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1980년대 TV로 보면서 넋을 놓고 봤습니다. 이야기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초콜릿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초콜릿과 사탕을 소재라는 점이 매혹적이었습니다. 배고픈 어린아이 눈에는 형형색색 사탕과 짙은 갈색의 초콜릿이 얼마나 먹고 싶었겠어요.
당연히 공장장 이름이 찰리인 줄 알았죠. 그런데 제목을 자세히 보니 '찰리의 초콜릿 공장'이 아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네요. 찰리는 초콜릿 공장의 각종 테스트를 넘긴 순수한 아이 이름이 찰리이고 공장을 견학시켜 주고 아이들에게 테스트를 한 공장의 주인은 웡카였습니다.
프리퀄이 아닌 그냥 새로 창조한 영화 <웡카>
초콜릿 웡카를 만들어서 초대박을 낸 초콜릿 갑부인 웡카라는 인물은 괴팍한 인물입니다. 자신의 회사 후계자를 뽑겠다면서 다소 과격한 테스트를 하는 자체가 평범해 보이는 인물은 아닙니다. 순수함과 장난끼가 가득한 웡카. 이 웡카의 성공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웡카>입니다.
영화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이라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나이든 웡카와 성공의 꿈을 안고 초콜릿 사업을 막 시작하는 글도 못 읽는 젊은 웡카의 이미지가 꽤 다릅니다. 이보다 더 크게 다른 점은 영화의 톤입니다. 영화 <웡카>는 사업가 웡카가 아닌 마법사 웡카를 담고 있다고 할 정도로 영화가 현실과 마법의 구분을 하지 않습니다.
이는 원작 동화를 쓴 '로알드 달'의 동화들이 다소 괴이하고 엄벌주의적인 동화라는 독특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다소 성인 취향의 내용은 제거하고 달콤한 이야기만 잔뜩 넣은 동화로 만들었네요.
T는 견디기 어려운 초반 환상과 현실의 무구분
시대 배경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 어디쯤의 영국 같습니다. 돌아가신 엄마와의 약속인 초콜릿 메이커로 성공하는 것이 꿈인 웡카(티모시 살라메 분)는 초콜릿 유명 상가가 많은 도시에 오자마자 악덕 숙박업자에게 탈탈 털리고 강제 노동을 당합니다. 웡카는 초콜릿 공부만 하다 보니 글을 읽지 못합니다.
그렇게 악덕 여관 주인의 불평등 계약으로 인해 지하에서 빚을 갚기 위해서 회계사, 코미디언, 전화교환원 등등이 모여서 빨래를 합니다. 그리고 고아인 누들도 강제 노역을 함께 합니다. 그러나 웡카는 엄마와의 약속인 초콜릿 메이커로 성공하기 위해서 뛰어난 머리를 이용해서 번화가에 나가서 초콜릿을 팝니다. 그러나 초콜릿 판매를 독점하는 3명의 초콜릿 메이커들이 카르텔을 형성해서 성당과 경찰을 초콜릿과 돈으로 구워삶습니다. 이렇게 기존 텃세애 맞서서 웡카의 초콜릿 메이커로서의 성공기를 담은 영화가 <웡카>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현실 기반이 아닌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초반에 잔뜩 넣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도 어쩌고 벌레가 만든 초콜잇을 먹으면 잠시동안 하늘을 둥둥 떠 다닌다는 설정에 꿈인가? 환상 씬인가? 하는데 아무런 언급을 안 합니다. 그냥 이 영화는 이런 영화야~~ 알아서 생각해서 봐라 식으로 훅 들어옵니다. 오리지널 영화도 좀 환타스틱 했지만 이건 뭐 더 증강시켜 놓았네요. 그런데 이런 설명도 없이 그냥 진행하면 논리적인 걸 좋아하는 T에게는 심한 괴로움을 제공합니다. 저도 보다가 이런 영화를 왜 보러 왔을까 했으니까요.
뮤지컬이라지만 힘이 쭉빠진 맹물 같은 군무와 노래들
영화 <웡카>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그런데 뮤지컬 영화라고 하기엔 노래도 맹물 같고 군무도 맹물 같습니다. 그냥 뮤지컬을 뺐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노래가 좋은 것도 배우들의 가창력이나 군무가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영화 중반 광장에서 펼치는 군무 씬은 꽤 좋고 이게 메인입니다만 그럼에도 다른 장면들이 좀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없네요.
그나마 나았던 것은 '티모시 샬라메'가 생각보다 노래를 잘합니다. 목소리도 좋고요. 하지만 뮤지컬 영화의 재미는 크지 않습니다. 이렇게 뮤지컬 장면도 재미없고 스토리도 별로라서 영화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가 녹은 초콜릿처럼 흘러내립니다.
그러나 후반 세탁소 동료들과 함께하는 후반 서사가 좋은 웡카
영화 <웡카>는 움파룸파 노래를 하면서 등장하는 움파룸파(휴 그랜트 분)의 등장하면서 재미가 확 오릅니다. 청춘스타였던 '휴 그랜트'의 최근 변신은 놀랍기만 하죠. 영화 <던전 앤 드래곤>의 빌런 연기나 전체적으로 예전의 모습과 다른 모습이 익숙하다 보니 '휴 그랜트'의 이런 변신은 너무 사랑스럽네요.
움파룸파가 등장하고 후반 초콜릿 카르텔을 깨기 위한 세탁소 동료들과 함께 성당 지하를 터는 이야기는 너무 좋네요. 가장 좋았던 장면은 광장 군무와 함께 기숙사 같은 여관 상층에서 창문 사이로 나누는 대화와 연결 장면은 아주 좋네요. 그렇게 초콜릿 메이커보다는 마법사 같은 웡카의 초콜릿 메이커로서의 도전과 실패와 후반 대역전극이 영화의 재미를 확 끌어올립니다.
여기에 티모시가 혼자 부르는 노래 등은 초반의 난감한 마법 장면의 익숙해짐과 함께 영화 <웡카>가 왜 사랑을 받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렇다고 대박 영화나 큰 재미를 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무난한 영화 궤도에 잘 안착합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움파룸파의 투입은 신의 한 수라고 할 정도로 좋네요. 여기에 흑인 캐릭터들을 적극 활용해서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하는 PC도 잘 넣었습니다.
첫맛은 씁쓸하고 뒷 맛은 달콤한 웡카
첫 맛은 씁쓸한 초콜릿이었습니다. 터무니없는 마법 같은 장면은 이해하기 쉽지 않고 오히려 뭘 원하는 것인가 의아했죠. 그러나 참고 견디면 이 마법 같은 이야기도 적응이 되고 후반 웡카의 실패와 복수로 가는 길은 달콤하네요. 초반만 잘 견디면 후반 달콤한 초콜릿 상자가 열리네요.
특히 움파룸파 노래는 중독성이 있어서 다른 노래보다 더 기억에 많이 남네요. 정창화 촬영 감독이 참여해서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영화에서 눈에 확 띄는 촬영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영화가 무난하게 괜찮게 뽑았네요.
생각해 보니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폴 킹'의 전작인 <패딩턴>과 전체적으로 톤이 비슷하네요. <패딩턴 1,2편>을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사실 요즘 볼만한 영화가 거의 없다 보니 이 <웡카>를 추천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습니다. 설 연휴 승자인 <웡카>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있는데 좀 더 인기를 끌 듯하네요.
영화 후반 폐 성을 매입해서 초콜릿 공장을 만드는 과정의 CG도 꽤 좋네요. 티모시의 매력을 말을 안 했는데 티모시의 미모가 빛을 발한다고 할 정도로 매혹적인 연기와 외모를 잘 보여줍니다. 2월 말 개봉한 <듄 2>와는 전혀 다른 달콤 보이 티모시 샬라메 보는 재미도 꽤 좋은 영화 <웡카>입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첫맛은 씁쓸하고 뒷맛은 달콤한 웡카의 2가지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