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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정면비판한 영화 화이트 타이거

by 썬도그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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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영국에서 발표된 2021년 아카데미상 후보작품들을 선정 발표할 때 진행자가 한 영화가 호명되자 무척 좋아했습니다. 

왜 좋아할까? 자세히는 몰랐지만 아마 그 영화와 연관이 있나? 했는데 역시나 연관이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의 조연 핑키를 연기한 '프리얀카 초프라'가 후보 발표 진행을 했네요. 

<화이트 타이거>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아카데미가 선정할 정도로 영화가 좋다는 방증이라서 잠시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꽤 재미가 있네요.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영화 <화이트 타이거>

영화가 시작되면 술에 취한 여자가 운전을 하면서 환호성을 지릅니다. 뒷자리에는 하인인 듯한 사람이 운전을 말리는 듯하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점프하더니 자신은 사업가라면서 인도에 방문 예정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자신은 인도의 실리콘밸리인 뱅갈루루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를 합니다. 놀랍게도 자신은 살인자라는 사실까지 밝힙니다. 이 사업가의 이름은 발람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인도는 그 유명한 계급 제도인 카스트 제도가 있습니다. 브라만이라는 귀족이 가장 상위에 있고 가장 밑에 불가촉천민이 있습니다. 비민주적인 제도죠. 그럼에도 인도 스스로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도를 발람은 비꼬듯이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합니다. 발람은 하급 계층입니다. 어려서 머리가 똑똑해서 선생님이 발리에 가서 공부를 더하라고 하지만 집안 서열 1위인 할머니가 공부는 때리치고 돈을 벌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렇게 발람은 꿈을 접고 학교 대신 아동 노동에 시달립니다. 

발람은 가난해서 아버지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자 큰 충격을 받습니다. 발람이 사는 마을은 지주와 지주의 장남인 몽구스가 수시로 찾아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삥을 뜯습니다. 조폭이 따로 없습니다. 그 지주 집안의 막내 아쇽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발람은 집안의 실권자인 할머니를 설득해서 아쇽의 운전기사가 되겠다면서 운전 연습비를 탑니다. 그렇게 발람은 아쇽 집까지 찾아가서 운전기사 테스트를 거치고 합격을 합니다. 

미국물을 먹은 아쇽과 핑키 부부를 통해서 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 발람

인간 계급제인 카스트 제도를 미국 물을 먹은 아쇽과 그의 아내 핑키는 이해를 못합니다. 특히 핑키는 미국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더더욱 이해가 안 갑니다. 아쇽과 핑키는 운전기사 발람을 사람으로 대합니다. 반면 장남인 몽구스와 지주는 하인 취급을 하죠. 

발람은 말합니다. 태어나서부터 닭장에 살면 닭장 문이 열려 있어도 도망가거나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고 하지 않는 다면서 자신은 닭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아쇽 같은 브라만 계급은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출발선이 다른 세상이지만 아쇽은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운전기사 일에 충실합니다. 

발람은 아쇽과 핑키가 호의 속에서 평온하게 지냅니다. 특히 핑키는 아쇽에게 운전기사가 꿈이 될 수 없고 미래가 될 수 없다면서 닭장을 열고 다른 세상을 향해 날아가라고 조언을 해줍니다. 그렇게 꿈을 꾸는 발람. 그런데 이 부부의 위선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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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적인 아쇽과 핑키를 보고 분노하게된 발람

뇌물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는 인도, 정치인들도 썩어서 서민을 위한다는 정치인마저도 뒷돈을 받는 걸 넘어서 더 달라고 요구합니다. <화이트 타이거>를 보고 있으면 인도라는 나라가 얼마나 썩어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인도 정부가 무척 싫어할 영화입니다. 

발람은 미국물 먹은 인도인 같지 않은 아쇽과 핑키 부부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으나 사람은 위기를 같이 겪어봐야 본색이 드러납니다. 핑키의 생일날 술에 취한 두 부부는 발람이 모는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핑키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린 여자 아이를 자동차로 칩니다. 아이는 길거리에 쓰러져 있고 두 부부는 당황해합니다. 이를 발람이 목격자가 없다면서 그냥 차를 몰고 떠납니다. 

그렇게 목격자 없는 사건으로 넘어가려고 하지만 혹시나 목격자가 있을까봐 지주와 장남인 몽구스는 발람에게 모든 것을 덮어 씌우기 위해 서류에 싸인을 하라고 합니다. 발람은 아쇽과 핑키를 쳐다보지만 이 날강도 같은 일을 그냥 지켜만 봅니다. 겉으로는 미국물 먹은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위기가 터지니 하인에게 뺑소니 살인 사건을 덮으려고 합니다. 

발람은 서서히 분노를 끌어 올리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으로 핑키는 인도의 봉건사회적인 생태계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고 남편 아쇽은 미국물이 빠지고 점점 인도 현지인이 되어갑니다. 뇌물이 가득 든 보스턴 가방을 들고 로비를 하는 아쇽을 보면서 발람은 이 더러운 세상을 벗어날 생각을 합니다. 

닭장 같은 카스트 제도를 탈출한 발람을 통해 본 인도 사회의 문제점 

닭장에서 살면 닭장 문에 열려도 도망이라는 개념을 모른다고 말하는 발람. 천민의 삶을 사는 삶에 대한 불만 조차 없던 발람이 아쇽과 핑키 부부의 위선을 보면서 서서히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발람은 자신을 찾아온 조카와 함께 동물원에 가서 한 세대 한 번만 나온다는 '화이트 타이거'를 보고 쓰러집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게 되면 사람은 노예가 되기를 멈춘다'라는 말처럼 발람은 아름다운 것을 보고 난 후 노예의 삶을 스스로 벗어 버립니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의 부정부패와 카스트 제도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보다 보면 발람이 깊은 빡침이 느껴지고 세상의 불합리와 몰상식에 치가 떨립니다. 여기에 인도의 하층민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쇽에게 이야기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발람은 왕복이 아닌 편도 교통비만 준 아쇽의 위선에 희미하게 웃습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내려가 쭈그려 있는 동네 사람 같은 사람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쭈그려 앉습니다. 

출세를 꿈꾸던 발람은 모든 수모를 견디고 참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하층민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발람은 더러운 돈을 이용해서 사업가로 성공합니다. 닭장에서 탈출한 발람. 그의 모습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합니다만 이 영화는 어떤 명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가 갑자기 끝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에 대한 답이 없이 답답한 인도 사회의 현실을 담고 끝납니다. 인도를 담은 영화 중 가장 현실적인 영화 <화이트 타이거>입니다.  그냥저냥 볼만한 영화로 인도 사회의 문제점을 알고 싶으면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인도 브라만 계급의 위선을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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