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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적 관습을 소개하는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 넷플 다큐

by 썬도그 2021.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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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가끔 보는 분들은 클리셰라는 단어 조차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저같이 1주일에 1편 이상 개봉 영화를 보는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영화는 일상이자 자주 보는 매체입니다. 이렇게 영화를 자주 많이 보게 되면 영화 이면의 세상까지 보는 능력이 생깁니다. 영화를 보면서 수시로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게 되고 스크린 뒤의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 과정까지 살펴보게 되죠. 

특히 영화를 자주 많이 보면 영화들이 생각보다 관습적인 장면들이 참 많다는 걸 느낍니다. 관용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적 관용구를 클리셰라고 합니다. 

클리셰는 프랑스어로 인쇄에서 사용하는 연판이라는 뜻입니다. 인쇄 활자처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장면들을 클리셰라고 하는데 영화에서 뻔하고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을 담은 장면을 클리셰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요즘은 거의 사라졌지만 20년 전만 해도 악당이 설치한 폭탄을 주인공이 해체하는데 꼭 빨간선과 파란선 중 하나를 잘라야 합니다. 그리고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로 성공을 합니다.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폭탄 전선 자르다 터져서 끝나는 영화를 본적이었습니다. 

이 폭탄 제거 장면이 현실적일까요? 절대 아니죠. 어떤 악당이 이렇게 간단한 폭탄을 설치하겠어요. 진정한 악당이라면 어떤 전선을 잘라도 터지게 만들죠. 차라리 배트맨처럼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터지게 이동하는 게 낫죠. 그러나 이게 비현실적이고 그걸 알면서도 이런 관습적인 장면을 우리는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간단명료 & 긴장감을 주니까요. 

이런 장면이 어디 한 둘 입니까? 꼭 로맨스 영화 마지막 장면이나 클라이맥스에서 남녀 주인공이 키스를 하려면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립니다. 

화장실에서 세수나 이를 딱는데 꼭 거울을 바라보면 뒤에 누군가가 있습니다. 뜻밖이나 충격적인 말을 하면 먹던 음료수를 뿜습니다. 실제로 그런 장면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너무 자주 쉽게 일어납니다. 왜 이런 관용구 같은 관습적 장면이 많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짧은 시간에 영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후딱 말아서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죠. 창의는 항상 시간과 고통과 돈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쉬운 방법으로 관용구 같은 클리셰 장면을 뽑아서 사용합니다. 이걸 비난하는 사람들은 영화 마니아일 확률이 높습니다. 영화를 가끔 보거나 깊게 분석해서 보지 않은 분들은 그게 클리셰 인지도 모르고 클리셰라고 해도 그게 개의치 않습니다. 

이런 것을 영화 제작자들도 잘 알기에 즐겨 뽑아서 사용합니다. 클리셰는 어떻게 보면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합니다. 스토리가 뻑뻑해지면 클리셰로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죠. 물론 창의적이지 못한 모습이기에 작품의 평가의 잣대로 보면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 클리셰를 역으로 이용해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거나 패러디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클리셰를 알고 보면 영화를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넷플 다큐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 

9월 말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은 무척 유쾌하고 유용한 다큐입니다. 특히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하는 다큐입니다. 러닝타임도 58분으로 간편하게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재미가 좋습니다. 

해설자는 '롭 로'라는 배우로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여러 영화에 나왔던 친숙한 배우가 진행을 합니다. 여러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오는데 이중 '앤디 맥도웰'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눈웃음이 매력적인 '앤디 맥도웰' 90년대 로맨스 영화에서 자주 봤던 이 누님을 잠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미모가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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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 '롭 로'는 다양한 할리우드 영화의 클리셰를 소개합니다. 클리셰라는 단어를 몰라도 영화에서 배우가 갑자기 가족 이야기를 꺼내거나 가족사진을 꺼내서 보거나 여자 친구 사진을 품에서 꺼내서 보면 감지하죠. 아! 죽겠구나. 그럼 여지없이 죽습니다. 왜 죽을 것을 예상했을까요? 그건 이미 다른 영화에서 비슷한 장면을 많이 봤고 그 장면 이후 그 주연이나 조연을 죽는 것을 봤기에 선험적으로 압니다. 이게 클리셰입니다.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는 제가 클리셰라고 느끼던 것도 느끼지 못한 부분까지 소개하네요. 또한 그 클리셰의ㅏ 의미까지 소개해서 앞으로 영화 보는데 큰 도움을 주는 내용도 많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유난히 묘지 장면이 많은데 그걸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이 꽤 많죠. 

여러 가지 클리셰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이상하게도 할리우드에서는 종이봉투에 다양한 식료품을 넣는데 꼭 기다란 바게트 빵을 꽂습니다. 저는 미국인들이 저렇게 쇼핑하나 보다 했는데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주인공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진부한 표현법입니다. 뭐 미국에 살아봤어야 알죠. 

그리고 액션 장면을 보면 1대 17로 싸워도 17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지 않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지 1대1로 싸웁니다. 이걸 소개하는 장면에서 올드보이가 나오더라고요. 순간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이 클리셰를 역으로 이용한 배우가 성룡이죠. 보통 주인공은 악당들을 주먹으로 참 교육을 시켜주는데 성룡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당에게 맴매를 해주지만 동시에 엄청 맞습니다. 이게 차별적이라서 지금도 성룡을 위대한 액션배우로 칭송합니다. 

여기에 사과를 아그작 깨무는 장면은 오만함의 표시고 음료수를 뿜는 장면은 놀라움을 표현하는 흔한 표현 방식입니다. 
또한 긴장을 유발하고 뭔가 일어날 것 같지만 기대와 달리 별거 아닌 것으로 넘어가는 허위 공포와 화장실 거울로 악마나 악당이 나오는 것도 다 흔한 긴장 유발 장치이자 흔한 장면 설정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빌헬름의 비명입니다. 1951년 영화에서 빌헬름 이병이 죽을 때 낸 으아악 하는 비명 소리를 2021년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영화인들이 음향 효과로 사용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게 우연이 아닌 영화 제작자들이 일부러 오래된 비명 소리를 집어넣는 것이라고 하네요. 특정 비명을 일부러 사용하는 것이 참 신기하더라고요. 

빌헬름의 비명이 유명해진 것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제국군이 떨어지면서 내는 비명 소리가 동일한 비명 소리라서 유명해졌습니다. 이외에도 몽타주 기법으로 밀린 스토리를 빠르게 진행하는 모습이나 성소수자 캐릭터의 40%가 죽는다는 설정이나 백인 구세주가 나와서 흑인을 구원한다는 설정 등등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던 클리셰의 종류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성애 장면을 직접 묘사하기 어렵기에 습기찬 유리창에 손을 올리거나 결정적인 장면에서 은유하는 장면이나 모닥불을 비추는 등등의 기법도 클리셰의 일종입니다.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분노의 책상 쓸기가 있죠. 악당에 대한 묘사 중에 클리셰도 많습니다. 악당이 기형인이라는 설정도 참 많았죠. 지금은 이런 설정을 요즘 했다가는 많은 비난을 받을 겁니다. 기형인은 모두 악당이라는 편견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흑인들을 백인이 구원한다는 설정도 많은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설정입니다. 

이 클리셰는 영화 마니아나 비평가들이 가장 흔하게 지적하는 지적 거리입니다. 클리셰 범벅인 영화가 나오면 많은 비판을 가하죠. 그러나 클리셰를 역으로 이용한 영리한 영화 창의적인 영화들도 참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클리셰라고 하네요. 착한 사람은 항상 이긴다! 생각해보니 세상은 착한 사람이 이기거나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인성과 성공은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 속에서 착한 주인공이 성공하고 승리하는 걸 보면서 대리 만족 하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영화 <소리도 없이>를 보고 충격을 먹었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를 비틀고 허물어서 클리셰를 파괴한 영화로 2020년에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다만 이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는 이런 클리셰가 주는 문제점을 깊게 다루지는 않고 클리셰의 종류만 소개하다가 끝이 납니다. 따라서 깊이가 없고 그냥 이러이러한 것들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클리셰이고 무슨 의미로 사용하는지 소개하는 정도로 끝이 납니다. 왜 이걸 사용하는지와 좋은 점과 문제점 지적까지 해주면 좋으련만 이게 없네요. 아무튼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다큐이고 유명한 배우들이 툭툭 나와서 배우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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