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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TV비평

3가지가 없어서 재미있는 지구마블 세계여행

by 썬도그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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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여유가 없으면 남들이 경험하는 걸 구경하는 게 최고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남이 먹는 걸 지켜보는 먹방이 그렇게 인기가 높습니다. 물론 저는 오래된 사람이라서 남 먹는 걸 뭘 구경하냐면서 지금도 먹방은 잘 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나가다 보면 4K 시대라서 그런지 음식을 먹는 과정이 주는 재미는 없지만 높은 해상도와 화질로 다양한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돌긴 합니다. 

그러나 이건 봅니다. 여행 프로그램이요. 제가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서울을 멀리 벗아나보지 못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유튜브 때문입니다. 한 때 유럽여행이 꿈이었지만 요즘은 4K 워킹 채널이 많아셔서 여행 욕망이 확 딸어졌습니다. 4K 워킹 여행 영상들은 모니터로 유럽을 짐벌 카메라로 걸으면서 담는 영상으로 실제 여행을 하는 느낌이 납니다. 뭐 온도, 바람, 냄새, 현지 음식은 먹을 수 없지만 대신 공짜로 간접 여행 느낌을 할 수 있고 여행하면서 느끼는 짜증이 싹 제거 되어서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이런 여행 영상들이 넘치다 보니 굳이 내가 직접 여행을 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가장 즐겨보은 여행 프로그램은 EBS의 <세계테마기행>과 KBS의 <배틀트립>이었습니다. 그러나 여행 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전에 다 섭외를 해놓고 촬영하다 보니 여행의 즉흥성과 예측하지 못한 일이 터지면 발생하는 에피소드가 없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세계테마기행>에서 진행자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듯한 외국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머물라고 홈 스테이 하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실제인가?라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하네요. 다 사전섭외를 하고 촬영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어쩐지 너무 매끈하고 자연스럽다 했네요. 그런면에서 진행자가 화면 뒤에 있는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즉흥성면에서더 더 좋습니다. 

유명 여행 유튜버 3명의 즉흥 여행 배틀 예능 <지구마블 세계여행>

지구마블 세계여행

넷플릭스에 올라온 새로운 예능이 보이기에 봤습니다. 보니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연출을 하는 ENA 예능이네요. 요즘 넷플릭스와 ENA가 손을 아주 잘 잡아요. 아무래도 티빙을 가지고 있는 tvN이 넷플릭스와 경쟁을 하다 보니 넷플릭스 좋은일 시켜줄 일이 있냠년서 ENA와 손을 잘 잡네요. 물론 티빙은 tvN과 ENA을 모두 배급하는 대형 배급사이지만 그럼에도 직속 계열 채널과 자회사 같은 채널은 다르죠. 

사실, 김태호 PD가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은 <먹보와 털보>가 고속 레이싱 드론과 러시안 암을 이용해서 역동적인 화면을 담은 것은 좋은데 노홍철이 너무 시끄럽고 두 여행자가 그냥 소리만 지르는 것 같아서 재미없게 봤습니다. 그래서 김태호 PD가 만든 예능이라고 해도 큰 기대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 봤네요. 제가 넷플릭스에 올라온 한국 예능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한국 예능 자체가 너무 진부하고 비슷한 포멧이라서 신선한 맛이 없다 보니 거의 보지 않고 보더라도 10분 이상 보기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이 <지구마블 세계여행>은 다 봤습니다. 아주 감칠맛이 좋네요. 

일단 형식이 무척 좋습니다. 3명의 진행자가 등장하고 3명의 유명 여행 유튜버가 등장합니다. 
3명의 여행 유튜버는 곽튜브, 빠니보틀과 원지입니다. 곽튜브는 대사관 직원 출신이 여행 유튜브 운영하던 초기에 재미있게 보다가 관심이 멀어졌는데 어느새 국내를 대표하는 여행 유튜브가 되었네요. 빠니보틀과 원지는 단 1분의 영상도 안 봤습니다. 

지구마블 세계여행

<지구마블 세계여행>은 부루마블처럼 주사위를 돌리면 나오는 나오는 나라를 무조건 방문해서 방송 분량을 뽑아 내야 합니다. 각각의 나라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린 후에 조회수와 좋아요 점수를 추합해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유튜버는 우주여행을 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시절부터 우주여행에 대한 강한 욕망이 있었는데 이걸 또 여기서 풀어주네요. 아마도 관광용 우주여행을 시켜줄 듯 합니다. 

그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지 방송 영상을 왜 보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릅니다. 뭔저 3명의 유튜버는 고프로 캠코더 위주의 영상과 자막이 간략한 자신들이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지구마블 세계여행>은 2명의 카메라 맨이 촬영한 영상 위주와 방송사 특기인 뛰어난 자막과 편집을 통해서 3명의 유튜브 영상을 편집해서 보여줍니다. 지금 양쪽을 다 봤는데 유튜버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은 브이로그 느낌이 강하고 방송 영상은 하이라이트 및 좀 더 맛있게 조리된 느낌입니다. 다만 3명의 유튜브를 너무 짧게 짧게 담고 넘어가는 건 집중도를 떨어지게 하네요. 1명당 최소 5분 이상 보여줬으면 합니다. 같은 카메라로 촬영해도 편집에 따라서 영상은 달라지게 되는데 방송사 시점과 유튜버 시점의 차이점을 보는 재미도 있네요. 예를 들어서 방송에서는 곽튜브의 카페 먹방이 없는데 유튜브 곽튜브 영상에는 있습니다. 같은 점은 방송 영상과 유튜브 영상의 끝나는 지점은 동일합니다. 

3명의 영상을 다 보니 곽튜브, 원지, 빠니보틀 중에 원지가 참 매력적이네요. 원지라는 분을 처음 봤는데 사람 자체가 재미있고 매력적이네요. 매력 있는 사람은 뭘해도 인기가 높아요. 원지님은 그냥 유튜버 그 잡채네요. 

3가지가 없어서 재미있었던 <지구마블 세계여행>

1. 연예인 

수 많은 여행 프로그램들이 연예인을 섭외해서 여행 프로그램을 찍습니다. 내용이 재미없어도 연예인이 나오면 기본 재미는 제공합니다. 연예인 여행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만드는 곳은 tvN으로 수 많은 국내외 여행 프로그램에 연예인이 등장합니다. 모르겠어요. 전 연예인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건 좋은데 예능에서 보는 것이 별로 더라고요. 그럼에도 연예인이 주는 장점이 크긴하죠. 그런데 연예인이 등장하면 그 여행지의 기분이나 느낌이나 정보를 자세하 담기 보다는 그냥 연예인 신변잡기 위주로 담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연예인이 친한 연예인 불러서 노는 걸 왜 내가 돈을 내고 봐야 하는 반감도 있고요. 그래서 점점 잘 안 보게 됩니다. 

지구마블 세계여행

2. 계획 및 사전 섭외

방송사가 만드는 거의 모든 예능은 사전 섭외와 콘티가 있습니다. 그래야 방송 사고가 안 되고 계획대로 담죠. 그러나 즉흥성이 떨어져서 생동감이 떨어집니다. 우리가 여행갈 때 계획을 세우고 가지만 막상 가보면 예상과 다른 상황에 계획을 수시로 변경합니다. 이게 굉장한 스트레스이지만 그 과정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주는 짜릿함도 있죠.

롤러코스트가 무섭지만 짜릿하듯이요. 긴장과 공포는 강력한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해결할 때 쾌감은 아주 크죠. 물론 고생하려고 여행 가기 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깃발 여행이라고 하는 여행사 패키지 여행을 가면 됩니다. 기존 여행 예능의 문제점은 즉흥성을 빙자한 패키지 여행이었습니다. 이러다보니 매끄러운 여행기일 수도 있지만 긴장감은 1도 없습니다. 

<지구마블 세계여행>은 다릅니다. 그냥 무계획입니다. 유튜버가 짠 계획에 따라서 일정이 정해집니다. 
라오스에서 기차와 승합차 이동을 결정하면 촬영 스텝이 그대로 따릅니다. 이러다 보니 계획대로 되지 않고 예상치 않은 돌발 변수에 방송 분량이 안 나오는 위기에 맞기도 합니다. 곽튜브 자체가 즉흥성을 좋아하다 보니 그리던 그림과 다른 그림들이 많이 보여서 재미있네요. 정갈하고 깔끔하지 않지만 대신 생동감이 엄청나네요. 유튜브에 올라온 찐 여행기 그 잡채입니다. 

지구마블 세계여행

3. 여행 관련 정보

여행 프로그램 중에 모두는 아니지만 여행 관련 팁이나 정보를 꼼꼼하게 담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그게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여행의 재미는 그런 정보를 모로고 여행했을 때 주는 즐거움도 크죠. 곽튜브 말처럼 미리 다 조사하고 계획하면 여행 스포라서 그냥 떠나고나서 닥쳐서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듯 합니다. 원지 같은 경우는 미리 다 알아보고 여행하지만 곽튜브는 즉흥성을 추구하네요. 

모두의 공통점은 그 나라의 여행 풍미만 담을 뿐 여행지에서 좋은 정보를 자막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여행에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좋네요. 여행 정보는 수 많은 유튜브 영상과 구글 번역기 돌리면 쉽게 찾을 수 있기에 불필요한 정보들이 많고 그 나라 여행을 할 생각이 없는 분들에게는 더더욱 필요 없는 정보입니다. 

골목길이 매력적인 점은 막혀 있는 골목길인가 가보면 다른 길로 연결되는 긴장과 환희의 반복이고 예측 불허의 골목길이 나오기에 재미있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여행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좋네요. 오랜만에 여행 기분 담뿍 담긴 여행 예능이 나왔네요. 추천하는 여행 예능입니다. 다만 여행 유튜버에 대한 불호가 있는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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