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서울관은 무료 전시회가 많지만 모든 전시회가 무료는 아닙니다. 가끔 유료 전시회를 합니다. 그럼에도 무료로 보고 싶으면 수요일 오후 6시 이후,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가시면 무료 관람이 가능합니다. 문화가 있는 날도 무료 관람이 가능합니다.
삼청동의 멋진 노을을 보고 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향했습니다.
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24
매년 겨울이 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를 대표하는 작가를 선정 발표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발표만 했는데 요즘은 여러 명의 후보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경쟁을 붙여서 선정합니다. SBS 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그해에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다만 최근들어서 제가 예술에 대한 관심이 줄고 동시에 작품들이 추상적인 작품이 많아지고 시대와 동떨어지고 우리 일상과의 점접이 약한 작품들이 많이 늘면서 관심이 좀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작년은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좀 보다 나왔네요. 2012년부터 이어진 이 '올해의 작가상 2024'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올해는 윤지영, 권하윤, 양정욱, 제인 진 카이젠 작가가 선정되었네요. 모두 모르는 작가들입니다. 이쪽도 눈과 손을 놓으면 새로운 작가들의 흐름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기회에 알게 되면 좋죠. 아쉽게도 올해도 사진작가는 한 분도 없네요. 노순택 사진작가처럼 사진작가가 올해의 작가상을 받던 때도 있었죠.
윤지영 작가
윤지영 작가 작품이 가장 먼저 선보였습니다. 거대한 그물이 있네요. 보면 탯줄 같기도 하고 내장 같기도 합니다. 작품명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내장을 꺼내 그물을 짓던 때가 있었다>입니다. 내장이네요. 작품명이 작품 설명이네요.
마음을 담는 것이 몸이고 몸 때문에 마음이 변하기도 하죠. 몸과 마음은 분리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몸과 마음은 말 그대로 한 몸이 이라는 생각도 요즘 굳어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몸 안으로의 여행을 인도합니다.
곳곳에 신체 일부를 표현한 조형물이 놓여져 있습니다. 조각가인 윤지영은 그 대상을 인간으로 향했네요.
‹간신히 너, 하나, 얼굴›이라는 작품입니다. 밀랍으로 만든 얼굴입니다. 밀랍 봉헌물을 통해서 소원을 담는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서 다리가 아프면 다리 형태의 밀랍 봉헌물을 만들어서 소원을 빈다고 합니다. 그걸 형상화했네요.
곳곳에 신체 일부 또는 정체모를 유기체적인 조형물들이 가득합니다.
물컹해서 단단한 것의 통과를 허용하는 모습도 보이네요.
피부 같은 것들이 놓여져 있는데 작품명은 <미, 노>입니다. 각 유기체 같은 것은 도형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마치 뼈와 살의 관계를 표현한 듯하네요.
작가의 얼굴을 닮은 풍선 같은 것도 놓여져 있습니다.
‹오금쟁이 위로 다섯 치, 거기서 세 치 반›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나온 장면을 재현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엄마인 김혜자가 침술사로 나오는데 자신의 다리에 침을 놓을 때 하는 말이 '오금쟁이 위로 다섯 치, 거기서 세 치 반'입니다. 이 침을 놓으면 나쁜 기억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데 근거는 없죠.
사람이 마음이 약해지면 미신에 기대게 됩니다. 알 수 없는 세상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에 기대게 되죠. 사이비 종교에 매몰되는 이유가 다 비슷합니다.
권하윤 작가
영상과 가상현실을 통해서 기억과 기록을 담는 작가입니다.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서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하거나 갈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공간을 보여줍니다.
작품 <489년>입니다. DMZ에 묻혀 있는 지뢰를 제거하려면 489년이 필요 하다고 해요. 이게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통일은 이제 거의 어려워졌습니다. 불가역적이라고 하죠. 우리 남한 국민들이 원하지 않고 저기 북한 지도자가 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럼 그냥 남입니다. 작가는 VR 기기를 통해서 이 가상의 공간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있었는데 VR 기기 작품들의 단점인 경험하려면 기다려야 하고 가상현실 작품을 싫어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그냥 스킵하게 하네요.
양정욱 작가
해보고 또 해보고 하는 사람들을 구체화 시각화 하는 작가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가이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가장 화려하고 보기 좋고 이해하기 편할 것 같습니다. 거대한 모빌 같다고 할까요. 이 작품 작동을 합니다. 모빌이 그렇듯 반복적인 행동을 하죠. 그 반복이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고 가능성을 키우죠. 1만 시간의 법칙을 믿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질 겁니다.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이라는 작품입니다.
작물을 키우는 아내를 보면서 떠올린 이야기를 형상화 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작물이나 이야기가 떠오르나요? 사람이 남긴 흔적을 담았다고 하네요. 빛, 물, 바람도 담았습니다. 그런데 설명 없으면 전혀 모르겠네요.
‹서서 일하는 사람들 #22›은 폐업하고 퇴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퇴직 후에도 아이들은 고등학생이면 또 일자리를 찾는 게 한국적인 현실입니다. 그럼 일자리가 어서옵쇼하고 반겨주지 않죠. 퇴물 취급하면서 단순반복 그러나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자리만 많습니다. 그렇게 퇴직한 50,60대 사람들은 서서 일하는 직업에 종사하게 됩니다.
그제도 어제도 마주치는 서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제 나이 또래나 더 많은 나이를 가진 분들입니다. 반면 20~40대 분들은 앉아서 일하죠. 그나저나 작품의 이야기는 알겠는데 이런 제 생각과 이야기가 저 작품이라는 매칭이 거의 안 되네요.
좀 난해해요.
‹가만히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라는 작품입니다. 가만히 있으려면 균형이 맞춰저야 합니다. 그래야 멈춰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날면서 균형을 맞추려면 수 없는 날개짓을 해야 호버링이 가능합니다.
제인 진 카이젠 작가
제주에서 태어나서 덴마크에 입양된 작가입니다. 기억, 이주, 국경을 주제로 한 영상 작가입니다.
자신이 태어난 제주에 대한 깊은 관심과 관찰이 담긴 작품들이 많습니다.
제주가 관광의 섬이 되었지만 역사적으로는 고통과 아픔이 참 많은 섬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덜하지만 뭍것들이라고 경계를 할 때가 많았습니다. 4.3 사건이 가장 큰 비극이죠. 제주도 섬 중턱에 사는 사람들에게 소개령을 내리고 말을 안 들으면 다 빨갱이라고 생각하고 잔혹하게 살해를 했습니다. 서북청년단이라는 우파 청년 단체가 살육을 벌이기도 했고요. 이런 아픔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죽인다는 발상 자체가 야만적인데 우리는 그런 이념의 야만 시대를 지나왔고 다시 야만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직도 기승전 빨갱이 외치는 사람도 많죠. <할망>이라는 작품으로 제주도의 한을 담은 듯한 무명천이 보입니다. 제주도의 해녀가 유명한데 솔직히 먹고 살 것이 풍부한 곳이자 산업이 발달했으면 여자들이 물질을 할 이유가 없죠. 제주도가 살기 좋다고 이사 갔다가 일자리 없어서 다시 서울로 오는 분들도 많잖아요.
어떤 작가가 올해의 작가가 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시각 매체로 구현하는 열정들이 참 복스럽게 느껴집니다.
2024 올해의 작가상 전시는 2025년 3월 23일까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