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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버드박스 바르셀로라는 휼륭한 변주지만 마무리는 흐물흐물

by 썬도그 202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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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핵무기가 아닌 자연 재앙으로 망할 확률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연 재앙으로 세상이 멸망하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나 드라마는 참 많습니다. 90년대 후반에는 다양한 소재의 재난 영화가 가득했고요. 지금도 간간히 대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가 참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좀비물이 창궐하더니 이제는 또 잠잠합니다. 

이 재난 소재 영화의 장점은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깊고 넓은 공감대가 영화에 빠르게 몰입하게 합니다. 모든 사람이 공포에 질려서 도망치다가 죽는 살풍경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죠. 이중에서도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가 있었는데 바로 넷플릭스가 안착하는데 큰 도움을 준 <버드박스>입니다. 

보면 자살을 하게 만드는 괴이한 정체를 담은 영화 <버드박스>

버드박스 바르셀로라

2018년 공개된 <버드박스>는 산드라 블럭 주연의 넷플릭스 인기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가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 개국 공신급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독특한데 눈으로 보면 자살 충동을 느끼게 되어서 결국 자살하게 만드는 괴이한 존재가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바이러스는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가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근처에 오면 물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존재와 접촉을 하게 되면 사람의 트라우마의 소리를 귓가에 속삭여서 결국 눈 가리개를 풀고 자살로 이끕니다. 자살 바이러스라고 볼 수 도 있지만 악령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내에서는 악령이 들어오지 못하지만 실외로 나갈 때는 꼭 눈가리개를 써야 합니다. 안 쓰면 악령을 보게 되고 백퍼 자살하게 됩니다. 다만 이런 악령 같은 존재가 자살케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돌연변이 같은 인간들인데 이들은 선한 존재들이 아닌 자신의 시력 권력을 이용해서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떻게 보면 시력을 통한 권력 구도를 잘 담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와 비슷합니다. 어떻게 보면 시력을 제거한 아포칼립스 세상을 그린 모습이 <눈먼자들의 도시>의 파생 영화 같습니다. 이 <버드박스>의 바르셀로나 버전이 이번 주에 공개되었습니다. 

좀 더 종교적 색채를 띤 <버드박스 바르셀로나> 처음은 좋았는데 

버드박스 바르셀로라

넷플릭스는 뭐 하나 대박나면 엄청 우려먹길 잘합니다. <종이의 집>은 스페인 버전이 가장 좋고 그대로 묻어야죠. 그러나 이걸 또 한국 버전으로 만듭니다. 당연히 망했죠. 그래서 리메이크 작품들은 큰 기대가 안됩니다만 이 <버드박스 : 바르셀로나>는 예고편을 보니 규모가 더 커진 듯해서 꽤 구미가 당겼습니다. 바르셀로나 거리에 사람이 없고 폐허가 된 모습에 규모가 상당하겠구나 했네요. 그러나 다 보고 나니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고 등장 인물도 20명도 안 됩니다. 

소박하지만 초반의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스포라서 자세히 말은 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거론할 수 밖에 없다 보니 좀 거론을 하겠습니다. 보실 분들은 여기서부터 건너뛰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세요. 

그럼 초반 이야기를 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버드박스 바르셀로라

물안경 같은 안경을 끼고 다니는 세바스티앙은 딸과 함께 사람 없는 경기장에서 놀다가 인기척 소리에 몰래 빠져 나가려다가 시각장애인 무리에게 폭행을 당합니다. 이에 세바스티앙은 쫓아가서 혼내 주려고 했지만 딸은 그러지 말라고 하죠. 그렇게 딸과 아빠는 눈을 가리고 여기저기 떠 돌아다니다가 한 무리의 생존자들과 합류하게 됩니다. 온 유럽이 기이한 존재에 점령을 당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런 아포칼립스에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세바스티앙을 돕자는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서 세바스티앙을 데리고 피난처로 안내합니다.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죠. 그런데 이 세바스티앙은 사람들이 자고 있는 버스를 탈취해서는 버스 정류장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죽게 만듭니다. 왓더~~~ 짜증과 스트레스가 확 올라갑니다. 제발 좀 주인공 좀 착한 주인공으로 만들어줬으면 해요.

안티 히어로다 뭐다 악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늘고 있고 이게 이야기 전복의 쾌감이 있긴 합니다만 주인공이 악행을 하고 사람을 죽이면 그걸 용납하고 납득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빌런이 주인공으로 나와도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행동은 거의 넣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충격적 이게도 주인공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인도합니다. 다만 그 행동이 세바스티앙은 하늘에 계신 천사에게 보내는 행위로 생각하죠. 

자신을 길 잃은 어린 양을 이끄는 선지자로 생각합니다. 이런 행동을 돕는 것은 딸입니다. 초반에는 딸이 참 못됐다 했는데 딸은 실존하는 게 아닌 하늘나라로 간 딸입니다. 세바스타앙은 잘못된 신념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세바스티앙처럼 눈을 떠도 자살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그중 한 사람이 세바스티앙입니다. 

적 그리스도를 따르는 악마들 속에서 피어나는 각성

버드박스 바르셀로라

오리지널 드라마와 비슷하게 <버드박스 바르셀로나> 이 이상한 현상이 왜 일어나고 무슨 약점이 있고 해결책이 있는지 밝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버드박스 바르셀로나>는 이 기이한 존재들과 조우하고도 적응을 하고 눈을 뜨고 다니는 사람들의 피를 뽑아서 동물 테스트를 합니다. 원인 파악과 분석을 하려는 모습은 좀 더 진행되었지만 기본적으로 뭔 일인지 좀처럼 담지 않습니다. 이게 버드박스 시리즈의 가장 큰 답답함입니다. 시종일관 도망치기만 하는 것이 보기 편하지 않죠.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고 반격의 힘을 가져야 희망이라도 느끼지 정체 모를 존재를 피해서 숨어서 사는 걸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다만 전작과 이 변주라고 할 수 있는 <버드박스 바르셀로나>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내용 보다는 뜨거운 모성애, 부성애가 영화의 핵심 주제입니다. 

버드박스 바르셀로라

세바스티앙이 왜 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소피아라는 독일 소녀를 만난 후에 어떻게 각성하게 되는지를 통해서 잠시 분실했던 부성애를 되찾고 그 과정이 주는 뭉클함이 있습니다. 보다 보면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가 다시 빠져나오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는 느낌도 납니다. 

초반 놀라운 스토리와 후반의 빈약한 CG와 평범함에 무너지다

버드박스 바르셀로라

처음에는 텅빈 거리에서 자동차가 나뒹구는 장면을 보면서 꽤 잘 재현했다고 했는데 초반만 규모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가면 등장 인물도 별로 없고 액션도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곤돌라는 CG가 너무 조악해서 집중력을 흩트려 놓네요. 그리고 무슨 존재인지 모르지만 이 존재가 계단을 타고 오르다는 설정에 실소가 나왔습니다. 아니 전지전능한 존재 같은데 계단을 타고 오른다고요? 사람인가요?

여기에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우리에게 뭘 일깨우려는지도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 <해프닝>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해프닝>도 비슷한 소재의 영화로 정체 모를 현상으로 사람들이 자살을 하기 시작하고 결국 그 원인을 조금씩 찾아 나갑니다. 처음은 꽤 놀라웠고 종교의 신념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좋았지만 액션도 규모도 너무 소박하고 아쉬웠던 영화 <버드박스 바르셀로나>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앞을 볼 수 없는 세상 주제도 재미도 앞이 안 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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