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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자녀를 잃은 부모의 슬픔을 진하게 담은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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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잃은 부모의 슬픔을 진하게 담은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썬도그 2021. 4. 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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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한국계 미국인인 오수형 감독의 오페라가 아카데미 단편 애니 작품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영광일 겁니다. 2021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 작품상은 넷플릭스 애니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이 받았습니다. 

무슨 영화이길래 상을 줬을까 궁금해서 봤습니다. 러닝 타임은 12분인데 엔딩 크레딧 빼면 10분도 안 됩니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의 원제는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입니다. 
이 단편 애니는 대사가 없고 가사가 있는 노래인 1950이라는 노래가 나옵니다. 애니 작화 스타일은 흑백에 가까운 파스텔톤의 컬러 애니인데 색을 아주 조금만 사용해서 전 흑백인 줄 알았네요. 

애니가 시작되면 마음의 거리를 상징하듯 긴 테이블에서 남녀가 식사를 합니다. 부부인 듯한데 말을 한 마디도 안 합니다. 이들의 마음은 속마음을 의인화 한 검은 그림자가 대신합니다. 왜 이 부부는 말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거리감이 생길 정도로 둘 사이에 큰 벽이 생긴 건 확실합니다. 

그러다 누군가의 방에 굴러간 축구공이 턴테이블을 가동시키고 노래 1950이 나옵니다. 이후 두 부부는 다시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왜 이 부부가 거리가 생겼는지 알게 됩니다. 이 부부에게는 축구를 좋아하는 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 인지 딸은 지금 현재 없습니다. 빈 딸의 방에서 두 부부는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딸이 어떤 일로 세상을 떠났는지 후반에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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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왜 이 애니가 단편 작품상을 받았는지 알겠더군요. 이 애니의 이야기나 표현법이나 음악까지 그냥 평범합니다. 좀 내려서 보자면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특별한 것이 없지만 그 특별하지 않음이 내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미나리>가 뭐 대단한 반전이나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80년대 미국에 정착한 미국 교포의 삶을 다큐같이 담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건 내 이야기야라고 공감을 했어요.

이 애니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라는 문자 메시지에 마음이 무너져 내리네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는 수상을 한 이유는 아마도 이 애니가 다룬 소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에서 사는 온 미국인들이 느끼는 공포와 문제점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식을 잃은 슬픔을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만국공통어라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보면서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세상은 정말 비논리적인 세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남에게 조금도 피해를 안 주고 살아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 너무 화가 나네요. 그게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든 신이 있다면 그 신을 원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를 보다 보면 주제가 같은 노래 1950이 참 궁금했습니다. 1950은 미국 싱어 송 라이터 King Princess의 노래로 가사 내용이 영화를 모두 대변하는 건인가 해서 다 보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꼭 그렇지는 않네요. 가사 내용은 여성의 주체성을 담은 가사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수 이름이 King Princess네요. 여성의 주체성이 느껴지는 내용이네요. 

딸이 남자들의 전유물 같은 축구를 하는 모습이 이 노래 가사와 연결되나 봅니다. 제가 노래에서 들리는 단어는 기도한다는 것과 기다린다는 단어였습니다. 기도하고 기도하겠다는 딸의 목소리가 담긴 듯한 느낌이네요. 그리고 저 하늘에서 두 부모님을 사랑하면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점점 복잡해져 가는 세상, 그러나 이런 단순한 이야기 그러나 너무나 강렬하고 누구나 공감가고 슬퍼하는 이야기가 주는 힘은 복잡해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빛이 납니다. 엄청난 스킬에 매료되는 겉모습에 중독되는 세상에서 이런 단순하지만 강한 내면을 가진 이야기가 주는 힘이 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월 맥코맥'과 '마이클 고비어'로 토이스토리4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어쩐지 이야기를 제대로 담을 줄 아는 분이네요. 짧은 단편 애니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애니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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