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봄의 벌처럼 엉덩이가 들썩이게 됩니다. 실내에 있으면 빨리 일 마무리하고 카메라 들고 벚꽃 명소를 사진으로 담아야 하는 소명감까지 듭니다. 저도 그중 한명입니다. 어제는 2호선 신대방역 근처 벚꽃길로 가봤습니다.
걸어가는 도중에 하얀 눈물을 뚝뚝 흘르는 거대한 목련의 눈물을 쓸고 계시네요. 목련은 보기는 참 좋은데 잎이 검게 변하는 모습이 좀 별로에요. 하지만 생과 사를 느끼게 하는 꽃이기도 해요. 시흥 IC는 많은 봄꽃들이 있어요. 자동차의 속도 때문에 생긴 나대지인데 공원화해서 찾는 주민들이 꽤 있더라고요.
핑크핑크한 꽃이 있어서 멈춰서 보니 복숭아꽃이네요. 저도 봄꽃 전문가가 다 되어가네요. 꽃 구분도 못해서 매화와 벚꽃 구분도 못했는데 이제는 살구꽃, 복숭아꽃까지 구분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모두 피고 외모가 비슷해서 구분하기 쉽지 않아요. 여름꽃인 능소화처럼 늦게 피거나 모양이 달라야 바로 아는데 꽃나무들은 구분이 쉽지 않아요.
복숭아꽃은 잎과 꽃이 동시에 나오더라고요. 매화나 벚꽃은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오는데요.
구디라고 하는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 풍경입니다. 저에게는 구로공단역으로 더 익숙해요. 20,30대 정말 많이 다녔던 곳이네요. 전철 풍경은 그대로지만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2개나 들어서면서 주택 풍경은 크게 변했습니다.
재개발 한다 만다 한지가 10년이 넘었는데 드디어 새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네요.
도착했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과 신대방역은 지상철 구간으로 도림천 위를 지납니다. 도림천 뚝방길에는 흔한 가로수인 벚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어린 시절 도림천에 똥덩어리가 흘러가는 걸 보고 자라서인지 요즘 도림천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너무 냄새가 심해서 근처 가기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하천관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중반 이후이지 이전에는 손 놓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응달진 곳은 벚꽃이 아직 안 폈는데 이렇게 양지바른 곳에서는 하얀 벚꽃이 가득폈네요. 둔치길은 2명만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지만 반대편 길도 있으니 편한 곳으로 걸으세요.
벚꽃터널만 보면 항상 찍는 수직 파노마라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스마트폰에는 파노라마 사진 모드가 있죠. 보통 좌우로 스캔을 하는데 이걸 수직으로 스캔하면 됩니다. 중요한 건 머리 뒤까지 스캔해야 합니다. 그래야 길게 찍혀요. 허리를 꺾어도 되지만 카메라를 올리다가 뒤로 돌릴때는 스마트폰만 돌리면 됩니다. 사진 종료 버튼을 누를 필요 없고 그냥 획 하고 원래 상태로 돌리면 자기가 알아서 파노라마 사진을 종료합니다.
도림천 맑은거 보세요. 왜가리가 맑은 하천임을 인증해 주네요.
벚꽃은 역광으로 찍어도 좋지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고 싶으면 순광이 좋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꽃으로 담기 좋죠.
벚꽃길을 걷다보면 꽃잎이 통쨰로 떨어진 걸 볼 수 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면 참새나 이 거대한 직박구리가 벚꽃을 오지게 잘 땁니다. 직박구리가 벚꽃 주변을 서성이네요.
망원렌즈 가져가길 잘했네요. 카메라 성능이 안 좋아서 연사가 잘 안 됨에도 찍다 보니 주황색 혀를 내미는 직박구리를 담았네요.
직박구리는 까치머리를 하고 있어요. 처음 봤을 때는 머리 감고 왔나 했는데 원래 머리 모양이 저래요. 저가 렌즈라서 색수차 오지게 나오네요.
길이 좁아서 좋은 점도 있는데 하늘 가득 벚꽃을 볼 수 있습니다.
아까 그 왜가리인가 보네요.
중간에 육교를 발견했습니다. 이 육교를 이전에 못 본 것 같은데 새로 생겼나요?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육교가 있기에 올라가 봤습니다.
안 올라갔으면 큰일날뻔 했네요. 특별한 벚꽃 명소네요. 사진 좋아하는 분들은 단박에 알죠. 야경의 꽃인 자동차 궤적 사진 촬영할 수 있는 곳이자 벚꽃과 콜라보를 하는 야경 명소가 될 것이 뻔합니다. 저 뒤로 보라매공원의 고층 빌딩도 가득하고요.
반대편도 고층 아파트가 올라가 있어서 야경이 예쁠 것 같지만 준공이 안된 아파트라서 좀 아쉽네요. 내년에는 양쪽으로 엄청난 야경을 보일 듯 합니다. 이 고속화 도로는 보라매고가 도로입니다. 이 도로 생긴지 30년 넘었을거에요.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후미등이 만드는 붉은 빛의 궤적과 벚꽃이라
그래서 야간까지 기다려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삼각대를 안 들고 왔네요. 미니 삼각대는 있지만 난간이 있어서 난간 너머를 담아야 하기에 큰 삼각대가 필요합니다.
육교 중간에 오니 하천까지 보이네요. 벚꽃 + 자동차 궤적 + 도림천 = 낭만적이네요.
그래서 야경만 따로 따러 다시 찾아갈 생각입니다.
유년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동네라서 포근함은 저만 느끼지만 처음 오는 분들도 이런 장관을 볼 수 있고 야경 명소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오늘 밤이 기대되네요.
전철까지 지나가는데 저 전철도 야경으로 담아볼까 합니다.
육교에서 내려다 본 반대편 벚꽃길입니다. 이 육교에 오르니 카메라 들고 오신 분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이미 유명한 촬영포인트네요.
벚꽃 꿀 빠는 직박구리입니다. 그나저나 벌이 안 보여서 좀 황당했습니다. 보통 이 정도 개화하면 꿀벌들이 엄청 날아 다니거든요. 꿀벌들이 많이 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개화하고 바로 꿀이 생기는 게 아닌 며칠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화창한 봄날이네요.
다들 이 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20분 정도의 걸음이었지만 하루 종일 어제 벚꽃길만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