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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노량은 명량의 신파의 매콤함과 한산의 담백한 맛을 섞은 볼만한 영화

by 썬도그 202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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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신파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있나요? 국뽕도 신파도 과하지 않으면 음식의 기름처럼 부드러운 역할을 하고 보편적 재미를 잘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영화 <명량>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1,761만 명이 본 한국 영화 흥행 기록 1위를 한 영화입니다. 김한민 감독은 이후 2022년 <한산> 그리고 2023년 겨울 <노량>을 띄워서 이순신 3대 대첩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노량 초반은 정치 싸움, 후반은 바다 위의 싸움이 압권인 영화

영화 노량

영화 <명량>과 <한산>을 본 분이라면 <노량 : 죽음의 바다>를 안 볼 수가 없을 겁니다.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러나 <명량>, <한산>을 안 본 분들도 <노량:죽음의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3부작이라고 하지만 국민 영웅인 이순신의 3대 대첩을 국사 시간에 자세히 배웠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순신이 누구인지 잘 알기에 막차에 올라타도 어리둥절함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명량>을 보고 국뽕 신파에 데인 분들이라면 <노량:죽음의 바다>가 순해진 국뽕과 신파라서 큰 거부감은 들지 않을 겁니다. 다들 느끼시겠지만 <명량>의 매콤한 국뽕과 신파와 <한산>의 담백한 맛이 적절하게 섞인 영화가 <노량:죽음의 바다>라고 느낄 겁니다. 그만큼 이 김한민 감독이 2편의 전작을 통해서 반성 및 발전을 시킨 영화라고 느껴지네요. 그래서 추천하냐? 네 추천합니다. 영화 <노량> 꽤 볼만하고 후반 1시간의 해전은 숨 쉴 틈도 없이 밀어붙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영화 노량

노량해전은 여러모로 한산, 명량해전과 많은 면이 다릅니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한산, 명량은 원거리 대포전이었다면 노량해전은 육박전이 가득했던 근접전이었습니다. 또한 밤부터 오전까지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일어난 해전이었죠. 또 하나는 명나라의 참전입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은 3국의 정치 전쟁을 담고 있습니다. 무려 1시간 동안 전투 한 번 안 나오고 3국의 정치 전쟁을 보여주는데 이게 지루한 면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이 지루함을 메우고 있습니다. 

 

<노량 :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7년 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해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으면서 철군을 명령하자 왜군들은 철군을 준비합니다. 왜군 중에 선봉장 역할을 한 고니시(이무생 분)가 순천 왜성에 갖혀서 오도 가도 못합니다. 이에 사천왜성에 있던 시마즈(백윤식 분)에게 도움 요청을 합니다. 그러나 도움 요청할 방법이 없자 약한 고리인 진린(정재영 분)에게 뇌물을 주고 연락병이 탄 배를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죠. 이걸 다 꿰뚫어 보던 이순신(김윤석 분)은 이에 분노를 하고 조명연합군을 해체하겠다고 하죠. 

 

진린 명나라 장수는 이미 다 끝난 전쟁이라며 희생을 더 키울 필요가 있냐면서 고니시를 보내주자고 하지만 이순신은 조선인들의 한을 풀고 후한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진린과 이순신의 전쟁에 대한 태도가 다른 갈등과 함께 고니시가 시마즈에게 도움을 청하는 과정이 영화 1시간을 채웁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배우들의 연기와 CG 표현력이 좋아서 크게 지루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작은 전투조차 없어서 좀 아쉽더라고요. 

영화 노량

그러나 1시간 조금 더 지나서 본격적인 야간 해상전투가 일어납니다. 죽은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사망한 병사들의 이름을 담은 종이를 태우면서 결의를 불태웁니다. 그렇게 시마즈 부대의 500여척의 왜선과 조명연합군의 300여 척의 배가 밤을 가르면서 대규모 전투를 합니다. 명량과 한산과 달리 근접전과 함께 꽤 길고 긴 전투여서 볼거리가 엄청 많습니다. 

 

특히 시마즈라는 인물이 아주 중요합니다. 시마즈 요시히로는 귀신 시마즈라고 불리울정도로 조선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잔혹무도함에 치를 떠는 조선사람들이 많았고 진주성 함락할 때는 생명체란 생명체는 모두 죽인 인물입니다. 명량이나 한산의 다소 오합지졸인 왜군과 달리 시마즈는 수상 전술도 뛰어난데 이 과정을 담은 전투 장면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후반 1시간은 순삭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액션량과 강도와 규모를 보여줍니다. 

 

무시무시한 시마즈 왜 수군을 격파하는 과정의 재미가 가득

영화 노량

영화가 재미있으려면 빌런이 강력해야 합니다. 백윤식이 연기하는 '시마즈 요시히로'는 규슈 지역을 평정한 가문입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무릎을 꿇고 임진왜란에 뒤늦게 참전합니다. 연전연승하는 조선 수군을 칠천량 해전에서 박살을 내기도 하죠. 상당한 지략가이고 군대도 아주 잘 훈련되었습니다. 철옹성 같았던 진주성을 함락한 부대가 시마즈 부대입니다. 

 

이 시마즈 부대는 스테가마리 전법을 잘 사용합니다. 일반 병사들이 죽은척하고 있다가 조총으로 지휘관을 저격하는 전술을 잘 씁니다. 왜군들은 우두머리를 제거하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조총의 정확도로 조선 장수를 저격합니다. 이 전술로 진주성의 황진과 함께 이순신 장군도 당합니다. 이는 영화에서도 잘 나옵니다. 

 

'시마즈 요시히로'는 조선 수군의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대포로 원거리 타격을 하는 조선군의 공격에 굴하지 않고 빠른 속도의 세키부네를 출동시켜서 근접전을 시도합니다. 이는 명량과 한산에서 보지 못한 뛰어난 전술로 조선 수군을 격파한 경험치가 있는 전술입니다. 따라서 명량과 한산이 통쾌함만 가득했다면 노량은 조선 수군의 피해도 꽤 있었고 3군의 해군이 섞여서 싸우는 난전이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는 시마즈의 무시무시함도 꽤 잘 보입니다. 물론 판단 착오로 인해 몰살 직전까지 가는 등 우둔함도 있지만 조선 바다의 지리를 잘 몰랐고 운도 따르지 않다 보니 남해로 도망치다가 포구에 갇혀서 전멸 위기에 빠집니다. 그럼에도 그 와중에서도 섬에 상륙해서 도망가지 않고 돌격 전술을 펼치는 등 용맹함도 보여줍니다. 

 

이 무시무시한 시마즈 해군을 박살내는 쾌감이 엄청 좋습니다. 영화에서는 신기전과 조랄탄도 나오는데 실제로 노량해전에서는 신기전을 배에 올려놓고 쏘는 등 실제로 사용한 조선의 화기를 잘 보여줍니다. 다만 구선이라고 하는 거북선은 노량해전에는 출전을 안 합니다. 그러나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영화 노량에서는 거북선도 출동합니다. 

영웅 이순신을 위한 헌정 영화 같았던 노량

영화 노량영화 노량
영화 노량영화 노량

아쉬운점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의 영웅인 이순신이 쓰러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더 많은 왜군의 죽음을 통해서 조선에 다시는 침략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일본까지 쳐들어갈 생각까지 얼핏 비춥니다. 이순신의 생각이 어떤지 모르고 이순신 신화에 큰 역할을 한 류성룡의 '징비록'이 과장이 있다고 해도 일본의 먹는 공포심은 실로 컸을 겁니다. 그래서 시마즈는 꼭 이순신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이런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합니다. 주인공이 죽는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 하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영화는 성웅 이순신의 영웅 만들기를 서서히 진행합니다. 실제로도 위대한 영웅이지만 이 영웅을 어떻게 그릴지 궁금했는데 영화 초반에는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뛰어난 결기의 거룩함을 잘 보여줍니다. 이 이순신의 의(義)는 항왜라고 하는 왜군이었지만 조선군으로 활약하는 준사(김성규 분)와 함께 명나라 장수인 진린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진린은 현실주의자였는데 진린이 왜와 타협을 하는 모습을 통해서 이순신의 결연함을 넘어서 처연함까지 보여줍니다. 

 

그러나 진린과 특히 등자룡(허준호 분)을 통해서 이순신의 위대함을 너무 꾸미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각색이긴 하고 진린의 경우 실제와 상당히 유사하게 담았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진린 도독을 구한 것도 사실이고 뒤에서 불구경하다가 참전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진린은 이순신의 후한 대접에 탐복하고 감명받아서 2살 어린 이순신을 잘 따랐습니다. 영화에서는 조정이 알아주지도 않는데 이렇게 열심히 싸워서 뭐 하냐는 지적은 핀잔이 아닌 이순신에 대한 충정에서 나온 말이죠. 

 

그러나 이렇게 이순신의 동료로만 보여주면 영화 초반의 갈등을 풀어갈 수 없기에 진린을 기회주의자로 그리고 등자룡은 판옥선에서 화포를 잘못 다루어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지만 영화에서는 이순신 편에서서 진린을 설득하는 인물로 그립니다. 이런 각색 자체는 크게 모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산의 담백함은 사라지고 명량의 매콤한 신파와 영웅만들기 서사가 들어갑니다. 진린도 이순신도 각국을 대표하는 명장이고 두 사람의 친분은 아주 두터웠지만 영화는 한 사람을 좀 비열하게 묘사해서 이순신을 좀 더 뛰우는 태도를 보이네요. 시나리오가 대중성을 높이려고 했지만 전체적으로 좀 게으르다는 느낌이 드네요. 

 

과하다는 만류에도 밀어부친 김한민 감독의 북소리. 들어보니 과했다

영화 노량

1시간의 혈투가 펼쳐지면서 영화의 시각적 재미가 끌어 오르자 클라이맥스 장면이 나옵니다. 잘 아는 대장선의 북소리죠. 북을 직접 치면서 전쟁을 독려했던 이순신의 북소리가 영화 후반 10분 내내 들립니다. 슬로 모션으로 담으면서 성웅 이순신의 마지막 순간의 숭고함까지 아주 잘 담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치다 끝나겠지 했는데 과합니다. 너무 칩니다. 아니 북을 영화 끝나고 흐르는 엔딩 크레딧까지 치더라고요. 

 

네 이해는 합니다. 그 북소리가 이순신이고 조선의 얼이자 힘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러나 적당히 해야죠. 너무 칩니다. 영화에서 적장이 북소리에 귀를 막는데 저도 귀를 막고 싶을 정도입니다. 현장에서 김한민 감독에게 너무 치는 것 아니냐는 말에 자신의 촉으로는 더 쳐도 된다면서 촉을 믿고 길게 담습니다. 저에게는 과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의견인지 모르겠지만 전 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 자리에 선조나 광해군이나 이순신을 전 세계에 알린 책인 '징비록'을 쓴 류성룡을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류성룡이 발탁한 이순신, 그리고 그 이순신의 영웅 서사를 기록하고 알린 사람이 류성룡이거든요. 

좀 더 좋아진 CG와 롱테이크 액션이 좋았던 노량

영화 노량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는 비장미와 웅장함과 거룩함이 잘 담겨 있습니다. 다소 영웅 이순신에 대한 헌정 영화 느낌이 강해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결정적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액션입니다. 원거리 화포전의 다소 비현실적이고 만들어진 느낌의 액션과 달리 판옥선에서 3군의 병사들이 칼과 조총으로 전투를 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특히 가장 인상 적인 장면은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약 5분간의 롱테이크 액션은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확실히 보여줍니다. 

 

조선의 장수로부터 시작한 시선은 명나라 병사를 지나서 왜군의 시선까지 담습니다. 배 위에서 3국의 병사들이 피비린내나는 전쟁사에 길이 남을 전투를 시원한 타격감과 액션과 실제 전투의 느낌을 제대로 담아냅니다. 

영화 노량

영화 노량의 재미의 6할은 액션 장면입니다. 액션이 다했다고 할 정도로 노량해전의 국제전을 아주 잘 담았습니다. 3국의 병사들이 남해에서 싸우는 전쟁의 웅장함을 잘 담았죠. 다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장수들만 주로 담고 있고 노꾼은 10초도 나오지 않는 등 삼국지 게임을 보는 느낌도 강합니다. 

 

CG도 좋습니다. 다행스럽게도 CG 구현하기 쉬운 야간 전투라서 CG 티가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가 뜨면 한산의 어색한 CG가 보일까 했는데 거의 안 보이네요. CG티가 거의 안 나서 좋네요. 수시로 줌인 줌아웃 등 마치 구경꾼이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전체적으로 액션과  CG가 아주 좋네요. 실제 액션과 CG가 아주 잘 섞어 놓았고 노량의 핵심은 액션과 CG라고 느껴지네요. 

추천하는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

영화 노량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진 노량의 단점은 초반 정치 싸움을 너무 길게 담았다는 겁니다. 진린을 깎아내리면서 이순신을 띄우는 과정에서 답답함을 담고 있지만 이는 좀 과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액션 하나 없는 전반 1시간은 지루하고 졸릴 수 있습니다. 노량해전이 시작되는 1시간 이후는 잠이 확 깨지만 그전에는 좀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볼만하고 추천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불을 뿜습니다. 액션도 크고 강렬합니다. 다만 신파가 티가 나지 않지만 신파도 영웅 만들기 서사는 좀 아쉬운면이 있습니다. 여기에 진린의 말과 조선 조정의 의견대로 굳이 양쪽에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전투를 해야 하냐? 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확실하게 "정유재란을 보지 않았느냐 저들은 간사해서 퇴로를 열어주면 또 쳐들어 올 것이고 우리가 뿌리를 뽑아야 한다" 식으로 간단명료한 대사를 넣으면 좋으련만 그게 없네요. 

 

시즈마가 내가 칠천량에서 조선 수군 박살냈다는 식으로 직접적인 대사는 잘 넣으면서 노량해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대의를 담지 않은 건 아쉽습니다. 오히려 이걸 아들에 대한 복수냐는 식으로 갈등 구조로 담았네요. 배우, 액션이 살렸지만 스토리는 좀 허술하네요. 그래서 볼만하지만 꼭 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액션도 많지 않은 <서울의 봄>이 연출과 연기, 시나리오가 얼마나 좋은 영화인지 아주 잘 보여줬다는 걸 이 영화를 보고 다시 깨닫게 되네요. 

 

별점 : ★ ★ ★☆

40자 평 : 화려하고 웅장하고 통쾌한 액션 속에서 살며시 보이는 과도한 영웅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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