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를 1달 가입하고 해지했습니다. <무빙>을 보고 볼 게 없어서 해지했네요. 넷플릭스가 좀 더 비싸지만 매주 금요일 볼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매주 선보이는데 디즈니플러스는 미래시도 없고 가끔 뭔가 툭툭 던져 놓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무빙>도 그랬지만 <최악의 악>과 같은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드라마를 매주 1편씩 개봉합니다. 그거 1개 보려고 1주일을 기다린다? 그리고 매달 9,900원 앞으로 가격이 더 올린다는데 안 보고 말죠. 차라리 매주 1편씩 올라오는 드라마 연재 다 끝나면 가입해서 보고 해지하는 게 낫죠. 이러니 넷플릭스가 미우나 고우나 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전형적인 언더커버 이야기를 다룬 최악의 악
먼저 칭찬부터 하자면 충북 경찰서 강력반 형사이지만 경찰 집안과 결혼해서 아내보다 낮은 계급에 구박받고 사는 형사가 역삼고 출신이 뭉쳐서 만든 강남연합이라는 마약 유통 판매업을 하는 조폭에 권승호라는 이름으로 위장잠입한 형사로 나옵니다.
지창욱은 잘생긴 외모로 유명한 배우이지만 연기도 아주 잘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지창욱의 연기가 꽤 좋더라고요. 그리고 또 한 명의 배우이자 이 <최악의 악>을 하드캐리하는 듯한 강남연합 보스인 정기철을 연기하는 위하준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가 대단합니다. 이 배우는 <작은 아씨들>에서 처음 봤는데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듯한 의뭉스러운 표정과 연기가 일품인 놀라운 배우입니다. 이 배우가 연기를 안 했다면 전 처음에 보다 말았을 겁니다.
<최악의 악>은 호불호가 꽤 갈리는 드라마로 누구에게는 꽤 재미있는 드라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별로라는 소리가 많고 전 별로라는 평을 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독특함을 위해서 넣은 멜로가 영 어울리지 않네요. 왜냐하면 설득력이 너무나도 떨어져서 수시로 멜로 구간이 나오면 짜증만 나네요.
조직 보스의 로맨스? 그것도 경찰 누나? 언더커버의 아내? 이게 납득이 되나?
언더커버 장르를 개척한 영화가 <무간도>로 지금도 언더커버 하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이 <무간도>는 홍콩영화로 경찰과 조폭 양쪽에서 위장 요원을 집어넣습니다. 조폭에서는 경찰학교를 졸업까지 하게 해서 높은 위치의 경찰로 심어 놓아서 조폭 수사 및 관련 자료를 수시로 넘겨받습니다. 반대로 경찰은 조폭으로 위장시키기 위해서 경찰을 조폭으로 위장시켜서 조직에 심어 놓죠. 이렇게 서로 양쪽에서 잠입한 언더커버끼리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면서 생기는 스릴과 조직을 위해서 위장을 한 요원의 삶의 비극을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는 <신세계>가 언더커버 장르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두었죠. <최악의 악>은 신세계류의 언더커버 드라마이고 제작진도 신세계 제작진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기존의 언더커버를 답습하면 이음동어이기에 다른 걸 하나 첨가하는데 이게 매콤하면서도 동시에 쓴맛이 가득납니다. 바로 로맨스입니다.
전 조폭 두목이 로맨스를 하는 걸 보긴 봤지만 이렇게 유치한 로맨스를 하는 건 처음 봅니다. 아니 대한민국 땅에서 살인도 서슴치않고 하는 조폭 두목이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산 성당 누나인 유의정(임세미 분)을 좋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폭 사업에 방해가 되거나 문제가 될 수 있으면 동생들 보는 눈도 있는데 하지 말아야죠. 그게 리더의 자격이자 자질이죠. 공과 사를 구분해야죠. 비즈니스 그것도 한 조직의 운명을 다투는 폭력배 사업을 하면 더욱 철두철미해야죠. 그래서 대부분의 조폭 관련 영화는 여자 주인공이 없거나 여자가 안 나옵니다. 의리와 배신이 더 어울리니까요.
그런데 로맨스를 넣습니다. 뭐 그럴 수 있습니다. 연애도 하고 사람도 죽이고 둘 다 하면 되죠. 그런데 그 여자가 서울지방 경찰청 보안과 형사입니다. 조폭 수사와 연관이 없다고 하지만 경찰 아닙니까? 더 놀라운 건 이 유의정의 남편이 언더커버로 잠입한 권승호(지창욱 분)입니다.
드라마 작가는 남편이 언더커버로 활동하는 조직의 보스와 연애를 할듯 말듯한 아내의 모습을 넣어서 깊은 빡침과 긴장감을 주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줘서 신선한 느낌을 주려고 한 듯한데 조폭에 로맨스가 어울리려면 순정을 담아야지 이렇게 베베 꼬면 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냥 성당 누나로 하지 뭔 경찰 아내까지 투입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유의정이 나올 때마다 빨기 감기 해서 넘겨 버릴 정도로 보기 싫네요.
이는 유의정이 보기 싫은 것이 아닌 그렇게 잘난척하고 독종같이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하는 듯한 조직의 보스인 정기철의 구멍이 너무 크게 보여지네요. 권승호로 잠입한 권승호와 검찰과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다 보면 정기철을 잡기 위해서 잠입수사를 하는 건 알겠는데 일이 엉크러지고 하는 걸 보면 차라리 잠입수사를 하지 말고 도청장치나 정황을 잡아서 급습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보다 보면 이건 함정 파놓고 정기철 하나 잡기 위해서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리고 마약보다 더 높은 형량이 살인 사건인데 살인 사건은 또 덮습니다.
보다 보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 경찰이 협력하는 듯 하지만 일본쪽이 발각되었다면 그걸 한국도 알고 대처를 해야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정기철이 권승호 뒷조사를 하게 하는 등의 스릴감이 있긴 하지만 이게 많지 않네요.
누구 하나 설득력들이 떨어지는 캐릭터들인데 유일하게 몰입을 하게 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정기철의 역삼고 후배이자 가장 촉이 좋다는 최정배(임성재 분)입니다. 최정배가 가장 이성적입니다. 보스가 경찰인 성당 누나를 만나러 다니는 걸 만류합니다. 아무리 수사와 관련 없는 경찰이라도 경찰이라는 겁니다. 맞는 말이죠. 사실 이 유의정이라는 경찰은 참 이상합니다. 아는 성당 동생이 조폭 두목이라는 걸 알면 만나지 말아야죠. 아니면 경찰복을 벗고 만나던가요. 자신의 직업의 본분이 있는데요. 그러나 성당 누나와 성당 동생의 불륜스러운 이 만남이 볼 때마다 짜증이 나네요.
최정배의 말이 옳습니다. 또한 최정배는 성당 누나와 아는 사이라는 외부에서 굴러온 권승호를 수시로 의심합니다. 이게 맞죠. 갑자기 굴러온 돌이 조직의 우두머리 그룹에 끼는 자체가 이상하죠. 뭐 보스를 살렸다 어쨌다고 해도 그건 누적이 충분히 되고 부하들 앞에서 설득을 해줘야죠. 아무튼 최정배만이 유일하게 설득력이 높네요. 다만 8화에서는 최정배도 밑도 끝도 없이 의심병이 도지는 듯한 모습에 이 캐릭터도 별로네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나리오 자체가 짜임새가 너무 없습니다. 3명의 주인공인 조직 보스, 언더커버, 경찰 누나 3명 모두가 설득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그냥 하던 방식대로 하지 로맨스 넣어서 영 보기 불편하게 만드네요.
그냥 202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유는 뭘까?
보다 보면 1990년대 강남 거리를 배경으로 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마약 수사가 많았고 뽕쟁이들이 많았지만 2023년 현재가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고의 뽕쟁이 시대가 되었고 국민 뽕의 시대가 되었는데요. 강남에서 비틀거리는 사람 중 일부는 뽕쟁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강남은 뽕의 지역의 되었습니다. 이는 경찰의 무능함과 저렴한 마약의 시대가 만든 풍경이죠. 요즘 동남아에서 건너온 합성 마약이 그렇게 저렴하다고 하죠. 그래서 외국인들을 통해서 널리 멀리 퍼지고 있는데 이걸 한국 경찰 나리들이 잘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낙 물량이 많이 들어와야죠.
그래서 수시로 강남에서 마약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내는 등등 극심한 마약 지대가 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교통사고 나면 음주 검사와 함께 마약검사까지 함께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럼 차라리 2023년을 배경으로 하지 무슨 1990년대 배경으로 하는지 모르겠네요. 다만 90녀대 배경이고 재현을 잘해놓아서 올드한 저는 보기는 좋은데 굳이 90년대 배경으로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을 외친 장면도 안 보이는데요. 여러모로 시나리오가 느슨하고 설득력이 약해요.
중국 마약 제조업의 이해련(김형서 분)이 그나마 후반을 이끄는 인물
시나리오는 정말 별로입니다. 로맨스 때문에 이건 매콤한 김치찌개를 먹으로 왔는데 누가 설탕을 잔뜩 뿌려서 입맛만 버렸네요. 다만 지창욱, 위하준 두 배우의 연기가 좋고 후반에는 중국 측 마약 제조업을 이끄는 이해련(김형서 분)이 매혹적으로 보입니다. 이해련이 정말 산전수전 다 겪고 기품까지 있는 어둠의 보스 느낌이 나네요. 반면 정기철은 왜 보스가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머리도 떨어지고 촉도 나쁘고 매력이 떨어집니다. 잔혹함으로 보스 먹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누구를 제끼고 할 때는 좀 품위 있게 직접 하지 않고 사고로 위장하게 하거나 하는 등의 품위 있고 깔끔하게 처리해야지 직접 칼로 사람 죽이고 하는 등의 연출도 영 별로네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그냥저냥 볼만합니다. 못 볼 정도는 아니고 이런 허술한 시나리오의 구멍이 있지만 이상한 관계인 경찰 아내, 언더커버, 성당 누나인 경찰을 좋아하는 조직 보스가 주는 긴장감이 드라마를 이끄는 힘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좀 더 세련되게 다루던가 좀 무리수인 설정이 아쉽고 아쉽네요.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좋다 보니 이야기의 구멍을 메꾸면서 진행해 가네요.
별점 : ★ ★ ☆
40자 평 : 최악의 악은 무리수를 둔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