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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카메라

그 많던 DSLR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by 썬도그 2021.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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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출사를 나갔습니다. 뭘 찍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반나절 여행이나 바람 좀 쐬러 나갔습니다. 나이 들수록 익숙한 것에서 안정을 느끼기에 10년 전부터 꾸준히 찾았던 대학로와 대학로 뒤 이화벽화마을 그리고 낙산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카메라는 미러리스를 주로 들고 다녔습니다. 보급형 미러리스에 22mm 단초점 렌즈를 장착하면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DSLR은 단렌즈를 끼운다고 해도 크고 무겁죠. 

같은 보급형 카메라를 비교하면 미러리스는 아우터 주머니에 넣을 수 있지만 DSLR은 옷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러다보니이러다 보니 카메라 가방을 가지고 다니거나 큰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합니다. 이게 아주 큰 차이입니다. 카메라 가방을 가지고 출근을 할 수 없잖아요. 이러다 보니 DSLR은 일상 기록용이 아닌 사진 출사용 즉 사진을 찍을 작정을 하고 나가서 촬영을 하는 용도입니다. 

그래서 유명 출사지에가면 DSLR을 들고 나온 사진동호회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뭐 지금도 그 풍경을 볼 수 있지만 확실히 예전만 못합니다. 어제 낙산공원에서 오래된 DSLR인 니콘 D5200에 번들 렌즈를 장착한 후에 삼각대 위에 올려놓고 촬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거의 모든 분들이 스마트폰으로 해넘이를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미러리스 들고 나온 분도 1명도 없네요. 저 혼자만 삼각대 위에 DSLR 들고 촬영하나 했는데 바로 제 뒤에 중년의 여성분이 DSLR 그것도 풀프레임 DSLR로 촬영하고 계시네요. 

격세지감이네요. 10년 전만 해도 여기 삼각대가 가득했거든요. 지금은 거의 없네요. 여기만 그런게 아닙니다. 이화벽화마을도 서울 어디를 가도 DSLR을 보기 어렵습니다. 저도 가끔 DSLR을 들고 촬영하는 분을 보면 유심히 보게 됩니다. 마치 오래된 골동품을 들고 나온 듯한 느낌으로 쳐다봅니다. 

그 많던 DSLR은 어디로 갔을까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장롱 속일까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대부분이 사진 취미를 중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동호회 인구도 줄어드는 느낌이고 저 조차도 사진 덜 찍고 안 찍고 찍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합니다. 

DSLR이 사라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1.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진심인 카메라 제조사들

DSLR이 사라진 이유 중 하나는 DSLR 신제품이 2019년 이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캐논은 1D X Mark3와 850D 출시 이후 DSLR 소식이 없고 앞으로도 DSLR을 출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니콘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니는 수년 전부터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을 개척한 카메라 제조사라서 DSLR은 나올 리가 없습니다. 

DSLR 대신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진심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캐논의 RF 렌즈처럼 풀프 미러리스의 새로운 렌즈들을 판매하기 위함도 있고 DSLR 시장은 포화 상태라고 판단한 것도 있습니다. DSLR 신제품을 출시해봐야 나올 DSLR 렌즈는 거의 다 나왔기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또한 미러리스가 작고 가볍고 렌즈 설계나 제조도 쉬워서 풀프 미러리스를 내놓는 것도 있습니다. 

수익을 위해서는 DSLR을 계속 내놓는 것보다 풀프 미러리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을 바디와 렌즈를 동시에 출격시켜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유명 출사지 가면 풀프 미러리스를 들고 다니는 분도 보지 못했습니다. 

2. 사진 취미가들이 크게 줄었다

국민 취미라고 하던 사진이 요즘 인기가 뚝 떨어졌습니다. 사진은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예술 장르입니다. 카메라를 사서 셔터만 누르면 되니까요. 카메라가 없어도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내가 찍은 사진을 예술로 인정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예술을 추구하는 마음과 예술을 한다는 그 향상심이 사진이 주는 찐 재미이자 가치입니다. 

그래서 사진은 출사지에서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얻는 건강에 대한 도움, 촬영하면서 느끼는 향상심과 세상 모든 피사체에 대한 깊은 관심 등등 실로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피사체를 괴롭히고 사진 욕심에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사진을 통해서 삶을 돌아보고 여유를 찾고 깊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늘면서 사진테라피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사진에 대한 인기가 뚝 떨어졌습니다. 예상 가능하시겠지만 사진의 인기를 동영상이 많은 부분 가져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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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조차도 사진보다 동영상에 좀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유튜브로 인한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사진 보다는 비슷하지만 다른 문법과 재미를 가진 동영상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자기고 있고 이러다 보니 국민 취미 사진의 위상은 흔들리다 못해 떨어졌습니다. 

요즘 시중 서점에 나가보면 사진 및 카메라 조작에 관한 매뉴얼 책들이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10년 전에는 사진 유명 출사지 및 구도 카메라 조작법 등등 다양한 사진 및 카메라 관련 책들이 넘실거렸는데 요즘은 신간 서적이 거의 없습니다.

3. 스마트폰의 진화 

최근에 나온 구글 픽셀6 스마트폰 카메라를 보면서 이러면 누가 카메라를 살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는 카메라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카메라가 스마트폰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DSLR이나 미러리스나 풀프레임 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좋은 점은 화질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스마트폰은 렌즈 교환을 할 수 없어서 광학 줌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반사경을 이용해서 렌즈를 옆으로 뉘어서 광학 10배 줌 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의 힘까지 얻어서 위 사진을 

패닝 사진으로 만들어주기까지 하네요. 배경과 주 피사체를 정확하게 인지해서 배경을 흐리거나 속도감을 넣거나 장노출 사진으로 만들어주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또한 불필요한 피사체는 터치만해서 바로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이걸 소니 카메라, 니콘 카메라. 캐논 카메라가 할 수 있나요? 못합니다. 절대로 못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카메라에 안드로이드급 O/S를 넣고 뛰어난 SoC 칩을 넣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NX라는 안드로이드 O/S를 넣은 카메라를 선보였지만 느린 부팅 속도로 인해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카메라 제조사는 점점 발전하는 AI 기능을 현재까지는 새, 고양이, 눈, 사람 눈동자와 몸을 인식하는 단계 밖에 안 됩니다.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이 아주 조악합니다. 이러다 보니 카메라는 발전하는 스마트폰의 똑똑함을 따라가지 못해 상대적으로 멍청해지고 있고 유일한 우월성은 화질 밖에 없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죠. 

DSLR로 촬영한 사진 (무보정)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

위 두 사진을 보세요. DSLR 사진보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 더 좋습니다. DSLR은 HDR 기능 없이 그냥 찍은 것이고 스마트폰은 자동 HDR 기능이 발동해서 HDR로 촬영했습니다. 이렇게 보정없이 보는 사진은 오히려 스마트폰이 더 낫습니다. 

DSLR로 촬영 후에 후보정 한 사진

다만 RAW 파일로 촬영한 후 후보정을 하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보다 더 좋게 보이게 할 수 있지만 시간과 함께 후보정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라이트룸이라는 유료 프로그램 덕분에 이렇게 멋진 사진이 나왔네요. 

다시 말하지만 아웃포커싱과 화질 이 2개는 스마트폰 이미지센서가 작아서 DSLR이나 미러리스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곳에 초점이 맞는 풍경 사진이나 일상 기록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충분합니다. 인물 사진도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더 멋지게 촬영할 수도 있고요. 이러니 누가 카메라 사겠어요. 그래서 낙산 공원의 젊은 커플들은 대부분 이 멋진 순간을 스마트폰으로 담더라고요. 

오랜만에 DSLR을 들고 출사를 갔더니 신기한 광경도 생겼습니다. 대학로에서 DSLR 들고 촬영하니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네요. 요즘 사진 찍어 달라는 사람을 못 봤는데 제 DSLR이 눈에 들어 왔나 봅니다. 미러리스 들고 다닐 때는 사진 촬영 부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시커먼 DSLR 들고나가면 사진가인 줄 알고 부탁을 하네요. 

예전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스마트폰 카메라가 화질도 성능도 크게 떨어질 때는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걸 메일로 보내달라는 분도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런 부탁이 와도 스마트폰이 더 좋아요라고 말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줍니다. 특히 아이폰은 인물 사진 아주 잘 나오거든요. 게다가 배경을 흐리지 않고 그 장소에 내가 왔다는 걸 담는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한 기록 사진은 스마트폰 카메라면 충분합니다. 가까이서 배경을 잔뜩 흐리게 찍는 사진은 DSLR이나 미러리스가 낫지만 팬 포커스 사진은 아이폰으로 안드로이드폰으로 충분하고 그게 더 낫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카메라 제조사들 카메라 판매량이나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취미 사진가들이 사라진 자리에 전문가들이자 프로들인 방송국 카메라맨, 영화 촬영팀, 영상 촬영팀들이 기존의 방송국용 카메라, 영화용 카메라 대신 풀프 미러리스를 사용하기 시작해서 방송국, 영화제작사 및 영상 촬영자 수요가 꾸준합니다. 그럼에도 취미 사진가 특히 은퇴한 분들이 취미로 사진을 선택해야 하는데 요즘은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2019, 2020, 2021년 카메라 출하량

이러니 2020년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가 2020년 가을부터 판매량이 좀 오르다가 2021년에는 다시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시간 동안 스마트폰 카메라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카메라 제조사들이 크롭 바디 같은 보급형 카메라 출시를 줄이면서 시장은 급속하게 축소되는 느낌입니다. 

2022년 기점으로 앞으로 카메라 시장은 취미 사진가 대신 영상 관련 전문가들이 사는 동영상 카메라 시장으로 전환 될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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