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의 최대 단점은 볼만한 콘텐츠가 몇 개 없다는 겁니다. 온통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외전 시리즈, 점점 인기가 떨어지는 디즈니 애니와 영화 밖에 없습니다. 이래 가지고는 넷플릭스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요금제도 광고 요금제도 없어서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
특히나 한국어로 된 드라마나 오리지널 영화가 수시로 나와야 하지만 이게 없습니다. 미래시도 없죠. 넷플릭스는 연초에 올해 나올 넷플릭스 제작의 오리지널 드라마와 영화 리스트를 선보여서 지금은 재미없는 콘텐츠만 올라와도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기대하게 만들기에 좀 참으면 또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오겠지 하고 기다리게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는 이게 없습니다.
앞으로 뭐가 나올지 모릅니다. 그래서 작년에 드라마 <무빙> 보고 나서 바로 해지했습니다. 그런데 <킬러들의 쇼핑몰>이 꽤 재미있다는 소리에 봤는데 오! <무빙>에 비해서는 못하지만 꽤 잘 만든 독특한 스토리의 8부작 드라마네요.
킬러들의 무기를 판매하는 삼촌과 조카의 이야기를 담은 <킬러들의 쇼핑몰>
많은 드라마가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만 <킬러들의 쇼핑몰>은 소설가 강지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여대생인 정지안(김혜준 분)은 삼촌 정지만(이동욱 분)의 집에서 저격총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미 담벼락은 부셔저 있고 멀리 있는 고가도로에서 저격용 총이 정지안과 동네 친구 배정민 (박지빈 분)과 소민혜 (금해나)를 조준하고 있습니다.
뭔 일이 일어났는지 참 궁금하죠. <킬러들의 쇼핑몰>은 스토리 자체는 단순합니다. 복잡한 서사가 있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이렇게 서사가 단순하면 몰입도가 떨어지죠. 그래서 감독은 플롯 기술을 가미합니다. 초반에 궁금증을 잔뜩 올려놓은 뒤 과거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냅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 진행은 질질 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실제로 <킬러들의 쇼핑몰>은 4화까지 외딴 저택에서 3명이 저격 총에 맞서고 다가오는 킬러들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진전은 거의 하지 않고 과거 이야기를 잔뜩 풀어서 긴장감이 점점 떨어집니다. 또한 액션이 생각보다 적어서 이게 총기 소재 드라마가 많나 했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킬러들의 쇼핑몰>의 제목에서 예상대는 스토리인 킬러들이 돈주고 사는 다양한 총기들이 나와서 총기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하는 드라마가 전혀 아닙니다. 신기한 무기가 몇 개 나오긴 하지만 총기 관련 드라마가 아니니 그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냥 생태계 자체가 좀 독특한 정도입니다.
1화에서 삼촌인 정지만이 사망한 후 여대생인 조카 정지안이 장례를 치루고 집안을 초등학교 친구인 배정민의 도움으로 삼촌 정지만이 하는 일을 하나씩 알게 됩니다. 삼촌 정지만은 '마더 헬프'라는 다크웹 사이트를 만들어서 국내에 있는 용병들에게 다양한 무기를 파는 무기 판매 웹사이트를 운영했었습니다. 그런데 삼촌 정지만이 사망한 후에 이 쇼핑몰을 유일한 혈육인 정지안이 넘겨받습니다.
독특한 소재의 <킬러들의 쇼핑몰>, 배우들의 열연이 아주 볼만하다.
1화의 정체모를 폭력 사태를 뒤로 하고 정지안과 정지만의 첫 만남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정지안의 할머니와 부모님이 사망한 후 정지안을 정지만이 데리고 나온 후 정지안을 키웁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정지안은 실어증에 걸리게 되지만 냉혈 인간 같은 정지만은 모든 것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신조로 정지안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지안의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을 지나서 정지만이 정지안 가족 앞에 갑자기 다시 등장한 10년 전의 이야기까지 펼쳐지면서 2개의 시간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줍니다. 현재는 정지만이 죽고 조카인 정지안이 살고 있는 집에 킬러 1진, 2진이 들어와서 정지안을 사로 잡기 위해서 침투하는 이야기가 있고 또 하나는 과거 이야기입니다.
현재의 시간에는 군사용 사족 보행 로봇과 총과 점착식 폭탄을 날리는 드론까지 등장하면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또한 정지안이 살고 있는 집이 하나의 안전가옥인자 요새인데 이 요새에서 정지안을 돕는 삼촌 친구들과 킬러 용병들의 대결도 아주 볼만합니다. 액션은 총격 액션과 무술이 간간히 곁들여지는데 이야기가 흥미롭다 보니 작은 액션도 잘 꽂히네요. <킬러들의 쇼핑몰>의 재미는 액션보다는 스토리입니다. 액션도 좋긴 하지만 왜 갑자기 정지만이 죽고 정지안이 각성하고 현실을 이해하고 인정하는지의 과정이 가장 큰 재미를 제공합니다.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가 전체 재미의 8할을 차지하네요.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합니다.
아는 배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동욱이야 로맨스 가이로 유명했는데 총격 액션과 무술 액션을 잘 하는 모습에 놀랐네요.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빌런인 저격수 이성조를 연기한 서현우의 연기가 엄청납니다. 실질적인 주인공이 아닐까 할 정도로 모든 장면을 잡아먹네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써가면서 어두운 소재의 드라마를 빛나게 하는 조연입니다.
그런데 주연인 정지안은 누군가 했습니다.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검색해보니 김혜준이라는 배우는 넷플 드라마 <킹덤>에서 왕비를 연기한 배우였네요. 시즌 1 때 발연기로 욕 엄청 먹던 배우였는데 시즌 2에서 각성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 배우였었죠. 이 배우가 어디 갔나 했는데 여기서 주연을 하네요. 연기 아주 좋습니다. 조한선이나 아역 배우로 유명했던 박지빈 배우도 좋습니다.
툼 레이더 같은 액션을 보여주는 소민혜 역의 금해나의 액션 연기도 좋고 정지안의 무에타이 선생님인 파신을 연기한 김민 배우는 후반을 이끄는 핵심 캐릭터로 큰 역할을 합니다. 독특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 볼만한 액션 장면 등등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재미있는 설정과 스토리가 <킬러들의 쇼핑몰>의 핵심 재미입니다. 그러나 성긴 구석도 많습니다.
성긴 액션과 스토리의 구멍들은 아쉽다
액션 장면 중에는 아쉬운 장면도 많습니다. 50미터 크기의 창고에서 원거리 저격용 망원 스코프를 달고 쏘는 장면은 비현실적입니다. 이런 장면은 쉽게 인지할 수 있는데 누구도 이 비현실적인 장면을 지적하지 않았나 보네요. 이런 장면은 가끔 나옵니다. 액션이 전체적으로 좋긴 한데 납득이 안 가는 장면들이 가끔 보이네요.
스토리도 빈틈이 꽤 있습니다. 왜 정진만이 죽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담기지 않습니다. 자살이라고 말했지만 그 이유가 없습니다. 이 중요한 내용을 8화까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더 이상한 점은 이 정지안을 바빌론이라는 용병 단체가 쳐들어온다는 설정인데 왜 쳐들어오는지 이유가 약합니다.
조한선이 연기하는 빌런 베일이 고용한 용병이라면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원한도 없고 조직의 배신 어쩌고 하면서 쳐들어 옵니다. 베일이 정지안을 잡는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는 것도 이해가 안 갑니다. 독특한 세계관은 볼만한데 그 세계관 안에서의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인 왜? 정지안을 죽이는데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베일이라면 이해되지만 바빌론의 폭주는 8화까지 다 보고 나서도 이해가 안 갑니다. 또한 8화까지 보면서 시즌 2를 위해서 나머지 이야기는 아끼는 건가 했는데 시즌 2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8화에서 대충 급하게 마무리하는 모습은 살짝 짜증스럽네요.
구멍이 보이는 스토리와 액션이 있긴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독특한 세계관이 모든 구멍을 메꾸네요. 볼만합니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서 초반에는 뭐지? 라는 물음이 들었지만 반복하게 보여주는 과거 서사가 꽤 재미있네요. 추천하는 드라마입니다. 디즈니 플러스가 요즘 열일 하네요.
별점 : ★ ★ ★☆
40자 평 : 단순한 스토리를 박살내서 짜맞추는 재미가 쫀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