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물에 대한 다큐를 담는다면 그 인물이 살아 있다면 직접 인터뷰를 하고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해서 교차 검증 및 객관과 주관을 섞어서 담습니다. 또한, 현재 일어나는 일보다는 과거를 담아서 자기 스스로 객관적으로 보게 하죠. 그러나 그 인물이 죽었다면 그 인물에 대한 기록, 뉴스,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등을 담아서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 인물은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단 한 마디의 인터뷰가 없습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넷플 다큐 <브리트니 vs 스피어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1990년대 후반 막 인터넷 망이 깔리던 유튜브도 없던 시절 인터넷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 뮤직 비디오를 보고 그냥 반해버렸습니다. 뛰어난 외모에 춤 실력 그리고 노래까지 꽤 잘하는 모습에 바로 느꼈죠. 슈퍼스타다. 실제로 브리트니는 마돈나 이후 가장 뛰어난 백인 댄스 가수로 아주 유명했습니다. 데뷔하자마자 전 세계를 씹어 먹었고 지금도 브리트니를 생각하면 유년 시절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가 엄청났습니다.
한국에서도 방한을 해 한복 입은 브리트니 사진을 본 적도 있습니다. 물론 공연도 했죠. 최근에 그 한복을 만든 박술녀 씨가 SNS에 트리트니의 인품을 소개한 글을 올렸습니다. 우주대스타임에도 한복이 만들어지기까지 2~3시간 호텔방에서 기다려주었으며 한복에 마음에 든다면서 미국에 돌아가서는 자필 편지까지 보내주었습니다.
인성이 아주 뛰어난 팝가수가 '브리티니 스피어스'입니다. 저도 한 때는 무척 좋아했죠. 그러나 2007년 전후로 이상한 모습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파파라치들이 촬영한 사진들이야 원래 그렇다고 해도 삭발한 사진이 올라오고 갑자기 결혼을 한다는데 그 결혼 상대자가 다른 유명인이 아닌 자신의 주변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겁니다. 백댄서와 결혼해서 2명의 아이까지 낳고 바로 또 이혼을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남자와 사귄다고 합니다. 그러다 또 헤어지고 그리고 또 사귑니다.
이때 손절했습니다. 아무리 가수가 좋아도 너무 개인생활이 문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여러 남자와 결혼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물론 제가 찐 팬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죠. 결정적으로 이후 히트곡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자 지금은 어떻게 사나 관심도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잊힌 가수들 중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아버지에게 가스 라이팅 당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브리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이번 주에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 <브니트니 vs 스피어스>는 큰 기대 없이 아는 유명인 이야기라서 설렁설렁 보다가 놀라운 이야기가 나오기에 진지하게 지켜봤습니다.
다큐 감독은 브리트니에 관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합니다. 이 인물 중에는 브리트니에게 악영향을 준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로 섭외력이 좋네요. 제목이 이 영화의 주요 이야기입니다. 브리티니는 무려 10년 넘게 아버지인 제이미 스피어스로부터 정서적인 학대와 감금에 가까운 가스 라이팅을 당했습니다.
마이클 잭슨도 그랬지만 유명 팝스타 중에는 가족이라는 구렁텅이에서 큰 고통을 받는 가수들이 있습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어머니와 돈독한 사이였지만 아버지와는 가까운 사이가 아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성년후견인 자격으로 아버지가 등장하고 이후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용돈을 받는 청소년 취급을 당합니다. 금전 관리에 대한 후견인은 브리티니도 찬성하지만 정서적인 후견인은 필요 없었습니다.
그러나 백 댄서와의 결혼 후 두 아들을 낳고 이혼한 후 다른 남자와 사귀던 중 갑자기 큰 왕래가 없던 아버지인 '제이미 스피어스'가 성년후견인으로 법적인 지위를 얻습니다. 이 성년후견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흔한 단어는 아닙니다. 그러나 어려운 개념도 아닙니다.
보통 후견인은 어린아이를 보호해주는 부모님이 사망하거나 아이를 보호해줄 주변에 어른이 없을 경우 특정 어른을 후견인으로 삼습니다. 후견인은 아이에게 남겨진 재산을 관리하면서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을 해줍니다. 보통 20대가 되면 자립성이 갖추어지고 어른이기에 자연스럽게 20살이 넘으면 후견인은 사라집니다. 그런데 20살이 넘은 그것도 매년 해외 공연까지 하고 안무까지 직접 짜는 슈퍼스타 팝 가수에게 성년후견인이 생겼습니다.
아버지인 제이미는 브리트니의 성년후견이 되어서 브리트니의 재산은 물론 신체 활동 자유까지 후견인이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다 빼앗아 갑니다.
이런 인간이 또 있었죠. 가수 구하라가 사망하자 어린 시절 집을 나갔던 친모가 유산 분쟁을 했었습니다. 살다 보면 악당들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고 가족 안에도 많다는 걸 깨달을 때가 많습니다.
제이미는 갑자기 등장해서는 딸의 모든 것을 빼앗고 관리하기 시작합니다. 다큐에서는 돈을 목적으로 해서 접근했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이 다큐 제작하는 과정에 브리티니와 아버지 제이미 사이에 법정 다툼이 있고 제이미가 워낙 유명하고 뛰어난 변호사들로 무장하고 있어서 법적 조치를 당하지 않는 선에서만 다룹니다. 그래서 제이미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에 브리트니 측근은 극도로 말을 아낍니다.
브리티니가 성년후견인을 당한 이유 중에는 브리트니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의사 소견을 낸 사람도 있고 이 정신과 의사를 인터뷰합니다. 이 의사는 자신이 그렇게 소견을 낸 증거를 가지고 오라면서 그 소견서의 싸인이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만 확인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평범한 악마들이 브리트니를 침몰시킵니다.
브리티니는 수시로 몰래 자신이 아는 사람과 만나서 자신의 처지를 말하려고 시도를 합니다. 그중 한 명이 롤링스톤지 여성 기자로 몰래 만나서 화장실에서 자신의 입장을 적은 서류에 싸인해서 제공하고 이걸 법정에 제출을 하지만 판사가 인정을 해주지 않습니다.
보다 보면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우리 눈 밖에 사라진 기간 동안 많은 고통을 받고 있었음을 그녀의 행동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라는 사람에 의해서 가스 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네요. 물론, 아버지와 주변 인물들도 해명이나 변명을 하고 몇몇 인물들은 성년후견인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합니다.
이 성년후견인이 되는 과정은 무슨 범죄처럼 느껴집니다. 보통 본인에게 성인후견인이 생길 수 있다고 5일 전에 서류로 알려주지만 이 과정이 생략이 되고 진행됩니다.
가장 황당했던 이야기는 브리트니가 너무 억압당하는 생활을 한다고 판단하자 성년후견인 세력들이 브리트니에서 오픈카를 30분 동안 몰도록 허용하는데 이 주변에는 20명이 이를 지켜보고 관리하는 장면입니다. 이 정도면 사육당한다고 할 정도의 정신적 폭력 행위입니다.
다큐 후반에는 브리트니에 대한 다큐를 만든다는 소문이 나자 익명의 제보자가 그동안 이 성년후견인 세력 사이의 이메일과 각종 통화 내용이 담긴 파일을 보내옵니다. 그리고 이걸 소개합니다. 브리티니 집안은 어머니 빼고 여동생도 언니의 돈을 노리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브리트니는 올해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재판정에서 밝힙니다. 결코 행복한 삶이 아녔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다큐를 보다 보면 브리트니가 가스 라이팅 당하기 전부터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모습에 무척 외로운 삶을 살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아니 주유할 줄 올라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옆에 있던 파파라치가 주유를 도와줬다고 해서 그 사람을 불러서 옆에 둘 정도면 주변에 믿을 사람이 없었다는 방증이겠죠.
다큐의 결말은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브리트니의 항변에서 판사는 성년후견인을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기각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브리트니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다큐는 그 결과를 담지 못하고 끝나지만 최근 뉴스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은 브리티니의 항소를 받아들여서 제이미 스피어스의 후견인 지위를 박탈했습니다. 무려 13년 간 아버지로부터 가스 라이팅을 당한 브리트니는 드디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대신 파리떼 같은 파파라치에 둘러 쌓여서 오롯한 삶을 살 수 없었던 브리트니 외롭고 주변에 믿을 사람 없던 그녀는 파파라치에게 손을 내밀고 여러 사람들에 몰래 도와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어떻게 아버지라는 인간이 딸에게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가족은 행복의 원천이지만 불행의 원천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네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이런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몰랐네요. 부디 정신적인 평온을 찾고 노래 안 불러도 되는 삶. 남은 생 잘 즐겼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