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출생률에 매달려 있고 매일 같이 0.7이라는 국가소멸이라는 지옥을 연 출생률에 전력투구를 하지만 우리가 출생률에 가려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자살률입니다. 한국은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013년 28명에서 꾸준히 내려왔다가 2017년 이후 다시 26명까지 올라갔다가 2022년에는 25.2명에 머물고 있습니다. OECD 국가에서는 1위이고 전 세계를 통틀어도 리투아니아 31.9명, 러시아 31명에 이어서 아주 높은 나라입니다.
전 출생률 이전에 자살률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우리가 남 신경 쓰는 사회인가요? 나 살기도 바쁜데 남까지 어떻게 챙겨줍니까? 이 태도는 뭐냐. 바로 지옥과 같은 경쟁만이 유일한 삶의 해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사회의 아주 나쁜 단면입니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하고 K문화 어쩌고 하지만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잘 아는 사회라고 하기엔 한국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경쟁을 하는 느낌입니다. 이러니 10,2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죠.
사이비 종교와 학폭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 지옥만세
2023년 여름에 개봉한 독립영화 <지옥만세>는 제목이 참 강렬합니다. 지옥을 만세라고 할 수 있다니. 제목에 지옥 들어가면 강렬한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소재 자체는 강렬하지만 다 보고 나면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다크하고 음습한 영화는 아닙니다. 초반만 좀 어둡고 또 학폭 소재냐고 한숨이 나오지만 중반부터는 꽤 귀엽고 어느 정도 밝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아쉬운 구석이 많지만 두 배우 오우리와 방효린의 연기가 좋았고 '더글로리'로 뜬 박성훈 배우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옥만세> 줄거리
독립영화의 독립은 자본으로부터 독립이라서 영화 스토리와 연출이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영화를 보고 싶으면 대중적인 재미는 떨어줘도 신선한 맛이 좋은 독립영화를 추천합니다. 좋은 독립영화를 만들면 메이저 영화제작사가 끌어올려서 장편 상업 영화를 연출하게 하죠.
<지옥만세>는 독립영화답게 좀 독특한 소재의 영화입니다. 수안보 온천의 도시인 충주시에 사는 쏭남(오우리 분)과 황구라(방효린 분)은 학폭 피해자입니다. 집안은 잘 살지만 아픈 동생만 챙기는 집에서 사는 황구라는 주변에게는 엄마 아빠가 없다고 말합니다. 쏭남은 치킨집을 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학폭 피해자입니다. 황구라는 원래 바닥이었고 쏭남은 학폭러들의 꼬봉으로 있다가 떨어져 나가서 학폭 피해자가 됩니다. 쏭남의 이런 사정을 엄마는 알지만 약해서 당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둘 다 집에 자신들의 고통을 말할 처지도 아니고 고통을 해결할 수도 없고 둘은 죽기로 결심합니다.
폐 온천 건물에 들어가서 자살을 시도하지만 쏭남이 주마등을 보고 죽을 뻔했다가 황구라가 유서를 들여다보다가 박채린이 서울에서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렇게 죽을 수 없다는 쏭남, 날 이렇게 만들고 서울로 떠난 박채린이라는 학폭러를 찾아서 기스라도 가게 만들자고 제안을 하고 두 사람은 서울로 올라옵니다.
박채린(정이주 분)은 청계천 변에 있는 아세아 상가에 있는 교회에 기거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두 사람은 인스타그램을 보고 박채린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 교회의 청년 목사 같은 한명호(박성훈 분)이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박채린도 두 사람을 보더니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에 쏭남과 황구라 특히 쏭남은 칼로 얼굴을 그으야 하는데 긋지 못합니다. 폭력도 익숙한 사람이 행하지 해보지 못한 사람은 쉽게 실행하지 못합니다. 했다면 죽으려고도 하지 않았겠죠. 그런데 박채린은 놀랍게도 자신의 모든 행동을 반성하고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반성합니다. 또한 모든 내용은 한명호라는 청년 목사 같은 사람도 알고 있습니다.
박채린은 회개를 해야만 낙원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낙원은 천당이나 다음 생이 아닌 엄마가 있는 낙원입니다. 이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 박채린이 다니는 교회는 사이비 종교 단체입니다. 낙원은 다음 생의 낙원이 아닌 사이비 종교인 중에 핵심 사람만 갈 수 있는 지상 낙원입니다. 자살하려다 박채린이라는 가해자를 응징하러 갔다가 사이비 종교를 만나서 진짜 죽을 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성긴 구석이 많지만 독창성과 배우 보는 맛이 좋은 영화 <지옥만세>
아주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비슷한 사이비 종교 소재 또는 종교에 대한 물음을 하는 <밀양>이나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도 생각나고 여러 사이비 종교 소재의 영화에 비하면 좀 임팩트가 약합니다. 다만 독특함은 꽤 좋네요. 여고생들이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활기가 있고 산뜻한 느낌도 듭니다.
여기에 학폭으로 죽으려고 하는 두 여고생이 사이비종교 단체에 잡혀서 진짜 죽을뻔 한 이 자체가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결론은 물론 예상대로 흘러가긴 하고 그 과정에서 깊은 인상이나 메시지가 와닿지는 않습니다. 여러 면에서 성긴 구석이 많습니다만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3명의 주연 배우 연기가 꽤 좋네요. 특히 대사 처리가 딱 저 10대 소녀들의 말투 자체도 좋고요.
올해의 배우 발견이라고 할까요? 쏭남의 오우리라는 배우와 황구라의 방효린이라는 배우는 앞으로 주목해봐야 할 배우입니다. 두 배우 모두 처음 봤지만 처음 보고 강렬하게 끌리네요. 오우리라는 배우는 독립 단편 영화에 꽤 많이 출연했고 방효린이라는 배우는 필모를 보니 2015년 <렛미인>에 출연했네요. 둘 다 10대는 아니고 20대 배우 같은데 앞으로 많이 봤으면 해요. 정이주라는 배우는 꽤 많이 봤던 배우라서 거론은 덜하겠지만 이 3명의 배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였습니다.
죽음을 통해 본 한국 사회의 병폐
다른 나라도 학폭은 있겠죠. 없으면 그 사회는 인간이 사는 사회가 아닙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밀어냅니다. 특히 정글과 같은 약자는 죽고 강자만 살아남는 세상을 지향하는 한국에서는 더 심하죠. 덜 배운 학생들은 그렇게 학폭에 쉽게 물듭니다.
박채린의 입에서 왜 쏭남과 황구라를 괴롭혔는지 자백을 합니다. 또한 쏭남과 황구라도 서로에게 가해자입니다. 쏭남 치킨집에 음식평에 악플을 단 사람이 황구라이고 황구라가 케이크로 얼굴이 뭉개졌을 때 방관하던 사람이 쏭남입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가해만 하고 함께 하지 못합니다. 쏭남과 황구라는 세상을 뜨겠다는 마음 가짐이 같을 뿐 친구도 아닙니다. 그런데 사이비 종교를 경험하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그 의미란 친구죠. 울어도 혼자 울면 삶에 대한 미련이 없지만 같이 울면 친구가 되고 친구는 삶을 이어가는 힘이 되니까요.
사이비종교는 구원을 말합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표현되는 사이비종교는 죽음과 지옥이라는 공포를 들고 세력을 불려 나갑니다. 공포마케팅의 최고봉은 종교가 아닐까 합니다. 이중 일부를 사이비 종교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종교는 사람들의 평온과 죽음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비즈니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물론 그게 종교의 본질은 아니고 왜곡된 시선이지만 이런 시선을 우리나라 종교인들이나 종교 단체가 고치려고 노력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한국에서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많네요.
<지옥만세>는 결말이 다소 급마무리 느낌이 있고 명징하지 못한 스토리와 메시지가 아쉽지만 두 좋은 배우가 펼치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몰입감 있게 만든 좋은 연기가 꽤 인상 깊은 영화였습니다. 창의성만큼은 아주 좋네요
별점 : ★ ★ ★
40자 평 : 지옥 같은 세상이라도 너와 함께라면 살아볼 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