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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더 글로리 파트2를 더 빛나게 하는 건 현실 속 학폭 조력자들

by 썬도그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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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의 제목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김은희 작가가 밝힌 제목을 글로리로 정한 이유는 많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피해 보상금이 아닌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하지만 개인이건 국가이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사과하는 법을 제대로 안 가르쳐서인가요? 

그런데 제대로 사과하는 법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아주 쉬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만 하면 저절로 사과를 잘 하게 됩니다. 그것도 진심으로요. 진심은 온기가 있어서 옆에 있기만 해도 그 온기가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서 진심어린을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느껴지니까요. 

글로리 즉 영광이라는 뜻은 많은 피해자들이 바라던 자신의 사라진 인간의 존엄, 영광을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서 되찾고 싶은 피해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문동은의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19살 이후의 삶의 영광을 찾기 위한 길고 긴 복수의 길을 걷게 됩니다. 

파트1 보다 2배는 더 재미있었던 <더 글로리 파트2>

더 글로리의 파트2

전 세계에 학폭 이슈를 일으킨 <더 글로리 파트1>은 학폭 피해자 문동은의 학폭 과정과 복수의 초석을 다지면서 끝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 시작하려다 끝난 것 같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인물인 서울 주병원의 병원장 아들이자 문동은(송혜교 분)의 선배로 나오는 주여정(이도현 분)이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백마 탄 왕자 캐릭터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고 저 또한 가장 어색한 캐릭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파트2를 보니 좀 더 입체적으로 계획적인 캐릭터이자 주여정 캐릭터의 행동 대부분이 설명이 되네요. 파트 2는 본격 복수극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주는 재미가 엄청나네요. 파트1은 3일 동안 봤는데 파트2는 너무 졸려서 반 끊고 나머지를 다 봤네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파트 2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박연진(임지연 분)이 아닐까 할 정도로 엄청난 연기와 출연 분량이 문동은보다 더 많아 보입니다. 이 드라마의 실질 주연은 임지연이 아닐까 할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직접 보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전 이 글에서 이 드라마 <더 글로리>가 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나 생각해 보니 이 드라마는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어서 드라마 안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 현실 세계와 접목하기에 더 파장과 반향이 크네요. 

정순신 아들 학폭 사건을 돕는 서울 명문 학교 교장들의 조력

더 글로리의 파트2

<더 글로리>가 현실과 닮은 점은 <더 글로리>가 현실을 채집에서 만든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채집한 김은숙 작가는 가해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인 진심 없는 사과, 폭력이라고 인식하지도 못하는 도덕적 해이를 담고 있습니다. 

설마 그럴까? 했지만 놀랍게도 정순신 아들 학폭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드라마 속 이야기가 거짓이 아닌 현실이고 현실은 더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우리는 지난주에  학폭 전력이 있는 정순신 아들이 다닌 학교의 학교장들의 행동을 똑똑히 봤습니다. 강원도 유명 사립학교인 민족을 생각한다는 학교장, 강남의 유명 고등학교장, 정순신 아들이 재학 중인지도 알려줄 수 없다는 서울대 고위직의 대답을 보면서 박연진 패거리들이 실제로 세상 곳곳에 있다는 걸 제대로 알게 해 줬습니다. 

박연진 패거리들처럼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세상은 도덕이라는 중력이 존재하는 줄 모르고 살았으니까요. 흔히 고인 물들이라고 하죠. 고인물들은 자신들의 문제점, 자기가 속한 집단이 뭐가 문제인지 알지를 못합니다. 이는 잘잘못의 문제가 아닌 그냥 모릅니다. 왜냐하면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다 보니 시야가 좁은 상태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보통 새로운 인물이 계속 보충되고 빠져나가는 흐르는 물이 깨끗합니다. 새로운 사람이 기존 관습을 보고 악습 아니냐는 질문과 의문을 통해서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요즘은 흐르는 물이라고 해도 진입 문턱이 높은 생태계는 그 자체가 고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의 검찰이나 법원을 보면 이 사람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고인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과 기소를 해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죠. 

가진 자들은 왜 이리 잘 뭉칠까?

더 글로리의 파트2

<더 글로리>를 보면 가진 자들은 엄청나게 잘 뭉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같은 박연진의 또 하나의 피해자였던 인물은 문동은을 외면합니다. 문동은도 도움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지만 복수라는 힘으로 남은 생을 버티게 됩니다. 복수라는 에너지는 정말 강렬하고 길게 갑니다. 

문동은이라는 캐릭터는 어찌 보면 실존하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가능하다고 해도 복수의 끝은 감옥입니다. 스스로를 파괴할 각오를 가져야 하고 사회가 돌아가려면 사적인 복수는 허용될 수 없습니다. 그럼 공적인 복수인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야 하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건 사고를 통해서 가진 것이 많고 권력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무뎌진 판결을 하는 사례를 수 없이 봤습니다. 

이게 다 가진 자들의 강력한 힘입니다. 가진 자들은 서로를 연결해서 안전망을 펼치니까요. 그래서 하늘을 날던 무소불위의 사람들이 사법망에 걸려서 떨어져도 사법체계가 오히려 쿠션 역할을 해줍니다. 반면 아무 힘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버스 요금통에서 800원을 꺼내서 자판기 커피 마셨다는 이유로 해고를 하는 식으로 법전을 최대한 힘껏 휘둘러 버립니다. 

이게 한국 사회의 현실입니다. <더 글로리>는 문동은이라는 성립할 수 없고 존재할 수 없는 문동은을 내세워서 사적인 복수를 법망을 피해 가면서 펼칩니다. 그래서 법에 저촉되나요?라는 수 없이 듣고 살아온 문동은은 형사 앞에서 그래서 법에 걸리는 점이 있냐고라고 역으로 묻습니다. 법 위반만 하지 않으면 한 사랑의 인생을 망치는 계획을 세워도 괜찮다고 하는 어떻게 보면 흑화 된 그러나 통쾌한 대사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문동은을 깨닫게 하고 하지만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형사는 모든 것을 알지만 모든 것을 모른 척할 수 있다면서 작지만 큰 힘을 보태줍니다. 이게 문동은이 세상에서 느낀 몇 안 되는 온기였을 것으로 보이네요. 그러고 보면 문동은은 상당히 차가운 표정을 지니고 있지만 주고받는 것이 능하고 먼저 돕든 것에 능합니다. 이는 자신이 엄청난 고통을 받았기에 고통의 깊이를 잘 알고 쉽게 공감하기 때문이겠죠. 

학폭을 방치하고 키우는 건 그들의 부모님들

더 글로리의 파트2

문동은은 자신을 팔아넘기는 짐승도 안 하는 행동을 하는 자신의 친엄마를 첫 가해자라고 지목합니다. 이 드라마는 여러 부모들이 나옵니다. 자신의 딸이 아닌 것을 알고 키우는 부모도 나오고 아들과 딸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딸에게 모든 것을 뺏는 부모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자식의 허물이 있으면 부모가 더 크게 혼을 내야 하는데 학폭을 무마하기 위해서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정소송과 긴 재판을 통해서 학폭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한 부모는 <더 글로리> 속의 연진의 엄마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회의를 통해서 학폭 기록을 지웠다고 하는 강남의 유명 고등학교 교장의 말은 <더 글로리>가 과장된 것이 아닌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줍니다. 그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죽어서도 저승에서도 모를 겁니다. 인간이 가진 존엄이 뭔지, 영광이 뭔지 결코 모를 겁니다. 박연진의 엄마가 그랬듯 위기에서는 자신의 직업보다는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는 말을 하는 모습은 가관이더군요. 한국이 드라마 강국이 된 이유는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정치 사회 드라마는 세계 톱클래스급인 이유가 현실에서 재료를 따서 약간의 익명성을 넣으면 좋은 드라마가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19살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멈춘 문동은, 그런 문동은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한국은 가진 것들의 나라가 아닌 없이 살아도 상식을 지키고 법을 지키고 잘못하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사는 도덕성이 높은 사람들이 주인인 나라가 될 것입니다. 아주 어렵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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