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은 참 좋은 전시회를 많이 합니다만 관장이 바뀌면 전시회의 결들이 확확 바뀌는 전형적인 행정 기관이 운영하는 미술관의 한계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이름을 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도 이분이 누군지 지금 검색해서 알았습니다. 최은주 관장이시네요.
누군지 관심도 없습니다. 다만 요즘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보면 갸우뚱거리게 하는 전시회가 좀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전시회와 좀 결이 다른 전시회를 하기에 신선한 시도인 동시에 미술관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전시회가 지난봄 4월 25일부터 여름의 중심인 7월 21일까지 개최됩니다.
미술관에서 건축 전시회?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전시회
건축가의 전시를 미술관에서 하는 것이 어색한 건 아닙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유명 건축가의 전시회를 하고 다양한 미술관에서 건축가의 전시를 하니까요. 그러나 흔한 건 아닙니다. 미술 좋아하는 사람이 건축 전시회를 못 볼 건은 아니고 둘 다 시각적인 매체를 이용한다는 점이 동일합니다만 따지고 보면 미술이나 예술전시회는 아니기에 스킵하기 좋습니다.
반대로 건축학도들에게는 필수 관람 코스가 되겠네요. 우연히 지나가다가 무슨 전시회가 있는지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들어가 봤는데 '노먼 포스터' 전시회라고 하기에 들어가 보니 건축가와 건축가 집단의 전시회네요.
실제로 현장에는 노트에 필기를 하는 학생들이 참 많았는데 아마도 건축학과 학생들이 아닐까 하네요. 도슨트는 무려 1시간 30분이나 하는 정말 꼼꼼하게 설명하더라고요.
전시회 명은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입니다. 미래긍정은 아마도 건축의 미래까지 찾아보고 지속가능한 건축을 찾으려는 메시지 같고 파트너스는 이 '노먼 포스터'가 건축가 그룹을 말합니다. '노먼 포스터'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가장 유명한 건축물들이 참 많습니다. 이 중에서 최근에 가장 핫한 건물이었던 애플 사옥인 '애플 파크'도 '노먼 포스터 건축 사무실'의 작품입니다.
'노먼 포스터는 1935년 태생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5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중 이번 전시회에는 50개의 프로젝트가 소개됩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유
전시회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유', '현재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과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술', '공공을 위한 장소 만들기', '미래건축'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레드 올센을 위한 숲 속 파빌리온' 건축모형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유를 담은 모형입니다. 건축 전시회이다 보니 미니어처가 대부분입니다. 선박회사 '프레드 올센'을 위해서 만든 본사입니다. 친환경과 에너지 절약을 위한 건축물입니다.
1971년 미래학자인 '벅민스터 풀러'와 함꼐 구상한 기후 사무소입니다. 실존하는 건물은 아니고 구상만 했습니다. 보면 돔 형태로 지어진 건물인데 채광은 오지게 좋을 듯하네요. 태양광, 풍력 등의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해서 돌아가는 건물입니다. 이때부터 지속 가성성에 대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노먼 포스터'는 50년 전인 1970년대부터 자연과 함께 숨실 수 있는 생태 건축에 대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유명한 건축물이 참 많았으나 사진과 동영상 자료가 없어서 아쉬웠던
관광 자원은 자연이 만든 관광 자원도 있지만 인간이 만든 관광 자원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건축물이죠. 유럽은 선조들이 만든 조각, 예술, 건축으로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갑니다. 옛 건물만 멋진 건 아니고 근대 현대 건축물도 예쁜 건물이 많죠.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체에 '노먼 포스터 건축사무소'에서 만든 수많은 랜드마크 건물들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뮤지엄 산' 같은 '안도 타다오' 건물이 한국 관광 명소 100선에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건물과 건축물들은 관광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전시공간 전체에 미니어처만 가득해서 유명한 건물임에도 설명이나 안내를 받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뻔한 건물도 많네요. 옆에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했으면 좋은데 이게 안 보입니다.
이 건물은 '지혜의 집'으로 아랍에미리트의 샤르자라는 도시에 있는 도서관입니다.
많은 미니어처 건물들이 사이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건물이 있었습니다.
모형으로 봐도 놀라운 애플 파크
애플 파크는 애플 제품만큼 혁신적입니다. 둥근 원 형태로 된 사옥에서 수많은 애플 직원들이 근무를 하죠.
이전의 애플 사옥은 녹지 비율이 20%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이 그렇죠. 대부분의 건물들이 녹지가 20% 내외이고 이것도 참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녹지가 있어야 숨을 쉬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애플 신사옥인 '애플 파크'는 녹지 비율이 무려 80%입니다. 가운데 둥근 정원을 만들었고 한가운데는 무지개가 떠 있네요. 이 지름이 6km 정도입니다. 산책로가 무려 6km나 됩니다. 지붕은 태양광 패널로 둘렀습니다. 건물은 100% 신재생 에너지로 돌아갑니다.
태양패널에는 공기 순환이 가능한 통풍구가 있습니다. 환기와 통풍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8개의 건물이 모여 있는 형태고 한쪽에는 레스토랑 건물이 있습니다. 레스토랑 전면 파사드는 개폐가 가능합니다.
세로 15미터, 가로 55미터의 세계 최대의 유리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힙니다. 레스토랑은 4층 높이라서 개방감도 좋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가득 집어넣었고 친환경을 우선시 한 건물입니다.
이외에도 미국 항공 박물관이나 홍콩 상하이 은행과 블룸버그 건물 등등 최첨단 랜드마크 건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장을 끝 무렵에는 이런 빔프로젝터로 만든 독특한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는 미래 건축입니다. 우리 인류는 언젠가는 다른 행성에서 살아갈 겁니다. 근미래에는 전국에 드론 착륙장이 생기겠죠.
이 미래에 우리가 어떤 건축물에서 살아갈지도 보여주네요. 우주 기지도 보입니다.
건축은 우리의 갑옷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위와 추위와 온갖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죠. 우주에서는 생존 도구가 되겠네요.
건축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분들은 추천하기 어려운 전시회입니다. 디자인과 건축 이런 시각 매체에 관심 있는 분들은 좋은 전시회이지만 그럼에도 건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점이 이 전시회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다만 아무것도 몰라도 도슨트 시간에 맞춰서 가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모형만 가득해서 시각 정보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이 전시회의 가장 아쉬운 점이네요.
전시는 2024년 7월 2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