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를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보통 해방 이후를 말합니다. 해방 이후 남북한이 갈라지고 1950년 6.25 전쟁으로 동족 간의 큰 피해의 전쟁을 일으켰고 그 결과는 2023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3대 세습을 하고 있고 한국은 독재 정권이 수시로 태어나는 정치적 후진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후진성으로는 남북한의 레벨이 무척 비슷하죠. 차이점이라면 경제 규모의 차이만 클뿐이죠.
한국 현대사의 배꼽 같은 1979년 12.12사태를 담은 <서울의 봄>
내일 개봉하는 <서울의 봄>은 <비트>, <무사>, <감기>, <아수라>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정치 역사 드라마입니다. 1979년 12월 12일 밤에 일어난 하나회의 수장인 전두환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의 봄의 유래 : 지금의 10,20대 분들은 서울의 봄이라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실겁니다. 여기서 봄은 계절의 봄이기도 하지만 독재 정권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갈망하던 사람의 바람이기도 했습니다. 1979년 10.26일 궁정동 안가에서 현 국정원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사건입니다. 독재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자 많은 국민들은 드디어 민주주의가 다시 꽃 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신군부라고 하는 박정희의 총애를 받았던 전두환이 하나회라는 군내 사조직을 만들어서 1979년 12월 12일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군인 출신 대통령이 사라지자 또 한 명의 군인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이 신군부의 등장으로 인해 국민들은 실망했지만 다시 직선제 대선을 만들기 위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커졌고 전국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민주주의 열망이 들불처럼 피어났습니다. 그러나 신군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광주 민주화 항쟁을 군인의 무력으로 밟아 버립니다.
그게 1980년 5월 18일입니다. 그렇게 서울의 봄은 끝이 납니다.
이 1979년 12월 12일부터 1980년 5월 18일까지를 서울의 봄 기간이라고 합니다. 이는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 항쟁인 프라하의 봄을 빗댄 용어입니다. 당시 프라하에 민주주의 시위가 일어나자 소련의 위성 국가인 체코에 탱크를 보내서 그 민주주의를 파괴했습니다. 따라서 서울의 봄이라는 말은 따뜻한 말 같지만 역사에서 '서울의 봄'은 비극으로 끝난 민주주의의 열망입니다.
서울의 봄을 보기 전에 보면 좋은 전후의 사건을 담은 영화들
제가 한국 현대사의 배꼽이라고 12.12 사태를 표현한 이유는 한 시대의 탄생이 12.12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정희라는 근대화의 아이콘 같은 분이 사망한 후 새로운 독재자인 전두환과 그의 친구이자 하나회 소속이었던 노태우라는 군인 출신 대통령이 연이어 당선됩니다. 어두운 197~80년대였죠.
이 80년대는 정치적으로는 암울했지만 70년대 부터 고속 성장을 한 한국 경제는 빛을 내기 시작했고 먹고사는 문제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됩니다. 또한 흑백 시대에서 컬러 시대로의 전환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또 한 세대의 시작을 알리는 시작이 12.12 사태가 아닐까 합니다. 머리는 추웠지만 몸은 따뜻했던 1980년대의 시작점이 12.12사태 같기도 하고 이 시절부터 전라도 경상도 지역색이 견고해지고 우익과 좌익의 대결이 극심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대상은 2023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극우들은 전땅크님이라고 전두환을 칭송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모든 것을 기록했고 <서울의 봄>같은 영화들이 수시로 역사적인 사건을 재조명해서 역사를 돌아보게 하고 제대로 보게 하네요. 저는 이 12.12 사태를 잘 압니다. MBC의 제5공화국을 통해서도 수많은 책과 다큐로도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왜 일어났는지 이게 무슨 사건이고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전후에 일어난 사건을 같이 이해하면 영화를 보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한 유신헌법을 잉태하기 전 이야기를 담은 영화 <킹메이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심복이자 오른팔이었던 중앙정보부장(현 국정원장)인 김재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합니다. 엄청난 충격이었죠. 김재규는 자신의 유신의 심장을 쐈다고 합니다. 독재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판단력이 흐려져서 마산 시위대를 캄보디아처럼 탱크로 밀어야 한다는 말에 깜짝 놀라죠. 그래서 독재를 끊기 위해서 총을 겨누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은 자리에 오래 있다보면 고인물이 되어서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고 욕심이 더 큰 욕심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대통령 선거는 단선제입니다. 대통령은 한 번 임명되면 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없고 거기서 끝입니다. 미국은 최대 2번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단선제가 된 이유는 유신 헌법 때문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유신 헌법을 만들어서 대통령을 영원히 할 수 있는 종신제를 선포합니다. 그냥 아프리카 독재자들처럼 평생 대통령이 되겠다는 소리죠.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온 국민이 반대하는 유신 헌법을 만든 이유가 김대중 후보 때문입니다.
1971년 대선에서 신민당의 젊은 기수였던 김대중이 예상밖으로 크게 선전하자 깜짝 놀랍니다. 가까스로 김대중을 이겼습니다. 이 승리에는 김대중 후보 밑에 있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이 배신하고 박정희 쪽으로 붙어서 이겼다는 풍문이 파다했습니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상도는 우익, 전라도는 좌익인 지역 구도를 만든 사람이 엄창록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경상도에 신라 대통령 이야기를 만든 것도 엄청록이라는 소리가 많죠. 그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2022년 개봉한 웰 메이드 정치 드라마 <킹 메이커>입니다. 비록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유신 헌법을 만들게 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이 1971년 대선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겁을 해서 유신 헌법을 만들었다고 하죠.
궁정동 안가의 총소리 10.26 사태를 담은 <남산의 부장들>
10.26 사태를 담은 영화는 크게 2개가 있습니다. 한석규 주연의 2005년 작품인 <그때 그 사람들>과 2020년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개봉해서 흥행에 성공한 <남산의 부장들>이 있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은 10.26 사태만 주로 다루었고 <남산의 부장들>은 10.26 사태가 일어나기 전을 보다 넓게 담습니다.
<남산의 부장들> 영화 말미에는 전두환이 잠시 등장해서 청와대 금고를 털어가는 모습이 나오고 실제로 전두환이 청와대 금고를 털었다는 풍문이 많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의 합동조사단장이 소장인 전두환이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던 인물입니다.
서울의 봄을 짚밟은 광주민주화 운동을 담은 <택시운전사>
1979년 10월 26일 이후 2달도 안 된 1979년 12월 12일 소장인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하나회라는 군내 친목단체를 결성한 후에 군의 핵심을 장악합니다. 그리고 계엄령 상태라서 계엄사령관이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 계엄사령관이자 육군 참모총장인 정승화를 강제 납치합니다.
이에 장포스라고 하는 수도경비사령관인 소장 장태완과 육군특수전사령관 소장 정병주가 이 하나회라는 쿠데타 세력을 막기 위해 출동합니다. 진짜 군인들이죠. 그러나 역사나 우리 세상은 권선징악이 아닙니다. 부조리한 세상은 항상 악마들에게 미소를 지어주네요.
국민들은 또 다른 군인이 정권을 잡아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민주화 시위는 일부 학생들이나 하는 것이고 먹고사는 것에 바쁘다 보니 큰 관심도 없었죠. 물론 쿠데타로 또 다른 군인이 나라를 이끄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런가 보다 했죠. 그럼에도 항상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전국에서 대규모 독재타도! 를 외치는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에 전두환 정권은 전남 광주를 봉쇄하고 시위대를 학살합니다. 그게 바로 12.12 사태 다음 해 봄에 일어난 '광주민주화 운동'입니다.
이 '광주민주화 운동'의 학살극을 방조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당시는 평시나 전시나 모든 군대 작전권은 미군이 가지고 있었습니다.미국이 공수부대를 빼서 광주로 내려 보내는 걸 모를 리 없죠. 그러나 미국 역사상 역대급 무능 대통령인 카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개발한다고 하는 등 불편한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이 죽고 전두환이 핵 개발 절대 안 하고 장거리 미사일 개발도 안 하겠다는 등의 미국에 굽신 거리는 모습에 카터는 전두환의 손을 들여줬습니다.
그렇게 카터의 묵인 하에 광주에서는 수 천명이 공수부대의 총에 맞고 사망하고 고문당했습니다. 4.3 제주 사건와 함께 현대사의 최대 비극 중 하나죠. 그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담은 천만 영화가 <택시운전사>입니다.
6.10 민주화 항쟁을 담은 영화 <1987>
세상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가 항쟁하고 투쟁해야 변합니다. 그래서 역사는 물이 아닌 피로 쓴다고 하죠.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냥 왔겠습니까? 수많은 사람들의 피, 땀, 눈물로 만들어졌죠. 민주주의라는 달콤한 열매를 먹으면서 누가 이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맺게 했는지 우리는 간과할 때가 많습니다.
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열매를 맺게한 1987년 6월 10일 민주항쟁을 담은 영화가 <1987>입니다. 전 세계 특히 일본과 중국 같은 자발적 독재와 순응적 독재 국가인 두 나라 국민들이 무척 좋아하는 영화가 <1987>입니다.. 한국은 저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어도 안 잡아가나 보다고 신기해했다고 하죠.
이렇게 정리해보니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엄청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네요. 이중 12.12 사태는 세상이 권선징악이 아닌 부조리 그 자체라는 걸 잘 알려주는 비극적인 역사입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를 목도해야만 바람직한 역사를 만들 수 있기에 전 내일 보러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