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믿음과 의심에 관한 매력적인 독립영화 메기

by 썬도그 2022. 2. 13.
반응형

2018년에는 뛰어난 독립영화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주인공을 맡은 박시후 배우가 출연한 영화 <벌새>는 사춘기 소녀의 감성과 대한민국의 성장통을 잘 조합한 아주 좋은 독립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이해에는 또 하나의 독립영화가 입소문이 좋았습니다. 바로 <메기>입니다. 

네 물고기 메기가 제목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당시 보지 못했다가 마침 넷플릭스에서 <메기>가 올라왔네요. 

메기는 <이태원 클래스>로 많이 알려진 배우 이주영과 요즘 가장 핫한 배우인 구교환 그리고 문소리가 출연한 2019년 개봉한 영화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인권위원회가 제작한 14번째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입니다. 

믿음과 의심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된 영화 <메기>

마리아 사랑병원 현관 앞 동상에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이 걸립니다. 엑스레이실에서 촬영된 사람들의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사람들은 수군거릴 뿐 그게 누구의 사진인지 알 수 없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이기 때문이죠. 

병원 간호사 여윤영(이주영 분)은 동상에 있던 엑스레이 사진을 몰래 훔쳐와서 남자 친구인 이성원(구교환 분)과 함께 이거 우리거 아니냐고 묻죠. 이에 성원은 우리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하죠. 윤영은 사직서를 씁니다. 그러나 그 엑스레이 사진은 윤영, 성원 커플 사진이 아닙니다. 그러나 의심은 확신이 되고 자신들의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직서를 들고 출근을 했는데 이상하게 병원에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좀 묘합니다. 판타지 영화인가? 어떻게 같은 날 모든 직원과 의사들이 출근을 안 합니까?
이에 유일하게 출근한 이경진 부원장과 여윤영 간호사는 아파서 출근을 안 한 직원 집에 방문을 합니다. 심지어 문을 따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로 아파서 출근을 안 한 겁니다. 

이후 병원으로 돌아왔는데 사과 깍다가 칼에 찔려서 피를 흘리는 사람을 수술하다가 총알을 발견합니다. 환자는 사과가 아닌 사슴을 잡다가라고 말했다고 우깁니다. 일단 마취제로 마취를 시긴 후 두 사람은 고민을 합니다. 환자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아님 신고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신고를 합니다. 

"사실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데요.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만들어진다고 아빠가 말했어요" 영화는 처음부터 누군가가 내레이션을 합니다. 이 내레이션은 누구 목소리지 했는데 영화 중반에 나옵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키우는 메기입니다. 메기 목소리는 배우 천우희의 목소리입니다. 

왜 메기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메기가 벌쩍 뛰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속설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참 미신을 잘 믿습니다. 과학은 상관이 아닌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판단을 하지만 미신은 상관관계가 약간 있거나 전혀 없어도 주장하고 믿으라고 강요하죠. 그게 문제입니다. 인과성이 없는 일을 인과성이 있다고 믿으면 그게 사실이 됩니다. 

그래서 사실은 사람마다 기억을 왜곡하면서까지 사실은 쉽게 훼손 변형됩니다. 지금 보세요. 가짜 뉴스에 휘둘려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영화 매트릭스가 그리는 세상과 이미 현실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짜 정보를 진짜로 믿고 사는 사람들. 물론 저도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도 있죠. 다만 그게 확신을 하지 않고 모르는 분야는 모르는 영역으로 둡니다. 또한 항상 정보를 검증하려고 하고요. 그 태도의 차이죠. 검증을 해보는 태도와 검증할 필요 없이 내 말이 맞다면 맞다는 그 억압, 권위가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권위에 쉽게 왜곡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권위적인 시대가 아닙니다. 

그럼 지금 이 세상에서 사실을 왜곡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요? 그걸 영화 <메기>는 담고 있습니다. 

반응형

싱크홀 현상을 통해서 본 마음속 의심이라는 증폭 구덩이들

영화 <메기>는 의심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 이경진 부원장과  이윤영이 겪은 사건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믿음을 찾습니다. 이는 윤영의 남자 친구인 이성원에도 일어납니다. 윤영이가 선물해준 백금 반지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걸 마침 싱크홀 공사를 맡은 어린 동료가 발가락에 끼고 있는 걸 발견합니다. 보통 이런 상태에서는 물어보면 됩니다. 그 발가락에 낀 백금 반지 내꺼 아니냐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럼 아니라고 하겠죠. 그럼 정중하게 검증해봐도 되냐고 하면 됩니다만 성원은 바로 그 자리에서 확인 안 합니다. 성원 딴에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검증하려고 했나 본데 오히려 이게 사건을 더 키웁니다. 자기 백금 반지라고 생각한 그 백금 반지를 도둑으로 의심까지 하면서 받아 들었는데 손가락에 맞지 않습니다. 얼마나 민망할까요? 그 나이 어린 동료는 얼마나 화가 났을까요?

의심이 의심으로 머무를 때는 문제가 되지 않고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의심이 확신이 되면 문제죠. 이런 일은 성원에게 일어납니다. 

윤영이 성원의 전 여친을 만나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마침 성원도 백금 반지를 끼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 성원이 처음부터 잃어버렸다고 이실직고 말하면 됩니다. 반대로 윤영도 직접 물어보면 됩니다. 왜 백금 반지 안 끼냐고 물어보면 됩니다. 물어봐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기록으로 남기에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때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고 증거로 내밀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의심만 증폭하다가 상상을 만나면 거대한 의심의 싱크홀이 됩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의심과 의심의 증폭 속에서 사는지 모릅니다. 저또한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니까요. 의심이 들고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물어보면 됩니다. 물론 이해는 합니다. 물어보는 자체가 불쾌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의심을 키우는 건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싱크홀에 빠졌으면 당장 나올 궁리를 해야지 더 깊게 파면 안 된다는 말을 메기가 합니다. 
의심을 키우면 확신이 되고 확신은 관계를 파괴하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관계들을 담은 영화 메기

겉으로 보면 한 연인이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핀 의심이라는 파괴의 병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영과 성원 사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이경진 부원장도 성원이 나이 어린 동료를 의심하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 삶 도처에 의심이 가득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의심은 편견과 비슷합니다. 편견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경험까지도 공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남들이 다 싫어하면 나도 싫어하는 경향이 있죠. 생각보다 내가 선택한 생각들은 많지 않습니다. 남들이 생각한 결과를 그대로 따르죠. 그게 편견이 되고 의심이 되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경험해 보지도 말을 걸어보지도 물어보지도 않고 단정 지어 버립니다.

아마도 감독은 인권의 기본인 편견 없는 시선과 대우를 말하고 싶은 듯합니다. 여기에 여자를 때리는 남자라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도 넣었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틀렸다 맞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윤영도 의심병을 키웠기 때문이죠. 요즘은 뭐든 남녀 갈라 치기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진중한 대화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균형감각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사실을 던져도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달리 해석하면 할 수 없죠. 뭐 요즘은 그냥 악다구니 쓰면 자기가 다 맞는지 아는 세상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심을 어떻게 믿음으로 전환해야 할까요? 배신을 당하더라도 무조건 믿으면 될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배신 여러 번 당하면 사람 잘 못 믿고 의심부터 하니까요. 그게 방어기제이고 그 자체를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편견도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요. 편견 때문에 위험을 미리 피해갈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뭐든 근거 없는 확신이 되면 문제가 됩니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의심의 싱크홀에 빠졌으면 나오려고 해야지 굴을 더 파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일단 나와야 합니다. 
영화 <메기>는 짧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미장센도 괜찮고 지루한 구석이 없습니다. 다만 초반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갈피를 못 잡았는데 후반에 잘 정리가 되네요. 각본도 좋고 연출도 좋습니다. 

구교환이 제작하고 각본도 구교환 이옥섭 감독님이 같이 쓰고 연출은 이옥섭 감독님이 했는데 또 편집은 구교환 이옥섭이 같이 했네요. 감독이자 배우이자 편집인인 구교환 배우 매력도 매력이지만 이주영 배우의 매력이 가득차 있는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결말도 멋지고요. 추천하는 영화 <메기>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의심과 믿음이라는 싱크홀에 빠졌다면 일단 거기서 나와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