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왕년에는... 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방송국이 MBC입니다.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MBC.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MBC는 공중파 중에서 가장 먼저 공중분해가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을 정도로 많이 망가졌습니다.
이에 새로 들어온 박성제 MBC 사장은 적자 탈피를 위해서 과감하게 드라마를 확 줄입니다. 만들어도 애국가 시청률 밖에 안 나오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MBC 드라마를 덜 만들거나 안 만들어서 적자를 탈출하고 있습니다. 소폭으로 흑자가 나왔다고 하니 MBC가 드라마를 안 만드는 것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 MBC는 일일 아침 드라마를 빼고 드라마 대신 예능과 보도 다큐 방송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MBC 예능이 꾸준한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MBC를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보도 시사 분야의 신뢰도도 JTBC와 비슷하거나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드라마 제작을 포기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그래서 작년 연말 연예대상 드라마 부문은 참 초라했고 올해는 일일드라마에서 모든 상을 다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올해 안에 드라마 제작을 다시 할 수는 있겠지만 또다시 실패하면 MBC에서 주중 드라마는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MBC 라디오 인기는 누가 다 말아 먹었을까?
개인적으로는 MBC 방송사를 좋아합니다. 특히 뉴스 보도는 지상파 3사를 넘어서 전체 한국 언론 중에 가장 신뢰가 갑니다. 특히나 조중동 같은 보수 극우 언론들의 농간을 그나마 희석해 주는 곳이 MBC입니다. MBC 뉴스가 편파적이라는 말도 많고 실제로 편파적일 수 있지만 워낙 극우 편파 뉴스가 많아서 MBC가 그걸 희석해 주는 느낌입니다.
MBC는 드라마 왕국과 함께 라디오 왕국이었습니다. 19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라디오 청취율이 앞도적으로 MBC가 많았습니다.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를 필두로 '지금은 여성시대'나 '별이 빛나는 밤에' 등등 전통적인 강호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 전후로 SBS가 거의 모든 시간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SBS 라디오가 대세입니다.
2021년 첫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아침에는 철파엠이라고 하는 '김영철의 파워 FM'과 '컬투쇼', '최화정의 파워타임', '박소현의 러브게임'이 전체 라디오 청취율에서 TOP10 안에 들어갔습니다.
청취율 상위 10개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5개가 SBS입니다. 나머지 5개도 CBS 등이 대부분 차지하고 MBC 라디오는 1~2개 들어가면 많이 들어갈 것입니다. 그나마 취약했던 오전 시간대의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와 MBC에서 잠깐 라디오 DJ를 했던 박하선이 진행하는 영화 라디오 프로그램인 '씨네타운'이 1년도 안 되어서 동시간대 청취율 1위에 올랐습니다.
라디오 작가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이것도 비용 절감의 일환?
몇년 전에 MBC FM 라디오에 대한 쓴소리를 적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지적한 것은 MBC FM 라디오는 5년 넘게 라디오 DJ를 하는 장수 DJ가 없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지금 MBC FM 라디오에서 5년 넘게 라디오 DJ를 하는 2012년부터 라디오를 진행하는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와 오후 12~2시까지 방송하는 '김신영의 정오의 희망곡'과 저녁 시간대의 '배철수의 음악캠프' 밖에 없습니다.
이 장수 DJ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수시로 신인 DJ를 배치합니다. 그나마 MBC FM의 장수 DJ들은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하지는 못하지만 고정팬들이 많아서 청취율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낮 시간대는 장수 DJ들이 꽤 있는 편지만 새벽 시간대는 MBC 드라마를 보는 것 같습니다. 새벽 12~1시까지 하는 '배순탁의 B-SIDE'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출신의 라디오 작가인 '배순탁'이 진행을 합니다. '배순탁'작가는 잘 알고 있고 말 잘하는 건 알지만 그건 작가로서의 인기지 DJ로서의 인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라디오를 몇 번 들어 봤는데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MBC FM에서 새벽 1시~2시까지 방송하는 '신혜림의 JUST POP'도 비슷합니다. 신혜림이라는 라디오 작가분이 진행을 합니다. 새벽 2시~3시까지 방송하는 '김세윤의 FM 영화음악'도 라디오 작가 출신이 DJ를 하고 있습니다.
배순탁, 신혜림, 김세윤 작가 모두 잘 알고 있고 방송 잘하는 건 압니다. 압니다만 DJ로서의 매력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작가로 있을 때 빛이 나던 분들이지 DJ로 빛나는 분들은 아닙니다.
이 새벽 12시부터 3시까지 MBC FM 방송의 공통점은 라디오 작가 출신 분들이 라디오를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MBC는 음악 라디오를 지향한다고 해명을 했지만 실제로는 비용 절감으로 보입니다. 라디오 작가가 DJ를 하면서 라디오 작가를 따로 두지 않아도 됩니다. 라디오 DJ 옆에 작가가 있고 연출 이렇게 3명이 돌아가야 하는데 보면 연출자인 PD와 DJ 겸 라디오 작가가 방송을 합니다.
연휴라서 저녁 일찍 잤다가 새벽 2시에 깼습니다. 잠도 안 호고 해서 라디오를 돌리다 보니 새벽 3시가 되었고 라디오 DJ 목소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MBC는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무인 방송을 하네요.
K팝 2000???? 뭔가 봤더니 초기에 MBC 아나운서가 K팝 2000이라고 말하고 2시간 내내 주크박스처럼 가요만 틀어줍니다. 원래 이 시간대는 신입 MBC 아나운서들이 방송 경험도 쌓고 고운 목소리의 라디오 DJ 겸 아나운서 방송이 기본 포맷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없애버렸네요.
아니 음악만 틀 거면 그냥 지니나 멜론을 듣죠. 라디오는 신청곡을 받고 신청 사연을 읽는 것만으로도 방송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만 냅다 튼다? 참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네요. 차라리 이럴 거면 그냥 새벽 방송 포기하시죠. 아니면 KBS처럼 재방송을 하던가요.
그러고 보면 억대 연봉자가 많다고 자랑하던 직원이 있는 KBS 라디오는 MBC 라디오보다 더 인기가 없어요. MBC 라디오는 점점 더 침몰하는 모습이네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모를까 앞으로 나아가길 포기한 모습까지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