이 들리네요. 다만 80년 중반부터 2023년까지만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서는 여름에 대작 영화들이 최소 5편 이상 보통 10편 이상이 개봉을 했는데 올해는 <데드풀과 울버린> 말고는 이렇다할 블록버스트 영화가 없네요. 특히 한국 영화는 단 1개도 없는 놀라운 여름 영화 시장이었습니다.
북한 탈영병을 소재로 한 영화 <탈주>
영화 <탈주>는 아주 재미있게 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연출한 이종필 감독의 연출작입니다. 이력이 화려한데 카메라 부, 조명 부 등등 여러 영화 스텝을 넘어서 단편 영화 주연 및 다양한 영화에서 단역으로 많이 출연한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재주가 꽤 좋습니다.
여기에 한 영화 시상식에서 구교환 배우에게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면서 손가락 하트를 날린 이제훈이 주연을 했습니다. 드디오 이제훈 구교환 두 배우가 한 영화에 나왔네요. 영화 소재는 북한 탈영병을 다루고 있습니다. 보통 북한 탈영병을 소재로 하면 북한 정권의 폭압을 피해서 목숨 걸고 탈출하는 당위성을 잔뜩 넣습니다. 이유가 있어야 탈출을 하지 심심해서 탈출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 <탈주>는 클리세를 깨기 위해서인지 탈영병 임규남(이제훈 분)이 왜 북한을 탈출하려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담지 않고 임규남의 탈출 계획을 알고 같이 탈출하겠다고 한 감동혁(홍사빈 분)이 한국에 있는 어머니를 보고 싶어서 탈출하고 싶다는 말만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왜 임규남은 목숨 걸고 탈출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화 후반에 그 이유가 나오는데 다소 추상적입니다. 그리고 너무 몽상가 적인 이유라서 이해는 가고 감독의 의도는 알겠는데 너무 거시적인 이유 때문에 몰입이 안 되네요. 그렇다고 재미가 없냐. 아닙니다. 볼만합니다. 그냥 주인공이 무사히 탈영에 성공하느냐 아니냐만 주로 담고 있고 그 모습에 집중하다 보니 말초적인 재미가 가득합니다. 긴장감도 꽤 있고 어떻게 이 난관을 뚫고 나갈까 궁금하기도 하고 탈출 과정의 흥미로움도 좋습니다. 그거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시간을 때우기는 좋은데 그 이상은 없네요.
영화 탈주의 줄거리
10년을 복무하고 전역을 앞둔 임규남(이제훈 분)은 전역해봐야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다는 걸 알기에 탈영을 계획합니다. 그래서 밤마다 점호 후에 탈영을 연습하고 시간 나는 대로 지뢰 위치를 나뭇가지로 표시합니다. 그러나 이 계획을 감동혁 후임병이 보게 되고 같이 탈출을 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탈출을 시도하다가 발각이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 모두 처벌을 받을 것이 예상되었지만 감동혁 병사가 모든 것을 자신이 계획하고 임규남 선임이 이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하죠. 여기에 보위부 고위 장교 리현상(구교환 분)이 내려옵니다.
리현상은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지만 콩쿨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쓰라린 패배감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현상은 임규남을 알아봅니다.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던 운전사가 임규남의 아버지였고 그래서 임규남과 리현상은 형 동생으로 지냈습니다. 친분 관계가 있어서 임규남은 좀 더 좋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지만 임규남은 이 북한이라는 꿈이 없는 세상에서 탈출하고 싶지 여기서 땡보직에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리현상이 파티에 빠져 있을 때 차량을 훔쳐서 감동혁 후임병을 구출해서 탈출을 시도한다는 내용입니다. 내용은 별 거 없죠. 근냥 흔한 탈출 소재 영화입니다. 다만 북한을 배경으로 했을 뿐입니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이 영화는 북한을 배경으로 했지만 반공 영화도 기존의 북한 소재 영화들이 취하는 정치나 흔한 남북한의 휴머니즘을 담은 영화가 아닙니다.
꿈을 꿀 수 있는 자유를 갈망하는 한 청년의 절규를 담은 영화가 <탈주>입니다.
꿈이 사라진 세상을 탈출하고 싶은 임규남
먼저 지적을 좀 하자면 북한 고증 영화가 아닙니다. 타고 다니는 차량이나 전체적으로 실제 북한을 재현한 느낌이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군 군복이나 여러 가지 모습이 좀 과장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 영화가 북한의 엄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시선의 영화가 아닌 그냥 북한을 배경으로 꿈을 꿀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고발을 하는 것이 메시지라서 북한을 배경으로 하지만 북한을 고발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래서 임규남이 왜 탈영을 하는지 이유도 초반에 공개하지도 않고 후반에도 너무 거대한 이유를 말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예상 가능한 장면이고 다소 난감하고 비현실적인 전개가 황당할 수 있지만 초반부터 톤 자체가 사실과 거리가 먼 설정과 이야기라서 이해 가능한 결말이지만 그럼에도 너무 투박한 연출은 아쉽네요. 메시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유의 남한이 좋다는 소리냐고 들릴 수 있지만 이 메시지가 2024년에 할 소리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살고 북한의 폭정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하나 마나 한 반공의 시선을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영화는 반공 vs 자유를 담은 영화는 아니고 오히려 한국의 꿈을 잃은 20,30대의 현 모습을 담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메시지는 올드하네요.
액션은 소박하지만 집중력이 좋고 쪼는 맛이 좋은 영화 <탈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좀 아쉽지만 재미가 좋은 이유는 쪼는 연출을 아주 잘 합니다.
이 영화는 탈영을 빙자한 스릴러로 임규남이 발각되지 않고 어떻게 속이고 탈출을 하는지가 참 궁금합니다. 이 과정을 꽤 잘 담았습니다. 특히 한 중위가 임규남을 의심할 때 임기응변으로 돼 치고 넘기고 속이는 과정은 좋네요. 액션은 많지 않지만 최소한의 장치로 최대치의 액션감을 뽑아냅니다. 논에 있던 구호 문구 간판을 차로 돌파하는 장면이 최대의 액션 장면이라고 할 정도 액션은 소박합니다만 질주 장면은 아주 잘 뽑았습니다.
새벽녘에 달리기 시작해서 해가 뜬 후에도 달리는 이 장면이 주는 청량감은 아주 좋네요. 여기에 라디오 DJ로 배철수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깨알 재미도 좋습니다.
유랑민 집단은 불필요해 보이는 요소이고 이건 너무 나갔다는 생각도 듭니다. 군부독재 정권에서 산적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을까요?
주목하게 만드는 배우 홍사빈
이 배우가 누군가 했습니다. 감동혁 병사를 연기를 한 홍사빈 배우의 연기에 반했습니다. 연기 아주 잘 하네요. 이 배우 앞으로 주목해야만 하는 배우라고 생각할 정도로 눈에 확 들어옵니다. 특히 북한말 연기는 너무 잘하네요. 반면 두 주연 배우인 이제훈과 구교환의 북한 말투는 많이 어색하네요. 영화 톤이 느슨해서 이해하고 넘어가서 그렇지 꽤 거슬리더라고요.
탈주 볼만합니다. 그러나 많은 걸 기대하지는 마세요.
별점 : ★ ★ ★
40자 평 : 탈출의 쪼는 맛은 좋은데 메시지는 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