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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안전망 없는 한국 사회를 담은 영화 고속도로 가족 그러나 아쉬움도 크다

by 썬도그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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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속도로 가족>은 좋은 영화라는 말은 들었지만 선뜻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작은 영화 같긴 한데 주연 배우들을 보면 저예산 영화라고 하기엔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까지 꽤 잘 알려진 배우들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예고편을 보면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흥행 성적도 좋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었고 현재 영화 부문 2위를 차지하고 있네요. 

 

사실 이 넷플릭스 영화 차트라는 건 평가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시청 시간으로 기반으로 하기에 자극적이거나 오래 보게 만드는 걸 넣으면 쉽게 1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혹평이 난무하는 영화 <차박>이 1위를 하죠. 그럼에도 2위까지 한 것은 사람들이 오래 보게 한 뭔가가 있을 것 같아서 봤습니다. 

 

왜 이 가족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구걸을 할까? 고속도로 가족을 길게 보게 하는 호기심

기우(정일우 분)와 아내 지숙(김슬기 분)은 10살 딸 은이(서이수 분)와 동생 택(박다온 분)과 함께 텐트 가방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 다닙니다. 그리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정착을 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많은 사람들이 잠시 들리는 곳이지만 이 가족은 여기가 집이 됩니다. 

 

처음에는 캠핑 좋아하는 가족인가 보다 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 직원이 나가라고 재촉하는 걸 보면 하루 이틀 이러는 게 아닌 듯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기우는 지갑을 잃어버렸다면서 주유비 좀 빌려주면 계좌 이체로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돈 막 주고 그러지 않죠. 그럴 때마다 은이나 택이 달라붙으면 사람들은 불쌍해서 돈을 주곤 합니다. 

 

앵벌이입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가족은 집이 없이 떠돌아 다닙니다. 상당히 보기 불편한 장면이죠. 두 어른이야 사정이 있다고 해요. 두 아이는 보육 시설이 더 낫죠. 텐트에서 잔다고 해도 구걸을 해서 겨우 끼니를 해결하는 건 아이들에게 안 좋으니까요. 그러나 이게 또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옳은 일인가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굶어도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것이 좋은데요. 그렇다면 이 위기 가정은 주민센터에 가서 사정을 말하고 잠시 기거해야 합니다만 그런 행동도 안 합니다. 상당히 무책임해 보입니다. 

그래서 좀 보다 말았습니다. 영화관이라서면 참고 보겠지만 넷플릭스이니까요. 그런데 또 생각이 납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하고 또 켜서 봤습니다. 정말 영화 초반은 보기 어렵더라고요. 아동 학대로 느껴지니까요. 이는 감독 인터뷰에서 보니 일부러 그랬다고 합니다. 99%의 사람들에게는 이 장면이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고 실제로 후반에서 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영화가 정보를 너무 차단합니다.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면 그냥 흔한 신파가 될 수 있기에 은근함과 상상력을 자극하게 해서 내 경험과 연계하려는 시도 같은데  그걸 감안해도 너무 숨깁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 중반까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오히려 편집 과정에서 도려낸  공사가 중단된 듯한 건물에서  "우리 집과 비슷하다"라고 하는 대사가 오히려 이 가족이 어떤 일 때문에 위기 가정이 되었는지 명확하고 확실하게 담길 텐데 이걸 편집에서 드러냈다고 하네요. 

 

이러다 보니 궁금증은 점점 무책임에 대한 화를 돋구게 됩니다. 정도껏 정보를 숨겨야 하는데 너무 숨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는 관객마다 다를 겁니다. 그래서 이 지점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라미란이 등장하면서 숨통이 틔이다

그렇게 매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구걸하던 기우는 영선(라미란 분)에게 2만 원을 꿉니다. 물론 갚을 생각은 없습니다. 중고 가구업을 하는 영선은 어린 은이를 보더니 측은한지 5만 원을 더 줍니다. 은이는 어린 아들을 사고로 떠나보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또래 은이가 눈에 밟힙니다. 그렇게 며칠 후에 그 휴게소에서 동생과 놀고 있던 은이를 보게 되고 은이와 택이 손을 잡고 무책임한 부모 앞에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이에 기우와 지숙은 도망치게 되지만 지숙이 임신 중이라서 뛰지를 못합니다. 그렇게 기우는 경찰에 잡히게 되었는데 주택 조합 사기죄로 지명 수배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기우는 구치소에 가게 되고 갈 곳없는 지숙, 은이, 택을 불쌍하게 여긴 영선은 자신의 중고 가구 창고에서 지내라고 자리를 내줍니다. 

영화는 라미란이 등장하자 봄눈 녹듯이 온기가 확 풍깁니다. 라미란 등장 전까지는 너무 보기 불편해서 더 봐야 하나 했는데 라미란이 등장하니 뭔가 해줄 것 같았고 실제로 해줍니다. 기우네 가족이 없는 집을 영선이 제공하고 영선 가족이 없는 아이들을 이 기우 가족이 제공하면서 공생을 하게 됩니다. 

 

기우에 대한 묘사나 정보가 너무 적어서 다 보고 나서도 아쉬웠던 <고속도로 가족>

<고속도로 가족>은 기우 가족에게 닥힌 과거 이야기가 서서히 풀어지면서 대충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만 그냥 알고 봐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야기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이상문 감독은 한국 사회의 느슨한 사회 복지 정책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위기 가정들이 참 많죠. 공무원들은 서류나 증명할 수 있는 가난과 위기만 처리하지 증명할 수 없는 가난과 위기 가정은 위기에서 구출하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 오산의 7남매의 장남인 고등학생이 저녁에 부모님 손 덜겠다고 알바를 하다가 친구 자전거인 줄 알고 타고 갔다가 자수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아버지가 일을 하고 차가 있다는 이유로 14평 아파트에서 9 식구가 사는 것이 쉽지 않죠. 가뜩이나 인구 소멸국으로 전락한 한국에서 애 낳으라고만 다그치지 살아 있는 아이들의 행복이나 안위를 잘 보살피는 것 같지는 않네요. 기우네 가족도 그렇습니다. 기우의 잘못은 아니지만 빚쟁이들에게 쫓겨서 어디 정착할 수 없는 가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10살이 되어서도 초등학교에도 못 가는 은이.  이런 가정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하죠. 

 

다만 이 시선은 참 좋고 응원하고 싶은데 시나리오가 꽤 투박합니다. 좀 더 매끄럽게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직선적입니다. 기우의 행동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많았습니다. 현명해져야 하지만 또 그게 기우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가정을 지켜야 하지만 기우가 모든 짐을 지고 나가면 남은 가족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이 기이한 비극을 영화가 담으려고 시도했지만 시나리오가 좀 두껍지 못하네요. 

 

차라리 복지 사각지대나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그럼에도 이 빈약해 보이는 시나리오를 백현진,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서이수, 박다온 이 6명의 배우가 매꿉니다. 배우들 이름 다 불러줘야 할 정도로 이 6명의 배우들의 여기가 대단하네요. 특히 서이수, 박다온 이 두 아역 배우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정도로 연기가 좋네요. 

빛미란이라고 할 정도로 라미란은 그냥 믿음 그 자체네요. 여기에 항상 비열한 꼰대 역할만 하던 백현진 배우의 따뜻한 모습도 좋고 정일우 배우가 이런 연기를? 할 정도로 어려운 연기 잘 해냈습니다. 김슬기 배우가 코미디언이 아닌 배우임을 다시 확인시켜준 영화이기도 하고요. 

 

여기에 카메오로 등장한 배우들도 좋네요. 아쉬운 점이 참 많네요. 시나리오만 좀 더 깔끔했으면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돕니다. 그냥 별로라고 하면 되지만 계속 밟히는 걸 보면 시나리오만 보강하면 좋은 영화 잘 만드는 감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들의 연기의 힘이 참 좋은 <고속도로 가족>입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잠시 들리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집이 된 가족을 품은 측은지심이라는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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