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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스티븐 스필버그 그 자체가 영화였다고 말하는 영화 파벨만스

by 썬도그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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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의 부조리를 잠시 잊게 해주는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우리의 삶은 인과 관계가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납니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요? 이게 진실일까요? 전두환처럼 사리사욕 탐욕에 물든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 것이 논리적인 세상의 결과인가요? 태어나보니 재벌 3세인 사람들이 떵떵거리고 살고 실패를 해도 수십 번 기회를 주는 걸 보면서 이게 논리정연하고 개연성 풍부한 세상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전 신을 믿지 않습니다. 신이라면 논리정연하고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세상을 만들어야죠. 착하게 살아도 갑자기 죽어버리고 악하게 살아도 평생 죗값 치르지 않고 살아가는 곳이 세상입니다. 압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 조리 있음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희망이라는 것을요. 그게 이 무의미한 삶의 유일한 의미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불평불만이 있지만 우리는 합리적이고 바르게 살라고 양심이라는 장치를 신이 달아 주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영화는 가장 논리적이고 개연성 높은 세상입니다. 악당이 벌을 받고 응징을 당하면 기립 박수라도 쳐주고 싶습니디. 현실에서는 그렇게 못하니까요. 그게 영화의 매력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권선징악을 담거나 우리 삶을 그대로 투영하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합니다. 둘의 차이는 놀이의 도구로서의 영화냐 예술의 도구로서의 영화냐의 차이겠죠. 

 

스필버그 감독은 참 독특합니다. <죠스>나 그를 세계에 알린 <대결>, <E.T>, <쥬라기 공원>,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를 보면 전형적인 대중 영화 잘 만드는 흥행 감독으로 보입니다. 제가 영화에 빠지게 된 시기에 가장 인기 높고 저 감독이라면 무조건 본다고 할 정도로 신뢰도 100점인 감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감독 <쉰들러 리스트>, <태양의 제국>,  <A.I>, 같은 아트하우스 영화도 곧잘 만듭니다. 실제로 아카데미 상을 많이 수상하고요. 

 

대중 흥행 영화와 작품상을 받을만한 아트하우스 영화 등 양쪽을 다 잘 만드는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입니다. 80년대에는 천하무적이라고 할 정도로 스필버그 감독은 미국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은 70대가 되고 예전만큼의 명성은 없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놀라운 노 감독입니다. 영화의 재미를 가장 잘 아는 감독, 그가 만든 영화들은 항상 새롭고 놀랍고 재미있었습니다. 흥행의 귀재라는 말은 스필버그 감독에게만 허락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영화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서전 같은 영화 

영화 파벨만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 정말 내 인생을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어 하죠. 그러나 대부분은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세상을 떠납니다. 하물며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영화로 자서전을 쓴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영화제작사에 말하면 대부분 거절하겠죠. 그러나 본인이 영화 감독이자 각본가이자 영화제작자라면 다를 겁니다.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재미있을까요? 영화 <파벨만스>는 스필버그 감독이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자신의 유년 시절의 비밀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재미있느냐 전 재미없게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영화라고 칭송을 합니다. 또한 이 영화를 상암동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봤는데 거의 꽉 찬 극장을 보면서 이 영화를 보러 이 먼 곳까지 온 열기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전 스토리 자체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고 특히 그 가족의 비밀 부분은 공감은 가지만 그게 엄청난 스토리나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았습니다. 재미없다는 건 전제 조건이 있는데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싹 지우고 봤을때만 성립됩니다. 스필버그 감독을 모르거나 알아도 이 영화가 자전적 이야기라는 걸 모르고 본다면 재미가 없을 겁니다.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고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할 정도입니다. 

 

다만 영화광인 소년의 성장하는 과정이구나 정도로 느끼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은 이게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인걸 알고 보죠. 그렇게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대입해서 보면 스필버그 감독이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자란 금수저가 아닌 큰 고통 속에서 영화라는 세상에 빠져들었구나를 알게 됩니다. 

엄마가 준 카메라로 영화에 푹 빠지게 된 유대인 소년의 성장기 

영화 파벨만스

IT 공학자였던 아빠와 피아니스트인 엄마와 함께 크리스마스에 본 <지상최대의 쇼>를 본 새미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거대한 열차와 자동차가 충돌을 해서 날아가는 장면이 너무나도 생동감이 넘쳐서 밤새 영화라는 세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이런 파벨만스를 잘 아는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엄마는 새미에게 8mm 카메라를 선물합니다. 그렇게 장난감 기차를 충돌시키는 장면을 촬영한 후 엄마와 함께 옷장에서 감상을 합니다. 

 

시네키드의 탄생입니다. 이후 새미는 3명의 여동생을 배우로 출연시켜서 가내수공업 영화를 만듭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본격적인 영화 촬영을 시작합니다. 

영화 파벨만스

친구들을 배우로 캐스팅한 단편영화인데 영화를 곧잘 만듭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가짜 총을 쏘다 보니 총을 쏘는 흉내만 내는 모습에 한숨을 쉽니다. 그러다 필름에 핀으로 작은 구멍을 뚫어서 총구에서 총알이 나는 듯한 특수 효과를 냅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특수 효과를 아주 잘 사용하는 감독입니다. 그래서 그가 만든 다양한 액션 영화들은 저걸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할 정도로 뛰어난 특수 효과에 관객을 홀립니다. 그런데 이런 능력은 영화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 것이네요. 

영화 파벨만스

그러나 아빠(폴 다노 분)는 영화가 취미라고 생각하지만 새미(가브리엘 라벨 분)는 진지합니다. 대학교에 갈 생각도 없이 영화 만드는 일에 더 열중합니다. 그런 새미의 열정을 엄마(미셀 윌리엄스 분)가 응원합니다. 아내의 설득에 좀 더 전문적인 카메라와 고가의 필름 편집 장비까지 갖추게 된 새미는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에 열중합니다. 

 

그러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상심에 빠진 엄마를 위해서 가족 여행을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엄마에게 보여달라고 아빠가 새미에게 부탁합니다. 새미는 그렇게 가족여행을 담은 영상을 살펴보다가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 비밀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합니다. 10대 소년이 가족에 대한 거대한 비밀을 알게 되지만 그걸 어디에도 말할 수 없고 70살이 넘어서 영화로 고백합니다. 

 

그런 고통 속에서 한줄기 빛이 되는 것이 영화입니다. 영화를 만들때는 현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잠시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1984년 제작되어서 한국에서 <E.T> 열풍이 불었는데 이 영화야 말로 저를 영화의 환상의 세계로 이끈 영화였습니다. 

 

새미에게 영화는 삶의 도피처이자 열정 그 자체였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열정은 고통스러운 현실이 새로운 엔진이 되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스필버그 감독에 동화되지 못하면 그냥 지루하고 흔한 영화 <파벨만스>

영화 파벨만스

기자 출신의 인기 평론가 이동진은 이 영화를 별 5개 만점 영화로 칭송을 했고 올해의 영화로 선정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평론가들이 영화매니아들이 올해의 영화라고 칭찬이 가득합니다. 저도 꽤 잘 만든 영화이자 영화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느껴집니다. 특히 영화 후반에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상영한 영상을 통해서 영화가 어떻게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 얼마나 힘이 있는 매체인지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또한 스필버그 감독이 온갖 기쁨과 슬픔 모든 감정을 어떻게 영화로 승화시키는지도 잘 담고 있습니다. 마치 좋은 일, 슬픈 일 어떤 감정을 흔들어 놓는 모든 일에 대해서 이거 유튜브각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영화에 미쳐 있는 한 소년을 통해서 영화가 어떤 매체인지 스필버그 감독에게 영화는 삶 그 자체이고 삶이 영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이 영화 지루해서 수시로 언제 끝나나 시계만 연신 들여다봤네요. 

영화 파벨만스영화 파벨만스

이유는 이야기 자체가 좀 지루합니다. 스필버그 감독에게는 무려 60년이 지나서 고백하는 가족의 비밀이지만 그건 스필버그 감독의 고통이지 이게 저에게까지 전달이 안 되었습니다. 전 새미의 고통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여동생들처럼 울고불고 난리를 치지도 않고 꾹 참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침묵을 선택하고 오히려 엄마를 달랩니다. 

영화 파벨만스

오히려 아빠가 나중에 눈물을 흘리면서 모습에 눈물이 핑 도네요. 알고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고통을 참다가 한 순간에 터지는 모습이 억장이 무너지네요. 그렇다고 비밀을 만든 가족을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진짜 어른이죠. 정말 큰 어른입니다. 여기에 새미도 장남의 모습도 슬픈 어깨를 잘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엄청난 이야기이지도 거대한 이야기도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지 못합니다. 이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이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는 관객이 있을 것이고 아파하지 않는 관객이 있을텐데 감수성이 남보다 풍부하다고 자부한 저이지만 전 마음이 흔들리지 않네요. 다만 이 이유는 제 개인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감독의 개인사와 관객의 개인사가 연결되어서 폭발하거나 평온하게 됩니다. 

 

전 새미 개인사에 대해서는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네요. 하지만 새미를 통해서 영화의 속성을 담는 그 서사는 아주 좋습니다. 차라리 가족의 비밀을 지우고 영화를 만들면서 느끼는 고통과 환희와 진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삶에서 재미없는 부분을 잘라내면 그게 영화다

영화에 관한 영화로 보면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만 개인사 부문은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네요. 영화는 편집의 마술이라고 하죠. 우리의 삶에서 재미없는 부분을 잘라내면 그게 영화라고 합니다. 이는 이 영화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편집을 통해서 보여준 스필버그 감독.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장면은 영화 마지막에서 방점을 찍습니다. 

서부극의 명장인 '존 포드'감독은 영화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새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지평선이 위에 있거나 아래 있으면 흥미롭지
그러나 지평선이 가운데 있으면 더럽게 지루해

 

이 말은 영화 감독의 역할을 아주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명문장입니다. 영화는 감독 놀음입니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지만 앵글은 감독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장소를 섭외하고 배우의 연기와 시나리오는 감독이 통제할 수도 하기도 쉽지 않지만 앵글은 감독의 권한이죠.  지평선이 위나 아래에 있다는 건 하이 앵글이나 로우 앵글을 말합니다. 사진도 가장 역동적인 앵글이 하이앵글이나 로우 앵글입니다. 그래서 기록 사진이 아니고 무엇인가 에너지를 느끼고 색다르게 느끼고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싶으면 손을 쭉 올려서 내려다보면서 찍는 하이 앵글로 찍거나 후면 LCD를 틸팅 해서 90도로 내려다보면서 카메라를 허리 아래에 놓고 위로 올려다보고 찍어보라고 합니다. 그게 바로 흥행을 목적으로 한 대중 영화의 시선입니다. 

 

반대로 기록용 영상이나 예술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면 '아우구스트 잔더'처럼 수평선을 가운데에 놓고 촬영하면 지루하지만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증명 사진이나 단체 기록 사진을 찍을 때 눈높이의 시선이자 우리의 평상시 시선인 아이 앵글로 촬영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새미가 '존 포드' 감독 사무실에서 나올 때는 지평선이 가운데 있다가 앵글을 고쳐서 로우 앵글로 담습니다. 로우 앵글은 영웅 앵글이라고 보통 아래서 위로 올려 찍으면 사람을 더 웅장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의 세계에 입문하게 됩니다. 

 

그러나 상당히 지루한 영화일 수 있으니 취향에 맞지 않으면 정말 지루한 영화가 <파벨만스>입니다. 그래서 전 영화광에게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영화가 의인화 된 스필버그 감독의 유년기 

 
파벨만스
전 세계가 사랑한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그 위대한 꿈의 시작! 난생 처음 극장에서 스크린을 마주한 순간부터 영화와 사랑에 빠진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 아빠 ‘버트’(폴 다노)의 8mm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담기 위해 열중하던 새미는 우연히 필름에 포착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진실을 비추는 필름의 힘을 실감한 새미에게 크고 작은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의 응원으로 영화를 향한 열정은 더욱 뜨거워져만 가는데…영원히 간직하고픈 기억,영화의 모든 순간과 사랑에 빠진다!
평점
7.5 (2023.03.22 개봉)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미셀 윌리엄스, 폴 다노, 세스 로건, 가브리엘 라벨, 줄리아 버터스, 주드 허쉬, 지니 베를린, 로빈 바틀렛, 샘 레흐너, 오크스 페글리, 클로에 이스트, 니콜라스 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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