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능력도 아닌데 쓰잘데 없는 능력과 흥미가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한 장면만 보고 그 장소를 제가 지나가 본 적이 있으면 대번에 어디라고 지목하면 거기가 맞습니다. 신기해요. 이런 건 어디 써먹을 데도 없고요. 장소에 대한 기억력이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촬영장소나 영화 촬영 장소를 잘 찾아냅니다. 안 가본 곳은 영화나 드라마를 일시 정지하고 그 촬영 장소의 건물 간판을 지도 서비스에서 검색하면 잘 나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장소들
이번 설에 식구들과 모이면 대선 후보에 대한 토론을 할 줄 알았는데 줄여서 지우학이라고 하는 넷플릭스 12부작 좀비 하이틴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야기로 꽃 피울 듯합니다.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주제만 보면 15세도 관람 가능하지만 잔혹한 장면들이 많아서 청소년 이용 불가입니다.
효산고등학교로 나오는 촬영학교는 안동 성희여자고등학교
'지금 우리 학교는'는 서울 인근의 경기도 도시에서 발생한 요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 사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효산고등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실내 공간은 실제 학교 건물이 아닌 100미터나 되는 4층짜리 학교 세트장을 지어서 촬영했습니다. 제작 기간이 무려 2년이나 된다고 하니 배우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합을 맞추고 연기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학교 밖 풍경도 많이 나오는데 실내 촬영은 세트 촬영이라서 실내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크로마키로 입힌 배경입니다. 그러나 실외 액션 장면은 안동 성희여자고등학교에서 촬영했습니다. 보시면 지우학에서 나온 정문과 똑같은 걸 알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옥상은 상당히 중요한 장소로 나오는데 성희여자고등학교 옥상은 박공지붕으로 되어 있어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지우학 촬영 도시는 안동시
지우학을 보다 보면 다리 건너 거대한 몽골 텐트 같은 지붕의 건물이 있는데 이는 안동시의 탈춤공연장입니다. 주요 촬영 장소가 안동시네요. 안동시도 꽤 잘 가꾼 강변이 있는 도시네요.
청산 치킨은 성균관대 앞 썬더치킨
지우학에서 가장 멋진 액션을 많이 보여줬던 이청산 이름을 따서 엄마가 운영하는 청산 치킨은 영화에서 주요 배경으로 나옵니다. 드라마에서 웃음 버튼을 달고 나온 형사, 의경 콤비와 임신한 여고생이 아기를 놓았던 곳이 청산치킨이기도 하죠. 전 당연히 안동시 상가 골목길에서 촬영한 줄 알았지만 드라마 속 '바람이 살랑'이라는 카페 이름을 발견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서울이네요. 청산치킨은 썬더치킨 성균관대점에서 촬영을 했고 이 주변이 의경과 형사 커플이 좀비를 피해서 달아나던 지역입니다.
도심 좀비 출몰 지역 촬영지는 대규모 재개발 지역들
동네 구경하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골목길 많은 지역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떤 곳은 사람들이 아무도 안 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왜 한국은 재개발을 좋아할까 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은 여름과 겨울 기온차가 무려 50도가 되고 습도도 여름엔 높고 겨울엔 너무 건조합니다. 이러다 보니 건물 내구성이 높지 못합니다. 물론 일제가 지은 석조 건물을 보면 오래 견딜 수도 있지만 싸고 많이 짓기 위해서 건축 자재를 저렴한 것을 사용한 것도 문제죠. 그런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편의입니다.
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가고 못 지나가는 지역은 주차 문제에 쓰레기 처리 등등 각종 문제가 있고 생활 편의가 아파트보다 훨씬 떨어집니다. 특히나 한국인의 아파트 사랑으로 인해 이런 주택이 많은 지역은 싹 밀고 아파트를 올립니다. 특히 요즘 아파트는 주차장을 지하로 놓고 지상을 공원화하고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거대한 읍성 느낌이 날 정도입니다.
그래서 서울과 경기도 아니 전국 곳곳이 대규모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은 거주민들이 다 이사를 간 빈 공간입니다. 이 재개발 예정지역은 드라마나 영화 특히 아포칼립스를 담은 좀비 드라마나 액션 영화 촬영하기 딱 좋습니다. 거주민이 없기에 통제할 필요도 없고 건물을 파괴해도 됩니다. 지옥도 아마 재개발 예정지에서 촬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를 자세히 보니 예상대로 재개발 예정지에서 촬영을 했네요. 의경과 형사 커플이 스쿠터 타고 도망가는 지역은 광명 2동 재개발 지역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길이 모두 사라졌고 아마도 초대형 아파트 단지가 건립 중일 것으로 보입니다.
12화에서 마지막 생존자들이 좀비들을 피해 마지막 혈투를 벌이는 곳은 성동구 용답동 재개발 지역으로 보입니다. 간판을 추적해보니 예상대로 지금은 재개발 중인 재개발 예정지에서 촬영했네요.
청계천 리버뷰 자이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려나 보네요. 이런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재개발의 나라 한국이라서 좀비 영화나 드라마 촬영하기 좋은 것 아닐까? 저 지역 전체를 통제하고 공간을 임대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재개발 예정이 된 지역은 생활 영화 세트장이 될 수 있는 느낌도 듭니다. 요즘은 크로마키 촬영을 많이 하기에 부분만 세트로 만들고 아니면 영화 기생충처럼 그냥 골목 하나를 세트로 만들어서 촬영하기도 하지만 CG 티가 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재개발 지역을 1주일만 빌려서 촬영하는 게 오히려 제작비가 더 저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지우학 앓이 중입니다. 보통 드라마 다 보고 다시 안 보는데 지금 다시 보고 있는데 또 재미있습니다. 설 연휴에 좀 잔인한 장면이 많지만 그럼에도 추천하는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