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배터리 전시회를 2022년 처음 가봤습니다. 배터리 산업에 큰 관심이 없었다가 전기차 붐을 타고 꽤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전해질이니 양극재, 음극재도 배우고 전고체 배터리까지 유튜브와 책을 통해서 정보를 얻은 후에 2022년 처음 찾아가 봤습니다.
역시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고 보니 인터배터리에서 직접 목격한 배터리 기술과 다양한 정보를 직원들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도 꽤 볼만했죠. 한국의 배터리 3사가 모두 전고체 배터리를 들고 나왔으니까요. 그러나 2024년 인터배터리 전시회는 2023년 전시회의 재탕 수준이네요. 따라서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024 인터배터리 전시회
2024년 3월 6일부터 오늘 8일까지 강남 코엑스 C, D홀에서는 인터배터리 2024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1층에는 EV 트렌드코리아 2024가 진행되고 있으니 전기차 산업에 관심 많은 분들은 한 번 보실만합니다. 다만 작년에 봤던 분들은 2023년과 2024가 큰 차이가 없고 색다른 기술을 보기는 어려워서 실망할 수 있습니다.
테크 마니아인 저에게는 특별히 새로운 기술을 볼 수 없고 작년에 나왔던 기술 그대로 재탕하는 느낌이라서 꽤 실망했습니다. 다만 저 같이 새로운 기술을 추종하는 사람 말고 전체적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둘러보고 싶은 분들 올해 처음 보는 분들이라면 볼만합니다. 관련 회사 직원들은 알아서 보시겠지만요
활기는 엄청났습니다. 2023년보다 더 활력 넘치네요. 가는 곳마다 사람이 가득 가득 했습니다.
한국의 배터리 3사 부스
한국의 배터리 3사의 부스부터 들렸습니다. 먼저 SK ON입니다. 여기는 LG 에너지솔류션 직원 빼냈다가 소송까지 갔던 회사죠. 그래서 LG 에너지 솔류션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잘 만듭니다. 물론 3사가 모두 각형, 원통형 다 만들지만 주력은 다릅니다. SK ON은 파우치형입니다.
미국에 3사가 대형 배터리 공장 만든다 어쩐다 하는데 BYD과 CATL이라는 세계 1위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고 관세 25%를 뛰어 넘기 위해서 미국 진출을 준비한다고 하죠. 경쟁이 더 심해지 듯합니다.
배터리는 자동차 배터리만 있는 건 아니고 ESS라는 태양광, 풍력 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는 거대한 배터리 저장고인 ESS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수소 생태계로 가면 수소가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역할을 하겠지만 아직 발전 효율이나 기술적인 도약을 더 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ESS라는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바람이 안 불거나 밤에는 이 ESS에 저장된 전기를 꺼내서 쓰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ESS는 국내와 특히 미국에서 수요가 많습니다. 모르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미 미국은 전기 생산량의 50% 이상을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ESS의 문제점은 열폭주로 인한 화재 사고입니다. 실제로 화재 사고가 너무 빈번하게 나자 국가에서 조사를 하기도 했고 엄격한 규격을 만들고 있습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도 ESS는 아니지만 UPS 배터리 화재가 원인이 되었죠.
이에 SK ON은 위 사진처럼 ESS 모듈 사이에 특수한 칸막이를 넣어서 배터리의 열폭주가 다른 배터리에 전이되는 걸 막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잘 안 보이네요. 없는 건 아닌데 뭔가 확 끌어당기는 기술이 안 보였습니다. 참고로 SK ON 배터리는 현기차에 많이 들어갑니다. EV9도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에도 SK ON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LG 엔솔도 참 그렇죠. LG화학에서 분리될 때 주주들 뒤통수 야무지게 친 회사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주주들 뒤통수 치는데는 일가견들이 있어요. 이러니 다들 미국 주식하려고 하죠.
LG 에너지 솔류션도 작년과 동일한 기술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딱히 볼만한 건 없더라고요. 사람만 북적이고요.
그나마 볼만했던 건 전기 트럭 모듈입니다. 요즘 승용차를 지나서 트럭 시장에도 전기차가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 시장을 노린 배터리 모듈이네요.
대형 디스플레이와 AR로 배터리를 보는 걸 시연하고 있는데 구차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네요.
삼성 SDI는 BMW와 협력을 하고 있죠. 배터리 3사 중에 배터리 공급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적은 편이에요.
마찬가지로 특별히 새로운 것들은 없었습니다.
ESS가 인터배터리 혁신상을 받았다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배터리 모듈 사이에 소화액을 넣어서 열폭주가 일어나면 온도를 강제로 내려서 열폭주를 막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시연 장면이 있나 물어보니 그런 건 없다고 해요. 아마 기밀 사항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나 이것도 작년에 봤던 겁니다.
볼보 전기 트럭에 삼성 SDI의 각형 배터리가 들어가죠. 삼성 SDI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이 가장 좋은 회사로 가장 먼저 상용화할 것 같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폭발 위험이 없어서 미래의 배터리라고 하죠. 저게 나오면 또 한 번의 혁신이 일어나겠네요.
배터리 원재료 공급처들
배터리에는 양극재, 음극재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양극재, 음극재 재료로 다양한 금속이 들어갑니다. 그 재료를 만드는 회사들의 주가가 엄청나게 떴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에코프로비엠입니다. 그리고 포스코도 해외 리튬 광산 개발 등을 하면서 배터리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박 기술 등등 원재료 업체들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방문객은 많은데 재미는 없네요.
왜 작년의 재탕일까 하고 배터리 3사 주가를 봤더니 고점에서 무려 30% 이하로 내려와 있네요. 고금리 시대라고 해도 2021년이 배터리 광풍으로 인한 주가에 거품이 많았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네요.
그럼 배터리 산업의 미래가 어둡냐 그건 또 아닙니다. 다만 죽음의 계곡을 넘는 과정을 거친 후에 탄탄해진 미래가 보이지 지금처럼 배터리 광풍은 좀 더 거품이 꺼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