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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by 썬도그 202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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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가 이게 실화 바탕 영화인가? 박시헌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라며 검색을 해봤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또는 집에서 보는 OTT 영화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영화를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해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대신 모르고 넘어가는 장면을 다시 보거나 검색해서 내 지식을 채워서 볼 수 있습니다. 

영호 <카운트>는 권투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실명이 익숙해서 검색해보니 1988년 금메달 리스트이자 많은 비난을 받은 박시헌 선수가 주인공이네요. 그런데 처음에는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 몰랐네요. 

박시헌 선수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에 대한 재미가 크게 떨어질 듯하네요. 저는 중간에 지식을 자세히 넣고 봤는데 알고 보니 더 재미없어져서 좀 황당했습니다. 영화 <카운트>는 실화보다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금메달 따고도 쥐죽은듯 살아온 박시헌을 담은 영화 <카운트>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시대 배경은 1998년 진해의 한 고등학교입니다. 이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인 박시헌(진선규 분)은 선수 생활 은퇴 후에 권투를 접고 체육 교사로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대회 마지막 날 권투 금메달을 땄지만 편파판정으로 딴 금메달이라는 여론과 시선에 움츠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숨어살듯한 박시헌이 부잣집 아들과 권투 대회 결승에서 편파 판정으로 판정패를 당한 윤우(성유빈 분)를 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과 비슷한 모습이죠. 다른 점은 박시헌은 자신이 뇌물을 먹여서 편파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심판이 무슨 일인지 자신에게 금메달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윤우는 가난한 집안 아이이고 심판을 매수한 부잣집 아들내미는 일방적으로 윤우에게 두들겨 맞고도 1등을 차지합니다. 

그런 윤우를 보면서 자신을 발견한 박시헌은 전학을 온 윤우에게 권투를 하자고 제안한 후 권투부를 되살려서 전국체전에 출전할 준비를 합니다. 

1988년 박시헌 선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1988년 서울올림픽은 돌아보면 각종 로비와 편파판정으로 얼룩지고 심지어 약물 파동이 있는 등 참 말이 많았던 올림픽입니다. 물론 우리 기억 속에서 서울올림픽은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린 계기가 되고 실제로 이 올림픽으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크게 올랐습니다. 지금같이 인터넷이 있던 시대도 아니고 미국과 유럽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기타 등등으로 치부되던 시절이었죠. 

이런 한국에서 올림픽을 연다고 하니 서양 언론등른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냐고 찾아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은 12년 만에 미국과 소련이라는 냉전시대 당사자들이 함께 모인 평화의 축제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의 성과도 있었고 한국 성장의 견인차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편파 판정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권투는 뇌물이 일상인지 편파 판정이 많았습니다. 이 복싱은 한국이 참 잘하던 스포츠 종목이었습니다. 지금은 메달 1개도 못 따는 종목이지만 1980년대에는 레슬링, 권투, 유도 같은 격투기 종목을 참 잘했습니다. 이유는 1988년 올림픽 개최국인데 들러리가 되면 안 된다면서 금메달 따기 쉬운 종목들을 집중 육성했고 그렇게 골라진 종목들이 격투기 종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김광선, 변정일 등등이 강력한 금메달리스트 후보에 올랐습니다. 팬텀급의 변정일 선수는 예선에서 불가리아 선수를 만납니다. 당시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 심판장이 불가리아 사람이었습니다. 냄새가 나죠. 심판은 심판장의 눈 밖에 나면 경기 심판 배정을 못 받습니다. 그래서 뉴질랜드 심판은 시종일관 편파 판정에 변정일 선수에게 계속 벌점을 주는 등의 행동으로 편파 판정을 하고 결국 4대 1 판정패로 집니다. 이에 한국 코치진들이 링을 점령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전 세계에 이 모습이 전파를 탑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런 불상사로 인해 서울올림픽 이미지가 추락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문제가 있었던 경기였다고 밝혀졌고 이 스포츠 세계가 생각보다 뇌물과 불공정이 판을 치는 곳이라서 점점 스포츠에 대한 인기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변정일 선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서울올림픽 마지막 날 열린 박시헌 선수의 권투 경기 때문입니다.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전날 비가와서 아주 맑은 하늘을 보였던 1988년 10월 2일 한국은 서독에 이어서 5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메달 순위에 집착하는 한국이지만 당시는 아주 심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같이 순위를 쳐다봤습니다. 당시는 무조건 금메달이 많은 나라가 순위가 높은 금메달 우선주의 순위만 보여줬습니다. 지금은 전체 메달수로 랭킹을 하기도 하고 그냥 랭킹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한국은 5위로 마무리하는 줄 알았습니다. 5위도 대단한 성적이죠. 5위도 대만족이고 이대로 끝나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날 한국의 박시헌이라는 권투선수가 결승에 올랐다는 겁니다. 기대도 안 한 선수인데 결승에 올랐다는 말에 약간의 기대를 했지만 상대 선수는 당시 타이슨 급 인기를 끌고 있던 미국 권투의 히어로 '로이 존스'였습니다. 

직접 경기를 봤는데 보면서 졌잘싸였습니다. 너무 실력 차이가 났고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박시헌은 전날 스파링을 하다가 오른손등이 골절이 된 상태였습니다. 붕대를 감고 고통을 참아가면서 싸웠습니다. 부상에 실력 차이도 있어서 박시헌 선수는 은메달로 만족해야 했고 저 또한 국민들도 은메달 하나 추가된 것에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제 눈을 의심하고 박시헌 선수도 깜짝 놀란 표정이 아직도 생생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박시헌 선수의 손이 올라갔습니다.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KBS에 항의 전화가 오고 외국 언론은 편파 판정이라고 서울올림픽을 폄훼했습니다. 뭐 자국민들이 항의할 정도면 얼마나 심한 편파 판정인지 알 수 있었죠. 결국 박시헌 선수는 온갖 비난을 받고 선수를 은퇴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런데 편파 판정을 했다면 그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실제로 '로이 존스'  선수가 판정에 항의했지만 판정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역사상 가장 추악한 금메달이 아니였을까 합니다. 그럼 정말 박시헌 선수가 뇌물을 먹여서 또는 한국이 뇌물을 먹여서 편파 판정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게 스포가 될 수 있지만 이미 역사가 스포이고 이걸 알고 봐도 모르고 봐도 영화 <카운트>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적겠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실 분은 다름 단락으로 넘어가세요. 

 

박시헌 선수 경기에 대한 최종 결론은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박시헌 선수 측이 로비를 통해서 편파 판정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밝혀졌습니다. 다만 영화에서는 이대로 끝이 납니다. 이게 밝혀진 것이 1997년입니다. 영화에서는 자막으로도 그럼 누가 뇌물을 먹인 것이냐고 나오지 않지만 이게 정설이 아니라서 뺀 것인지 모르겠지만 동독이 미국이 권투에서 금메달을 따면 자신들이 3위가 될 것 같아서 수를 썼다고 하네요. 

최종 순위는 동독이 금메달 37개, 미국이 36개로 각각 2,3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이 금메달을 따면 금메달 순위가 같아지는데 그럼에도 은메달이 동독이 35개로 미국의 31개에 비해서 더 많기에 뇌물을 안 먹였어도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동독이 수를 써서 미국 선수에게 불리하게 판정하라고 했고 당시 심판장이 불가리아라는 동구권 국가여서 이게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게 정설인지 야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설득력이 있죠. 그런데 이 내용을 영화에 담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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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이렇게 재미없게 만들다니 영화 카운트의 아쉬운 점들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실화보다 영화가 재미없습니다.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박시헌 선수의 편파판정은 한국측이 어떠한 심판 매수가 없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나 이 뉴스는 저도 듣지 못할 정도로 그냥 가십거리로 지나갑니다. 전 이 영화 보기 전까지 박시헌 선수가 당시 문제가 많은 금메달을 땄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금메달 이후 선수 하나의 인생이 크게 추락하는 건 몰랐네요.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카운트는 박시헌 선수의 이런 올림픽 이야기를 메인 스토리로 담지는 않습니다. 욕먹는 금메달리스트 박시헌이 자신과 비슷한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된 최윤우(성유빈 분)를 통해서 자신의 권투 인생에 칠해진 먹칠을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는 스포츠 영화입니다. 다만 이 영화가 2개의 서사를 잘 접목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 많이 드네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영화가 코미디 베이스 위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따라서 수시로 웃기려고 노력을 하는데 별로 웃기지가 않습니다. 너무 뻔한 진행입니다. 구만덕(고규필 분) 캐릭터는 동네 바보형 캐릭터인데 불필요한 캐릭터입니다. 

여기에 최윤우라는 엘리트 선수와 주먹질을 잘하는 이환주(장동주 분)와 티격태격이 좀 일어나는 듯 하지만 이게 또 메인 서사도 아닙니다. 영화가 갈팡질팡합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려고 하지만 다 싹을 피우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느낌이 강합니다.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보다 보니 나중에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와 비슷한 느낌도 많이 가지게 되네요. 그래서 이런 틀에 박힌 형식과 뻔한 스토리를 두고 장르 영화라고 합니다. 장르 적인 습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보니 신선한 내용도 신선한 재미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이전에 봤던 수많은 스포츠 영화들의 구도와 스토리 진행을 그대로 따라 하는 듯하네요. 또한 몰입하게 할 캐릭터도 없습니다. 

그나마 박시헌 선수의 실화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라고 볼 수 도 있지만 영화는 툭툭 슬며서 꺼내 놓고 꺼내 놓고 하는 등 중요한 사건을 다 풀지 않고 서서히 푸는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 1988년 박시헌 선수 사건을 제대로 아는 관객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저도 중간에 보다가 다른 유튜브 클립보고 제대로 알았는데요. 그럼 당시 박시헌 선수의 금메달이 가지는 의미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담아줘야 하는데 이게 없네요.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장항준 감독도 그렇고 스포츠 실화를 담으려면 좀 더 신파로 가도 됩니다. 환호할 때 환호해줘야 쾌감이 있는데 이게 없습니다. 신파에 대한 놀림과 지적이 너무 많다 보니 위축된 것도 있고 그게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래도 한번 터트려줘야 할 때는 줘야 하는데 이게 없네요. 여기에 박시헌을 연기한 진선규 배우와 박시헌 선수가 너무 닮지 않아서 현타가 오는 것도 있네요. 

실화를 너무 재미없게 만든 영화 카운트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이환주를 연기한 장동주 배우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너무 숨기려고 했어요. 실화를 좀 더 자세히 다루고 입체적으로 다루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금메달. 편파 판정 피해자가 금메달을 딴 사연을 좀 더 자세하고 깊게 다루어야 하는데 너무 얼핏 얼핏 담았네요. 

영화 관람료 1만 5천원의 시대입니다. 좀 더 치열해지고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영화가 좀 더 관객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대충 만든 듯한 <범죄도시 3>가 천만 간다는 내용을 보면 확실한 재미가 보장되지 않은 영화들은 관객이 들지 않은 시대가 된 느낌도 드네요. 전체적으로 연출도 각본도 너무 아쉽고 아쉬운 영화 <카운트>였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불운한 금메달리스트 이야기와 편파 판정의 피해자 제자 이야기의 헛방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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