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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세상을 바꾼 식물에 대한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by 썬도그 202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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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를 한 2년 만에 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책을 안 읽은 건 아닌데 리뷰까지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좀 읽다가 지루하면 유튜브나 넷플릭스만 주로 봤네요. 

책 리뷰는 리뷰지만 종이책은 아니고 월라라는 오디오 북입니다. 

윌라 오디오북에 대한 간단 리뷰

김혜수가 모델인 윌라 오디오북은 이전에 1달 무료를 사용해 봤지만 시간이 없어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그래서 1달이 아닌 1주일 만에 해지했습니다. 그러다 알뜰 모바일폰 사용하니 3개월 무료 사용권을 줘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윌라를 제대로 사용하니 장점 단점이 많이 보이네요. 
먼저 자기 전에 이동하거나 산책 나갈 때 걸으면서 책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네요. 특히 밤마실 갈 때면 귓속의 친구처럼 좋은 책을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자기 전에도 좀 복용을 하고요. 다만 오디오북의 단점은 집중해서 들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오디오북을 좋아하고 실제로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을 많이 애용한다고 하죠. 그러나 미국처럼 복잡하지 않은 긴 도로에서는 오디오북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지만 서울 시내 주행 중에는 수시로 가다 서다 해야 하고 각종 위험 요소가 많아서 진득하게 들을 수 없습니다. 또한, 산책을 해도 길을 걸으면서 듣기에는 주시로 내 이목을 끄는 것들이 등장해서 집중해서 들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하면서 들을 수 있는 라디오와 달리 조금만 놓쳐도 다시 돌려서 들어야 하기에 집중해서 듣기가 쉽지 않네요. 그러나 이런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면 아주 간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네요. 

윌라 오디오북은 성우가 읽어주는데 성우 1분이 책 전체를 읽어줍니다. 이게 좋은 점도 많지만 요즘 전자책들은 TTS 기능이 있어서 인공음으로 읽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은 최근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이게 기계음인지 성우가 말하는지 구분이 쉽게 되지 않을 정도로 발달했습니다. 

이에 윌라를 듣느니 전자책에 TTS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따라서 TTS가 따라할 수 없게 소설책에서 등장인물이 여러 명 있다면 여러 성우 또는 2명의 성우가 함께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책이 전자책에 비해서 많지 않은 점도 좀 아쉽긴 하네요. 그럼에도 잘만 이용하면 월정액 이상의 가치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1달 9천원 정도를 내면 다양한 오디오북을 제공받을 수 있고 이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책은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입니다.

우리가 먹는 식물 음식에 대한 깨알 같은 재미가 가득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먹방의 나라 한국은 먹는 행위에 대해서 천착하지만 정작 그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많이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먹기만 하죠. 그런데 그 음식을 먹기 전에 이 음식이나 음식 재료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있다면 식사할 때 간단한 이야기를 하기에도 좋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감자가 미국을 부국으로 만드는데 1등 공신이었다는 점을 말하면 다들 흥미롭게 듣겠죠. 

저자는 일본인 '이나가키 히데히로'입니다. 일본은 매뉴얼의 나라답게 어떤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소개하는 일을 참 잘합니다. 잡초 생태학을 전공한 식물학자인 저자는 인류 역사를 바꾸거나 큰 영향을 준 식물 중에 음식 재료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 책에 잘 담고 있습니다. 

감자는 인류를 구원한 채소입니다. 인류의 인구 폭발을 주도한 것이 감자입니다. 유럽은 전쟁이 참 많은 대륙인데 전쟁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밀과 같이 심으면 지력을 쪽 빨아먹어서 2년 동안은 휴년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땅이 필요했습니다. 그나마도 한랭 기후의 유럽 북부 지역은 밀이 잘 자라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풍요와 거리가 먼 유럽인들은 전쟁을 통해서 식량 확보를 해야 했기에 전쟁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후 아메리카 대륙에 있던 감자를 유럽에 소개합니다. 감자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영양분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전쟁이 나면 밀은 밀알이 위에 열려서 불태워버리면 못 먹게 되는데 반해 감자는 뿌리 근처의 줄기에서 감자가 열리기에 전쟁이 나도 땅을 파면 감자가 주렁주렁 나왔습니다.

게다가 감자는 보관성도 좋아서 오래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비타민C가 많아서 비타민C 부족으로 발생하는 뱃사람들의 괴혈병을 막아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기 항해할 때는 감자를 항상 싣고 출항합니다. 더 좋은 점은 이 감자는 수확량도 많아서 인간이 먹고 남은 걸 돼지들에게 주면 겨우내 돼지들이 감자를 먹고 겨울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겨울에 돼지 먹일 것이 없어서 최소한의 돼지만 남기고 다 도축했는데 감자 덕분에 돼지 사육수를 늘리기 시작하면서 유럽인들이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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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자는 유럽인들이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국왕이 강제로 재배하고 먹으라고 윽박질렀지만 외계 식물 취급하면서 안 먹습니다. 이에 프란츠 국왕은 감자를 귀족들만 먹게 하는 법을 만들자 서민들이 먹었다고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네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냐는 악녀 이미지로 칠해진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감자꽃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친 서민적 인물이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그렇게 유럽인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준 감자는 아일랜드에도 전파됩니다. 그러나 아일랜드 사람들이 같은 품종의 감자만 심다가 감자 역병이 돌자 감자 농사를 망칩니다. 안데스 산맥의 원주민들은 이런 것을 알기에 다양한 품종의 감자를 심어서 역병을 막았습니다.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아일랜드 사람들은 배를 타고 대거 미국으로 이주를 합니다. 미국은 마침 공업국가로 변신 중이어서 노동 인력이 부족했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이 몰려들자 쉽게 공업국가로 성공하고 영국을 쉽게 따라잡습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식물이 어떻게 인류사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소개하지만 식물학자 답게 영양소에 대한 이야기와 식물학적인 이야기도 빼곡히 담고 있습니다. 

후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후추는 한 때 유럽에서는 인기 향신료라서 금값과 비슷했습니다. 향신료라는 것은 고기 위에 뿌려서 누린내와 부패를 느리게 하고 세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죠. 그래서 후추는 귀족들이 고기를 먹기 위해서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귀족들은 바로 도축한 고기를 바로 먹을 수 있음에도 후추를 이용한 이유는 사치의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콜럼버스가 후추의 나라인 인도에 가려다가 미국에 도착한 후 여기가 인도라고 우기고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부르고 고추 보고 후추라는 이름의 페퍼를 넣어서 레드 페퍼라고 한 점도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이 강장제로 먹었다는 양파 이야기를 넘어서 중국의 차가 전 세계에서 퍼져 나가는 과정, 왜 영국과 미국이 차 때문에 싸웠는지도 흥미롭습니다. 공업국가로 전환 중이던 영국과 미국은 장시간 노동을 위해서 카페인을 몸에 때려 넣어야 했는데 홍차에는 카페인이 많았습니다. 

물이 깨끗하지 못한 영국에서는 물 대신 맥주를 먹기도 했는데 맥주는 술에 취할 수 있어서 홍차가 세균도 줄여주고 카페인도 있어서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그리고 차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 유명한 아편 전쟁이 차 때문에 일어난 전쟁입니다. 당시 청나라는 차를 영국에 판매하면서 많은 돈을 벌지만 청나라는 영국에서 수입할 것이 없었습니다. 

이에 영국은 아편을 청나라에 판매해서 수입과 수출 균형을 맞춥니다. 이에 열 받은 청나라가 영국과 전쟁을 하고 패전을 해서 홍콩을 영국에 100년 동안 빌려줍니다. 

목화가 산업혁명을 일으킨 것을 지나서 우리가 즐겨 먹는 벼와 대두에 대한 이야기도 꽤 알찬 재미가 있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벼는 거의 완전한 식품이라고 하네요. 모든 영양소가 다 있는데 특정 아미노산이 없습니다. 그 특정 아미노산은 대두라고 하는 콩에 많고 콩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할 정도로 단백질이 많습니다. 

그래서 밥과 콩으로 만든 된장으로 만든 된장국을 먹으면 완벽한 영양식이 됩니다. 또한 벼와 대주는 매년 재배해도 지력을 훼손하지 않기에 생산량도 풍부했습니다. 

더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지만 직접 책을 통해 들어봤으면 하네요. 생각보다 우리 인류사에 큰 영향을 준 식물, 정확하게는 음식 재료들이 많네요.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의 소재가 우리가 흔히 먹고 자주 먹고 쉽게 볼 수 있는 식료품에 대한 이야기라서 나이와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한 자세한 역사와 영양, 식물에 대한 생태까지 잘 알게 되었네요. 쌀의 생존 전략을 듣고 있으면 감동스럽기까지 하네요. 

적극 추천하는 책입니다. 전 윌라로 읽었지만 종이책도 있고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 보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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