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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이태원 참사를 통해 본 우리 안의 엄청난 혐오

by 썬도그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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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때문에 새벽에 깬 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켜고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태원에서 할로윈 축제 사고가 났다는 기사에 뭐 큰 행사가 있으니 사고가 있었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숫자에 잠이 달아났습니다. 140명? 부상자 150명? 숫자가 너무 커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할 수 있지? 

일어나서 PC를 켜고 뉴스를 봤습니다. 제가 몇 번 지나갔던 거리네요. 그리고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태원 해밀톤 호텔 뒷골목인 이태원 세계음식특화 거리가 메인 거리

해밀턴호텔 전경
해밀턴호텔-전경

이태원은 미8군 근처에 있는 유흥가라서 90년대까지만 해도 환락가였습니다. 지금은 세계문화의 거리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왕래하고 거주하고 활동하는 세계 문화의 작은 체험장으로 변했습니다. 5년 전에 그리고 2년 전에 가본 이태원은 다양한 문화가 버무려져 있는 작은 지구촌이었습니다. 

서울의 다른 핫플레이스처럼 주변에 아파트도 고층 건물도 없어서 다양한 모습의 건물과 함께 차가 다닐 수 없는 골목이 참 많은 동네입니다. 핫플레이스의 3대 조건 중 2대 조건인 아파트가 없고 골목이 많은 동네입니다. 마지막 조건인 프랜차이즈도 없는 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골목입니다. 

이태원 골목
이태원-골목

이태원은 이태원역이 있는 이태원로를 중심으로 위로 아래로 많은 골목이 있습니다. 이 이태원과 가까운 경리단길, 한남동의 공통점은 남산 기슭에 있다는 점입니다. 남산에서 쭉 내려가는 경사로에 지어진 동네라서 기본적으로 남산 경관을 해치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없습니다. 또한 평지가 아니라서 수많은 골목길로 채워져 있습니다. 수많은 골목 길가에 다채롭고 다양한 상점들이 가득합니다. 

이 다양함이 바로 이태원의 매력입니다. 미군들의 놀이터로 생각하고 찾아간 2017년 이태원은 핫플레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고 이 흐름은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10월 말에 열리는 할로윈 축제에 많은 코스튬을 한 행인들이 서로 코스튬 자랑대회를 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물렸습니다. 

이태원클라쓰 포스터
이태원클라쓰-포스터

이 이태원의 할로윈 코스튬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도 소개가 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축제의 거리로 묘사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년 전부터 이태원 거리는 할로윈 축제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2017년에는 무려 20만 명이 왔다고 할 정도니까요.

이태원_세계음식특화_거리
이태원_세계음식특화_거리

이태원 가보시면 아주 넓다면 넓지만 메인 거리는 이태원역 바로 뒤에 있는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입니다. 같은 골목이라도 여기는 넓습니다. 해밀턴 호텔 바로 뒤에 있는 건물입니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 거리
세계음식특화 거리

그런데 이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끝에는 이렇게 길가에 테이블을 놓은 가게들이 많아서 길이 좁아집니다. 길이 넓지도 않지만 이렇게 야외테이블이 있다 보니 도로 폭이 넓은 것은 넓고 좁은 곳은 좁습니다. 그렇다고 이 골목을 더 늘렸다가는 차가 지나다니기에 넓힐 수도 없습니다. 평상시에는 이 좁은 골목길이 차량진입을 막아서 걷기 편하고 여러 음식점을 둘러보게 하는 매력을 제공하지만 핼러윈데이 같은 엄청난 인파가 몰릴 때는 문제가 됩니다. 

세계음식특화 거리
이태원-지도

지도에서 보면 녹색줄이 핼러윈 데이 축제가 열리는 메인스트리트인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입니다. 어떤곳은 넓은데 어떤 곳은 야외 테이블이 있어서 좁습니다. 사람이 몰리면 입구에서 통제 안 하면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립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골목은 위 지도에서 하늘색으로 칠한 곳으로 해밀톤 호텔 바로 왼쪽 골목입니다. 

이태원참사골목길
이태원참사_골목길

한 5년 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 골목은 아주 좁았습니다. 당시는 해밀턴 호텔 출입문 공사를 하고 있어서 칸막이가 있어서 더 좁았습니다. 이 길은 이태원역에서 나온 후 바로 메인 스트리트인 이태원 세계음식특화 거리로 이어지는 길이자 세계음식특화 거리에서 나가는 길이라서 병목현상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경찰은 왜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았나?

경찰은 차량이 엉키는 교차로에서 수신호로 차량을 풀어서 정체 현상을 완화시킵니다. 집 근처 수출의 다리 앞 가산 아웃렛 앞 4거리를 가끔 가면 교통경찰이 오면 차량 정체가 금방 풀리는데 없으면 차량들이 옴짝달싹 못합니다. 예전엔 모범운전사 분들이 수신호로 풀어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본 적이 없네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엉켜 있으면 누군가가 나서서 풀어줘야 합니다. 실제로 이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서 오후 8시 경에 한 여자분이 높은 곳에 올라서 소리를 질러가면서 내려가는 걸 우선하자고 한 후 풀렸다고 하죠. 이 엄청난 인파로 인한 정체는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경찰이 나서서 확성기로 통제를 했어야 합니다. 1주일 전의 행사나 예년에는 사고가 안 난 이유가 골목을 자동차처럼 일방통행로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잘 지나다닐 수 있었다고 하죠.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에는 이런 통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날 경찰은 137명 정도 배치되어 있었고 이마저도 마약, 폭력, 취객 사고에 집중했지 지옥으로 변해가는 골목길에 대한 안전 문제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이건 너무나 무능하고 무신경한 부문입니다. 2017년 이태원 핼러윈 행사 사진과 영상을 보면 차도 1차선 정도까지 차도에 팬스를 쳐서 보행안전에 신경을 썼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게 전혀 없었습니다. 

행안부 장관은 더 많은 경찰 인력이 있었다고 해도 막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 말에 너무 화가 납니다. 단 1명의 여성의 통제로 막혔던 골목이 풀리는 것처럼 교통 경찰 1명이 사거리 교통 체증을 푸는 것처럼 경찰이 20명 정도만 투입되었어도 이런 참사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경찰이 각 출입 도로에서 한 방향만 허용했다면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겠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이 더 많았어도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는 소리에 너무 화가 나서 참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게 주무부처 장관이 할 소리인가요? 그럼 왜 이전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려도 사고가 안 났을까요? 이건 막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 이상민 장관의 발언은 경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1차 책임이 있다는 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고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해라는 식으로 들려서 무척 불쾌했습니다. 이런 시선은 장관뿐이 아닙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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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축제 참가자들에 대한 극렬한 혐오

야구방망이로 노트북을 치는 사람
분노

저도 할로윈 문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서양 문화 그것도 미국 문화입니다. 10월 마지막 날 아이들이 귀신 복장을 하고 사탕 받으러 다니는 어린이 축제입니다. 이게 일본과 한국에서는 10,20대들의 코스튬 축제로 변형되었습니다. 변질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변형이 맞을 겁니다. 변질은 안 좋게 변한 것이고 부패한 느낌이 들지만 할로윈 문화가 한국에서 사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쓰레기를 버리고 무질서하고 폭력 사건도 좀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10,20대 청년, 청소년들이 다양한 코스튬을 하면서 즐기는 문화입니다. 이것도 일본이 원조입니다. 유튜브에서 일본 할로윈 축제 4k 영상 보세요.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서로 코스튬 멋지다면서 칭찬하고 마음에 들면 같이 서로 사진과 영상으로 담습니다. 이게 문제가 됩니까? 늙다리인 저도 그런 모습들을 구경하고 싶은데요. 

일부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건전한 축제입니다. 물론 주체적이지 못하고 서양 사대주의 문화라는 점은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다. 또한, 다른 나라 명절을 한국에서 더 즐기는 것도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요즘 보면 본국인 미국보다 한국이 할로윈에 더 진심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게 다 오뤤지 정권의 영어마을 붐, 영어학원, 영어 사대주의 풍토에서 나왔습니다. 전국의 영어학원에서 할로윈을 기념한다면서 할로윈 문화를 전파했죠. 그 아이들이 자라서 할로윈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문화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비판은 옳고 저도 동조합니다만 이걸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피해 안 주고 잘 놀다면 말릴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놀고 즐길 것이 적은 10, 20대가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라떼 한잔 타자면 저 10대 때에는 갈 곳이 없어서 농구공 하나 들고 3km 이상 걸어서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하다가 너무 사람이 많아서 짜증 났던 기억이 나네요. 끽해야 오락식 만화방 그게 놀거리의 전부였어요. 모든 곳에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했죠. 그래서 그래요. 그래서 제가 방종이나 사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10,20대들이 실컷 노는 것을 챙겨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할로윈 문화 자체는 싫지만 그걸 즐기는 모습은 좋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중노년이라고 해도 저 같은 생각 가진 사람은 일부고 대부분은 그러기에 서양 귀신 놀이를 왜 즐기냐는 말들이 들립니다. 여기까지는 저도 공감하지만 거긴 왜 갔냐는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태원에 왜 갔냐고 합니다. 가면 안 됩니까? 갈 수 있죠. 가는 게 문제 되었다면 2017년에도 2018년에도 2021년에도 문제가 되어야죠. 가도 폭력 사건 몇 번 있고 큰 문제없었습니다. 

이태원에 즐기러 가는 게 뭐가 문제에요? 가뜩이나 2년 동안 집에서 재택 수업 듣고 마스크 쓰고 친구 만나고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좀 놀면 안 됩니까?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통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10만 명이 몰릴 것을 예상했으면 경찰이 아니더라도 용산구청에서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골목길을 일방통행하게만 했어도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태원 그 골목길에 800명 이상 있으면 사람이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어서 엉키게 된다고 합니다. 700명 까지는 내려가는 사람, 올라가는 사람이 방향 따라서 천천히라도 내려가지만 800명이 넘어가면 아무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 사고가 났습니다. 

그러나 희생자들을 욕하고 혐오하는 댓글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네요. 같은 나라에서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뭐 그런 혐오로 뭉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고 수 없이 만나지만 그럼에도 적응은 안 되네요. 희생자를 비난하는 글들과 댓글을 보면서 원인 제공을 희생자가 했다는 소리에 눈을 감게 되네요. 

고인들은 말 그대로 피해자입니다. 통제를 해야 할 공간을 방치한 사회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서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입니다. 그분들에게 왜 비난을 합니까? 그들이 뭔 잘못을 했나요? 제가 또 화가 나는 건 이번 사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대충 끝낼 것 같다는 직감이 듭니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사건으로 충분히 경험했잖아요. 또 하나 예상을 하자면 이번 사건도 정치적인 정쟁의 도구로 삼을 겁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처벌이나 대처나 후속 방지책이 나오지 않겠죠. 

행정기관에 대한 혐오만 늘게 되는 사건이네요. 너무 수수방관을 했어요. 오후 6시 30분부터 사람들이 파도처럼 떠 다니는 걸 봤다면 누군가가 이걸 해결하려고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4시간이 지난 후 사고가 터졌습니다. 제일 화가 나는 건 왜 정권 따라 이렇게 공무원들의 행정력이 들쑥날쑥 한지 모르겠어요. 늘공들이 달리 늘공입니까? 늘 공무원 하는 분들은 수장이 바뀌어도 한결같아야죠. 그런거 보면 수장인 머리가 바뀌면 몸도 바뀌는 카멜레온 공무원들이 한국에 너무 많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복지부동이 태생적인 특징이라고 하지만 이번 사고를 보면서 긴 한 숨만 나옵니다. 
부디 희생자들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분들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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