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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교섭은 논란을 뚫지 못한 노잼 영화

by 썬도그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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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2007년 00교회 교인들이 정부의 엄중 경고에도 그 경고문 앞에서 V질을 하는 사진을 남기고 탈레반이 활동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활동을 하러 갑니다. 그리고 우려한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무려 24명이 탈레반에 인질로 잡힙니다. 

이 피납사태는 역사에 길이 남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건입니다. 다만 현재의 10,20대 분들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유튜브가 있어서 검색만 해도 그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아프간 피랍사태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소리에 우려와 함께 왜?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감독 임순례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이 협상 과정의 긴박함과 우여곡절은 분명히 영화 소재로 될만한 소재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2주일 넘게 길게 이어진 대형 인질극은 한국의 협상팀의 활약으로 모두를 살리지 못했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다만 역대 인질극 중에서도 인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엄청난 인질 사태이기도 합니다. 

영화 교섭 초반은 그런대로 긴장감 있게 흘러갔지만 

영화 <교섭>은 인질에 대한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 아프카니스탄에 갔는지 국내 여론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싹 지웠습니다.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교섭>이 담고자 하는 건 그 논란을 알지만 당시 우리 국민 21명을 구했던 그 과정을 집중 조명한 영화입니다. 

다만 이 영화 <교섭>은 영화 시작하자마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창작물임을 명시하고 시작합니다. 당시 이 아프칸인질 사태에 대한 수많은 루머가 돌았습니다. 해외 언론을 통해서 몸값을 얼마나 줬다느니 하는 소문이 있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덮어 버렸기에 소문만 있지 실제 어떤 과정이었는지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 인질 협상 과정에서 국정원 블랙 요원의 활약이 컸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죠. 이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는 협상 과정의 긴박감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선교단이 탄 버스가 탈레반에 의해 멈춰지고 인질들은 끌려갑니다. 이 사실은 바로 전 세계에 타전되고 외교부는 발칵 뒤집힙니다. 그리고 협상 선발팀인 외교부 재호(황정민 분)가 아프간에 도착하고 현지에서 활동 중인 국정원 요원인 대식(현빈 분)이 합류합니다. 

대식은 2004년 있었던 이라크 한국인 인질 사태에 참여했다가 한국인 인질이 사망하는 사태의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교부에서는 이 국정원 블랙 요원인 대식을 미덥지 못해 합니다. 외교부 협상 팀장인 재호는 이 대식을 보자마자 대면대면하고 협상장으로 가다가 자살 폭탄 테러를 직접 경험합니다. 

이 초반 장면부터 영화에 대한 신뢰가 좀 무너졌습니다. 폭탄 테러 과정의 긴장감 없이 그냥 너무 쉽게 폭탄이 터지는 과정을 담습니다. 보통 이런 테러 장면은 좀 더 극적인 연출이 필요한데 그냥 펑 터지고 멀리서 담은 부감샷으로 거대한 화염이 올라오는데 이 과정이 너무 짧습니다. 그리고 폭탄 테러의 잔해만 보여줍니다. 임순례 감독 하나만 믿고 봤는데 액션 연출이 너무 별로여서 불안감이 휘몰아치네요. 

영화 <교섭>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진행 과정은 크게 달랐다면 실제 사건을 잊고 볼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아는 사실과 상당히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이러다 보니 실제 사건을 잊고 보려고 해도 자꾸 실제 사건이 떠오르게 됩니다. 초반 협상은 잘 진행됩니다. 

국정원 요원과 외교부 직원 사이의 주도권 싸음이 초반에 흐르는데 긴장감을 살짝 유발하면서 지르가라는 부족장회의를 통해서 잘 해결이 되는 듯 합니다. 외교부는 선교단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라고 위장하면서 로열패밀리인 부족장을 한국 휴대폰 등으로 잘 구슬려서 협상하지만 한국 언론 통제 실패로 한국 방송에서 자원봉사자가 아닌 한국 기독교 선교단이라는 사실이 터져 나옵니다. 문제는 이 방송을 알자지라 방송이 자막을 입혀서 현지에서 방송을 하자 부족장은 노발대발하며 협상 결렬이 됩니다. 이때부터 긴장감이 팍팍 상승합니다. 

탈레반은 인질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탈레반 전사 수십 명을 풀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조건은 한국이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수 많은 미군을 희생하면서 탈레반 전투병들을 잡아넣었는데 한국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서 풀어줄 수 없습니다. 이때부터 한국 협상팀은 진퇴양난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외교부 장관까지 직접 현지에 도착하고 강경 모드로 돌아섭니다. 

구출 작전을 펼치겠다는 외교부장관 앞에서 외교부 직원 재호는 귀국을 종용받게 되자 재호는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접 대면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재호에게 마지막 협상 기회가 생깁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무너지는 재미. 관객과의 교섭에 실패하다

영화 <교섭>은 협상 과정이 주는 긴장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여러 장치를 심어 놓습니다. 먼저 이 영화는 대규모 액션이 없습니다. 유일한 액션 장면은 대식의 휴민트를 이용해서 협상을 하다가 발생한 추격 액션이 있고 이 액션 장면은 꽤 잘 담았습니다. 이런 장면이 2~3번은 나와줘야 할 텐데 이 액션 장면 딱 1번밖에 없네요. 후반 대면 협상 과정을 크게 기대했지만 액션은 없습니다. 

액션이 너무 적습니다. 어차피 실제 사건을 그대로 담지 않는다고 초반에 적어 놓고 시작했다면 좀 더 창작을 많이 넣어야 할텐데 영화 <교섭>은 손사래를 치면서 실제 사건이 아니라고 하면서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자꾸 실제 사건이 떠오르게 되고 인질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국민 세금을 저렇게 쓰는 건가?라는 반감이 자꾸 피어오릅니다. 

여기에 강기영이 연기하는 카심이라는 현지 통역을 많은 캐릭터가 코믹을 담당하는 듯 하지만 이런 긴박감 넘친는 영화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녹아들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교섭 과정에서 여러 감정과 재미가 나올줄 알았지만 교섭 과정에서 분노가 치밀게 됩니다. 보다가 장탄식과 함께 눈이 저절로 감기네요. 협상 과정이 이해도 안 되고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오히려 실제 사건이 더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매일매일 아프간 인질 사태에 대해서 많은 비난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혼내도 한국에서 혼내야 한다면서 많은 한국 국민의 목숨이 달려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무사 귀환을 바랐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몇 명이 풀러났고 매일 현지에서 날아오는 탈레반이 촬영한 영상에 많은 국민들이 가슴 졸였습니다. 인질극이 일어나는 과정에 대한 분노도 컸지만 일단 살려야 한다는 마음도 컸는데 영화 <교섭>은 실제보다 더 재미없습니다. 논란을 의식해서 인질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은 건 알겠는데 너무 덜어내다 보니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보면서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외교부 직원의 결단력과 국민의 혹독한 비판에도 생명이 우선이라는 태도에서 감동을 느끼라는 것 같은데 감동도 재미도 하나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는 영화 연출도 시나리오 모두 문제입니다. 배우들이야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연기에 대해서는 논할 것이 없지만 연출과 시나리오가 실제 사건보다 못하다 보니 한숨만 나오네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예매율 1위라서 뭔가 있나 하고 봤지만 너무 재미없어서 안 보는 걸 추천할 수 밖에 없네요. 
논란의 소재를 영화로 만들 생각이면 논란을 뚫어내는 긴장감이나 재미나 감동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없네요. 물론 이건 제 개인 생각이지만 저뿐이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설에는 아바타2가 진정한 승자라는 소리가 나오네요. 한국 영화를 응원하고 싶은데 이왕이면 한국 영화가 잘 되었으면 하는데 이런 한국 영화가 나오면 점점 손이 덜 가게 되네요. 임순례 감독에게 무척 실망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영화인 <모가디슈>가 얼마나 잘 만든 영화인지 세삼 깨닫게 되네요. <모가디슈> 안 본 분이 있다면 집에서 <모다디슈> 보는 걸 추천합니다. 

별점 : ★★
40자 평 : 논란의 소재 위에 노잼 소스를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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