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007 시리즈에 대한 헌정시 같았던 007 노 타임 투 다이

by 썬도그 2021. 9. 30.
반응형

007 시리즈는 1950년 대 쓰인 '이안 플레밍'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시리즈로 불세출의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킵니다. 첩보 영화의 최고봉이자 항상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해주는 영화입니다. 007 시리즈는 영국의 MI6라는 첩보 기관에 소속된 첩보 요원 중 007이라는 코드명을 받은 '제임스 본드'의 활약을 담고 있습니다. 

1962년 숀 코네리가 주연을 맏은 '살인번호'를 시작으로 007 시리즈는 2021년 현재까지 절찬 상영 중입니다. 이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많은 배우들이 했지만 대표적인 배우는 총 3명으로 '숀 코너리', '로저 무어'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입니다. 개인적으로 최악의 007은 '피어스 브로스넌'으로 창천 1동대 마크를 단 정체불명 군복을 입은 007이 최악으로 느껴지네요. 

007 시리즈는 2000년대 중반 큰 위기를 맞이합니다. 007 시리즈 자체가 재미가 확 떨어진 것도 있지만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007 시리즈를 외면합니다. 본드걸과 시시덕 거리는 껄렁껄렁하고 기생오라비 같은 첩보원을 더 이상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007 시리즈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고 2006년 새로운 배우로 리부팅을 합니다. 이 새로운 배우를 보자마자 비주얼 충격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전 '다니엘 크레이그'가 머슴 같이 보여서 충격이었습니다. 기생 오래비 같은 007이 아닌 상남자 스타일에 근육질의 007에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이슨 본'의 멱살을 잡을 정도로 뛰어난 육박전과 다양한 총기술과 강인함으로 무장한 모습에 진심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007하면 신뢰의 세 자리 숫자. 저 남자라면 날 맡겨도 되겠다고 할 정도로 강인함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25번째 007 시리즈 007 노타임 투 다이

점점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재개봉 영화만 상영하던 영화관이 점점 최신 개봉작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먼저 선보이는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용과 주근깨 공주'가 개봉했네요.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007 시리즈의 25번째 시리즈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5번째 007 시리즈이자 마지막 출연작입니다. 이번 편을 끝으로 다니엘은 007역에서 하차를 합니다. 그를 배웅하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것도 아주 큽니다. 그동안 본이 사라진 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함께 첩보 액션 영화를 이끌었던 한 배우가 떠나네요. 

이번 시리즈는 시리즈 최초로 영국이나 영연방 국가 출신 감독이 아닌 미국 출신의 '캐리 조지 후쿠나가'

007 스펙터와 이어지는 이야기

이번 007 시리즈는 퀀텀 조직의 상위 조직인 스펙터라는 거대한 악의 조직 이야기를 다룬 전작인 스펙터와 내용이 이어집니다. 따라서 스펙터를 복습하거나 보시고 보면 더 좋습니다. 그러나 안 봐도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해를 돕기 위해서 레아 세이두가 연기한 정신과 박사인 매들린 스완 박사만 소개하겠습니다. 

스완 박사는 스펙터 조직에 가담한 아버지를 둔 딸입니다. 그러나 본드를 만나고 본드의 편에 서서 스펙터 조직을 일망타진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이번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이어집니다. 전편을 다시 다 보기 어렵다면 유튜브에서 요약본이라도 보고 보면 더 좋습니다. 참고로 '007 스펙터'는 액션 쾌감이 어마어마하게 좋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개봉한 '노 타임 투 다이'보다 좋습니다. 

다시 드리운 스펙터의 그림자

은퇴한 제임스 본드는 스완 박사와 함께 밀월을 즐깁니다. 그러나 전 연인의 무덤에 참배를 하려다 스펙터 마크가 찍힌 명함을 들여다 보다 폭발로 인해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스완 박사가 위험에 빠졌다고 느낀 본드는 급하게 스완 박사에게 전화를 하려다 본드를 죽이려는 세력들의 공격을 받습니다. 그 전투 중에 스완 박사가 스펙터의 딸이라는 말에 본드가 반응합니다. 

스완 박사는 스펙터 조직에서 근무했던 아버지를 둔 어두운 과거가 있는 인물입니다. 이 과거 말고 이번 편의 악당인 사핀(라미 말렉 분)과 얽힌 과거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드에게 이 과거를 밝히지는 않습니다. 서로가 비밀이 있고 서로 비밀을 까자고 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죠. 그러나 이 비밀 공유를 미룬 것이 본드를 오해하게 합니다. 본드는 악당 졸개의 말 한마디에 흔들렸고 스완 박사를 손절합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납니다. 

본드는 007 코드 네임을 반납하고 휴양지에서 은퇴 후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드의 뛰어난 능력을 원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먼저 미국 CIA입니다. CIA는 스펙터 부하들이 모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본드에게 작전을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하죠. 영국 MI6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요원을 보내서 본드를 설득해서 자신들이 벌인 실수를 함께 수습하자고 합니다. 

반응형

현 007, 전 007의 조우

위에서도 말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 뱃지를 반납했습니다. 그런 그를 찾아온 흑인 여성은 자신이 새로운 007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007이 된 노미(라샤나 린치 분)은 선배이자 전임 007에게 007이 영구 결번인 줄 알았냐며 도발을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007 시리즈의 새로운 주인공은 이 노미입니다. 

백인 남성 액션 캐릭터의 아이콘 같은 007이 갑자기 흑인 여성 캐릭터로 전환한 것은 수 많은 사람들이 21세기에 백인 남자가 다양한 본드걸을 거느리는 듯한 구도가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본드걸이 성립되지 않게 여성 캐릭터로 변경했고 백인이 아닌 흑인으로 변경했습니다. 다만 이 흑인 여성 007을 많은 사람들이 볼까라는 의문은 좀 듭니다. 물론, 시대가 변경되어서 액션감이나 스토리만 좋으면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성공하는 시대입니다만 여전히 보수적인 관객들은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아무튼 한 영화에서 신구 007의 조우와 협동은 이 영화의 큰 볼거리입니다. 

잠깐 등장해서 씬을 잡아먹은 아나 드 아르마스

아나 드 아르마스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을 통해서 많은 팬을 만들었습니다. 아나 드 아르마스는 잠시 본드와 협업을 하는데 그 시퀀스를 다 잡아먹어버립니다. 3주 훈련받고 투입되었고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다가 화려한 발차기 장면에서 헉 소리를 낼 정도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아나 드 아르마스는 한 20분 정도 밖에 등장하지 않아서 무척 아쉽더라고요. 

007 스펙터보다 떨어지는 노 타임 투 다이 액션

영화 초반 오토바이 공중 부양 장면에서는 우와~~~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여기에 007 하면 007 차량에서 기관총이 나와줘야 하는데 나와줍니다. 클래식 007 장면도 좀 오마주를 했고 이름을 2번 말하는 시그니처 장면도 챙겨 넣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상영 시간이 2시간 40분에 가까워서 그런지 중반 이후 지루한 구간이 꽤 있습니다. 

액션 구간도 꽤 길긴 하지만 스펙터의 규모와 액션질감에 비하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액션을 크게 기대했다면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007 스펙터가 007 시리즈의 평균 이상의 액션을 보여줬죠. 전작에 대한 기저효과로 상대적으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액션에 대한 만족도가 좀 떨어집니다. 이 점은 아쉽긴 한데 대신 기존 007에 없던 드라마가 강하게 들어갑니다. 

제임스 본드의 진심어린 로맨스 드라마

제임스 본드는 여러 본드 걸을 거칩니다. 전형적인 바람둥이 캐릭터입니다. 자신이 원하면 모든 여자를 자기 여자로 만들 수 있다는 핵존심까지 있습니다. 이러 부초 같은 삶이 007의 정체성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본드걸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로만 그려졌고 그의 바람기는 또 하나의 무기처럼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편은 007이 부초의 삶을 거두고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점이 다소 약해진 액션감을 채워줍니다. 

이 드라마 부분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옆에서 보던 관객은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더라고요. 그러나 전 스완 박사와의 로맨스가 꽤 좋더라고요. 평생을 의심하면서 살았던 007이 드디어 진심을 담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기대 이하의 악당

스펙터라는 거악을 다른 악이 물리칩니다. 이건 무슨 어부지리인지 모르겠네요. 악당의 악당은 우리편 일 수 있지만 그냥 또 다른 악당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악당보다 더 살벌하고 무시무시해야 하는데 라미 말렉이 연기하는 사핀이라는 캐릭터는 무시무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도 좀 보이네요. 차라리 스펙터의 악당이 더 살벌합니다. 역대급 악당이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어리숙하고 강력해 보이지도 않네요. 

그럼에도 재미있게 본 유일한 이유는 다니엘 크레이그

전체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는 액션 빈도나 강도나 액션 연출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평균 이상의 볼거리는 제공하지만 전작이 워낙 파괴력 높은 액션이 많아서인지 좀 아쉽네요. 대신 드라마가 그 틈을 메우지만 그럼에도 아쉽습니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도 한 몫했죠. 몇몇 구간은 잘라 버려도 좋을 듯합니다만 딱히 버릴 구간도 없습니다. 

이런 지루함을 달래준 것은 오로지 '다니엘 크레이그'입니다. 마지막 장면은 스포라서 말은 할 수 없지만 007답다라는 생각과 함께 낚였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그다음에 든 생각은 007 영화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혁신적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영화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007 시리즈가 망해갈 때 본 시리즈를 벤치마킹해서 리부트에 성공했듯이 마지막 장면도 다른 영화에 영향을 많이 받은 느낌이네요.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재임한 기간에 대한 헌정시 같은 영화입니다. 007 시리즈 전작들에 대한 존경심과 시그니처 장면을 넣어주면서 동시에 다니엘의 상남자 냄새를 가득 담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배웅을 하는 뒷모습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잘가요. 다니엘!

다니엘로 인해 007는 다시 살아났고 앞으로도 007 시리즈는 계속 변화하면서 진화할 것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후배 007를 위한 훌륭한 바통 터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