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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구본창의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by 썬도그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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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수많은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한 때 많은 사진작가의 활동을 추적하고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본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좀 소원해졌습니다. 이유는 이 사진이라는 것에 대한 열기가 주식 거품보다 더 빠르게 꺼졌습니다. 2010년 전국에서 사진축제가 열리던 시대를 지나서 2023년 지금은 사진 전문 갤러리에서 미술전을 할 정도로 사진전시회가 확 줄었습니다. 이 사진전성시대를 이끈 곳이 서울시립미술관입니다. 

 

매년 '서울사진축제'를 개최하면서 사진 열기의 절정을 만들어냈습니다. 지금이요. 명색이 블로그명이 '사진은 권력이다'라고 하지만 사진전이 확 줄어서 잘 보러 가지도 않지만 사진전을 해도 잘 보러 가지 않게 되네요. 그런데 2023년 연말 좋은 사진전이 2개나 동시에 선보이네요. 하나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또 하나는 2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대규모 사진전을 하네요. 이중 한 곳을 먼저 소개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지난 주는 봄 날씨였죠. 이러다 겨울비만 내리는 겨울이 되겠다고 했는데 한 주 만에 바로 한겨울이 되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가득하네요.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구본창의 항해는 구본창 사진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을 들락거린지 2007년부터 16년이 되어가지만 단 한 번도 사진작가의 대규모 사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대규모 사진전은 꽤 봤는데 한 작가의 작품으로 1,2층 전시장을 가득 채운 전시회는 처음입니다. 그래서 이 전시를 한다는 소리에 설마~~라고 했다니까요. 

 

사진을 미술의 동생쯤으로 여기는 풍토가 여전한 한국 예술계에서 사진작가를 단독으로 추앙한다?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현대미술관 과천점에서는 육명심 작가의 사진전시회를 본 적이 있지만 서울시립미술관은 처음입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는 사람마다 선택하는 사진작가가 다르지만 저는 단연코 '구본창' 사진작가를 선택할 겁니다. 이에 동의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이유는 해외에 가장 많이 알려진 사진작가이기도 하고 한국 사진사에 큰 획을 그은 분이기도 하고 사진 자체가 아주 좋습니다. 다만 그의 모든 사진 시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의 청춘 시기에 만들어낸 사진들은 저에게 큰 충격과 놀라움을 선물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요. 1993년 사진 동아리에서 본 월간 '사진 예술' 표지에 실린 구본창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이런 사진을 찍는 한국 사진작가가 있나? 하고 충격을 먹었어요. 당시만 해도 사진 동아리는 그냥 친목 동아리 수준이었고 누구도 진지하게 사진을 찍지 않았어요. 매주 출사를 나가면 기록 사진 같은 생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것도 식상했고요. 사진을 출사가 아닌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은 밑에서 소개할게요. 

 

이후 구본창 사진작가의 팬이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팬이고요. 딱 한번 강연을 들어봤는데 노신사시더라고요. 
구본창 사진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관에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3월 10일까지 진행됩니다.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독일 유학을 떠난 구본창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서울시립미술관 1,2층에서 전시하는 '구본창의 항해' 전시회 1장을 열면 '호기심의 방'이 펼쳐집니다. 수집광인 구본창 작가가 모은 여러 물건들을 전시하네요.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저런 걸 수집하려면 집안이 부유해야 합니다. 실제로 구본창 작가는 섬유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수시로 외국으로 출장 가면서 사 온 물건들이 많더라고요.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그래도 오래된 물건들은 이사할 때 많이 버리는데 이렇게 간직하고 있네요. 이는 물건에 대한 집착 같은데 최근 구본창 사진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독일의 유형학적인 사진들이 꽤 늘었어요. 이는 방향을 이쪽으로 정한듯 합니다. 백자, 금관 등등 사물을 촬영한 사진들이 가득 보이네요.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사진 촬영 연습할 때 사용한 듯한 도형도 보이고요.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구본창 작가는 1953년에 태어났습니다. 올해로 70살입니다. 항상 40대 작가로 생각했는데 어느새 70대가 되셨네요. 
구본창 작가는 미술을 좋아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한국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우에서 근무를 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1979년 함부르그 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 입학을 한 후 독일 친구 영향으로 사진을 접하게 됩니다. 

 

그렇게 구본창은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렇게 1980년대초까지 독일에서 사진 공부를 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독일은 사진문화 강국입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참 많이 나온 나라죠. 특히 유형학적인 사진의 뿌리를 찾아가면 독일 작가들이 많이 나옵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초기 유럽 시리즈 (1983~1984)

구본창 사진작가를 좋아하다 보니 수 많은 사진작가 소개 책에서 수시로 그의 작품을 만났는데 이 사진도 사진집에서 봤습니다. 그런데 이걸 전시장에서는 처음 보네요. 유럽 유학 시절에 촬영한 컬러 사진입니다. 그냥 일상 기록 사진 느낌의 스트레이트 사진입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졸업 한 해 전에는 서울에서 사진전을 합니다. 1983년 이 때는 사진 전시회가 흔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은 미술의 하위 부류로 취급당하던 시절이었죠. 이 사진작가라는 단어는 영어엔 없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사진을 예술의 한 부류로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조어입니다. 우리가 화가를 미술작가라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사진은 사진가 대신 사진작가라고 합니다. 사진 하면 보통 상업적인 용도, 즉 뛰어난 재현성을 무기로 기록과 상업 광고의 도구였지 이걸로 예술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투영하는 도구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서양에서 '신디 셔먼' 같은 연출 사진을 통한 예술 도구로서의 사진을 인정받자 한국도 서서히 사진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1983년은 아니였습니다. 파인 힐 갤러리는 한국 최초의 '사진전문 갤러'리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그렇게 30대 초반 나이에 한국에서 개인 사진전을 시작했고 그의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위 사진은 1980년 서울을 촬영한 컬러 사진입니다. 시선 시리즈인데 1980년 서울의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기록 사진이자 세련된 감각을 담은 사진이기도 합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보라색 버스, 3류 동시개봉관에서 나온 듯한 영화 간판이 쓰레기 리어카에 담겨 있는 유머러스한 사진, 정치인 포스터, 거대한 양복 간판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잔디가 듬성듬성 있던 한강 둔치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그 옆에서 다른 사람들인지 돗자리에서 노는 모습, 사진 왼쪽에 이제 막 지어지고 있는 다리도 보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 유람선이 있네요. 딱 1980년대 풍경입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이 사진은 인상 깊습니다. 잠원동 뉴코아 백화점 자리 같네요. 90년대 중반에 여기서 알바를 한 기억과 이 사진이 뭉쳐지니 오래 보게 됩니다. 80년대 우후죽순으로 올라가던 복도식 강남 아파트도 많이 보이네요. 이 당시만 해도 강남이 이렇게 발전할지 몰랐죠. 그냥 신도시인데 이제는 정치, 경제의 핵심지가 되었습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상품으로 받는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촬영한 '열두번의 한숨'이라는 사진입니다. 1985년 작품인데 3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연결해 놓았네요. 마치 영화 필름 같아 보입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긴 오후의 미행 1982~1988

그리고 연작 '긴 오후의 미행' 시리즈도 담습니다. 한 사람이 물에서 올라오는 모습은 구본창 작가 본인입니다. 기록성보다는 조형성에 좀 더 집중한 느낌이죠. 구본창 사진작가는 연작 시리즈가 많습니다. 일상에서 시리즈에 부합하는 사진들을 수시로 촬영하고 그걸 저장했다가 시리즈로 내놓기도 하죠.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스트레이트한 사진만 찍는 건 아니었고 포토몽타주 같은 연출 사진도 시도했습니다. 구본창 사진작가를 생각해 보면 다양한 표현법을 시도한 작가입니다. 주제보다 표현법이 신선했죠. 지금 생각하면 유치할 수도 있습니다만 1980년대 당시에 이런 시도를 한 사진작가가 없었습니다. 사진작가 자체도 많지 않았고 이제 막 사진학과들이 전국 대학교에서 신생 학과로 만들어지는 시기이라고 해도 이런 시도를 최초이자 참 많이 시도했습니다. 

 

배고프던 시절 상업사진가로도 활동을 많이 한 구본창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복도 벽면에는 구본창 사진작가가 아닌 구본창 사진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저야 사진 좋아하니 구본창 사진작가를 잘 알지 사진 관심 없는 분들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들을 보여주면 어~ 이 사진을 찍은 분이구나 하시죠.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강수연, 황신혜, 안성기의 리즈 시절을 촬영했습니다. 황신혜의 저 사진은 인생 사진이라고 할 정도로 단아하고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유명 배우들 특히 여배우들은 좋은 사진가를 만나야 합니다. 장동건에게 조선희 사진가가 있듯이 황신혜와 강수연에게는 구본창 사진가가 있었습니다. 강수연의 영정 사진도 구본창 사진가가 촬영한 사진을 사용했다고 하죠.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국민 배우인 안성기 사진 중에 가장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1994년 개봉작 이정재 주연의 '젊은 남자' 포스터도 구본창 사진가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정재의 인생 사진 중 하나죠. 
구본창 사진작가가 이 영화 포스터를 촬영한 이유는 이 영화 감독인 배창호가 친구입니다. 중고등학교 동창이고 대기업을 다니다가 배창호가 영화 찍겠다고 뛰쳐나가자 거기에 자극받은 수줍음 많고 사회생활에 버거워하던 구본창도 대기업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수년 후에 다시 만나서 배창호는 영화감독이 되고 구본창은 사진작가가 되어서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구본창 사진가 실력이 입소문 나면서 충무로에서 많이 찾는 사진가가 되죠. 

 

구본창 사진가가 왜 상업 사진을 찍었냐? 찍고 싶었다기 보다는 대학 졸업 후에 돈을 스스로 벌지 못하고 여기저기 손을 벌려야 했기에 돈을 벌기 위해서 영화 포스터와 스틸 사진을 찍다가 실력을 인정받아서 한 동안 한국 영화 포스터 사진을 많이 촬영합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이외에도 책 표지 사진 촬영도 했습니다. 한국은 파인 아트라고 예술 사진작가와 사진가를 구분하려는 습성이 있는데 그럴 필요 있나요. 상업 사진도 찍고 예술 사진도 찍고 둘 다 할 수도 있죠.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여러 사진을 보다가 1980년대 전형적인 패션을 담은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저 머리, 저 단(丹) 아후... 촌스러워요. 

 

한국에 연출 사진의 새로운 시선을 선보였던 구본창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사진은 기록 사진처럼 세상을 그대로 담는 스트레이트 사진과 연출을 해서 촬영하는 메이킹 사진으로 구분합니다. 연출을 했냐 안 했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본창 사진작가 이전에는 연출 사진을 금기시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 사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진전인 1988년 워커힐 미술관에서 열린 '사진 새시좌'전시회 이후 사진에 대한 시선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담아도 되는구나라는 새로운 시선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습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이후 '한국 사진의 수평전' 등을 통해서 구본창 사진작가가 몰고 온 연출 사진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한국 사진계에서 큰 이정표를 만든 구본창 사진작가의 이력이 시작됩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태초에 10-3 1995~1996

구본창을 한국과 전세계에 알린 사진이 이 사진입니다. 구본창 작가의 대표작이죠. 손과 발을 담은 사진인데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가까이 가서 보면 사진을 여러 조각을 냈고 그걸 바느질로 이어 붙였습니다. 마치 옷처럼 붙였네요. 대단한 창의력이죠.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시계를 촬영한 사진을 태우고 그걸 액자에 담는 등등 사진의 표현법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물론 단순한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그걸 처음으로 했다면 그 자체로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생동감 넘치는 피사체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구본창 사진작가는 부모님이 세상에 떠날때마다 큰 고통을 받은 듯합니다. 그걸 다 사진으로 담았더라고요. 감수성이 풍부한 사진작가의 업보라고 할까요?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아버지가 모습을 담은 사진도 소개되었습니다. 

 

단아하고 정갈한 사진의 세계에 빠진 구본창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격동의 30,40대를 지난 후에 50대가 되면서 마음속에 물결이 잠잠해졌는지 단아하고 조용하고 미니멀한 사진들을 찍기 시작합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구본창 사진의 후기를 대표하는 백자 시리즈를 통해서 백자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탈 시리즈도 구본창 작가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그리고 2016년부터는 '황금'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관의 나라라고 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금관을 금빛 찬란하게 담고 있네요.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

최근에는 이런 사물을 주로 찍는데 예전처럼 인물 사진을 다시 찍어 보시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구본창 사진작가님의 나이가 70살이라는 점에 제 욕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꾸준히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구본차의 항해'입니다. 

 

전시명 : 구본창의 항해
전시기간 : 2023년 12월 14 ~ 2024년 3월 10일
전시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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