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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추억을 길어올리는 우물

파프리카를 죽이다.

by 썬도그 2008.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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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쯤에 시흥사거리에 갔다가  길거리에서 화초를 파는 할머니에게서 서양고추라는것을 샀습니다.
서양고추?  뭔가 했습니다. 할머니는  피망이라고 하시더군요. 이놈은 노란놈, 이놈은 빨간놈, 이놈은 녹색이라고 하시면서 권하시더군요.  다 똑같이 생겼는데  할머니는 척척 알아 내십니다. 노란놈 하나 달라고 했습니다.

가격도 착하더군요. 하나에 700원  집에 와서 화분에 심었습니다.  예전에 사두웠던 상추씨도 심어봤습니다.
무엇가를 키우고 가꾼다는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껴 보고 싶었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꿈도 덤으로 꾸게 되구요.  상추는 좀 키우다가 너무 많이 씨를 뿌렸는지 태양빛이 별로 없어서인지(아파트 베란다이다 보니) 웃자라게 되더니  자기들끼리 머리끄댕이 잡고 난리 부르스를 추더군요. 솎아줘야 할것 같은데  과감하게 메스를 대기가
힘들었습니다.  거침없이 솎아줘야 되는데 내가 솎아줌으로써 생명이 죽는다는  생각이들더니 소심해져
버리더군요. 그래서 방임했습니다. 결국은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다가 다 죽었습니다. ㅠ.ㅠ

그러나  내가 사온 파프리카는 독방에 홀로 커서 그런지 쑥쑥 잘 자라더군요. 지난 여름엔 하얀 고추꽃도 피우고
새순도 많이 자랐습니다.  그러나 아래 오래된 잎들은 축축 늘어지고 위에 새로 난 잎들만 팔팔하더군요

그리고 몇일정도 신경을 못썼습니다. 어느날 베란다에 나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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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들어서 회복불능이 되었네요.  너무 작은 화분때문이기도 하고  관리를 안한 내 부덕의 소산이지요.
노란색 열매가  더 안타깝게 하네요.


허망하더군요.  미물이지만 이 놈과 함께한 지난 3개월정도가 즐거웠습니다. 생명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안되겠지만 700원에 추억은 1만원어치 이상을 받은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식으로 대충 관리해서는  상처만 받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종로 4가에 다시 나가봐야겠습니다. 이번엔 좀 좋은걸로 사서  가게 주인에게 키우는 방법을 꼭 알아둬야
겠습니다 명함도 좀 받아서  수시로 이상증상이 있으면 주치의좀 해 달라고 해야겠어요.
인터넷에서는 작물 키우는법이 많이 없더라구요.   한편으로는  식물은 땅에 살아야지 베란다에서 살게
하는게 자연의 섭리가 아닌것 같아 보이기도 하구요.  약간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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