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타준 커피나 돈 주고 사 먹는 커피만 마시다 커피를 입문하게 된 후 드립커피, 커피메이커, 캡슐커피 등등을 직접 타먹고 있습니다.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도 며칠 사용했지만 1잔 내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치우고 정리해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 반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드립 커피만 내려먹고 있네요.
커피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은 4년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그 4년 동안 커피에 대해서 꾸준히 배우고 책도 사보고 동영상을 보면서 커피 지식과 문화를 익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잘 아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평균 이상의 지식을 쌓고 있고 계속 더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커피 지식을 쌓을 때 큰 도움이 된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커피 한잔 할까요?>입니다.
8권으로 된 이 만화를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보면서 커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알게 되었네요. 강고비라는 주인공이 이대커피 주인인 박석 밑에서 커피를 배우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서사는 좀 약하고 커피에 대한 지식이 꽤 강하게 주입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이야기는 별로 생각 안 나고 이 책에서 나온 '방탄 커피' 이야기와 로스팅 하면서 고생한 고비의 모습만 떠오르네요. 아! 자판기 커피 에피소드도 생각납니다.
허영만 화백의 제자인 윤태호 작가의 미생에 비하면 소박하고 소소한 내용이었습니다. 강고비가 박석 스승으로부터 커피를 배워서 창업한다는 내용도 아니고요. 성장 드라마가 아니고 몇몇 커피 에피소드를 묶어 놓은 그냥 저냥한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커피 문화도 알게 되고 커피 지식도 알게 되어서 커피 입문서로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커피 배우고 싶지도 커피 알고 싶지도 않은 분들에게 허영만 화백의 <커피 한잔 할까요?>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별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만화를 드라마로 만들었네요. 이걸? 이야기가 별로인데 어떻게? 혹시 로맨스 넣거나 강제로 성장 드라마 넣는 건가? 아무래도 시청률이 담보가 되어야 하기에 시나리오를 많이 고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카카오TV에서 만들었네요. 그럼 이해가 가죠. 카카오TV는 예능, 드라마 등을 만드는 카카오엔터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카카오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TV 드라마는 시간이 지나면 유료 정책으로 드라마 오픈하고 5일 정도인가는 무료이고 5일 지나면 유료로 전환됩니다. 현재 <커피 한잔 할까요?>는 3회까지 공개되었는데 1화는 유료가 되었고 2,3화는 무료 공개 중입니다.
좋은 카카오TV 콘텐츠는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나 케이블TV가 구매하는데 넷플릭스에서 구입을 안 한 걸 보면 그렇게 재미가 큰 것 같지 않네요. 그리고 실제로 3화까지 봤는데 뭔가 좀 아쉬운 부분이 좀 있네요.
출연진은 강고비 역의 옹성우, 박석 역에 박호산와 서영희, 김예은, 추예진 등이 나옵니다. <커피 한잔 할까요?>는 강고비가 박석이 운영하는 2대커피에서 문화생처럼 들어가서 커피를 배우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에 대한 조예가 깊은 주변 인물들이 이 둘과 함께합니다. 전체적으로 커피 소재 성장드라마이지만 성장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커피를 알 수 있는 또는 커피를 둘러 싼 수 많은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커피 한잔 할까요?>의 좋은 점은 만화에서는 박석 커피숍 사장님이 꽤 깐깐하고 철두철미한 머리긴 박석 사장님 대신 사람 푸근한 박호산 배우가 큰 소리 내지 않고 큰 잔소리 내지 않고 강고비의 커피 실력을 키웁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빛 잘 들어오는 향긋한 개인 카페에 앉아서 봄 햇살을 느끼면서 커피한잔하는 기분이 들정도로 편안하고 포근하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강점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꽤 보입니다.
먼저 <커피 한잔 할까요?>의 정체성입니다. 이 드라마가 강고비의 성장 드라마인지 아니면 그냥 커피를 소재로 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병렬식 드라마인지 구분이 아직 가지 않습니다. 원작도 성장 드라마가 아니라서 거기에 대한 기대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드라마는 좀 더 확실히 했으면 했는데 그건 아직 안 보이네요. 또한 강고비가 에스프레소 세팅을 스스로 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있는데 영상미가 좀 아쉽습니다.
커피 에스프레소 내리는 장면을 좀 더 자세히 보여줘도 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전 이 만화로 커피 지식을 꽤 배웠는데 커피에 관한 이야기 및 에스프레소 제조 과정을 다루기는 하는데 자세히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이 드라마가 커피 매니아를 위한 드라마가 아닌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드라마라서 그런지 대중성을 위해서 커피의 관한 깊이 있는 지식을 담지는 않네요. 물론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깊이 있게 담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커피 소재 드라마는 '커피 프린스 1호점' 이후 이 드라마가 처음 이잖아요. 그리고 '커피 프린스 1호점' 시절에는 막 원두커피 붐이 불었던 시기고 이제는 한국도 세계 5대 커피 소비국이 되었으면 그 커피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소재를 좀 더 녹이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면에서 커피 빌런편인 3화는 1,2화 보다는 훨씬 좋네요. <커피 한잔 할까요?>는 총 12부작으로 매주 목요일, 일요일 오후 5시에 카카오tv에서 오픈합니다. 연출력도 좀 아쉽고요. 그럼에도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이 소박한 드라마가 대박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커피에 입문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네요. 후반에 기대되는 에피소드들이 나올 듯 한데 무척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