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이 대박을 내고 있고 저도 잠시 넷플릭스 끊고 디즈니플러스를 1달 구독해 볼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달리 한 번에 다 공개 안 하고 일부만 공개하고 매주 1~2편씩 공개하기에 차라리 좀 기다렸다 다 공개되었을 때 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런 <무빙> 공세를 막을 넷플릭스의 신작 드라마가 <마스크 걸>입니다.
마스크걸은 너무 잔혹하고 과하고 설득력 약한 서사
잔혹한 폭력 범죄가 일어나면 온라인 게임이 너무 폭력적이라고 손가락질하는데 게임보다 더 폭력적이고 직접적인 건 넷플릭스가 아닐까 합니다. 공중파가 아니라서 이해는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일부러 넣고 많이 넣어서 장사를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해지고 있네요.
웹툰 원작의 <마스크걸> 자체가 잔혹하고 폭력적이라고 하지만 하수상한 세상이 되다 보니 이런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좀 거북스럽습니다. <마스크걸>은 표현 수위가 아주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18세 이상 관람가이고 성인맛 7부작 드라마라고 해도 설정들이 좀 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스토리 자체도 무척 과합니다. 이야기 특히 주인공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다 보니 주인공이 불쌍하거나 뒤웅박 팔자라고 느껴지는 것이 아닌 제대로 반성은 하는 건가? 벌은 받은 건가? 하는 생각을 넘어서 차라리 제대로 복수를 받아라라고 주인공을 응원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주인공을 쫓는 손길을 더 응원하게 되네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려서 춤추는 걸을 좋아했던 김모미(이한별 분)는 신이 내린 몸매를 가졌지만 얼굴이 추녀라서 마스크를 쓰고 스트리밍 방송에서 별풍선을 받습니다. 낮에는 보험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면서 돈을 법니다. 돈에 대한 욕심은 없고 춤을 추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듯합니다.
이런 김모미를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회사 동료인 주오남(안재홍 분)입니다. 우연이 좀 심하죠. 그러나 넘어갈만 합니다. 주오남은 오덕후로 밤마다 김모미라는 걸 알면서 마스크걸에게 별풍선을 쏩니다. 물론 익명의 세계라서 주오남은 '전생은 원빈'이라는 아이디로 마스크걸을 응원합니다. 김모미는 회사 유부남 상사를 좋아합니다. 너무나도 젠틀하고 핸섬한 유부남 상사와 데이트하는 것이 꿈입니다. 참 그렇죠. 유부남을 좋아할 수는 있긴 한데 주인공의 마음씨가 참 더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그날도 짝사랑을 하던 김모미는 상사가 퇴근 후에 다시 돌아와서는 신입 여사원과 회사에서 뜨밤을 보내는 걸 목격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술을 잔뜩 먹은 김미모는 마스크를 쓰고 홀딱쇼를 방송합니다. 이후 김미모는 회사 동기들에게 상사와 신입 여사원의 사이를 까발랍니다. 그 소문은 당연히 회사까지 알게 되고 상사는 회사를 그만두고 여사원은 다른 곳으로 전출됩니다. 김미모라는 주인공의 마음은 알겠는데 못된 주인공입니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너무 잔혹한 행동을 합니다. 물론 김미모라는 캐릭터는 우리 주변에 흔히 있고 엄청나게 나쁜 행동은 아닙니만 그렇다고 호감을 줄 수도 없습니다.
3번의 살인, 3번의 인생, 3개의 이름? 형식만 요란한 저질 스토리의 마스크걸
전 원작 웹툰을 안봤습니다. 그럼에도 인기 웹툰이면 뭔가 깊이 있는 서사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몸매는 뛰어난데 얼굴이 못생긴 것에 대한 서사를 풀 줄 알았습니다. 흔히 몸보다 마음이다 식으로 풀거나 <미녀는 괴로워>처럼 성형하고 새 삶을 살면서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을 박살 내주는 복수극일 줄 알았죠.
그게 아닙니다. 이 <마스크걸>은 예측 못할 스토리로 마구 튑니다. 처음에는 꽤 흥미롭게 봤습니다. 먼저 플롯이 좋네요.
1화는 김미모로 김미모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습니다. 2화는 김미모를 짝사랑하는 주오남의 시선에서 김미모의 사건 사고를 담습니다. 색다른 형식이죠. 3부는 또 주오남의 엄마인 김경자의 서사가 나오고 4부는 김춘애라는 김미모의 제2의 인생에서 동료가 된 술집에서 노래 부르는 김춘애가 나옵니다. 이렇게 4명의 서사가 나온 후에 김모미의 딸인 김미모의 서사가 지나는 것까지 예측을 할 수 없는 전개가 무척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김모미의 살인 과정이 납득이 가는 것은 2건이고 1건은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1건이 이 드라마를 복수극으로 만듭니다. 이 드라마 <마스크걸>은 복수극입니다. 그것도 대를 잇는 복수극이죠. 그런데 그 복수가 설득력이 있는 것이 아닌 짜증이 무척 많이 나네요. 스포라서 담지 못하지만 전체적을 질척거린다고 할까요? 뭔 복수를 이렇게 재미없고 설득력 없게 담는지 모르겠네요.
마스크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세상 편견에 대한 울분을 담는 것도 아닙니다. 그랬다면 애초에 성형을 하고 마스크 까고 방송을 하면 되겠죠. 그런데 살인을 하고 난 후에 성형을 합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새로운 삶 그러니까 평범한 사무직 여사원이 아닌 본격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로 뛰어드려나 봅니다. 그런데 살인을 하고 하면 그게 새로운 삶일까요? 범죄자가 성형해서 얼굴 숨기는 것이죠.
이 <마스크걸>의 문제점은 주인공이 꽤 혐오스러운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교도소에서 불의에 항거하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건 지 편하자고 하는 행동이고 독기를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애초부터 사랑에 눈이 멀어서 불륜 사실을 안 좋은 방식으로 회사에 퍼트립니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익명으로 몰래 투서를 넣으면 되죠. 사람 자체를 파괴합니까? 그리고 첫 번째 살인을 도와주던 주오남에게도 매몰차게 대합니다.
요즘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선남선녀에 마음씨까지 착한 주인공 대신 악당을 주인공으로 삼기도 하는 형식의 파괴를 보여주지만 악당을 주인공으로 삼으려면 캐릭터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악당이지만 어쩔 수 없지 않냐 식으로 당위를 잔뜩 집어넣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영화 <조커>의 아서의 살인과 파괴가 무서운 것이 아닌 같이 어깨를 올리면서 이해한다. 그럴 수 있어라고 하죠.
그런데 김모미의 행동은 하나 하나가 악질입니다. 이런 인성의 주인공이 성형한다고 바뀐다고요? 갑자기 착하게 산다고요? 숨어 살면서 평생 동반자를 만난다고요? 다 부질없는 소리,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나나가 나오던 2번 째 인생은 흥미로웠습니다. 여기에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 연기를 한 염혜란이 이 드라마 재미의 5할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화 김경자와 4화 김춘애까지는 꽤 볼만했습니다. 김모미가 살인을 저지르고 반성을 하는 것 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잡히고 죗값을 받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으니까요.
특히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가 김모미를 추격하는 장면은 좀 과한 서사가 들어가지만 그럼에도 꽤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김모미를 잡아 죽이려는 김경자와의 인연은 드라마 7부까지 이어집니다. 이때부터 재미가 뚝떨어집니다. 이야기의 앞이 다 보이기 때문이죠. 이 드라마 그냥 흔한 복수드라마입니다. 다른 점은 대를 잇는 복수극인데 이게 합당한 논리가 아닙니다. 민주주의 근대국가에서는 부모의 잘못을 자식에게 묻는 연좌제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자식이 무슨 죄냐고 묻죠.
이런 점은 좋았습니다. 김모미의 딸인 김미모가 살인자의 딸이라는 점을 세상이 알게 되어서 조리돌림 당하고 왕따를 당하는 설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실제로 많은 범죄자들의 자식들이 세상에 살고 있고 이 사람들에 대한 고통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가 거의 없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을 뿐 범죄인 2세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담은 모습은 좋습니다.
그런데 이걸 2세까지 이어진 복수극으로 담는 모습에 스토리가 참 저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더 짜증나는 건 딸이 중학교 갈 때까지 연락 한 번 안 하던 김모미가 갑자기 딸이 있었지? 각성하고 지켜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딸을 사랑했다면 어떻게라도 연락하려고 했겠죠.
여기에 배우가 나나에서 고현정으로 갑자기 변합니다. 원작에서는 성형 부작용으로 얼굴이 무너져 내린 김모미라고 하는데 저 얼굴이 성형 부작용 얼굴입니까? 12년 사이에 나이가 30대에서 50대로 확 늙어버린 모습이죠. 이렇게 배우들의 싱크도 맞지 않다 보니 현타가 수시로 오네요. 고현정의 문제라고 할 수 없지만 고현정이 나오고 난 후부터 드라마는 정말 재미없게 흘러갑니다.
성형 부작용을 얼굴이 무너진 게 아닌 서사가 확 무너지네요. 꾸역꾸역 7화까지 다보고 나니 헛웃음만 나오네요. 뭔 소리를 학 싶은 거지? 이 <마스크걸>이 하고 싶은 메시지가 참 궁금했습니다. 물론 메시지가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죠. 그냥 재미만 추구해도 되니까요. 그렇다면 반은 성공했습니다. 4화까지는 꽤 흥미롭고 딸의 이야기까지도 볼만했는데 6~7화에서 고현정이 나오면서 올해 본 넷플 드라마 중 가장 별로였던 드라마네요. 작년에는 <모범가족>이 말아먹더니 올해는 <마스크 걸>이 아닐까 하네요. 그나마 4화까지는 꽤 흥미롭게 봤고 이 4시간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이후의 3화는 별로네요.
주인공이 개과천선한다는 내용도 아니고 반성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복수극으로 변하네요.
주인공이 매력 없으면 매력 있는 캐릭터로 점점 개선시키거나 공감대를 끌어 올리거나 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네요.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도 비슷한 한 여자의 파멸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영화에 비하면 여러모로 수준 떨어지는 드라마네요.
별점 : ★★
40자 평 : 색다른 형식과 염혜란 배우만 보였던 졸작 복수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