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인 80년대에 TV에서 드라마를 하면 안 봤습니다. 재미가 하나도 없었어요. 어른들이나 좋아할 내용이기도 하고요. 어린 나이에 삶을 어떻게 알겠어요. 로봇 나오면 땡큐고 내 또라 아역 배우가 나오면 보지 어른들이 보는 KBS 드라마, TV문학관 안 봤습니다.
그래서 TV에서 드라마하면 나가 놀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유튜브에 올라온 KBS TV문학관 작품을 보면서 무릎을 탁하고 칩니다. 깊다 깊어 세상 모든 것들이 변해가죠. 물건, 가전제품, 건물, 자동차 모든 것들이 변해가지만 인간이 낳고 자라고 죽는 과정에서 겪는 수 많은 감정의 경험들은 참 비슷비슷합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진화의 결과물이라서 수십 년 만에 팔이 3개 되고 다리가 10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삶의 형태는 자세히 보면 가치관이 달라질지 몰라도 기본적인 감정 패턴이나 삶의 희노애락은 비슷합니다.
그래서 세계명작소설, 교과서에 소개도는 명작 한국 소설들은 나이들었을 때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삼포로 가는 길>을 지금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 같던데 그 내용은 최소 30대 이상인 나이에서 읽어야지 어린 고등학생이 뭘 알겠어요. <소나기> 같은 사춘기 소설은 좋아요. 그런데 어른들이나 이해할만한 내용을 대입 판독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네 교육의 너저분한 현실입니다. 이러니 매년 사교육비가 우즈로 날아가고 있지만 누구도 사교육비 비싸다고 항의를 안 합니다. 이겐 고정비용화 되었네요.
KBS TV문학관을 16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2023 KOBA에서 가장 오래 머문 부스는 KBS였습니다. MBC와 SBS는 아예 나오지도 않아요. 방송관련 전시회면 좀 나와서 자신들의 최신 기술들을 선보이면 좋겠지만 없네요. 사실 뭐 요즘 지상파 3사 보는 사람은 나이든 사람들이나 보지 저도 안 봅니다. 유튜브에 방송 3사가 알아서 잘 올려주더만요.
그럼에도 KBS는 꼬박꼬박 참석하는 게 참 보기 좋네요. KBS 부스를 지나다가 국내 최고의 미녀 배우인 정윤희가 보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태어난 여자 배우 중에 미모로만 치면 정윤희가 최고입니다. 80년대 당시에는 딱히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니 정윤희를 미모로 능가할 배우는 없습니다.
정윤희는 영화 배우이기도 했지만 KBS 탤런트로 먼저 알려진 배우로 주말마다 하는 단편 드라마인 TV문학관도 많이 촬영했습니다.
TV문학관은 문예 드라마로 문학 소설을 단막극으로 만들었습니다. KBS의 TV문학관이 있었다면 MBC는 베스트셀러 극장이 있었습니다. 1970~1980년까지는 문예극장이라고 했었고 이 당시 한국 영화 중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문예 영화가 참 많았습니다.
이후 1980~1987년까지 TV문학관으로 매주 일요일 저녁에 방영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후 이름을 바꾸면서 꾸준히 이어가다 1999년 TV 문학관 2기, 2005~2009년까지는 HD TV 문학관이 나왔습니다. 이 TV문학관은 중편 영화라고 할 정도로 꽤 길이가 긴 영상물로 수 많은 유명 드라마 PD들이 이 TV문학관을 통해서 실력을 키우고 능력 좋은 분은 영화 감독으로 나가기도 했죠. 한 마디로 배우나 연출자나 스텝들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했습니다.
지금 이 TV문학관을 UHD로 복원해서 2023년 3월 부터 일요일 밤 12시 50분에 병영한다고 해요. 새벽에 틀어주면 잘 안 보죠. TV를 안 보니 하는 줄도 몰랐네요. 80년대 방영한 TV문학관을 디지털 스캔을 하고 업스케일링 해서 방영하고 있고 그걸 홍보고 하고 있네요.
필름이 나와 있길래 물어보니 80년대 당시 TV 문학관을 16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하네요.
네? ENG 카메라가 아니고요. 방송국에 가면 대형 카메라가 있고 야외에서는 배터리팩 장착한 이동형 ENG 카메라로 촬영하는데 필름이요? 필름 카메라는 필름 가격도 비싸고 현상하고 영사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매주 방영하던 TV문학관을 필름 카메라로요?
촬영한 걸 지금처럼 LCD로 바로 보는 것도 아니고 촬영한 후 필름 들여다 보면서 편집하는 것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데 이걸 매주 이렇게 찍었다는 소리에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럼 드라마도 그랬냐고 물으니 드라마들도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데요. 예능을 물어보니 놀랍게도 코미디 프로그램도 필름으로 촬영했다고 해요.
잠시 현타가 왔습니다. 예능까지? 진짜인지 거짓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뉴스나 공개 방송이나 여러 정황상 개그 방송은 ENG 같은 카세트 테잎을 넣고 촬영하는 것 같던데 필름이라고 하네요. 확실한건 드라마와 특히 TV문학관은 16mm 필름으로 찍었다고 하네요.
요게 16mm 필름 카메라입니다. 16mm는 영화의 기본 필름 크기인 35mm에 비해서 반밖에 안해서 영화학도들의 단편영화 용, 습작용으로 많이 활용합니다. 아무래도 제작비가 35mm에 비해 적으니까요.
최근 영상자료원에서는 서울 단편 영화제 회고전이 있었는데 참석한 현 유명 감독들 작품 대부분이 16mm 작품이었는데 임순례 감독의 <우중산책>은 지원을 받아서 35mm로 촬영했다고 해요. 그래서 16mm 필름 영화는 스크린의 반만 채우는데 35mm는 좌우로 꽉꽉 채우더라고요.
그래서 필름 캔도 35mm에 비해 작아요. 이런 영사기를 통해서 영사를 하면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습니다.
KBS는 이 TV문학관을 디지털화하고 업스케링해서 보여주고 있네요. 김혜수 20대 시절 보세요. TV문학관의 많은 작품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캔 맥주 하나 까면서 가끔 보는데 그 시절 분위기나 추억도 생각나고 유명 배우의 청춘 시절을 보고 내용도 꽤 좋은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검색을 해보고 직접 TV 문학관을 보니 모든 장면을 16mm 필름 카메라를 촬영한 건 아니고 실내 스튜디오 촬영은 ENG라는 테이프 카메라로 촬영했고 야외 촬영만 전원 공급이나 여건이 안 되어서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그래서 야외 장며는 영상 톤이 확 달라집니다. 이것도 80년대 이동용 ENG 카메라가 나오면서 사라졌습니다.
KBS는 최근 흑백 6.25 전쟁 영상을 컬러로 채색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하나하나 채색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레퍼런스 이미지를 넣어주면 AI가 자가학습을 통해서 알아서 이미지를 채색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참고용 이미지를 많이 넣어주면 넣어줄수록 정확도는 더 올라갑니다.
레퍼런스 이미지는 사람이 만들어줘야 합니다. 복고왕 유튜브 채널이 이쪽으로 유명한데 KBS도 복고왕 유튜버를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AI에 대한 거부감이나 공포감을 가진 분들도 많은데 AI는 하나의 도구이니 잘 활용하면 우리에게 좋은 혜택도 많이 줍니다. 이런 게 그 예중 하나죠. 사람이 한땀한땀 채핵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언제 다 하겠어요. 제작비는 얼마나 들어가고요.
요즘 DMB 보는 분들 없죠. 스마트폰에서도 사라졌고요. 이동하면서 TV를 볼 수 있는 DMB 서비스가 LTE, 5G 같은 이통망 속도가 올라가면서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고민을 KBS가 하고 있다고 해요. 매년 꽤 많은 운영 비용이 들어가는데 활용처는 많지 않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통망과 DMB망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통망은 라디오와 TV처럼 광역 무선 전파 서비스가 아니라서 비용이 들어가고 오늘 재난 문자 오발송 사태처럼 서버에 몰리면 네이버가 다운 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냥 라디오나 TV는 광역으로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국가 재난망인 라디오와 DMB망. 이용작 없다고 DMB망을 없앨 수도 없다고 하네요.
SOUND 360 기술은 스테레오로 녹음된 영상을 360도 서라운드 음향으로 변환하는 기술입니다. 들어봤는데 확실히 스테리오보다 서라운드가 현장감이 엄청나게 좋네요.
이 영상 보세요. 이게 바로 사운드 360입니다. 2023 KOBA에서 가장 유용한 부스가 KBS였습니다. 내년에도 또 구경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