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만 못하지만 단풍은 단풍입니다. 단풍을 보면서 가을을 한껏 느끼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이상 기후로 인해 보통 10월 말 11월 초에 서울에 단풍이 절정인데 올해는 11월 둘째 주에서 셋째 주 사이에 절정을 이룰 듯합니다. 예년보다 1~2주 단풍이 늦게 들고 있습니다.
11월 4일 목요일에 창경궁 단풍 구경을 갔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은 창경궁입니다. 창덕궁도 좋지만 예약제에 입장료도 총 13,000원이라서 비쌉니다. 차라리 1천원 입장료의 창경궁이 가성비를 넘어서 풍광도 더 좋습니다.
창경궁이 안 좋은 점이 있긴 합니다. 교통편이 안 좋아요. 근처에 지하철이 없어서 지하철 역에서 한 20~30분 걸어야 합니다.
창경궁은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해져서 입구에서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거 없을 때는 줄을 서서 표를 사야 했는데 단풍 시즌 주말에는 한 20분 기다려야 했어요. 많이 좋아졌네요.
창경궁 입구에 들어서면 전각들이 보이는데 전각 주변에는 단풍 나무와 나무가 없으니 가실 필요 없습니다. 바로 오른쪽으로 틀어서 춘당지 쪽으로 가세요. 이 길이 단풍길입니다. 창경궁은 전각 지역보다 춘당지가 더 아름다워요.
지난 목요일에 갔는데 이제 막 단풍이 시작되더라고요. 이번 주말부터 시작해서 다음 주 주말까지 단풍이 이어질 듯합니다.
단풍이 이렇게 예쁜데 예년만 못하다는 이유는 단풍을 자세히 보면 단풍이 다 물들지 않았는데 단풍잎이 오징어 굽듯 말라버린 잎들이 꽤 보였습니다. 서서히 물들고 서서히 말라서 떨어져야 하는데 고온 때문인지 잎이 말라 버리는 모습이 좀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멀리서 보고 자세히 안 보면 잘 모르긴 하네요.
여기는 춘당지 뒤쪽 길인데 여기가 단풍 명품길입니다. 춘당지에 홀려서 춘당지 주변길만 걷나 나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뒤쪽 길이 이런 단풍길이 있어요. 춘당지를 정면으로 보고 맨 오른쪽 길입니다.
여기는 단풍 터널을 만들 정도로 양쪽 단풍나무가 서로 다른 색을 보여줍니다. 마치 신호등색 같아요.
카메라를 바꿔서 300mm 줌렌즈로 촬영해 봤습니다. 단풍은 광각이 기본이지만 세밀하게 보고 싶으면 줌렌즈도 좋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식물 사진은 역광으로 찍으면 아주 밝게 담기고 단풍 잎을 빛나게 합니다.
마치 단풍잎에 조명을 비춘 느낌이네요.
여기가 춘당지입니다. 4대 고궁 중에 창경궁만이 가지고 있는 둥근 호안을 가진 인공 호수입니다. 이 호수 때문에 전 주로 창경궁을 갑니다. 전각은 스킵할 때도 많습니다. 전각들은 솔직히 고궁 전각들이 다 똑같아서 재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경복궁은 최근에 지어진 전각들이 대부분이고요. 창경궁의 이 호수는 다릅니다. 경회루가 있는 사각형 호수가 아닌 둥근 호수입니다.
가운데 인공섬이 하나 있는데 이게 복원 된건지는 모르겠네요. 이 춘당지는 60~7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에는 스케이트와 썰매 타고 여름에는 보트 타던 유흥지였어요. 이름도 창경원이었죠. 동물들도 있었고요. 과천에 있는 서울랜드와 서울동물원이 함께 하던 곳인데 80년대 동물원, 서울랜드 생기면서 사라졌어요. 동물원을 만든 세력은 일본 제국입니다.
가을만 되면 색이 발광을 한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색으로 물듭니다. 저 단풍 나무 뒤로 건물만 안 보이면 딱인데요. 요즘 김포 왕릉에서 아파트가 보인다고 난리인데 고궁 주변에 고층 빌딩 못 짓지만 그 법이 있기 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저렇게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 각도에서만 보이지 다른 각도로 보면 고층 건물들이 안 보여서 좋아요.
서울에서 서울이 안 보이는 곳이 고궁인데 이중에서 창덕궁, 창경궁이 가장 좋아요.
춘당지 속의 작은 섬은 원앙, 청둥오리의 보금자리입니다. 겨울에는 원앙이 엄청 많은데 원앙 찍고 싶은 분들은 창경궁에 가면 많습니다. 위 사진에도 오른쪽 하단 새들 중에 원앙이 꽤 보입니다. 그런데 왜가리도 있네요.
갑자기 왜가리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습니다. 눈이 생선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생선 눈처럼 보이네요.
왜 왔나 했더니 붕어들에게 한 관광객이 팝콘인지를 주니까 몰려들었고 왜가리도 동참했네요. 왜가리가 먹기엔 붕어들이 너무 큰데요.
와! 춘당지 주변의 단풍들입니다. 색이 엄청나네요.
이길이 바로 춘당지를 따라서 흐르는 오솔길 같은 길입니다.
춘당지 바로 뒤에는 더 작은 연못이 있어요. 원래 한쪽은 개방을 했는데 지금은 아예 못 들어가게 해 놓았네요.
한국 최초의 온실인 대온실이 있습니다. 이것도 다른 고궁에서 볼 수 없는 건물이죠. 이 유리로 된 대온실은 대한제국에서 만들었고 창경원 시절에는 식물원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지금은 온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폐쇄했다가 지금은 입구에서 전화번호 체크하고 입장이 가능합니다.
특별히 볼 것은 없습니다. 가끔 기획 식물전을 하는데 코로라 시국이라서 그런지 특별 전시는 안 하네요. 그냥 사진 찍기 좋고 잠시 들러보긴 좋지만 꼭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런데 겨울에는 여기가 난로 역할을 합니다.
온실은 안 들려도 여긴 가봐야 합니다. 온실을 정면으로 보고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관덕정이 나옵니다. 작은 정자인데 이 주변의 가을빛이 진국입니다. 게다가 고양이들도 많아요. 위 사진 하단에 보면 고양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사람 손을 타서 사람 안 무서워해요. 먹이 좀 챙겨가면 고양이 쓰담쓰담도 가능합니다. 캣맘 분들이 주기적으로 먹이를 공급하는 창경궁의 또 하나의 명물입니다. 다른 고궁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죠. 이래서 제가 창경궁을 가장 좋아해요.
치즈냥, 얼룩냥 등등 다양한 고양이들을 볼 수 있어요.
창경궁 전각들입니다. 이 전각을 지나서 창경궁 입구에서 오른쪽도 단풍나무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에 가보니 단풍이 안 들었더라고요. 다음 주에 또 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