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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넷플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를 보면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하다

by 썬도그 202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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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트럼프 하나로도 충분한데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이 지구 상에 또 있습니다.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딱 트럼프입니다. 그래서 그를 남미의 트럼프라고 합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극우 대통령입니다. 롤 모델이 트럼프가 아닐까 할 정도로 행동 하나하나가 트럼프를 닮았습니다. 다른 점은 트럼프는 물러났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아직도 브라질의 대통령입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안하무인이냐면 코로나 걸린 것은 둘째 치고라도 최근에 이웃국가인 베네수엘라가 코로나 19 환자들에게 쓰라면서 산소 탱크를 보내줬습니다. 

현재 브라질은 코로나 확진자가 세계에서 미국, 인도 다음으로 많은 3위입니다.  땅도 크고 경제 규모도 큰 브라질은 이미 의료붕괴 상태라서 환자들의 가족들이 산소통을 사가지고 와야 할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국가에서 산소라도 수입해서라도 공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가 산소를 제공해 줬으면 감사하다는 말은 못 할 망정 좌파정권인 베네수엘라는 자기 나라나 돌보지 무슨 산소를 보내냐면서 나라가 너무 가난해서 개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무례하고 무식한 말을 했습니다. 

창피스러운 일이죠. 일국의 대통령이 동네 양아치도 안 하는 말을 합니다. 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위 출신의 대통령으로 브라질을 오랜 시간 망친 군사 독재 정권의 정통을 이어받겠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오랜 시간 군사 정권이 나라를 지배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민주 투사들이 심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이는 한국과 참 비슷합니다. 

이 브라질의 정치 역사를 개인사와 함께 차분하게 소개한 다큐멘터리가 바로 넷플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입니다. 

브라질의 사법쿠테타를 다룬 <위기의 민주주의>

페트라 코스타 감독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를 1번에 보지 못했습니다. 한 5번 끊어서 겨우 다 봤습니다. 1번에 보지 못한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닌 한국의 정치 상황과 너무나도 비슷해서 보는 내내 한국이 생각났습니다. 이 다큐에서 담고 있는 브라질 정치 이야기가 한국의 과거 이야기이면서 미래의 이야기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지 않네요. 과거보다 더 어두운 미래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감독의 마지막 읍소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서 꽂혔습니다. 

위 포스터는 지금 브라질 아니 한국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사진입니다. 계획도시인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왼쪽 붉은색의 진보 색체의 노동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극우 세력인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반목하고 있습니다. 비단 한국과 브라질만의 문제는 아니죠. 지금 미국도 극심한 국론 분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항상 시끄럽고 그게 지극히 정상이라고 하지만 요즘 전 세계 민주주의 경향을 보면 좌와 우로 극심하게 분열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좌와 우가 서로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파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상식을 바탕으로 팩트를 놓고 세상을 봐야 하는데 거짓 뉴스로 무장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극심한 좌우 대립을 넘어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사법부와 의회가 작당 모의를 해서 탄핵시킨 초유의 일을 담고 있는 다큐가 <위기의 민주주의>입니다. 

이야기는 룰라 대통령부터 시작됩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 대통령이었던 룰라는 오마바 미국 전 대통령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인기 높은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고 실제로 룰라 대통령은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을 펼쳐서 브라질 하층민들에게 마중물 같은 돈을 지급해서 판자촌에서 사는 아이들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꿈을 꾸게 해 주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금속 노조 위원장 출신의 대통령으로 친 노동자 정책 및 사회주의적인 복지 정책을 펼쳤고 이 정책은 전세계에서 추켜세웠습니다. 아마 브라질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고 지금도 그 영향력은 엄청납니다. 그리고 자신의 후계자인 지우마 대통령에게 바통을 넘깁니다. 물론, 지우마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서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입니다.

문제는 이 룰라 정권이나 지우마 여성 대통령의 정권이나 혼자 당선된 것이 아닌 연정을 해서 당선을 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브라질을 수십 년 간 지배한 부패 세력과의 연정을 통해서 대통령이 됩니다. 그럼에도 룰라는 빈민층에 매달 30달러를 제공하는 '보우사 파밀리아'정책을 밀어붙였고 브라질 사상 최저의 실업률과 세계 13위에서 7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섭니다. 

한 때 브릭스라고 해서 브라질, 러시아 같은 신흥 개발국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유색인종들은 룰라를 외치면서 환호를 했지만 기득권층인 브라질의 백인들은 룰라를 싫어하는 걸 넘어서 혐오하고 저주했습니다. 지금까지 백인들의 나라였던 브라질이 극빈층이 대학을 가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자 백인들의 혐오는 더 심해집니다. 

룰라 대통령이 빈민층을 살리는 정책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마침 브라질 앞바다에서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이 담긴 유전이 터지면서 룰라 정책에 기름을 넣어줍니다. 그러나 지우마 대통령이 된 후 경제 실책과 함께 기존 기득권 세력들 그러니까 브라질을 수십 년 해먹은 층들이 뭉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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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 작전을 진두 지휘하는 검사이자 판사인 '세르지우 모루'

지우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세차 작전'이라고 불리는 대형 비리가 터집니다. 국영 기업인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 브라질의 대형 건설회사들이 수시로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사건이 터집니다. 이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세르지우 모루'입니다. 브라질은 이상하게 검사가 판사까지 합니다. 자기가 수사해서 판결까지 내립니다. 이러다 보니 변호사는 힘이 없고 검사이자 판사인 저지 드래드 같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나올 수 있습니다. 

모루는 자신의 권력 권한을 가지고 이 사건을 조사하고 세차할 때 사용하는 강한 수압 분사기처럼 부정부패를 깔끔하게 치우기 위해서 정치인, 경제인을 마구 잡이로 잡아들입니다. 이는 수십년 동안 브라질의 관행이었는데 갑자기 모루가 나와서 다 청소하겠다고 합니다. 이에 모루의 인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이 '세차 작전'은 대통령인 지우마 대통령까지 영향을 줍니다. 극우 세력들은 지우마와 룰라를 탄핵시켜야 한다고 외치면서 연일 대규모 폭력 시위를 벌입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풍경이죠. 또한 지우마 대통령은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괘씸죄에 걸립니다. 바로 경제입니다. 약속과 달리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경제가 고꾸러지자 여론은 악화가 되고 극우 세력에 동조하는 여론이 높아집니다. 

실업률은 8%로 오르고 400만 빈곤층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예산 정책 실기가 밝혀집니다. 그냥 장부상의 문제이지만 실수를 했고 이게 밝혀지자 사람들의 여론은 더 안 좋아집니다. 실제로 예산 정책 회계 실책으로 탄핵을 당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몰상식이 상식이 됩니다. 그리고 도청껀이 터지는 등의 지우마와 룰라에 비호의적인 돈 많은 기업과 가문이 운영하는 브라질 언론이 사건을 확대 보도합니다.

여기에 검찰은 구속 쇼라도 하고 싶은 건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사건을 프리젠테이션을 합니다. 이는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죠. 

지우마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을 상정하고 통과시킵니다. 그리고 상원의원들도 탄핵안을 통과해서 지우마 대통령은 탄핵당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죄가 있는 것 같다는 의심만으로도 범죄인의 프레임을 씌운 모루 판사가 있습니다. 모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브라질을 빨갱이 세상으로 만든 핵심인물인 룰라를 겨냥합니다. 그렇게 탈탈 털어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딱 1번 방문했다는 아파트를 기업인들에게서 무상 제공받은 걸 뇌물이라고 주장한 검사이자 판사인 모루는 룰라까지 감옥에 넣어 버립니다. 

검사이자 판사 1명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나라 브라질을 보면서 한국을 바라보다

검사이자 판사인 모루는 불법 도청까지 하면서 증거를 확보합니다. 또한, 브라질의 노동세력을 분쇄하기 위해서 비상식적인 수사와 욕보이기 범죄자 프레임으로 지우마 대통령을 탄핵시킵니다. 그래서 이걸 사법 쿠데타라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민주주의 국가 브라질이 맞냐는 말을 합니다. 대통령을 만들고 끌어내리는 것 모두 국민이 해야지 판사와 그 판사와 친한 기득권 세력들이 작당모의를 해서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냐고 말합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습니다. 

요즘 한국의 검찰과 판사들을 보면 브라질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모루가 지우마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룰라까지 감옥에 보낸 상황에서 임시 대통령의 비리가 터졌지만 놀랍게도 탄핵 상태에서 임시 대통령까지 탄핵하면 국정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면서 하원 의원들은 탄핵을 반대합니다. 

한국의 검사들도 그렇죠. 남의 눈에 낀 티끌은 세차 수압 호수로 털어내면서 자신들의 눈에 가득 낀 부정부패, 비리는 눈감고 있습니다. 옵티머스 사건의 주범이 검사 3명에게 룸싸롱 접대를 했고 실제로 접대가 있었다고 밝혀졌음에도 검찰총장은 사과를 한다면서 사과도 안 하고 가족 비리는 눈감고 있습니다. 

이억만 리에 떨어져 있는 브라질과 한국의 공통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장기 군부 독재가 있었던 나라이고 진보 대통령이 잠시 정권을 잡았지만 빨갱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럼 보수 대통령이 정권 운영을 잘하면 자손 만만대로 보수 대통령이 정권을 잡기 쉬운 나라인데 대통령이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꼭두각시 정치를 합니다. 

그나마 촛불 시위로 침몰해 가는 나라를 다시 세웠지만 최근 들어 다시 이명박,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서 한국 정치의 미래가 어둡게만 느껴집니다. 

감독의 개인사와 브라질의 정치를 잘 엮은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

어떤 이야기를 뉴스를 편집해서 전달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 뉴스가 나와 무슨 상관인데라는 생각을 하면 깊게 빠져들지 못하죠. 그러나 <위기의 민주주의>의 감독인 '페트라 코스타'는 자신의 개인사와 함께 브라질의 정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브라질리아를 건설한 건설업체를 만든 할아버지의 손녀이자 진보주의 운동을 했던 부모님을 가진 페트라 감독은 부모의 영향으로 진보 세력의 시선으로 브라질 정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진보 세력을 옹호하고 우익을 괴물로 담는 건 아닙니다. 다만,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브라질이 아닌 다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민주주의 국가 브라질을 원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큰 돈을 버는 기업인들과 명문 가문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은행을 장악하고 모래, 시멘트, 철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권력자들은 민주주의를 무척 싫어합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다수의 사람들이 제단 하는 것이 짜증 나죠. 이에 기득권 세력들인 검, 판사, 하원, 상원 그리고 언론을 이용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합니다. 그래야 군부 독재 시절처럼 돈을 쉽게 벌 수 있고 간섭 없이 벌 수 있으니까요. 

감독은 과거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와서 이제 빛을 봤는데 다시 과거보다 더 어두운 미래를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냐면서 끝을 냅니다. 그리고 모루 판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권의 법무부 장관이 됩니다. 

한 명의 사람이 대통령을 갈아 치울 수 있는 나라 브라질. 이걸 막기 위해서 모든 권력은 갈기갈기 찍어서 분권화를 하고 서로 견제를 할 수 있는 장치를 걸어야 합니다. 물론 제가 이렇게 주장하면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은 동의 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하고 저를 비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진보도 보수도 극단으로 가면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 정권에서 잘 봤습니다. 

그렇다고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상식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운영했으면 합니다. 그런 면에서 브라질 같은 몰상식이 상식인 대통령이 더 이상 안 나왔으면 하네요. 또한, 말도 안 되는 정치술수로 정치를 하는 것도 사라졌으면 합니다. 

추천하는 다큐입니다. 보면서 어찌나 한국과 비슷한지 깊이 빠져들어서 봤네요. 

별점 : ★★☆
40자 평 : 연약한 민주주의는 위급할 때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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