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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건강한 감동 넷플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을 추천

by 썬도그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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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가 일본인이 쓴 독특한 소재의 책을 읽었습니다. 당시에도 지금도 생소한 유품정리사의 경험을 담은 책입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긴 한숨 같은 눈물이 가끔 나왔습니다. 지금은 한국 사회에서도 많이 발생하지만 일본은 홀로 살다가 죽는 고독사가 사회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는 그렇게 기쁨과 축복 속에서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거나 죽은 지 수일이 지난 후 발견되는 일도 있습니다. 모두 축복 속에서 태어났으면 모두 축복 속에서 하늘로 떠났으면 좋으련만 비극으로 끝나는 죽음도 많습니다. 영화 <미션>에서 나왔듯 죽음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는 말이 있죠. 

고인이 쓸쓸하게 떠난 자리를 정리해주고 유품을 정리해서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기억을 전달하는 일을 거룩하고 고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유품정리사'입니다. 

다소 무거운 소재의 <무브 투 헤븐>의 초반을 밝혀준 탕준상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넷플릭스를 먹여 살리는 건 마법, 잔혹액션, 좀비가 아닐까 할 정도로 자극적인 소재와 영상이 가득합니다. 딱 팝콘 까먹으면서 생각 없이 보기 딱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영화와 드라마가 가장 대중들이 사랑하니까요. 

다만 사람이 매일 같이 설탕물이나 단짠단짠의 음식만 먹고 살 수 없습니다. 좀 지루해도 마음이 건강해지는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도 봐야 합니다. 그런 다소 담백하고 밍밍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좀 더 오래 멀리 기억됩니다.

그런 면에서 5월 14일 오픈한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은 아주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드라마입니다. 소재가 죽음을 기억하고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라서 선뜻 재생 버튼을 누르기 쉽지 않았습니다. 누가 죽음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편하게 보겠어요. 저도 이 걱정 속에서 일단 1화만 보자고 봤습니다. 그런데 1화에서 주인공 한그루의 아버지가 갑자기 길을 건너다 죽습니다.

순간! 이게 뭔 쌍팔년도 전개인가 하고 인상이 써지더군요. 그만 봐야겠다하고 접으려는데 이상하게 이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하는 겁니다.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의 주인공 한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어서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뛰어난 기억력으로 한번 본 것은 잊지 않는 기억 천재입니다. 말하는 것이 감정이 없고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표현도 잘 못하다 보니 A.I냐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이 한그루를 연기한 탕준상이라는 배우의 연기에 놀랬습니다. 전형적인 연기로도 느껴지지만 모든 연기에서 빈틈이 없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시선 처리와 발성 등 연기만 보면서 1화를 어떻게든 견뎠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제훈 말고는 탕준상, 홍승희  이 3명의 배우로 어떻게 10회까지 이야기를 풀어갈까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탕준상이 초반부터 후반까지 재미의 든든한 나무가 됩니다. 여기에 처음 보는 배우 나무 역의 홍승희도 귀여우면서도 똑 부러진 연기로 그루를 받쳐줍니다. 물론, 껄렁함과 젠틀함을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아는 배우 이제훈의 힘도 컸죠. 

배우 이야기가 나와서 더 하자면 지진희, 수영, 이재욱과 이문식, 임원희 등등의 조연 배우들도 이 드라마의 감동의 농도를 진하게 해 줍니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의 세계를 알려주는 <무브 투 헤븐>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천국으로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 유품정리사들의 세상을 소개하는 드라마입니다. 이 직업을 아는 분들이 아직도 많지 않습니다만 점점 고독사가 많아지고 있고 불의의 사고나 비극적인 죽음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 중에 의미가 있는 유품과 의미 없는 유품 및 집안 청소를 말끔하게 하는 직업입니다. 

죽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발견된 고인의 집은 예상하시겠지만 보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현장 환경이 좋지 못합니다.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일 그러나 누구는 해야 할 일을 하는 분들이 유품정리사입니다. 유품정리사일을 아들과 함께하는 한정우, 한그루 부자는 고인의 방을 정리하기 전에 묵념을 하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험하고 고된 그러나 거룩한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들이 받는 편견도 드라마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아직까지 이 직업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시체청소부라고 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죠. 또한, 차량을 빼 달라고 하는 주민들의 시선도 많습니다. 같은 건물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알려지면 집값 떨어지기에 이들을 보는 시선이 좋을 리 없습니다. 이런 세상의 편견을 감정을 느끼지도 전달하기 어려운 한그루의 입을 통해서 말합니다. 여기에 삼촌인 상구(이제훈 분)를 배치해서 이 직업을 처음 하는 사람을 통해서 이 일의 어려움과 보람을 담습니다. 

한그루의 후견인이 된 상구의 성장기이자 한그루의 성장기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매화 새로운 의뢰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랬다면 같은 패턴이라서 지루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 <무브 투 헤븐>은 한그루와 한그루의 삼촌인 상구의 서사가 전체적으로 이어집니다. 한그루는 아스퍼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가 있지만 뛰어난 기억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과의 교류를 쉽게 하지 못해서 사람들이 안거나 손을 잡는 것조차 어려워합니다. 

이런 그루를 나두고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납니다. 혼자 살게 된 그루 주변에는 변호사 및 폐기물 처리 아저씨와 옆집에 사는 나무가 그루를 지켜줍니다. 그러나 그루에게는 같이 매일 살아야 할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 아빠는 그루의 후견인으로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상구를 후견인으로 지목합니다. 

그런데 상구(이제훈 분)는 자신의 이복형이자 한그루의 아빠인 한정우를 싫어합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상구는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망가진 것이 한정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후견인을 맡은 이유는 그루가 사는 집과 재산 때문입니다. 이에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3개월 동안 진행되고 3개월 후 후견인으로 인정받으면 두 사람은 같이 살아도 됩니다. 그러나 오자마자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거실에 버리는 쌩양아치 근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상구는 어린시절부터 상처가 많아서 양아치처럼 행동할 뿐 심성이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상구는 이복형인 한정우가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상처에 자신이 동생처럼 좋아했던 후배를 불법 격투 경기에서 만나게 되고 그 경기에서 후배는 식물인간이 됩니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상구와 이런 상구를 삼촌으로 따르는 한그루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사이를 조율해주는 뛰어난 관계 조율사인 나무(홍승희 분)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회가 진행될수록 상구의 숨겨진 과거와 한정우의 과거 그리고 그루의 과거가 심연에서 피어 올라 수면으로 올라가면서 터집니다. 그리고 숨겨진 서사들이 주는 감동이 무척 강하고 진하고 건강합니다. 보다 보면 그루와 상구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척 건강해짐을 느끼게 되네요. 

여러 죽음에 관한 에피소드가 씨줄이라면 두 사람의 성장이 날줄이 되어서 2개의 서사가 빈틈없이 잘 돌아갑니다. 

유품정리사를 통해 본 야박한 세상을 고발한 <무브 투 헤븐>

3명은 '무브 투 헤븐'이라는 유품정리업을 하면서 여러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들의 마지막 이사를 진행합니다. 
먼저 의뢰가 들어오면 고인이 살던 동네를 부감 샷으로 보여주면서 환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죽음을 보여주죠. 유품정리를 부탁한 사람들 중에는 고인이 남긴 유품 보다는 돈을 원하는 못난 자식들도 있습니다. 

치매에 걸려서 혼자 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통장만 꺼내서 달라는 자식들 앞에서 감정이 없어서 오히려 일에 도움이 되는 그루는 묵묵히 현장 작업을 마무리 한 후 장판 밑에 있는 돈까지 세탁해서 돌려줍니다. 그러나 그루는 소명의식이 투철해서 받고 싶지 않다는 유족들의 말을 무시하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고인이 남긴 유품을 통해서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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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이 참 눈물겹고 감동스럽습니다. 유품은 그 사람의 삶의 기록물이자 그 기록을 통해서 고인들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그분들이 하고 싶었던 마지막 메시지를 찾아서 유품 상자에 담아서 전해줍니다. 치매 걸린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돈만 밝히는 자식에게 전하는 메시지부터 이 드라마가 범상치 않은 드라마임을 알게 됩니다.

이후 아내와 함께 하늘로 떠난 아파트 경비원 할아버지 에피소드도 무척 감동스럽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아파트 주민의 심보와 아파트 주민들이 버린 화분을 키워서 돌려줬음에도 버린 것 주워왔다고 타박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주변의 삶까지 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죽음을 미화하거나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것 자체를 아름답게 포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세상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비열함과 냉혹함을 그루의 무표정한 얼굴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에피소드는 해외입양아가 친모를 찾아 한국에 왔다가 모텔방에서 홀로 죽은 사건입니다. 여기에 데이트 폭력 사건에 동성애자의 죽음까지 총 6개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에피소드는 작가의 상상에서 나온 에피소드가 아닙니다. 

김새별, 전애원의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서 윤지련 작가가 쓴 스토리는 사회 뉴스 면에서 우리가 본 뉴스를 각색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한국 사회의 매정함을 잘 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아파트 경비원 할아버지의 죽음, 해외 입양아의 죽음,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죽음, 치매 할머니의 죽음, 동성애자의 죽음까지 모두 불행한 죽음입니다. 이들의 죽음의 공통점은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들이 죽음을 기억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마치 쓰레기 치워달라고 청소 용역을 시키는 것처럼 고인을 기억하기보다는 제거해야 할 물건으로 생각합니다. 

그 비열함을 유족이 있으면 유족으로 향하지만 가해자가 한국 사회인 죽음은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유품정리사를 영어로 트라우마 클리닝이라고 합니다. 참혹한 죽음을 직접 목격하면 가지게 될 트라우마를 유품 정리사들이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정리해서 기억해야 할 유품만 걸러서 전해 줍니다. 

소재는 어둡지만 보고 나면 역설적이게 마음이 맑고 밝아지는 <무브 투 헤븐>

청소년 관람 불가 드라마입니다. 아무래도 소재가 주는 무거움이 크죠. 실제로 고독사 현장을 보여주는 장면을 삽입해서 이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많이 보여주지 않습니다. 유품정리사의 일을 현실을 보여주면서 참혹의 깊이를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상구와 그루의 가족사를 통해서 두 사람의 상처 이유와 그루가 강인한 소명의식을 통해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을 그루만은 기억해 줍니다. 

누구보다 기억력이 뛰어난 그루는 고인들의 마지막 이사를 돕고 그들을 배웅까지 합니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를 해지 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볼만한 드라마나 영화가 없고 계속 실망스러운 시리즈만 나와서 해지하려다가 이 드라마가 1달 더 연장하게 하네요.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약간의 인위적인 모습도 느껴지지만 떠난 사람들의 고운 마음씨를 보고 감동하게 되고 A.I 같은 그루가 점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성장과 불만만 가득하던 상구가 떠난 형이 남긴 마음을 확인하고 그루를 통해서 상처를 회복해 갑니다. 두 사람이 함께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과정이 꽤 감동적입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어둡지 않습니다. 분노심이 치밀게 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유품정리일을 통해서 태어난 모든 생명들이 축복을 받듯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이라도 이들이 기억해줘서 하늘로 가는 길에 배웅을 나가는 맑은 마음씨가 화면 밖으로 전달이 됩니다. 

이 감동 배달을 3명의 주연 배우가 아주 잘 합니다. 이 드라마는 억울하게 죽거나 사회가 죽게 한 죽음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에피소드가 많이 있기에 시즌제로 가도 될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즌 1에서 어떤 결말에 도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즌 2도 무척 기대가 되네요. 그러려면 반응이 좋아야 하는데 주변 분들에게 추천했더니 다들 좋은 드라마라고 칭송이 자자합니다. 

보다가 연출을 누가 했기에 이렇게 달뜨지 않고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고 간이 잘 맞은 맛있는 음식처럼 만들었을까 했는데 김성호 감독이네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연출한 감독이었군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네요.
선입견과 편견으로 세상과 맞서 싸우다 지친 분들에게 더 추천하는 드라마 <무브 투 헤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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