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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탈북민의 고통을 담백하고 진하게 담은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by 썬도그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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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영화나 저예산 영화들이 좋은 점은 제작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현실 기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로 드라마가 많죠. 그래서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그 느낌이 재미가 되어서 자주 보곤 합니다. 다만 이런 영화들은 재생 정지 버튼을 누르거나 뒤로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좋지만 워낙 요즘 영화관람료가 비싸서 예전처럼 편하게 보기 쉽지 않네요. 

배우 이설이 주연을 해서 무작정 보게 된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배우 이설을 처음 알게 된게 2018년 인기 드라마였던 <나쁜 형사>에서 처음 보고 반했습니다. 처음 보는 배우인데 꽤 에너지가 넘치는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이후 이설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 무척 반가웠습니다. 2018년 그해에 mbc 연애대상 여자신인상을 받은 후에 승승장구할 줄 알았는데 많은 드라마의 단역이나 조연으로 나오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뭐 워낙 기본기가 좋은 배우니 언젠가는 더 많은 활약을 할 듯합니다. 

 

현재 채널A 드라마 <남과 여>의 주연이라고 하는데 볼 방법이 없네요. 넷플릭스에 올라온 2023년 개봉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봤습니다. 순전히 이설 때문이죠. 엄청난 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범한 외모도 아닙니다. 묘한 매력이 있어요. 선과 악이 모두 다 담겨 있다고 할까요. 뭐든 그려낼 수 있는 백지 같아서 참 좋습니다. 

 

탈북자의 현실을 잘 담은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줄거리 

믿을 수 있는 사람

이야기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담고 있습니다. 왜 이 기간으로 설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주인공 박한영(이설 분)의 직업 떄문인 듯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박한영은 중국 관광가이드 면접을 받고 통과를 합니다. 한영은 탈북민으로 동생인 인혁과 함께 한국으로 옵니다. 중국에 있을 때 중국어를 배워둔 탓에 중국 관광 가이드를 쉽게 통과합니다. 그러나 탈북민이다 보니 한국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텃세도 심하고요. 

믿을 수 있는 사람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동생인 인혁은 조선소에서 근무한다고 하던데 연락이 잘 되지 않습니다. 실종 신고를 하려고 해도 그게 쉽지 않습니다. 한영의 한국에서 삶을 버티게 하는 사람은 두 사람입니다. 하나는 하나원에서 만난 정미(오경화 분)와 신변을 관리하는 담당 형사 태구(박준혁 분) 밖에 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관광가이드는 따로 일당이 없기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화장품을 판매해서 나오는 돈으로 먹고 삽니다. 하지만 또 강매를 해서도 바가지를 씌워서도 안 됩니다. 녹록치 않은 직업이죠. 처음에는 화장품 하나도 팔지 못하던 한영은 일이 익숙해지면서 점점 화장품을 파는 기술도 늘고 돈도 잘 벌게 됩니다. 그러나 연락이 끊긴 남동생에 대한 걱정과 함께 고향에 두고 온 엄마 생각이 간절합니다. 여기에 한국 직원의 텃새 그리고 탈북민이라는 시선으로 인해 한국에서 삶이 평온하지는 않습니다. 

 

조용한 성격이라서 말로 표현은 안 하지만 현재의 위치가 너무나도 불안합니다. 관광 가이드로 다른 사람들의 길라잡이가 되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 가이드가 없다 보니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유일한 낙이라면 친구 정미 밖에 없습니다. 정미는 지나가는 말로 말합니다. 탈북민들은 외국인보다 못한 존재라고요.  이런 모습은 간간히 드리웁니다. 남산 N타워 밑의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이 보이냐고 근처 직원에게 물어보면서 보일리가 있냐는 핀잔에 둘은 웃다가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한영은 서울에 동생 인혁과 함께 중국에서 중국어를 가르쳐준 동생같은 리샤오까지 한국에 오면서 중국에서 탈북하기 전 꿈을 꾸던 3 사람이 행복하게 살 꿈을 꾸었지만 남한도 삶이 크게 다르지 않고 하루하루 견뎌야 하는 삶이라는 걸 알기에 리샤오의 한국 방문을 반가워하지는 않습니다. 리샤오에게 중국 대도시에서 돈을 버는 것이 낫다고 충고하지만 리샤오는 관광비자를 받고 숨어 버립니다. 

 

관광가이드의 삶의 가이드는 누가 될 수 있을까?

믿을 수 있는 사람

영화는 수시로 말합니다. 남한은 인맥이라고요. 인맥이 거의 없는 탈북민 한영. 그나마 있던 인맥도 흐려집니다. 알바를 하는 호프집에서 가불을 해달라고 해도 탈북민을 뭘 믿고 빌려주냐는 농담반 진담반 호프집 주인의 말처럼 믿음을 주는 존재가 탈북민임을 넌지시 알게 되죠. 

 

이 믿음은 그 사람에 대한 믿음보다는 명성 기반입니다. 우리는 누굴 믿고 싶어도 그 사람의 배경을 보죠. 또한 그 사람의 명성에 기댑니다. 명성이 높은 사람은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잘못된 행동을 할 확률이 낮습니다. 그러나 명성이 무의하거나 증명하기 어려운 익명성은 믿음을 주기 어렵죠. 그런 면에서 한영은 실존하지만 익명의 존재 같습니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탈북민의 명성과 믿음을 통해서 그들의 고통과 위치를 넌지시 살며시 담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이런 갈곳없고 기댈 곳 없는 한영에게 유일하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형사 태구입니다. 한영의 남한 정착을 여러 면에서 돕고 수시로 연락해서 근황을 묻는 일을 하는데 너무 잘해주는 모습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형사가 일이 많고 내가 경험한 형사들은 친절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은데 너무 살갑게 대해주는 모습에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모든 것은 실제 같은데 태구라는 캐릭터는 너무 동화 속 이야기 같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영화 후반에는 이 관계도 정리가 됩니다만 한영에게 있어서 마지막 밧줄 같은 존재입니다. 보통 이런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으면 주변의 괄시와 멸시가 극명하게 다루게 되는데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모난 캐릭터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동료 한국인 관광가이드가 나오긴 하지만 이해 가능한 수준입니다. 너무 잔잔한 것이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게 할 수 있지만 이설 배우의 매력과 이야기가 우리들의 삶을 그대로 옮겨온 수준이라서 계속 보게 되네요. 

담백하지만 잊혀진 존재인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잘 담은 <믿을 수 있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새터민이라고 하죠. 그러나 우리에겐 탈북민이라고 더 많이 부릅니다. 보통 탈북민을 소재로 하면 남북한 관계나 탈북민에 대한 괄시나 낮은 처우와 대우가 담기는 것이 예상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까지 심하게 담지 않습니다. 괄시나 무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따뜻한 형사를 배치해서 남한도 살기 어려운 곳이라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맥이 없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음으로 인한 고독과 고통과 탈북민이 다시 북한으로 가려고 하는 모습을 통해서 넌지시 여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담고 있습니다. 

 

현실적이라고 할까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뉴스를 보던 한영의 친구 정미는 한국에 오래 산 고모 말을 빌려서 매번 저러다 만다는 대사를 통해서 남북한 관계에 대한 온기도 냉기도 담지 않습니다. 뭔가 미래가 안 보이죠. 안 보입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마지막 장면은 꽤 인상 깊습니다. 관광객 관광 안내만 했지 정작 자신이 관광객이 되어 본 적이 없는 한영이 관광객처럼 캐리어를 끌고 가는 모습을 통해서 갈 곳 없고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모르는 탈북민들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곽은미 감독의 장편 영화로 2023년 개봉했습니다. 왜 영화가 2015년에서 2018년에서 멈췄나 했는데 이 영화가 2018년 소개된 영화네요. 개봉관을 잡지 못해서인지 코로나도 다 지나고 2023년 개봉했습니다. 무려 5년이나 묵혀 있던 영화였네요. 전 2023년의 시선으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담았기에 냉소적으로 바라보나 했는데 2018년 그 당시에 항상 저러다 만다는 대사는 통찰력까지 보이네요.

 

이제는 핵전쟁 운운하는 북한과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은 내 평생 가장 극심한 남북한 대치 상태가 매일 되고 있습니다. 한영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상당히 여운이 오래가는 영화였습니다. 이설 배우에 끌려서 봤지만 영화가 절 계속 손짓하네요. 

 

별점 :★ ★ ★ ☆
40자 평 :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 위의 고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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