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있습니다. 이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은 종로에 있습니다. 서울의 온갖 좋은 것들이나 관공서는 종로 아니면 강남에 있습니다. 서울 변두리에 서울시 마크 단 건물 보면 아니 왜?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서울의 서울은 종로구죠. 이러다 보니 지역 균등 발전이 안 되는 한국이고 서울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큰 관공서는 서울 변두리 지역에 보낼 수는 없고 대신 문화의 향기를 낼 수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등이 대표적으로 은평구에는 SeMA 창고가 있습니다. 참고로 SeMA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영문 약자입니다. 뉴욕 현대미술관 MoMA라고 하는 데 그걸 참고한 영문 약어입니다. 그런데 이런 걸 보더라도 이 예술계 분들의 서양문화 사랑, 허세끼가 있어요. 저도 참 예술 좋아하고 전시회 보러 다니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까지 자기들도 잘 이해 못하는 현학적인 단어들로 무장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예술이 위대해 보이는 줄 아나 봐요. 이런 관행은 좀 바뀌어야죠. 그런 현학적이고 읽히지도 않는 글은 콜렉터에게만 사용하세요.
각설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은 그나마 서울 대도심 중심인 서울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SeMa 창고가 있습니다. 각각 중랑구, 동작구, 은평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구가 몇 개인데요. 25개 구입니다. 꼴랑 3개로 지역 거점 미술관으로 돌리기 어렵습니다. 이에 북부 권역에는 서울 사진미술관이 생길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금천구에 서서울미술관이 2024년 개관을 합니다.
서서울미술관은 박원순 전 시장이 금천구청역 앞에 있는 금천구 대장 아파트인 롯데캐슬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면서 나온 공개공지 같은 금나래 공원 반을 잘라서 지을 미술관 건립을 지시한 미술관입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서울 서남부 지역에 문화 공간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서울시 정책도 서울 전역에 공공 문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여서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왜 금천구에 짓느냐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금나래 공원은 공개공지 개념이라서 땅값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렇게 땅값을 아끼면서 문화공간 만드는 계획과 부합하니 여기에 서서울미술관이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2023년이었고 그 이전에는 2022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공공건물 계획이 그렇듯이 2년이나 초기보다 늦추어졌고 2024년 개관 목표도 가봐야 합니다. 이렇게 집 앞에 거대한 미술관이 생기기에 무척 기대가 큽니다. 이 서서울미술관 사전프로그램으로 11월 7일까지 사당동에 있는 남서울 미술관에서는 <경계에서의 신호>라는 전시회를 합니다.
지역과 미디어를 주제로 한 경계에서의 신호
사당동입니다. 버스타고 강남 갈 때 이 고가도로를 넘을 때 이제 거의 다 왔구나 했죠. 친구들도 사당동에 많이 살아서 20대에는 여기서 참 많이 만나고 술도 마시고 그랬는데 지금은 1년에 1번도 안 갑니다. 갈 일이 사라졌고 이 근처에 딱히 갈 만한 곳도 없습니다. 서울 전역이 그렇죠. 동작구 사당동도 주택가라서 친구 없으면 갈 일이 없습니다
다만 사당동과 어울리지 않는 20세기 초 서양식 석조 건물은 찾아갈만 합니다. 이 건물 자체가 사당동이 아닌 저기 종로구 덕수궁 근처에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 건물은 여기 지어진 건물이 아닌 중구 회현동에 있던 벨기에 영사관 건물로 원래 회현동에 있었습니다.
1905년에 지어진 건물로 대한제국 시절에는 회현동에서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되다 1919년 요코하마 생명보험 건물로 사용하다 해방 후에 공군본부, 해군 헌병감실로 사용하다가 1968년부터 1977년까지 방치됩니다. 그러다 1977년 국가사적으로 지정이 되고 1979년 동작구 남현동으로 이전을 합니다. 한옥 건물만 이전 설치하는 줄 알았는데 석조 건물도 이전 조립할 수 있네요. 그렇게 동작구와 어울리지 않게 오래된 석조 건물이 1980년에 이전을 하고 현재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동작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는 동작구에는 4대문 안 동네가 아니어서 오래된 역사적 건물이 없습니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죠. 서울의 역사는 4대문 안과 주변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이런 넓은 마당도 있는데 주변에 사는 분들의 휴식 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네요. 마당 한 켠에 의자가 있은데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고 계셨습니다.
경계에서의 신호는 지역과 미디어를 주제로 한 예술을 담은 전시회로 영상물이 50% 내외로 참 많았습니다. 회화, 사진, 조각, 인터렉티브 아트는 섭취하기가 참 좋은데 미디어 예술은 그 영상을 다 봐야 해서 먹기 거북스럽습니다. 영상물들은 그냥 집에서 유튜브로 봐도 될 것 같은데 굳이 미술관에서 큰 화면으로 봐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더 문제는 그 영상물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언제 끝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하단에 재생 시간이라도 표시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이러다 보니 중간부터 보다가 중간에 보다 맙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상 제작자 아니 미디어 아트 예술가들은 관람객 편의 도모할 생각이 깊지 않습니다. 이런 예술 영상물들이 전시회에서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물이 가득한 미디어 아트 전시회는 요즘은 꺼려지게 되네요. 그렇다고 작업이나 이 예술 장르를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관람객들의 편의도 좀 생각해 줬으면 해요. 영상 재생 길이는 도록에 있다고 쳐도 영상물이 얼만큼 재생되었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상 예술물들이 소화하기 불편하다고 했지만 또 영상물이라서 가지는 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기록 매체 하면 사진을 떠올리지만 사진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것이 영상 매체죠. 사진은 목소리나 순간만 담지만 영상물은 순간이 가지는 왜곡을 줄이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습니다. 지역 기록 매체 중 최고는 영상이죠. 지금은 사진도 못 구해서 서울 지차체들이 수시로 오래된 지역 사진 가져오면 포상한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 작품은 정재경 작가의 '어느 마을'이라는 작품으로 2018년부터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헌인단지를 1년간 기록한 영상입니다. 서초구가 다 부자들만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내곡동 이쪽은 그린벨트인지 재개발이 필요한 동네도 꽤 있고요. 어떻게 보면 지역 기록물인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예술가 아니면 또는 돈 주고 고용한 지역 기록가가 없으면 누가 기록하겠어요. 작년에 금천구청에 지역 발전이 크게 일어나고 있는데 지역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하긴 하는데 예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구청장 열심히 찍어주는 분에게 찍으라고 하면 어떻냐고 지나가는 말을 했는데 기록 안 하고 있더라고요.
몇몇 작품들은 헤드폰을 끼고 들어야 하는데 남이 쓰던 걸 쓰기가 거북스럽더라고요. 영상 매체가 이게 또 문제에요. 소리요.
그냥 방 구경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 공간. 바닥, 저 창문 딱 서양식 오래된 석조건물 그대로네요. 요즘 이런 인테리어가 인기인데 여기는 오리지널입니다.
몇몇 영상물을 지나쳐서
남서울 미술관 건물에 대한 역사를 담은 방에서 이 건물이 언제 생겼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들었습니다.
여기는 상설 전시관이라서 언제든지 가면 남서울미술관 건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남서울미술관은 미술관 치고는 작습니다. 그래서 휴게 공간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배움의 공간도 없습니다. 오로지 전시 공간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건물이 주는 깊이와 흥미와 그윽함과 분위기는 다른 미술관에서 느낄 수 없습니다. 오후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서 잠시 햇빛 감상을 했네요.
영상물들을 거의 다 스킵하고 가는데 이 영상에는 멈췄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다 기지촌 이야기가 나와서 관심있게 봤습니다. 15분짜리 영상에서 기지촌에서 미군 상대로 한 향락을 제공하던 분이 옛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기지촌은 미군 기지 근처에 있는 상업 밀집 지역으로 미군들이 외출 나와서 머무는 곳입니다. 작은 미국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 문화가 가득하고 달러가 넘쳤습니다.
미군 상대로 하는 장사이다 보니 험한 꼴도 많았겠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흑인과 백인이 가는 클럽이나 술집이 달랐다고 하네요. 영상속 화자는 30년 전 이야기를 소복하게 담고 있습니다. 생고생과 함께 흐르는 눈물도 들려옵니다.
아주 잘 관리된 서양식 건물 저택 느낌이네요. 다시 감탄한번 하고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창가 너머는 주택가네요.
공간 감상하는 재미가 반이네요.
2층에도 영상물이 대부분이었는데 흥미를 가질 만한 작품은 없어서 그냥 스킵했습니다.
자꾸 공간만 보게 되네요.
마룻바닥이 이채롭네요.
솔깃한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다리가 부러진 의자 앞에 모니터가 있는데
한 남자가 의자를 들고서 이동합니다. 2개의 의자를 가지고 의자에서 내려오지 않고 이동합니다. 의자에 올라간 후 다른 의자를 자기 앞에 놓아서 의자만 밟고 이동을 합니다. 작가 본인인데 작가의 생활공간에서 베를린까지 가는 여정을 동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아이디어 재미있네요.
건너편 방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큰 스피커가 3개가있었습니다. 예술은 사회와 무관하고 아름다움만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예술이 아름다움만 추구하면 그건 너무 협소한 시선 아닐까 해요. 아름다움도 사람마다 다 시선이 다르기에 가치 기준도 다르고요. 전 예술을 사회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소설가는 소설로 미술가는 조각이나 그림으로 또는 이렇게 미디어 아트로 담을 수 있습니다. 이 작품 표준 음성은 작가의 담대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출발했습니다.
우리가 듣는 기계음이라고 하는 안내음 대부분이 여성 음성입니다. 하다 못해 전화 상담을 위해서 전화를 걸면 AI가 받는데 대부분이 여성 음성입니다. 여성이 서비스업에서 많이 근무하다 보니 이게 인이 박혀 있는지 여성 기계음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에 대해서 작가는 의문을 표시합니다. 왜 여성 음성일까?라는 의문 속에서 비여성 성악가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노래를 합니다.
작가는 왜 서비스 안내음은 여성 목소리에 의문을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아시잖아요. 이런 의문 조차 가지는 걸 터부시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뭐만 했다 하면 남녀 대결이 되고 싸움질이 되고 페미 논란이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웩 더 독 시대라고 해요. 소수의 주장이 다수의 주장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소수의 악에 받친 과격하고 무례한 주장들이 다수의 침묵 속에서 자라서 그게 주류 목소리라고 착각들을 해요. 물론 저도 남녀 갈등 문제 나오면 침묵합니다. 그냥 거기 끼면 개싸움이 되거든요. 하지만 성에 관한 극렬주의자들은 몰라요. 당신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혐오한다는 것을요. 사람들이 침묵하니까 지들 세상으로 알고 있죠.
그렇다고 김영은 작가의 의문에 동감하고 공감하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 남성 상담원도 많고 습관적으로 쓰기에 여성 기계음을 쓰는 것이지 점점 변하겠죠. 그게 무슨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될 것도 아닙니다. 다만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요.
흔한 고온다습한 지역의 저녁 노을 같습니다. 습기 많은 지역은 유난히 노을이 더 붉더라고요.
야자수가 있고 기숙사 건물이 보입니다. 뭔 사진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도록을 펴봤습니다. 2016년 봄 해군기지 착공을 했다는 소리가 있는데 어디 해군기지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외 해군기지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야자수 하면 제주도이고 아무도 강정마을에 지어진 해군기지 같네요. 그럼 좀 적어 놓으면 얼마나 좋아요. 너무 정보가 적어요.
왜들 그래요. 좀 자세히 적어주면 얼마나 좋아요. 여백도 많은데요. 생략이 무슨 미덕이라도 됩니까?
나이들어서인지 화만 많아졌네요. 그럼에도 일반 관람객들을 위해서 좀 더 자세하고 친절해졌으면 해요. 그리고 도록도 그래요. 보통 작품 밑에 작품명 설명을 적는 게 보기 편하죠. 뭔 도록에서 퍼즐 맞추기 하듯 봐야 하나요.
좋은 작품들도 있었고 특히 신미정 작가의 신도라는 작품은 아주 좋았습니다. 신도라는 작품은 우리가 모르던 세상의 역사를 찾아 발굴한 영상입니다. 20세기 초 동학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신흥종교인 수운교를 찾아서 발굴합니다. 신흥종교가 말세론자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거룩한 종교의 가치로 뭉쳐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종교도 많습니다.
수운교는 공장을 운영하던 공동체이자 지역 종교단체인데 전두환 정권이 땅을 강제 몰수하면서 공동체가 파괴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은 여기 국가가 개발할꺼야! 땅 내놓아라고 하면 줘야 합니다. 공산당도 아니고 법이 그래요. 지금은 좀 달라져서 신도시 개발하려면 그 지역 땅 주인과 기나긴 협상을 해야 합니다만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땅주인들이 땅을 국가에 줘야 했습니다. 심지어 중국도 알박기가 통하는 나라인데 한국은 알박기라는 말을 들어 볼 수 없습니다. 그냥 강제 수용입니다.
<경계에서의 신호>는 지역과 미디어를 융합한 전시회로 꽤 좋은 작품들도 있지만 흥미가 떨어지는 작품도 많았습니다. 추천하기 어려운 전시회지만 그럼에도 공간 체험하는 재미는 꽤 큽니다. 동시에 미디어 아트의 문제점과 불편함과 전시에 대한 무신경도 동시에 느끼고 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