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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쫓다 외로워진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참 복스러운 영화

썬도그 2021. 5. 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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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은 복도 많지. 이렇게 좋은 영화들이 수시로 나와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영화들을 만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좋은 영화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네요. 자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밀어내고 50% 이상의 점유율을 올리는 나라가 미국, 인도, 중국, 일본밖에 없습니다. 

이 중에서 특수한 경우의 국가를 빼면 자국 영화가 할리우드를 이기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죠. 일본은 최근 귀멸의 칼날처럼 자국의 탄탄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들이 상영하는 족족 대박을 치고 있어서 애니를 제외하면 실사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를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다릅니다. 한국은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들도 점점 할리우드 영화처럼 개성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부족한 개성을 채워주는 영화들이 독립 영화들입니다. 

복도 없는 찬실이의 진솔한 이야기

40살 찬실이(강말금 분)는 복이 참 없습니다. 평생 영화만 바라보고 영화만 찍은 PD인 찬실이는 자신이 따르던 감독이 영화 크랭크인 고사를 지낸 후 뒤풀이 술자리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죽습니다. 조연출이라고도 할 수 있는 PD 찬실이의 인생은 망했습니다. 

당장 일이 끊긴 찬실이는 달동네로 이사를 하고 죽은 감독 영화에 출연하고 자신과 인연이 있는 여배우 소피(윤승아 분)에서 가사를 도우면서 푼돈을 벌면서 생활을 이어갑니다. 지지리 복도 없는 찬실이는 영화만 찍다가 연애도 못 하고 나이만 먹은 자신의 인생이 불쌍하기만 합니다. 

울고 싶은 찬실이 앞에 난닝구를 입은 장국영(김영민 분)이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동네 미친 X인 줄 알았습니다. 겨울로 가는 길목이라서 날씨도 추운데 난닝구에 팬티 바람으로 나옵니다. 아마도 아비정전의 장국영의 맘보춤 장면에 미친 사람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장국영이 집주인 할머니 딸이 죽어서 빈방인 곳에서 불쑥 튀어나옵니다. 찬실이는 깜짝 놀랍니다. 영화 찍다가 나이만 먹고 애도 없어서 박복하다 했는데 이젠 헛것이 보이는가 보다 한탄을 하죠. 그런데 장국영이 자신이 귀신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실제로 미친X 대신 귀신을 넣습니다. 귀신이라기보다는 감독이 만든 허상이라고 하는 게 저 정확한 설명이겠죠. 

박복한 찬실이를 다독여주는 건 허깨비 같은 장국영입니다. 장국영은 찬실이 옆에서 다독여주고 안아주고 용기를 줍니다. 순간 이 영화가 심령 물인가 했지만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그냥 평범한 드라마입니다. 다만 상상의 존재를 넣었을 뿐입니다. 사람이 오랜 시간 외로우면 별거 아닌 것에 깊은 가치를 부여하거나 애정을 쏟거나 심지어 대화까지 합니다. 

외로운 찬실이 연애를 하다

망한 인생이라고 자조하는 찬실이 그럼에도 찬실이는 복이 많은지 자신과 친한 배우의 가사를 도우면서 돈을 법니다. 이것도 인복이라면 인복이죠. 이런 찬실이 앞에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김영(배유람 분)을 만납니다. 소피의 집에서 가사를 하던 중 불어 선생님이자 소피의 후배인 김영을 알게 됩니다. 

김영은 단편영화까지 촬영한 영화감독입니다. 둘 다 영화 관련업을 하고 가난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공통 관심사를 통해서 친해지게 되지만 찬실이와 영이 영화를 대하는 관점은 다릅니다. 찬실이는 오지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같은 잔잔한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영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이에 찬실은 발끈 화를 냅니다. 좀 황당하죠. 여기에 영은 찬실이와 다르게 영화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찬실이는 놀란 감독 영화 같은 대중 영화를 싫어하고 영화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람이 나이 들면 특히 자신의 철학이 완성되고 경험도 풍부해지만 자신만의 가치관이라는 거대한 가치관의 성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성 안에 없는 것들은 배척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에 영의 영화 취향을 공격합니다. 이에 영은 그건 성향 차이일 뿐이라고 일축하죠.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말하고 싶은 2가지 이야기

10년 만에 남자를 안아봤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말하는 찬실이. 거침이 없고 솔직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이 망했다는 현실 자각력은 멀쩡합니다. 영화 관련 책을 팔아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볼까 고민하는 찬실이.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다 보면 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말하는 싶은 건지 알듯 모를 듯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는 누가 봐도 감독 본인의 이야기로 비추어집니다. 보통 소설에서 소설가가 나오고 영화에서 영화감독이나 관련업을 하는 사람이 나오면 영화감독 본인이나 주변 이야기가 많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감독 이름을 찾아봤습니다. 김초희 감독이네요. 필모그래피를 보니 예상대로 이찬실 PD가 감독 본인이네요. 지금은 터부시 되어버린 이름인 홍상수 감독 영화의 프로듀서로 꾸준히 활동을 했습니다. 그럼 영화 초반에 술자리에서 죽은 감독은 홍상수 감독인가 보네요.

지금 홍상수 감독은 꾸준히 영화를 해외에서 만들고 있지만 김초희 감독님과는 같이 일을 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홍상수 감독인 듯 한 지감독에 대한 찬실이 아버지의 평도 담기는 등 감독의 과거와 연계해서 보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 즉 감독 본인의 이야기는 사실감은 뛰어날 수 있지만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물론 남이 쓴 일기를 다른 사람이 읽고 느끼는 것은 각자 다르고 뭘 딱히 느끼는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일기 속 화자가 오늘 있었던 일을 통해서 깨달은 것들이나 느낀 것들을 적으면 그 느낌에 공감을 하면 그 일기는 그 사람의 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고 감명 깊으면 일기에 적히기도 합니다. 

1. 좋아하는 것만 쫓다 망하다.

찬실이는 평생 영화만 생각했습니다. 찬실이는 주인집 할머니의 딸이 사용하던 카세트 데크 속 테이프를 재생하는데 순간 제25년 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영화를 좋아하게 만든 MBC FM 영화음악 속 두 주인공인 정은임 아나운서와 정성일 평론가가 '집시의 시간'을 소개하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찬실이도 이 집시의 시간을 보고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면서 그래서 이렇게 산다고 한탄을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직업 선택의 고민을 합니다. 사람마다 판단은 다르겠지만 저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택하라고 합니다. 

그 이유를 찬실이가 보여줍니다. 좋아하는 것만 쫓다가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과오를 범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지감독만 바라보면서 살다가 지감독이 죽자 찬실이는 졸지에 백수가 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하죠. 더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것만 쫓다가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합니다. 연애도 못하고 젊은 시절 해봐야 하는 것들을 하지 못했습니다.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위험한 것이 좋아하는 것은 달처럼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하는 것은 내 취향을 타는 것도 좋아함처럼 변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남들보다 잘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야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몸이 좋아서 빠른 공을 던지는 사람은 야구를 몰라도 싫어도 야구를 직업으로 선택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취미로 좋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찬실은 영에게 묻습니다. 
"영화 안 하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영은 대답합니다
"영화보다 더 중요한 건 많죠. 우정을 나누는 것,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 그런 것들도 영화만큼 중요하죠"

영화만 바라보면서 살았던 시각이 좁은 삶을 산 찬실이는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는 삶을 넘어서 점점 넓은 시각이 됩니다. 이는 영화감독인 김초희의 삶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마미>처럼 영화 화면비를 이용해서 자신의 삶을 보여줍니다. 

지감독과 20년 넘게 함께 했던 화각 좁은 삶에서 지감독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나만의 시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다소 자발적이고 넓은 화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초반에 1대 1 화면비에서 지감독이 죽자 넓어집니다. 첫 장면을 다시 돌려보니 녹색 소주병이 가득한 장면이네요.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본 외국인들이 저 녹색병은 뭐기에 홍상수 감독 영화에 꼬박꼬박 나오냐고 하죠. 게다가 홍상수 감독 영화의 시그니처 장면인 백인 여자가 자신을 보고 웃으면서 인사하고 지나가는 장면도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가끔 나오죠. 이렇게 영화는 배경 지식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2.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40살이 된 이찬실 PD는 타의에 의해 홀로서기를 시작합니다. 홀로 서보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먼저 늙었습니다. 그것도 한 번도 연애를 하지 못하고 늙었습니다. 후회가 밀려옵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연애도 못하고 애도 없고 집도 없습니다. 

여기에 늙었다는 것도 점점 인식하게 됩니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젊고 탱탱한 생기가 노력 없이 얻어진 결과물임에도 한국 사회는 몸에 대한 숭배가 심한 나라죠. 자기 나이에 맞게 보여도 자기 관리 안 했다고 구박을 합니다. 

이젠 세계 대스타가 된 윤여정 배우가 연기하는 주인댁 할머니를 통해서 늙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할머니는 늙어서 좋다면서 그 이유를 바라는 것이 사라져서 좋다고 합니다. 바라는 것이 없다는 건 지금이 안정적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바라는 것을 쫓다가 마음에 분란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호수 같이 잔잔한 삶이 늙어가는 삶의 장점입니다. 그래서 경험 많은 중노년 분들은 어떤 일에도 크게 놀라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을 합니다. 

이런 안정된 삶이 주는 장점을 젊은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늙어서도 각종 스트레스 속에서 산다면 몸도 늙고 마음도 혼란스러워서 하루하루가 좋게 느낄 수 없습니다. 

할머니는 주민센터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시 숙제를 받고 시를 썼는데 이 시에 찬실이 펑펑 웁니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도 이 대사에 움찔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몸은 꽃이 아닙니다. 매년 피고 지는 꽃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젊었을 때 몸으로 다양한 삶은 아니지만 경험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요. 또한 젊은 몸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루라도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해봤을 텐데요. 

그러나 스포츠카의 비애처럼 젊은 시절에 타야 어울리는 스포츠카를 젊은 시절에는 그걸 살 돈이 없습니다. 
젊은 시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죠.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연애입니다. 늙어서도 연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연애의 불같은 열정은 없습니다. 그 시절에만 가능한 것들에 찬실은 눈물을 흘립니다. 

다만 이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2개의 소재를 깊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냥 감독의 이야기를 말하는 정도입니다. 영화를 보면 감독의 자전적이 이야기이자 감독이 세상을 보는 관점의 변화를 담은 듯한 느낌이 강하네요. 

복 많은 감독이 만든 <찬실이는 복도 많지>

복 많은 감독입니다. 김초희 감독은 복이 많습니다. 특히 인복이 많습니다.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배우와 찬조 출연한 최하정, 이영진 배우까지 이 영화의 복스러움을 만드는데 배우들의 힘이 컸습니다. 

특히 강말금 배우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배우에 푹 빠지기 쉽지 않은데 강말금 배우에게 너무 깊게 빠지게 되네요. 연기 정말 맛깔스럽게 잘하시네요. 장국영으로 나오는 김영민 배우도 너무 좋았어요. 진짜 장국영인 줄. 이외에도 배우들 한 명 한 명이 너무 너무 좋네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웃기고 살짝 울리는 평범한 이야기이라서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 높지 않습니다. 홍상수 감독 스타일이죠. 다른 점은 간간히 웃기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 MSG를 쳐서 맛을 더 살렸습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았지만 앞으로가 많이 기대되는 김초희 감독입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제목은 박복한 찬실이를 보여주면서 시작하고 영화 끝날때까지 물질적인 보이나 외형적인 복은 없습니다. 하지만 찬실은 영화만 보다가 영화도 보는 삶을 통해서 복을 스스로 발굴합니다. 할게 없다고 일이 끊겼다고 하소연하던 찬실 PD는 그렇게 놀아도 되냐고 묻는 할머니에게 이제 할게 많아졌다고 복에 겨운 미소를 짓습니다. 

집으로 찾아온 후배들과 함께 길을 산길같은 길을 내려가던 찬실이는 플래시로 후배들 앞을 비추어지는 장면은 마치 영사기의 빛처럼 비추어지네요. 영화에 관한 영화이자 삶에 대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잔잔한 감동이 있는 착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복은 굴러오는 게 아닌 캐내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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