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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목표지향적인 한국인들이 보면 좋은 영화 소울

by 썬도그 2021.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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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영화관에는 한기가 가득합니다. <승리호>도 넷플릭스로 가는 이 마당에 꾸준히 영화관에서 볼 영화들을 선보이고 있는 곳이 디즈니입니다. 2020년 <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이라는 다소 아쉬웠던 영화를 선보였던 디즈니사가 2021년 새해에 <소울>을 선보였습니다 

참고로 디즈니는 많은 애니를 선보이지만 모든 애니가 픽사 스튜디오 영화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겨울왕국>은 픽사에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픽사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와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코코> 같은 디즈니 애니보다 스토리가 참 좋은 영화들을 잘 만듭니다.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서 이게 애니 스토리가 맞나? 할 정도로 엄청난 스토리에 감탄과 감동이 수시로 터졌고 이때부터 제가 픽사 애니를 사랑했습니다. 이 <인사이드 아웃>을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이 연출을 한 영화 <소울>이 참 기대되었습니다. 

재즈 밴드의 꿈을 이루자마자 하늘나라로 향한 '조 가드너'

'조 가드너'의 꿈은 재즈 밴드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매번 마지막 문턱에서 탈락합니다. 그러나 '조 가드너'에게 마지막 운이 생긴 건지 중학교 밴드부 강사일이 정규직으로 승격됩니다. 여기에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이 드러머로 성공해서 선생님인 '조 가드너'에게 재즈 밴드 피아니스트 지원을 해보라고 제안을 했는데 놀랍게도 합격을 합니다.

드디어 꿈을 이룬 '조 가드너'는 기쁜 마음을 안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맨홀 뚜껑이 열린 것도 모르고 지나가다가 맨홀에 빠집니다. 

깨어나 보니 영혼들의 행렬에 자신이 서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낙심해합니다. 이제 꿈을 이루었는데 죽다니 너무나 억울했던 '조 가드너'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신생 영혼들 보육원 같은 '유 세미나'에 떨어집니다. 

어린 영혼들은 성격의 방에 들어가서 성격을 부여받습니다. 성격은 어린 나이에 형성이 된다고 알았는데 애니에서는 성격은 타고난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그렇게 어린 영혼들의 보육원 같은 곳에 떨어진 '조 가드너'는 영혼이 지구로 내려가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어린 영혼들은 각자 성격을 부여받고 마지막으로는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특기를 발견하면 지구행 통행증을 받고 지구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조는 이것도 모르고 지구로 내려가려고 하지만 통행증이 없어서 계속 영혼 보육원 같은 '유 세미나'로 돌아옵니다. 

이 '유 세미나'에는 무려 3천 년 동안 영혼 상태로 있는 영혼 22가 있습니다. 22에게는 수많은 멘토들이 붙어서 삶에 대한 설교를 하고 목표를 정해주거나 열정을 불어넣어주려고 했지만 다 실패했습니다. 인간의 몸을 가지고 살아본 적이 없지만 영혼 22는 모든 것이 시큰둥합니다. 매너리즘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이 부정적입니다. 

이때 천상계의 회계사인 테리가 영혼 1명이 도망쳤다면서 조를 찾고 다닙니다. 이에 조는 멘토 자리에 앉아 있다가 영혼 22와 함께 짝을 맺습니다. 22의 멘토가 된 조는 자신은 멘토가 아니라고 고백을 하죠. 이에 22는 조를 데리고 영혼들의 뒷방 같은 곳을 보여줍니다. 영혼의 뒷방에는 영혼이 망가진 지구인들을 보게 됩니다. 집착과 욕망에 잡아 먹혀서 다른 사람들과 담을 쌓고 사는 영혼들 세상에서 해적선 같은 배가 오더니 22와 조를 태웁니다. 

해적선 선장은 문윈드로 이승에서 광고판을 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명상 대가인 문 윈드는 명상이나 무아지경의 경지에 오르면 영혼들이 있는 세상에서 해적선을 타고 돌아다닙니다.  문 윈드의 도움으로 지구에 내려가게 된 조와 22. 그러나 영혼아 바뀌어서 내려가게 됩니다. 

혼수상태에 있던 조가 깨어나고 영혼 22도 인간으로 환생합니다. 조의 몸에는 영혼 22가 들어가고 고양이 몸에 조가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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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몸으로 환생한 22.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다

오감을 느끼지 못하던 22는 촉감, 후각, 청각을 가지게 되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됩니다. 이발하면서 먹은 사탕과 피자의 황홀한 맛. 지하철역에서 들었던 노래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22가 예상하지 못한 이승의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고양이가 되어서 22의 행동을 지켜보던 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별 말을 건네지 않았던 이발소 주인과 수다를 떠는 22를 통해서 주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그리고 22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홀씨를 손에 받으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감탄하다가 조의 몸을 들고 도망을 칩니다. 문 윈드 앞에서 몸을 다시 바꿔야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싫어하던 22가 세상에 태어나고 싶은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둘은 저승사자 같은 테리가 다시 하늘나라로 데리고 갑니다. 

삶은 목표라고 알고 있던 '조 가드너'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다 

영화 <소울>을 포스터와 제목만 보고 재즈 밴드 이야기인가? 픽사가 음악 영화를 다 만드네라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영화 초반에는 재즈의 즉흥 연주가 나옵니다. 이 장면이 참 아름답습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실력이야 정평이 있지만 이야기의 소재도 다양한 곳에서 찾는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네요. 

그러나 이 영화 <소울>은 영혼에 관한 이야기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조 가드너'는 영혼 22에게 네가 불꽃이라는 열정이 없기 때문에 지구통행증이 완성되지 못한다면서 
"삶은 목표야"라고 말합니다. 조와 같은 사람들 참 많죠. 사는 이유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공무원이 목표이고 노래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목표 정하기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고 목표가 있는 삶을 우리는 지향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 목표가 인생의 전부가 되고 목표에 잡아 먹히면 문제입니다. 

목표를 향하는 과정은 온통 고통스럽고 모든 것을 고통의 도구로 인식합니다. 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주워보는 여유도 맑은 하늘 아래에서 노래 부르는 새소리도 바람 소리가 귀를 간질 거리는 봄볕에서 벚꽃을 보는 삶이 주는 소확행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목표가 삶의 목적인 사람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깊은 괴로움 속에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포자기한 삶을 삽니다. 살면서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세상에 이렇게 많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삶에 대한 나침반 대신 루저라는 꼬리표를 달아줍니다. 목표를 달성해도 문제입니다. '조 가드너'는 목표를 이루었지만 밀려오는 허망함 속에서 깊은 우울에 빠집니다. 

영화 <소울>은 이런 목표 지향적인 삶이 아닌 삶은 하루하루가 쌓여서 만든 아름다운 무지개라고 말합니다. 삶은 현재이지 과거이거나 미래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 주제는 무척 감동스럽고 목표를 삶의 목적으로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인생은 계획을 세운다고 계획대로 되지 않고 목표를 세운다고 해도 이루어질지 못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즉흥곡 같은 게 인생입니다. 그렇다고 계획 없이 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지만 그 목표를 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잊거나 잃어버리지 말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 하루하루도 우리의 삶을 만드는 내 자서전의 한 페이지입니다.

영화 <소울>에서 나오는 재즈라는 음악도 즉흥 연주가 많죠. 인생도 즉흥 연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재즈한 하루하루를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영화 <소울>은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이미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말을 하고 있어서 주제 자체는 어디서 많이 들었던 잔소리처럼 들리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과 코코의 향이 많이 나는 영화 <소울>. 쿠키영상은 X 

영화 <소울>을 처음 봤을 때 천상계 개념이 잘 세워지지 않아서 좀 버벅거렸습니다. 뭐 이리 이야기가 복잡하지 했을 정도로 천상계에서 아기 영혼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열정과 성격을 장착하고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리고 인간계와 천상계 중간에 무아지경이 빠진 사람들이 노는 놀이터와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영혼들의 세상 등등 처음 보는 생태계를 보면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우리 머릿속의 성격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에 영화 <코코>의 사후 세계의 이야기가 섞이다 보니 영화 <소울>은 <인사이드 아웃>과 <코코>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두 영화보다 영화적 재미는 높지 않습니다. 웃기는 장면도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또한 영화의 주제는 너무 아름답고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최근에 이런 일상의 소중함을 담은 드라마 영화가 많아서 좀 식상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한 것과 그 괘를 같이하는 시의성은 아주 좋네요. 추천하는 애니입니다. 다만 큰 재미는 없습니다.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대한극장에 한 30명 정도 앉아 있었는데 아무도 안 일어납니다. 혹시나 해서 쿠키 영상을 검색해보니 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10분 가까이 멍하니  스크롤을 보다가 쿠키 영상이 나왔는데 
테리가 나와서 "영화 끝났어 집에가"라는 말을 합니다. 5초도 안 나옵니다. 이게 쿠키 영상? 쿠키 영상 없으니 그냥 바로 나오시면 됩니다. 순간 열이 확 받네요. 물고기가 되어서 나왔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목표를 이루거나 이루지 못한 이후의 삶을 보듬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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