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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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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 박물관마을에서 본 사진전 정영신의 장날

썬도그 2021. 12. 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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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 박물관마을은 2년 전에 갔을 때는 전체적으로 엉성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 활용도도 좋아지고 알찬 프로그램으로 점점 체험 공간으로 자리를 잘 잡고 있네요. 코로나 시국이라서 체험활동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바꾸어서 주기적으로 들릴 수 있게 하네요. 

마당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가 있고 주변의 가정집을 매입해서 개조한 전시 체험 공간에는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정동길 끝에 있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돌아보고 나가려는데 흥미로운 전시회를 봤습니다. 

창 안쪽을 보니 한국의 장터 사진집과 사진들이 보이네요. 

온화한 벽색깔과 흑백 사진에 홀려서 들어가 봤습니다. 

사진전 이름은 '정영신의 장날'로 2021년 11월 16일에서 12월 31일까지 전시를 하네요. 제가 끝물에 도착했네요. 요즘 사진전 거의 보러 다니지 않고 사진전도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도 인사동에 가면 최소 2~3개의 사진전을 보고 왔는데 요즘은 인사동을 떠난 사진 전문 갤러리도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점점 사진전을 덜 보게 되네요. 참으로 오랜만에 본 사진전입니다. 
먼저 정영신 작가는 여성 사진작가로 1958년에 태어난 분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전국 600개가 넘는 5일장을 찾아다니면서 흑백 사진으로 그 풍경을 담았습니다. 요즘은 지방에도 마트도 있고 편의점도 많아서 5일장이 점점 사라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5일마다 열리는 5일장이 시골 분들의 인심을 확인하고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시장을 가보면 그 나라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고 힘들 때는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듯이 시장은 항상 활력이 넘칩니다. 텐션이 일상 평균 이상이 시장입니다. 서울에도 전통시장 참 많죠. 지방과 다른 점은 매일 열린다는 점이 다를 뿐, 활력은 비슷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전통시장이 큰 곳이 3곳이나 있어요. 

전통시장이건 5일장이건 요즘 젊은 분들은 잘 안 가요. 왜냐하면 이렇게 눈이 오고 비가 오고 바람 불면 그냥 그대로 다 맞습니다. 기온과 기후에 노출되어 있어서 날이 궂으면 안 가죠. 반대로 날 좋으면 아주 좋고요. 그럼에도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이용 안 하는 분들도 많고요. 다만 지방은 주차가 편해서 그런지 활력이 넘칩니다. 그리고 시골 5일장은 뭘 사러 가기보다는 그냥 구경하러 가기도 합니다. 

사진들은 흑백이었습니다. 흑백이지만 사진만 봐서는 정영신 작가가 언제 촬영한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작품 촬영날짜가 사진 옆에 적혀 있는데 봐서는 모르겠습니다. 위 사진도 슬레이트 지붕이 많아서 80년대 촬영한 사진인가 하고 가까이서 보면 2010년이라고 적혀 있는 사진들도 많더라고요. 지방에는 아직도 슬레이트 지붕들이 많나 봐요. 

정영신 작가의 사진집들입니다. 한국 사진집하면 떠오르는 출판사인 눈빛 출판사가 출간한 사진집이 많네요. 평생을 시골 장터에 천착하셨네요. 하나의 소재를 평생 쫓다 보면 그 사진들 사이에서 은은한 빛이 나요. 장에 가자, 장날, 한국의 장터 사진집 등이 보입니다. 저 위에 '어머니의 땅'도 있네요. 

입고 있는 옷으로 시대를 분별할 수 있지만 언제인지 구분이 안 가는 사진도 많습니다. 대체적으로 한복을 입고 장터에 나오는 사진들은 80년대 이전이 많고 90년대 이후에는 한복 입고 장터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적습니다. 

시골 장터가 대형마트보다 불편하지만 좋은 점도 많습니다. 그중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입니다. 그리고 손으로 만든 수제품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있습니다. 물건 팔러 나오기도 하고 운동 삼아 나오기도 하고 판매자가 판매를 하다가도 다 끝내면 바로 시장 구경꾼이 되는 판매자가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가 판매자가 되는 당근 마켓의 시조새가 바로 시골 장이자 5일장입니다. 

시골 장터는 여자들이 장악한 시장입니다. 시골 장터에서 판매하는 분들 중에 여자 분들이 많죠. 특히 할머니들이 많은데 할머니들이 팔면 왠지 신뢰감이 갑니다. 그리고 후한 인심을 베풀 것 같기도 하고요. 특히 5일장은 전문 상인이 아니라서 더 높은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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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열리는 시장은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할 수 없고 주로 유통만 한다면 5일장은 집에서 만든 상품을 다 완성하면 들고 나가잖아요. 그래서 나간다고 그 상품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더 애틋한 것도 있을 겁니다. 물론 방앗간이나 매일 만드는 두부를 판매하는 상점도 있긴 하죠. 그런데 산에서 캔 나물은 매일 캐고 매일 시장에 들고 갈 수 없잖아요.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을 전 20년 넘게 시장에 가면 반찬거리가 많은줄 알았다니까요. 그 시장이 아닌 시장하면 모든 것이 다 맛있다는 말인데 시장에서 진귀한 반찬거리가 많아서 그게 그 말인 줄 알았어요. 보세요. 이런 전통시장 보면 먹거리 천국입니다. 이러니 시장이 교과서이자 세상입니다. 가장 원초적인 경제가 바로 시장이죠. 

정말 오래되다 못해 다 쓰러지기 직전인 건물들이 즐비한 지방 시장들이 많아요. 돈 벌어서 건물에 투자를 하면 되지만 전국 맛집들 보면 허름한 맛집들이 많아요. 건물 올릴 돈을 음식에 투입하니 맛이 좋을 뿐 아니라 가성비도 최고죠. 그래서 임대료 높은 상권에는 맛집이 많지 않아요. 있어도 정말 맛이 좋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워요. 

시장도 그렇습니다. 번 돈으로 건물에 투자하고 제반 시설에 투자하면 그 투자비 회수하려다 보니 물건 값이 올라가잖아요. 그래서 허름한 곳이 오히려 가격경쟁력이 좋아요. 그나저나 이 풍경은 전형적인 80년대 이전 풍경 같네요. 저 소쿠리들 다 식물로 만든 거시잖아요. 요즘은 플라스틱 제품들이 대부분이어고요. 

그러고 보면 시장은 피사체들의 보물창고예요. 사람들이 활기가 가득하고 그 활기만 담아도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담을 수 있어요. 최민식 사진작가도 그래서 부산 자갈치 시장을 자주 찾으셨지요. 그러나 요즘은 초상권 때문에 함부로 막 찍을 수가 없어요. 초상권 개념이 없었던 시절이나 이렇게 멀리서 쉽게 찍을 수 있었죠. 그렇다고 정영신 사진작가가 막 찍진 않았고 인터뷰 글을 보면 사탕과 담배를 가지고 다니면서 촬영을 부탁한 듯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찍었다고 해서 시골 인심에서 찍지 말라고 하지도 않았겠죠. 오히려 사진 1장 인화 부탁하고 그거 보내드리면 되었을 듯하네요. 

장터는 혹독한 자연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곳이지만 그렇게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끼리 구매자와 판매자의 거래 사이에서 피는 온기로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TV와 유튜브가 없던 시절에는 달이 다큐멘터리이고 장터가 예능이자 드라마였을 겁니다. 
사진전은 12월 31일날 끝이 나지만 아주 좋은 사진전이니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가시면 꼭 들려보세요. 구석진 곳에 있어서 지나칠 수 있는데 지도를 보고라도 찾아가서 보세요. 아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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