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스크린 안에 존재하지만 그 스크린 안의 세상을 담기 위해서 실제 공간을 담습니다. 그래서 많은 영화들은 촬영 장소를 배출하고 우리는 그 촬영 장소를 찾아가서 영화의 감흥을 되새김합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가슴 아픈 첫사랑을 담은 영화입니다. 12살에 해어진 해성과 나영이 36살이 되어서 24년 만에 재회를 합니다. 초등학교 동창이자 단짝 친구라서 다시 만나면서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러나 나영은 노라로 개명하고 결혼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대충의 줄거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왜 유부녀를 만나러 미국에 가냐고 하는 소리도 많죠.
그러나 세상엔 불륜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두 사람은 반가운 친구라서 만나고 만나고 보니 그 10대 시절 자신의 감정도 제대로 모르고 알아도 표현하지 못한 어리숙한 시절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서로 그때의 감정이 사랑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죠.
이런 인연을 잘 알기에 노라의 남편도 허락을 합니다. 인연이라는 단어에는 행복, 불행이 없고 그냥 인연입니다.
인연에 대한 감정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영화를 보고 난 후 해성과 나영이 헤어진 저 골목은 어디일까? 살펴봤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 촬영장소들
먼저 서울의 풍경을 담을 때 보여주는 이 장면은 서울 대학로 뒤편 이화마을 근처의 낙산공원 너머에서 촬영했습니다.
사진 하단에 보면 단풍이 든 나무들이 보이고 오른쪽에 성곽이 보이는데 이 성곽이 한양 성곽길입니다. 낙산공원 너머에 있는 장수 마을에서 촬영한 장면이네요. 사진 속에서 보이는 산은 북한산입니다.
해성과 나영이 헤어지던 골목길이 있는 금남 시장 근처
그리고 해성과 나영이 유년 시절 집으로 갈 때 헤어지던 그 계단이 있는 골목을 찾으러 갔습니다.
위치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남시장 뒤편 골목일입니다. 전철역은 3호선 금호역에서 내려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옵니다.
금호역 1번 출구가 금남시장 방면입니다. 이런 굴다리를 지나면
도로가 나옵니다. 한국은 산이 참 많죠. 서울도 산이 참 많고 언덕길이 넘쳐납니다. 평지가 거의 없다 보니 산기슭에 세운 주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연교차가 50도나 되다 보니 재건축, 재개발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재개발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있나 봅니다. 금호동도 SH공사가 어쩌고 하는 걸 보니 재개발 이슈가 크네요.
재개발을 통해서 헌집을 새집으로 무상으로 교체해 주면 아무 소리 안 하겠지만 추가 분담금이 3억 이상 이러니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은 강제로 경기도 교외로 이주하거나 전세로 살아야 하는 문제가 있네요.
좁은 도로를 따라서 지나가다 보니 여기는 제가 처음 온 동네네요. 근처에 개나리 명소 응봉산이 있어서 사진 출사하러 근처는 와봤지만 여기는 처음이네요.
아파트와 주택이 혼재하고 있는데 아파트가 위에서 내려다 보는 형세네요.
반대편도 마찬가지고요. 여기는 최근에 지어졌나 봅니다.
로터리도 있네요. 이 로터리를 끼고 왼쪽으로 틀어서
대한부동산 끼고 오른쪽으로 가면 금남 시장이 나옵니다.
협소주택이 눈길을 끄네요. 위로 잘 올렷네요. 저 뒤에 작은 사찰도 있네요.
여기가 금남시장 골목입니다.
1949 금남시장. 1949년이면 6.25 전쟁 직전에 만들어진 시장이네요. 역사적으로 엄청 오래되었습니다.
금남 시장 1번 뒤편에 여러 골목이 있는데 금남 미니 슈퍼 오른쪽 골목길입니다. 처음에는 왼쪽 골목길 갔다가 막혀 있어서 돌아 나왔네요. 파란색으로 보수 공사한 골목입니다.
한 3분 걸어 올라가면 여기가 나옵니다.
주소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3가 572-2입니다. 다음 로드뷰에도 안 나옵니다. 여기는 차가 못 올라가서 로드뷰에 없습니다.
영화에서 해성은 왼쪽 길로, 나영은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집 주소가 있는데 동안구 평촌동이라고 적혀 있네요. 안양시 주소가 적혀 있네요. 아마도 배경을 안양 초등학교에서 함께 보냈던 설정으로 했나 봅니다. 그래서 안양에서 가까운 현대미술관 과천관 앞 조각 공원에서 두 부모님들이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해성이 지나간 골목을 따라가 보니
아주 좁은 골목길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계단길과 해성이 올라간 길은 위의 길에서 다시 만납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여기서 보니 서울은 정말 아파트가 많네요.
여기도 보니 여기저기에 재개발 플래카드가 있네요 몇몇 건설사들은 새해 인사 플랫카드도 달려 있고요.
노후 주택이 많아서 재개발을 해야하긴 하는데 추가 분담금이 걱정이네요. 부동산 상승기는 추가 분담금이 줄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에 고금리에는 추가 분담금이 엄청 나올 듯한데요. 산기슭에 지어진 동네가 많은 서울이라서 필연적으로 골목을 많이 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점점 이런 골목들이 사라지고 있네요.
<패스트 라이브즈>는 골목의 기억을 품고 있는 흔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같이 자라고 성장하면서 두 친구가 느끼는 인연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아주 세심하고 섬세하게 잘 담은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이 촬영지를 보고 개나리가 필 예정인 응봉산에서 개나리 보고 건너편 서울숲과 성수동에서 마무리하면 깔끔한 반나절 여행이 될 것입니다. 많이 걸어야 하지만 걷기 좋은 날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제 가보니 이제 산수유가 좀 피고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