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사진은 권력이다

집을 포기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담은 노매드랜드 본문

세상 모든 리뷰/영화창고

집을 포기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담은 노매드랜드

썬도그 2021. 4. 29. 10:06
반응형

얼마나 좋은 영화이기에 이 영화가 저 유럽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걸 넘어서 자극적인 영화, 대중적인 영화에게도 작품상을 주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줬을까?라는 궁금증에 '문화가 있는 날'에 드디어 감상했습니다. 

너무 자극이 없어서 좀 놀랬던 영화 <노매드랜드>

 좀 놀랬습니다. 이렇게 심심하게 만들어도 되나? 이런 영화에 아카데미가 작품상을 줬다고? 칸이나 베니스는 이해하지만 다소 대중적인 성향인 미국 아카데미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노매드랜드>는 특별한 서사가 없습니다. 

게다가 자극이 거의 없습니다. 어떤 사건 사고가 터지지도 않습니다. 제가 자극적인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저 노숙하는 청년이 주먹질을 하겠구나 그래야 주인공이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없습니다. 모두 착합니다. 그래서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중국 고전시인 '삼자경' 첫 구절인 '사람은 본래 선하게 태어난다'라는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착한 캐릭터만 나오는 '미아자키 하야오' 감독 애니는 역동적인 영상과 현란한 서사라도 있지 이 <노매드랜드>는 그것마저 없습니다. 남편을 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노년을 바라보는 중년 여성이 자신의 집과 같은 밴을 끌고 다니는 이야기가 거의 전부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설마 이런 식으로 영화 끝까지 가나? 어떤 사건 사고가 없을 수 있어?라고 의아해하면서 봤는데 그렇게 끝이 납니다. 이야기의 굴곡이 있다면 여자 주인공인 펀에게 호감을 가진 분이 같이 살자고 한 것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 영화는 심심하게 본 분들도 엄청 많을 겁니다. 따라서 너무 심심한 영화라고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고 저도 너무 무자극이라서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영화에 깊이 동화되면서도 동시에 지루했던 이유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이미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영화 속 펀처럼 많은 것을 포기하는 대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걸 사진으로 담으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 <노매드랜드>가 주는 교훈이나 메시지가 어떤 색다른 삶에 대한 감동보다는 이미 제가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제 일상을 보는 느낌이라서 좀 지루하게 느껴진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주하는 삶인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수많은 직장인들이 보면 펀의 삶은 새로운 삶. 대안의 삶을 느껴볼 수 있고 그 삶을 간접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산 요트를 한 번도 타보지 못하고 죽은 삶을 거부한 현실에 충실한 사람들인 노매드

영화의 배경은 2011년입니다. 주인공 펀(프란시스 맥도맨드 분)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자신이 다니던 석고 공장이 파산을 해서 실직을 합니다.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엠파이어라는 지역은 많은 공장이 사라지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하기 시작합니다. 학교도 사라지고 우편번호까지 사라질 정도로 초토화되었습니다. 남편을 간호하다 혼자가 된 펀은 밴을 사서 차에서 먹고 자고 합니다. 

그렇게 떠밀리듯 차에서 먹고 자는 노매드 삶을 살게 됩니다. 이동식 집이라고 하는 캠핑카라고 하기 어려운 큰 밴을 타고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일자리를 구합니다. 아마존이나 각종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겨우 바로 앞길만 치우고 사는 느낌입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다니는 낭만적인 삶을 사는 펀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볼일을 보는 펀을 보여주면서 그녀의 삶이 그렇고 녹록지 않다고 보여주고 영화 중간중간 이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수시로 보여줍니다. 이는 영화가 낭만에 빠지는 것을 방지합니다.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직접 편집까지 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아름다운 풍광을 막 즐기려고 할 쯤에 다른 장면으로 전환해서 펀이 결코 낭만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음을 수시로 환기시켜줍니다. 

돈도 많지 않고 남편도 없고 집도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펀에게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친구는 RTR이라는 모임이 있는데 가보라고 추천합니다. 이 RTR은 고무바퀴 달린 차를 타고 전국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렇게 펀은 노매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됩니다

거기서 함께 모여서 음식을 나눠먹고 모닥불 주변에서 자신의 과거 이야기나 트라우마를 말하면서 서로에게 영혼의 반려자들이 되어가는 과정은 살짝 감동스럽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삶을 우리는 이방인 취급합니다. 어쩌다 집도 없이 떠돌아다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 중에는 집이 있는 사람도 있고 펀처럼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합니다. 

이 중에서 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스왱키입니다. 스왱키는 말기 암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죽기 싫다면서 전국을 여행합니다. 스왱키는 펀을 도우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자신의 생에 대한 이야기인데 돈을 얼마 벌고 자식이 얼마나 잘 성장했는지 내가 가진 것들이 아닌 내가 경험한 것들을 펀에게 말합니다.

멋진 석양, 제비집이 가득한 절벽 풍경 등등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다른 친구에게도 듣습니다. 사고서 한 번도 타보지 못하고 죽은 뒤뜰의 요트 말고 집과 도시에 삶을 잡아먹히지 말고 현재와 자연을 즐기라는 말에 큰 감명을 받습니다. 

전 이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미 제가 경험했고요. 사람마다 많은 상처들이 있습니다. 도시에 살면 더 상처가 깊고 심합니다. 물론 쾌락도 크죠. 도시는 매일 같이 경쟁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한국은 경쟁이 성장 동력이고 목적 있는 삶이 정답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방송에서는 콜로세움 같은 곳에서 경쟁자들이 흘리는 눈물과 환호를 보고 즐기죠. 

미국으로 치면 동부의 삶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동부의 삶을 거부합니다. 펀이 버스 전시장에서 전시된 버스를 타고 동부로 가자고 하자 친구들은 동부는 싫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들이 도시의 삶을 자발적으로 거부한 사람들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펀은 스왱키의 말을 듣고 밴을 타고 전국을 다니면서 자연 풍광을 감상합니다. 이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수평선 같은 지평선이나 저 멀리 손에 잡히지도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산줄기. 고요하고 고요한 삶들을 보여줍니다. 펀은 남편을 잃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과거를 담은 사진 앨범을 보면서 현재를 견딥니다. 

노매드들을 만나면서 과거와 미래가 아니 현재의 삶을 향하는 펀

펀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펀이 만나는 사람도 좋은 사람입니다. 또한, 다른 캠핑장에서 봤던 사람도 또 만납니다. 여행하는 사람들끼리는 작별 인사를 안 한다고 하듯 이들은 계속 헤어지고 만납니다. 그러나 이 떠돌아다니는 삶이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자연 풍광을 보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있지만 동시에 외로움도 많이 느낍니다. 

이를 캠핑장에서 만난 청년과 모닥불을 쬐면서 넌지시 질문으로 대치합니다. 불안한 삶이기도 합니다. 외부의 시선도 있죠. 펀은 언니에게 돈을 빌리면서 부동산은 언젠가는 오르게 되어 있다는 말에 발끈합니다. 또한, 주변에서 집을 사서 정주하라고 합니다. 집의 포근함을 모르는 펀이 아닙니다. 캠핑장에서 만난 사람이 손주 봤다면서 집에 머물겠다는 말에 묘한 배신감도 느끼지만 동시에 같이 살자는 말에 갈등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펀은 이 삶이 좋습니다. 자연을 닮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을 보면서 펀은 불안함에서 고요한 삶으로 불편한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힘을 느끼게 됩니다. 

집을 포기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평생 집을 사려고 뼈 빠지게 돈을 벌면서 받는 스트레스 대신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만 벌고 여행을 하면서 세상 멋진 풍광과 다양한 경험을 하는 펀은 점점 이 삶에 정착하게 됩니다. 남들과 다른 삶이라서 수시로 사람들은 정착민의 삶을 옳고 떠돌아다니는 삶을 측은하게 봅니다. 그렇다고 영화 <노매드랜드>는 이 노매드의 삶을 장미빛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그 온갖 불편함을 수시로 보여주고 낭만적인 삶에 빠지지 않게 수시로 다른 장면으로 넘깁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상당히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정착민의 삶에 만족하고 평온하다면 펀의 삶이 부럽지는 않겠죠. 또한, 저건 미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노매드와 비슷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도시에 산다면 차를 포기하면 좀 더 다양한 서울 구경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걸으면서 만나는 세상이 얼마나 향기로운데요. 

물론 펀과 같은 삶은 어렵긴 하죠. 펀이 왜 저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전 참 공감이 갔습니다. 10년 전에 전국 백두대간 주변을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전국을 다니면서 한국의 다채롭고 아름다운 곳들을 참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힘들 때마다 꺼내봅니다. 여행은 여행을 갔다 온 후부터 시작된다고 하잖아요. 

다만 펀처럼 평생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저런 삶도 쉽지 않겠죠. 그럼에도 펀은 여행이 필요합니다. 그게 과거라는 고인물과 미래라는 보이지도 않는 세상에 살지 않고 밴을 타고 현재를 즐기면서 치유하면서 살 수 있으니까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정말 명 장면입니다. <노매드랜드>를 한 장면으로 압축한다면 마지막 장면이 될 겁니다. 

꽤 심심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보는 사람의 삶과 현재의 상태에 따라서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힐링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평점 : ★

40자 평 : 집의 온기를 벗어나면 차갑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기다리고 있다.

반응형
그리드형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