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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드림은 이야기 드리블 대신 혀 드리블만 치는 졸작

by 썬도그 2023.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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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그래요. 사진 1장만 보고 이 사진이 사진작가의 사진인지 초등학생이 찍은 사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명 얻어걸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봐야 합니다. 1타수 1안타의 10할보다는 10타수 3안타의 3할이 더 가치가 있습니다. 이병헌 감독은 천만 감독입니다. 

2019년 개봉한 <극한직업>은 긴 장마철이라는 버프를 제거하면 <명량>보다 더 가치있는 흥행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첫날 보자마자 최소 천만을 외쳤던 <극한직업>은 정말 보기 드문 잘 만든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대사, 연기, 연출 모든 것이 좋았던 영화로 지금도 우울할 때 클립 영상을 찾아보곤 합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이병헌 감독이 드디어 물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다만 이런 영화를 자주 만들면 좋은데  그의 전작인 <스물>을 보면 너무 억지스러운 스토리 진행이나 대사 빨로 모든 것을 덮으려는 모습에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이 천만 감독의 신작 영화 <드림>을 안 봤습니다. 입소문이 너무 안 좋아서요. 그리고 왜 안 좋은지를 넷플릭스에 올라오자마자 봤는데 기대도 안 했지만 기대 이하로 졸작이네요. 이병헌 감독의 안 좋은 모습이 터져 나왔고 신파에 국뽕에 뭔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를 연출력에 실망을 했습니다. 왜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지?라는 의문까지 듭니다. 

영화 드림의 문제점 3가지 

영화 드림

영화 <드림>은 2023년 4월에 개봉한 영화로 박서준, 아이유 주연의 스포츠 감동 영화입니다. 손익 분기점은 263만 명이지만 관객은 112만 명만 들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다보고 나니 112만 관객 동원도 과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졸작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2010년 경에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이 있었습니다. 실화죠. 저도 다큐를 본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실화를 바탕으로한 창작 영화입니다. 그냥 소재만 가져오고 다 각색해서 넣었습니다. 축구선수 윤흥대(박서준 분)는 해외 진출이 확정된 같은 팀 스트라이커를 마크해서 골 넣는 걸 방해했고 이 일과 무례한 질문을 하는 기자의 눈을 찔러서 은퇴를 합니다. 

예능인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준비하는데 감동이 있는 홈리스 축구팀의 국가대표 코치를 맡으면서 이미지 세탁을 하려고 합니다. 이 이미지 세탁에 함께 하는 사람이 아이유가 연기하는 이소민 PD입니다. 둘의 목적은 이미지세탁과 돈입니다. 아주 속물들이죠.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 <드림>의  캐릭터는 창작 캐릭터입니다. 홈리스 분들은 감독이 직접 인터뷰를 해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녹였다고 하지만 두 주인공은 창작 캐릭터입니다. 그럼 어디까지가 실화인지 아닌지 궁금하실 테고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 당시의 경기 내용은 똑같습니다. 브라질 용병을 투입하는 내용까지는 동일하다고 해요. 그러나 모든 캐릭터는 진짜가 아닙니다. 

1. 감동의 티키타가가 아닌 혀 드리블을 하다가 넘어지다

영화 드림

영화 <드림>은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의 톤 조절 실패입니다. 이병헌 감독의 대사톤을 참 좋아합니다. 말맛이라고 하죠. 대사치고 빠지고 받아치는 기술이 한국에서 가장 좋은 감독 중 한 명입니다. 그 절정이 <극한직업>과 <멜로가 체질>에 아주 잘 담겨 있습니다. <멜로가 체질>은 OTT 서비스 및 드라마라서 혀 드리블 실력이 메시급입니다. 드라마라서 뭔가 짜릿한 대사를 치면 다시 돌려 보기도 쉬워서 빠른 대사톤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대사가 빠르지도 않고요. 

그러나 <드림>은 다릅니다. 아이유가 연기하는 이소민 PD는 말빨이 엄청납니다. 
"열정은 오르는데 제 월급이 안 올라서요 제 열정을 최저 임금에 맞췄더니 그 후론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이런 대사를 치는 사람들이 한국에 몇이나 될까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창작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을 했던 어쨌든 실화라는 힘이 주는 무게가 있습니다. 그럼 주변 창작 캐릭터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배치해야죠. PD가 저렇게 말을 잘하면 개그맨이나 진행자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런 대사를 초반에 융단폭격처럼 쏟아붙습니다. 이게 하나의 이소민 PD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말 맛깔나게 하는 캐릭터구나 넘길 수 있죠. 문제는 이소민이 한 명이 아닙니다. 윤홍대 선수의 연예기획사 분도 이소민 족이라고 할 정도로 혀 드리블이 엄청납니다. 여기에 윤홍대 선수의 어머니도 혀 드리블 실력이 꽤 좋습니다. 

이런 캐릭터 너무 많아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을 잘 살린 대사는 알겠어요. 그런데 많은 캐릭터가 혀 드리블을 하게 되면 이소민 캐릭터가 너무 쉽게 소모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코미디를 넣은 감독 드라마인데 이게 잘 접목되어야 하는데  속물 그 잡채인 윤홍대 선수와 이소민 PD를 보고 있으면 좀 역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이소민 PD가 대사까지 써주면서 다큐를 위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모습이 요즘 방송국 놈들의 리얼 빙자 연출 다큐를 비판하는 시선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 거의 마지막까지 이소민 PD에 정이  하나도 안 갑니다. 

영화 드림 이소민 PD

주인공이 밉상이면 영화가 재미 없습니다. 윤홍대 선수가 그나마 덜 밉상이지 이소민 PD는 스폰서가 사라지자 내는 말들을 보면 인성이 안 된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대사들이 현란하지만 그런 대사들도 잠시 피식하고 말 정도이고 오히려 영화 보는데 집중력을 흐트러 놓습니다. 자기 기술을 필요할 때 잘 써야 좋은데 수비가 막지도 않는데 혼자 마르세유 턴을 하다가 넘어지는 모습처럼 느껴지네요. 

2. 노숙자들은 감동 서사, 두 주연 배우는 코믹 따로 국밥 같은 이야기

영화 드림

브라질 노숙자 월드컵은 축구가 아닌 미니 축구인 풋살입니다. 따라서 경기장에 골키퍼 포함 4명이 뜁니다. 따라서 후보 포함 출전하는 선수가 많지 않습니다. 이 많지 않아서 노숙자들의 서사를 넣기 좋습니다. 노숙자 하면 우리가 떠오르는 서사는 역경을 이겨내서 결국 해내고 마는 감동 서사죠.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죠. 

그래서 장애나 노숙자 같은 놓여 잇는 역경이 있는 캐릭터들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노숙자나 장애인 분들이 비장애인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거든요. 영화 <드림>은 결국 승리한다는 그런 뻔하고 흔한 감동을 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각각의 캐릭터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겨내는 서사를 제공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이현우가 연기하는 김인선이라는 캐릭터는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걸 풀어내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하네요. 보면서 뭔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잘 뽑아 내지 못합니다. 

영화 드림 빅이슈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이고요. 노숙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은 필연적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이들이 현재 자신의 삶이나 왜 축구팀에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좀 있었으면 하는데 그런 것은 많지 않고 초반에는 누가 더 웃기냐 배틀이 열립니다. 한국 영화의 고질병이 선 코미디 후 감동드라마라는 형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왜 <극한직업>이 대박났는데요. 한국 영화 답지 않게 초반부터 끝까지 감동 따위 집어던지고 웃기려고만 합니다. <엑시트>가 왜 멜로가 없는데요. 그런 거추장스러운 치장은 오히려 시야를 방해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거의 다 사라졌다고 느껴지는 선 코미디, 후 감동드라마 코드를 넣네요. 

영화 드림

7번 방의 선물도 아니고 모녀 감동 드라마는 너무 흔하고 많이 봤습니다. 색다른 이야기를 넣었으면 하는데 올드한 연출 스타일과 스토리에  이병헌 감독이 왜 퇴화되었을까 하는 생각만 드네요. 

영화가 코믹을 담당하는 캐릭터 따로 감동을 주는 캐릭터 따로 있는 느낌도 듭니다. 축구 코치인 윤홍대와 이소민 PD는 딴 주머니를 차고 홈리스 월드컵까지 따라가고 선수들도 딱히 목적성 없이 뜁니다. 실화에서는 각자 이야기들이 좀 더 강합니다. 

3. 실화를 왜곡하고 국뽕까지 넣은 쌍팔년도 영화 스타일

영화 드림

어지저찌해서 유럽으로 향합니다. 실화는 브라질인데 유럽의 한 국가로 갑니다. 그리고 축구 경기가 펼쳐집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집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준비된 팀도 아니고 오랜 연습을 한 것도 아니고 선수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지만 그럼에도 지는 건 누구나 기분이 좋지 못하죠. 그것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 준비하는 분들에게 자존감까지 건드리는 패배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이때 브라질 용병 2명을 받아 옵니다. 아니 유럽에서 펼쳐지는 경기에서 브라질 용병이 있을리가 있나요. 그리고 총 4명이서 2명을 용병으로 뛰게 하면 그게 국가대표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런 점을 영화가 감동 코드로 활용합니다. 이 자체는 그런대로 볼만한데 실제 경기를 보니 독일전에서도 브라질 용병이 뛰고 있네요. 2명이 아닌 1명이지만 이건 정정당당하지 못해요. 그럼에도 최약체 팀인 한국을 응원하는 응원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걸 외국 관중들이 대! 한! 민! 국! 을 함께 외치고 해설자도 같이 외치는 너무 국뽕으로 포장을 합니다. 보면서 손발이 오글오글 견디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요즘 누가 쌍팔년도 국뽕 코드에 저질 억지 감동 스토리를 넣어요. 

영화 <리바운드>는 너무 감동을 자제하고 절제해서 아쉬웠다면 이 <드림>은 너무 오버하는 축구 경기 장면과 갑자기 자기 고백성 과거 이야기를 쏟아내는 장면 등등 전체적으로 연출력도 떨어지고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 등등 전체적으로 졸작이네요. 어떻게 전작의 성공 요인을 다 분실하고 10년 전 난무했던 국뽕과 코믹 감동드라마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는지 모르겠네요. 심지어 이병헌 감독의 특기인 찰진 대사도 영화의 재미에 보탬이 되는 것이 아닌 방해가 되네요. 

110만 관객도 많이 든 것처럼 느껴지는 정말 못 만든 영화 <드림>이네요. 

별점 : ★☆
40자 평 :  감독의 장점마저 단점으로 다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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