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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골목이 아름다운 개미마을에 눈이 내렸어요

by 썬도그 2009.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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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개미마을이라고 아세요?
그 골목이 말을 걸다 라는 책을 읽다가  개미마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왕산 산자락에 있는 이 개미마을은
제가 몇달전 인왕산 산행을 했을때  우연히 본 동네인데요. 내려가는 길을 몰라서 그냥 스쳐 지나간 동네더라구요

그곳에  카메라를 메고 가봤습니다.

문화촌 현대아파트 뒤쪽에 있는 동네입니다.

먼저  개미동네를 살짝 소개하면요.  한마디로 말하면 불량주택이 많이 있는 달동네입니다.
60년대 풍경 그대로 박제되어 있는데  산밑에 있다보니 그린벨트에 묶여 개발이 금지된곳입니다. 그래서 대규모 개발을 할수 없는 곳이죠.  그러다 보니  옛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아홉살인생의  배경이 되었던 개미마을.   마을분들이 개미처럼  바지런하다고 해서 개미마을이라고 하는데
최근엔  황금마을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여기서는 개미마을이라고 하겠습니다.





인왕중학교가 건물확장공사를 한창하고 있습니다.  문화촌아파트 뒤쪽으로 가면 보이는데요.  마을버스가 한대만 지나 갈 정도로 길은 좁습니다.



도시가스가 공급이 안되는지 연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혹  사진출사 하는 분들이나 몇몇 기자분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왔다느니, 빈티지마을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순천에 있는 80년대 서울달동네를 세트로 만들어놓은  세트장도  구경거리도 아닙니다.
이곳은  박물관이 아닌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찾아가지만  그곳에 2009년을 살아가는
주민분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이곳을 찾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저도 이런곳에 사는 사람이었다면
카메라 플래쉬 세례가 가히 좋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이 개미마을이  올 봄에 철거된다고 합니다.  그 철거전에 사진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이런 달동네에 살았다가  황급히 이사를 가고난후  추억을 찾으러 갔다가  아파트가 떡하니 서 있어서 황망했습니다.   저의 유년시절 추억이  사진한장 남지 않고 다 사라졌고  지금와서는 기억속의 이미지들로만 달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최대한 숨기고   혼자 촬영을 나갔습니다. 여럿이 몰려다니면 별로 좋게 안보여서요.
개미마을을 검색해보니  주민들의 반응이 각각 다르더군요. 

어떤 분은 뭔 구경났냐며 사진찍지 말라고 하고
어떤 분은  사진 잘찍어서 이곳이 유명해지게 해달라고 했다고 하네요.   사진찍지 말라는  말이 더 가슴에 오래 남아
최대한 카메라를 숨기면서  다녔습니다.


마을은 인왕산 자락에 있어서  긴 골목이 마을 한가운대로 지나갑니다.  차량 두대가 지나가지 못할정도로 좁아서  마을버스같은 덩치큰 놈이 내려오면 한쪽으로 비켜주어야 합니다.



이곳은 올 봄 재개발이 확정되어 사라진다고 합니다.   개미마을은  이주를 원하는 주민 반,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 반으로 나누어서
재개발요구파와 이주요구파가 있다고 하는데요.  서울시에서는  이주는 안되고 재개발만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용산참사때도 봤지만  재개발을 하고 재정착 할려면  주민들이  돈을 더 내야 합니다.
헌집줄께 새집다오라는 두꺼비집이 아닙니다.  돈을 더 적게 내기 위해서는 용적율을 높여야 하는데요. 쉽게 말해서
높이 건물을 올리면  주민분담금이 줄어듭니다. 이곳은 인왕산이 바로 뒤라서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고하여 인기가 좋을듯 한데
지금 서대문구청과 주민드링 옥신각신하고 있나 보더군요. 5층이하로 건물들을 올리느냐 아니면 5층 이상으로 하느냐로요

아무쪼록 잘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주민분담금이 많아지면  이곳에 사시는 분들중에도 떠나야 하는 분들이 많아 질것입니다.



개발 제한 구역이라는 푯말이 이곳 하늘에 공기의 무거움을  표시하는듯 합니다.



이런 동네들은  골목이 참 많고 계단도 참 많습니다. 골목에 계단이 없다면  추억도 잘 쌓이지 않겠죠.




처음에는 계단이 없었겠죠. 집이 생기고 길이 자연스럽게 생기면 그 길에 시멘트로 계단을 만듭니다.



몇년전에  길냥이만 찍는  블로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 아마 이곳 개미마을을 찍은듯 해요.
이 개미마을에는 고양이가 무척 많습니다.  고양이 발자국과 사람발자국이 같이 있네요.  개들도 참 많구요.




눈이 내린 개미마을 이곳을 잘만 활용하면  80년대 풍경을 담은 박물관으로 만들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이곳 주민분들은 올 봄 철거되면 다 떠나셨다가 개발이 끝난후 들어 오실텐데요.  독일의 어느 지역에서는
폐철광소를  공원화 시켜서 미술, 스포츠, 음악을 즐길수 있게  탈바꿈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아이디어는 공무원들에게는 나오기 힘들듯 하네요.  뭐 제 아이디어도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부스고 다시 쌓는것이  정답이라는 행정은 좀 재고해 봐야 할것 입니다.


낮은 뒷동산이 보입니다.



이런 마을이 좋은것은  정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파트들을 가보면   어떤 아파트를 가로 질러가야 다른 곳으로 가는 지름길인데
사람들이 많이 왕래한다고 뒷문을 걸어잠근  아파트들이 많아요.  우리아파트 지나서 다니지 말라는 괴씸한 심보들이 많은데요

이런 마을은 윗집,아랫집,옆집등 사통팔달로 골목이 뻗어 있습니다.


길냥이 두마리가 처마밑에서 얼마 안남은 햇볕에 목을 녹이나 봅니다. 시간이 오후늦은 시간이라서  해가 산을 넘어가 버렸어요
산이 있는 마을은 해가 일찍 떨어지거든요.


전원마을로 탈바꿈한다고 하는데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개발이 끝난후 다시 찾아가 보고 싶네요.



마을버스는 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갑니다.


공중화장실도 있네요.  마을버스기사님이 자주 이용하시겠는데요. 날이 추워 손좀  녹이느라 저도 애용(?)했습니다.


마을버스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곳을 지나 가보니 빈집들이 많이 있더군요.  이곳 주민들 대부분이 벌써 이사를 갔다고 하더군요.
산꼭대기쪽  집들은 빈집들 입니다.


몇달전 인왕산 산행에서 하산하면서 본 삼나무인데요 (삼나무 맞나?)  삼나무의 곧은 모습에 워!!! 라고 느낌이 확 오더군요
이 개미마을 뒷편에 이 삼나무는  하나의 자연이 만든 병풍같았습니다.


찬바람이 휑하니 불고  태양이 구름뒤에서 나오더군요.



혹시 개미마을에서 사셨던 분이나 사시는 분들에게  이 사진들이  추억으로 이끄는 나침반이 되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개발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대한 상처없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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