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드라마 맛집이지 영화 맛집이 아님을 지난 2년 간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2011년 소설 <로기완을 만나다>라는 원작 자체가 유명하지 않은 소설인데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자체가 영화 <로기완>의 첫 번째 패착입니다. 물론 전 소설을 안 읽어 봤습니다만 탈북자가 유럽에서 겪는 고생담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물어보면 많지 않습니다.
원작의 방향을 로맨스트로 틀어서 꼬라박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탈북자를 소재로 한 영화 자체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그런 소재는 유럽이 아닌 한국이어야 쉽게 여러 갈등과 괴리를 담아낼 수 있는데 굳이 유럽까지 갔는데 거기서 또 한국 여자를 만단다는 설정은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원작에서는 필리핀 여자를 만나는 설정이고 연인 사이도 아니라는데 각색을 로맨스 반향으로 틀었는데 이게 좋은 결정으로 느껴지지 않네요.
송중기라는 유명한 배우가 요즘 이런 어두운 소재의 영화에 많이 출연하는 것 자체는 좋게 보고 있습니다. 필모그래피에 큰 도움이 되죠. 다만 작품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화란>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이 <로기완>은 잘못된 선택 같네요. 그냥 다 떠나서 소재 자체가 매혹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보면서 탈북자의 망명 매뉴얼을 담은 영화인가 할 정도로 영화 속 이야기가 구구절절하지만 그게 마음까지 와닿지는 않습니다.
송중기가 연기하는 로기완의 서러움과 현실의 어둠이 보는 사람의 가슴에 와닿게 해야 하는데 전혀 와닿지가 않네요. 그냥 개인의 고생담 정말 처절한 고생담을 보면서 굳이 탈북자가 유럽에서 망명하는 과정의 고생을 내가 봐야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한국에서 수 많은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제작비도 더 싸고 더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여기에 원작에도 없는 러브 스토리를 넣었는데 이게 뜬금 없어 보입니다. 로기완의 지갑을 훔쳤다가 그 인연으로 마리와 로기완이 연인이 되는데 그 과정이 참 뜬금없고 질척 저리네요. 아니 최성은 같은 좋은 배우가 왜 이런 영화에 출연을 결심했는지 모르겠네요. 전혀 좋은 시나리오가 아닌 뭔 소리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시나리오에 출연을 했다는 게 안타깝네요.
로기완의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로기완은 탈북 후에 중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탈북자 단속을 피해서 달아나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여기서부터 느낌이 안 좋았습니다. 요즘 어떤 드라마와 영화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설정을 합니까? 그렇게 로기완은 도망치다가 어머니 시신을 판 돈을 들고 벨기에로 망명 신청하러 갑니다.
벨기에에 망명 신청을 하지만 신청 받고 재판까지 몇 개월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무일푼으로 온 로기완, 어머니 시신을 병원에 판 돈은 절대로 쓸 수 없기에 화장실에서 자고 공병을 팔아서 죽지 못해 겨우 견디면서 삽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망명 신청을 해도 재판까지 꽤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 동안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뭔 이야기를 이렇게 1시간 동안 하나 했네요.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불량배들을 만나서 추운 날씨에 물에 빠진 로기완은 빨래방에서 쓰러집니다. 이때 마리가 로기완 지갑을 겟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인연을 맺게 됩니다. 마리는 지하 조직의 사격 선수로 고용되었나 봅니다. 빚이 있는지 포주 같은 인간에게 잡혀 삽니다.
마리는 아버지가 있지만 어머니의 안락사에 아버지가 동의해서 마리는 집을 뛰쳐 나갑니다. 그런 마리를 아버지는 애처롭게만 바라보고 집으로 오라고 하지만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생각에 마리는 막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탈북자 로기완이 너무 불쌍해서 로기완을 은근히 돕다가 대놓고 돕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인연을 맺습니다.
로기완을 돕는 또 한사람이 있는데 마리의 아버지가 소개한 축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조선족 선주(이상희 분)입니다. 그렇게 로기완은 벨기에에서 정착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습니다. 그러나 마리가 자꾸 마약을 하고 불법 사격 도박에서 플레이어로 활동합니다. 이후 내용은 그냥 그렇습니다. 결말도 진행도 참 지루하고 졸립니다. 영화가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핵심이 없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적으로 좋습니다. 마리의 최성은 특히 조선족 선주 역을 한 이상희 배우는 정말 이 영화에서 빛나는 연기를 합니다. 이 배우 없었다면 더 큰일 날뻔 했네요. 그리고 로기완을 연기한 송중기는 참 연기가 맛나지 않네요. 돌아보니 제가 송중기가 연기를 한 드라마를 <재벌집 막내아들> 말고 진득학 본 게 하나도 없네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연기가 어색한 장면들이 많네요. 먼저 북한 사람 말투라고 느껴 지지지가 않을 때가 꽤 있습니다. 또한 눈빛 연기도 별로고요.
연기가 딱 맞아 떨어지지가 않네요. 사실 탈북자가 저렇게 죽을 고생을 함에도 건강해 보이는 자체가 무리 같아 보이기도 하고 송중기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와 탈북자 자체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왜 이런 영화에 주연을 하겠다고 했을까요? 그럼에도 송중기보다 더 큰 문제는 감독님에게 있습니다.
연출을 통해서 강력한 매시지를 끄집어내거나 공감대를 끄집어야 내야 하는데 모든 에피소드나 설정이 너무 지루합니다. 벨기에 지하에서 불법 사격 도박을 하는 것이 흔한지 모르겠지만 사격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스릴이 있는 것도 아니고 0점을 쏴도 아몰랑 하고 도망쳐도 되는 건지 액션도 참 못 담고 여러모로 연출의 심각한 문제가 많이 보이네요.
차라리 탈북자들의 고생을 가득 담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정이나 인간성을 담거나 해야 하는데 연인을 배치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이고 그마저도 두 연인이 어머니를 잃은 것을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도 잘 안 보이네요. 그냥 다 뜬금없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기대도 안 했지만 넷플릭스 제작 한국 영화 중에 가장 낮은 재미를 제공하네요.
넷플릭스는 영화 제작 담당 고위 임원을 최근에 물갈이 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나올 영화는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이런 재미없는 영화들만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독전 2> 못지않게 재미없는 영화 <로기완>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소재, 주연 연기, 연출, 시나리오 모두 낙제점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