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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카메라

카 체이싱 액션의 혁명을 가져온 촬영 도구 러시안 암

by 썬도그 202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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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노홍철이 출연하는 넷플 예능 '먹보와 털보'를 보면서 진정한 주인공은 고속 주행 드론과 함께 러시안 암이 아닐까 했습니다. 모터 사이클을 타고 전국을 다니면서 먹고 즐기는 힐링 예능인 '먹보와 털보'는 다양한 모터 사이클이 나오고 그 모터 사이클을 타는 모습을 아주 역동적으로 담았습니다.

보통 주행 장면을 촬영할 때 예능에서는 선루프가 열리는 승합차에서 카메라맨이 ENG 카메라를 들고 뒤에 따라오는 출연자의 차량을 촬영하거나 승합차 옆문을 열고 몸과 카메라를 내밀어서 촬영을 했습니다. 이런 촬영은 위험하기도 하고 앵글이 고정이라서 다이내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10년 전인가 언제부터 갑자기 영화와 드라마 카 체이싱 액션 장면이 크게 변했습니다. 

자동차 바퀴를 보여주다가 자동차 앞을 보여줍니다. 그것도 진동이 없어서 짐벌을 단 카메라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러다 자동차 위를 지나서 뒤로 나갔다가 다시 옆에서 질주하는 자동차를 흔들림 없이 잡다가 다시 자동차 범퍼를 클로즈업 하기도 합니다. 이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에 CG인가 했는데 CG가 아니고 특수 촬영 장비의 발명으로 인해 자동차 광고, 카 체이싱 장면이 역동적으로 변한 것이네요. 바로 러시안 암(Russian Arm)입니다. 

자동차 액션의 필수 도구가 된 러시안 암(Russian Arm) 촬영 장비

요즘 카 체이싱 장면은 이 러시아 암 장비로 인해 엄청나게 다이나믹해졌습니다. 자동차 위에 크레인을 달고 맨 앞에는 카메라를 장착합니다. 이 러시안 암으로 자동차 옆, 앞, 뒤, 공중에서 흔들림 없이 촬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트럭에도 달 수 있고 위 사진처럼 승용차는 물론 버기차에도 달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배에 달아서 촬영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직접 앵글을 보면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서 화각도 자유롭죠. 이와 비슷한 것이 지미집이라는 것이 있죠. 

지미집은 카메라만 달고 그 화면은 지미집 운영자 앞에 달린 모니터를 보면서 지미집에 달린 카메라를 상하좌우로 이동합니다. 이 지미집을 자동차에 달아 놓은 것이 러시안 암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러시안 암으로 촬영한 영화들을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요즘은 한국 영화에서도 이 러시안 암을 활용하는 영화들이 많고 점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했는데 택시, 분노의 질주, 미션 임파서블 같은 전통 액션 시리즈가 참 애용합니다. 카 체이싱은 러시안 암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카 체이싱 장면의 역동성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러시안 암은 안정화 기능이 장착되어 있고 원격으로 자동차 안에서 조이스틱으로 제어를 합니다. 1명은 운전하고 1명은 조이스틱으로 로봇팔 같은 러시안 암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이 이름이 왜 러시안 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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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발명가가 만든 러시안 암

러시안 암은 자이로 안정화 카메라 크레인과 플라이트 헤드의 개념을 개발해서 오스카상을 2개나 탄 소련-우크라이나 발명가 Anatoliy Kokush가 만든 아이디어 제품입니다. Anatoliy Kokush는 70년대 중반 레닌그라드 영화공학연구소를 졸업했습니다. 70년대는 러시아가 아닌 소련이었습니다. 소련은 영화 강국 중 하나로 뛰어난 영화를 잘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러시아 영화가 국내에 소개하는데 영화적 표현력이 무척 뛰어나더라고요. 다만 스토리텔링은 미흡한 느낌이 들지만 할리우드 B급류의 영화들을 잘 만듭니다. 

Anatoliy Kokush는 인간의 눈 높이가 아닌 벌처럼 자유롭게 나는 듯한 앵글을 촬영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 있는 Dovzhenko 필름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면서 영화 제작의 기본 원리를 공부합니다. 1990년에는 필름 테크닉이라는 회사를 직접 차려서 최첨단 영화 기술 실험을 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러시안 암이라고 더 많이 불리우는 오토로봇이라는 걸 만듭니다. Anatoliy Kokush는 여러 실험을 통해서 오토로봇으로 촬영하면서 카메라의 흔들림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카메라 흔들림을 줄이는 기술을 완성합니다. 이걸 본 서방의 영화 제작사들은 이걸 자신들이 사용하고 싶다면서 러시안 암으로 부릅니다. 90년대는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 위성 국가이자 지금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키예프가 러시아 민족의 태생지라고 생각해서 우르라이나가 친서방 국가로 전환되는 걸 용납하지 못하고 전쟁도 불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러시안 암의 활약으로 할리우드 영화들의 카 체이싱 장면이 혁신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서 미국 아카데미는 2006년 3월에 열린 제 75회 오스카상 중 과학 기술상을 Anatoliy Kokush에게 수여합니다. 러시안 암 발명으로 인해 주행중인 자동차를 360도 촬영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시각이 만들어집니다. 

2006년 3월 오스카상을 받으러 미국에 온 Anatoliy Kokush는 자신이 만든 이름인 오토로봇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싶어 했지만 이미 서방 국가와 미국에서는 러시안 암이라는 별명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 그냥 러시안 암으로 고정되었다고 하네요. 발명가가 만든 이름과 달리 그냥 통용되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네 것이 러시안 암입니다. 

미국에서 러시안 암을 소개하고 알린 영화는 타이타닉입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촬영 장비가 없으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할 정도로 기술 지상주의자이기도 하죠. 이런 그에게 러시안 암은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도구였습니다. 1997년 만들어진 타이타닉에 러시안 암을 사용하고 이걸 본 많은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너도나도 러시안 암을 사용합니다. 

한국은 언제부터 사용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이제는 예능에서도 러시안 암을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용 대여료가 비싸서 함부로 사용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구글링을 해보니 하루 렌털에 4,5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하루 빌리는데 500만 원에서 1천만 원 가까이 됩니다. 따라서 액션 영화 같이 러시안 암이 꼭 필요한 장면에서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능인 먹보와 털보에서 어떻게 사용하 수 있었을까요? 비밀은 제작비입니다. 먹보와 털보는 총 10회 예능으로 1회당 제작비가 6억원이 투입되었습니다. 보면 2~3일 동안 촬영을 하는데 하루 1천만 원 대여료를 낸다고 해도 3일이면 3천만 원으로 전체 제작비에 비하면 3일 동안 충분히 대여를 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보면 러시안 암으로 홍철과 비의 오토바이를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그리고 위에서 쭉쭉 잘 담더라고요. 

그럼 한국 예능에서도 이 러시안 암을 많이 사용할까요? 쉽지 않을 겁니다. 대여료가 너무 비싸요. 차라리 그냥 드론을 이용해서 더 자유로운 앵글로 담는 것이 나을지도요. 먹보와 털보를 보면 드론 촬영이 엄청 많은데 드론으로 대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러시안 암은 차에서 바로바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촬영이 가능하지만 드론도 원격에서 촬영 영상 앵글을 보지만 아직까지는 좀 미흡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인 문제도 2~3년 지나면 다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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