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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미술작품

대학로에서 똥개 1025마리를 봤어요

by 썬도그 2008.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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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들렸다가 똥개 1025마를 봤습니다. 그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인 모습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쯤에서  커밍아웃좀  해야겠네요. 진짜 똥개는 아니구요.  조각으로 박제된  똥개예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윤석남씨의 1025: 사람과 사람사이 전이 대학로에서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멍하니 올려다 보다가  윤석남이란 이름이 확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강아지들

얼마전 읽은  아나운서 김지은씨가 예술가들을 찾아가 그들의 방을 소개받는 책인 예술가의 방에서  윤석남씨가 소개 되더군요.그 책을 읽기전에 조각가 윤석남씨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 수많은 예술가가 소개되었지만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분은 바로 윤석남씨였습니다.
70세의 나이에 열정적인 활동을 하는 모습은  거미작가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가 연상되더군요.  둘다 늦깍이로 시작한 미술이었구요.  이 윤석남씨와 아나운서 김지은씨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저도 그 수다에 껴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윤석남작가분의 후덕한 입담이 마치 우리 어머니 시골의 할머니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미술작가라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윤석남작가는 40세의 나이에 미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전에는 전업주부였죠.  만주에서 태어나 어렵게 살던 시절 이야기를
책에서 듣고 있자니  짠~ 하더군요.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가 되었습니다.   윤석남작가의 작품을 보고  장바구니를 들어야만 어울리는 아줌마관객들이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에서는 저도 눈물이 핑 돌더군요.
역시  같은 경험은 쉽게 공명이 되나 봅니다.  윤석남작가의 작품은 어렵지가 않습니다. 아주 쉬워요 그래서  장바구니 든 아줌마들이 눈물을 흘릴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입장료는 2천원인데 돈을 지불하니 입장료와  볼펜이 쑥 나오더군요. 뭔가요 했더니 뒤에 체크좀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나이등을 묻더군요.

전시회는 지하와 2층에 전시되었습니다. 지하층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사진에 담지 못했습니다. 지하층을 설명하자면
바닥에는 흙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큰 길이 있는듯 없는듯 하면서  그냥 개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면 되더군요. 

이리저리 개들을 지나다니다가 나왔습니다.


자 2층입니다. 본격적인 작품설명을 해볼께요.  2층은  사진촬영해도 되더군요.   먼저 작가 윤석남씨가  1025마의 개를  조각한
이유를 설명해 드리죠

2003년 한 TV프로그램에서 한 할머니가 애신의 집을 만들어서 버려진  유기견 1025마리를 키우는것을 윤석남작가가 보게 됩니다.사람들이  쓸모없다고 키우던 개를 버리는 모습과  그 버려진 강아지를 생명이 깃든 소우주라고 키우는  애신의집 할머니 윤작가님은 그 애신의 집에 가서 그 유기견들을  스케치합니다.애신동산 봉사단(구.애신의 집) 이란 카페도 있네요

스케치한  유기견들을  가지고 와  인도네시아산 나무에 조각을 합니다.  조각은 완전3D가 아닌 깍다만 조각처럼  형태만 있습니다. 전면부만 뭉뚱하게 깍아냈죠. 저는  처음에  왜 깍다 만것들 같이 보이나 했습니다. 그런데 윤석남작가분의 다른 작품들을
보니 고개가 주억거려지네요

최근작 보트피플을 보니  이게  윤석남작가의 스타일이더군요.  70세의 고령이라서  조각의 어려움이 있을때 남동생이 전기톱으로
유기견들을 다듬어 준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1025마리를 다 깍는 열정에 놀랍기만 합니다.  1025마리 스케치하는것 만으로도 대단하죠.  윤석남작가는 강아지들을  하나하나 그려가고 깍아내면서   한마리 한마리 완성할때마다  자~~ 이제 쉬렴 이라고 개들과 말을 했다고 합니다.   윤작가는  개들의 고통과 슬픔보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욕망만이 남아 있는것 같아 미안해 하면서
전시회가 시작될때  개들을 위한 진오귀굿을 펼쳤습니다.

마음씀씀이가 참 후덕과  인자한 할머니스럽습니다.


한쪽은 거울로 만들어서  거울효과로 개판(?)이 되어버린듯 하네요.  나무로 깍아 놓아도 저렇게 귀여운 강아지들을
왜 사람들은 버릴까요?  제가 포스트 제목에 똥개라고 했죠.  유기견들은 다 똥개에요.  우린 똥개를 함부로 대하죠. 애완견파는 곳에서 비싼돈 주고 사온 개를  키우기 귀찮다고 여러가지 이유로 길거리에 버리면   아무리 혈통이 우수하다고 해도 그때부터
똥개가 되는게 한국에서의  사는 개들의 운명입니다.

똥개는 때론 보신탕집으로 때로는 안락사시키는 곳으로 때로는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될것입니다.  책임지지도 못할 생명들을 왜
키우는지 모르겠어요. 돈 30만원 주면 생명하나 사올수 있는 가벼운 모습에서  시작되어서 그럴까요.





한쪽에는 윤석남의 방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이 의자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윤석남 작가는 스스로 어머니이자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특별한 작가로 알고 있는데  아마 한국의 모든 어머니들의 의자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앉고 싶어도  튀어나온 가시때문에 편히 앉지도 못하는 모습




작가가 쓴 책들이 보이네요.  나중에 기회되면 한권 읽어 봐야 겠습니다.


윤석남작가의 그동안의 작품들이 슬라이드로 보여지더군요. 저거 다 봤습니다.  이 윤석남작나님 팬이 되어버렸네요.


윤석남작가분이 스던 의자같은데  의자 빼곡히 글이 써져있습니다.


한국은 참 특이한 문화가 있어요. 애견문화와 보신문화  이 두개의 문화가 개에 대한 극과극의 문화인데 그래도 큰 사고없이
그냥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애견을 키우는 사람도 보신탕을 먹을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한국인들이 개를 바라보는 평균점이
아닐까 합니다.  

강아지도 애견따로   보신견따로라고 생각하고들 있죠.  중국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식용바퀴벌레가 따로 있다고 말하듯이요.
하지만  보신탕집 주인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애견이건  보신견인건  둘다 똥개죠 덩치가 좀 큰 애견들은  보신탕집에서 잘 사간다고 하더군요.  다만 우린 그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것은 아닐까요?

더 길게 보신문화에 써봐야 논쟁만 일어나니 이쯤에서 접을께요.
이것만 마지막으로 말하구요.  개 키울려거든 죽을때까지 책임좀 지십시요.
전시회는 11월 초 까지 하니 대학로 가시거든 가볍게 들려 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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